퀵바

이종호 님의 서재입니다.

퇴마하는 작가님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이상한하루
작품등록일 :
2023.10.23 09:05
최근연재일 :
2024.03.15 19:00
연재수 :
65 회
조회수 :
181,395
추천수 :
4,750
글자수 :
371,835

작성
24.03.09 19:00
조회
1,852
추천
67
글자
13쪽

시청률(3)

DUMMY

<보이지 않는 사랑> 2화가 방영됐다. 2화에서는 상복을 입고 장례식장에 초라하게 앉아있는 혜정과 진호의 장면부터 방송이 시작됐다. 나영찬의 영혼은 두 사람 옆에 나란히 앉아 장례식장을 찾아온 지인들을 보며 투덜거린다.


“혜정아, 민규 저 자식 있잖아. 나한테 돈 300만 원 꿔갔어, 근데 아무 말도 안 하네? 설마 떼어먹을 작정인 거야? 만약 그러기만 해봐. 내가 꿈에라도 나타나서 괴롭힐 테니까···”

“야, 박정배. 너 무슨 소리하는 거야? 내가 그날 너랑 같이 술 먹고 사고 난 거야. 근데 뭐? 내가 어디서 그렇게 술을 많이 마셨는지 모르겠다고? 에라이~ 도적놈아! 니가 그러고도 친구냐?”


2화에서는 혼령이 된 나영찬이 혜정과 진호의 곁을 맴돌며 자신을 알리려 하는 안타까운 노력과 실의에 빠진 가족의 모습이 주를 이룬다, 덕분에 2화는 임팩트 있는 장면보다는 이야기 전개에 초점을 맞춰서 재미 면에서는 아쉬운 회차였다.


‘그래도 1화 시청률을 잘 끊었으니 어느 정도는 선방하지 않을까?’


기대를 했는데 초반에 11프로로 시작한 시청률은 역시나 후반으로 가면서 점점 떨어지기 시작했고 결국 평균 시청률 8.1프로로 마감했다. 1화에 비해 오히려 1프로 떨어진 시청률. 다른 사람들은 그것도 높은 시청률이라고 다들 좋아하는데 나만 전전긍긍이다.


‘8프로 지킨 걸 그나마 위안으로 삼자.’


<과거의 문> 4화는 시청률이 조금 더 떨어져서 12.5프로. 근데 오히려 시청률의 간극은 더 벌어진 느낌. 지난 며칠 동안 그것 때문에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받으며 보냈다.


그리고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할 회심의 3화가 방송됐다. 이번에도 역시나 희정과 함께 봤다. 희정은 현장에서 이미 모든 장면을 봤는데도 제빵실에서 송현우가 진호 축구 얘기를 시작하자···.


“훌쩍··· 훌쩍···”


중반부터 눈물을 훔치기 시작한 희정은 거의 드라마 내내 울다가 웃다가를 반복했다. 3화 드라마가 끝나자 희정이가 퉁퉁 부은 눈으로 말했다.


“너무 슬프고··· 웃기고··· 미친 드라마야.”


일단 예상한 반응을 보여줘서 다행이긴 한데 문제는 시청률. 목표 시청률이 워낙 높아서 마음이 초조해지는 건 어쩔 수가 없다.

희정이가 날 힐끗 보며 말했다.


“아무리 대본 썼다고 해도 오빠는 어떻게 저런 장면들을 보고 눈물을 한 방울도 안 흘릴 수가 있어? 철면피도 아니고...”


난 이미 대본 쓸 때 많이 울었고 촬영장에서도 여러 번 울컥해서 감정적으로 무뎌진 것도 있다. 무엇보다 시청률에 대한 걱정 때문에 드라마에 제대로 몰입하지 못한 이유가 컸다.


‘최종 시청률 27프로를 달성하려면 이번 화에서 적어도 12프로는 넘겨줘야 할 텐데···’


마치 성적표를 받는 수험생처럼 초조하게 조혜린 실장의 카톡을 기다리는데···


카톡~ 카톡~ 카톡~


이번에도 연이어 조혜린 실장의 카톡이 이어졌다.


[작가님. 3화 평균 시청률 12.4프로 나왔어요.]


이번에는 나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었다. 지난 화보다 자그마치 4프로 넘게 올랐다.


[나영찬이 진호 얘기하고 이한영이 눈물을 훔치던 제빵실 장면이 순간 최고시청률로 14.3프로 나왔고 그 다음엔 작가님이 현장에서 수정한 세 사람 함께 있던 장면에서 높은 시청률이 나왔어요.]

[마지막 엔딩에선 시청률이 13프로가 넘었어요.]

[<과거의 문> 12프로 나왔으니까 3화만에 역전이네요. ㅎㅎ]


옆에서 희정이 보고 환호했다.


“미쳤다. 진짜 <과거의 문>을 넘다니.”


*


4화와 5화에서는 본격적으로 이한영이 혜정과 진호를 도와주는 시퀀스가 이어졌다. 이한영은 약속대로 매주 일요일 나영찬의 집으로 찾아간다. 이한영이 초인종을 누르면 혜정이 나오고 이한영이 쑥스럽게 말한다


“진호 있나요? 축구 하러 가기로 했는데...”


마치 친구를 부르러 간 것 같은 능청스러운 이한영의 연기에 시청자들은 저절로 웃음을 머금게 된다.

진호와 함께 학교 운동장에 가면 지난번 공을 빼앗아 갔던 5학년들이 운동장에서 놀고 있다. 나영찬의 영혼이 이한영에게 지난 번에 공 뺏아간 애들이라고 일러바치면 이한영이 5학년들을 불러 모은다.


“니들 지난번에 예 공 뺏어서 놀았지? 앞으로 다시 얘 공 뺏거나 괴롭히면 아저씨 바로 출동해서 혼내 줄 거야? 알았어?”


조폭 같은 무시무시한 인상의 이한영이 인상을 쓰고 말하자 아이들은 모두 얼음이 된다. 그렇게 축구를 하며 진호와 친해지는 이한영. 그리고 그 모습을 착잡한 심정으로 지켜보는 나영천의 영혼.


근데 반전은 이한영의 축구 실력이 형편없어서 오히려 진호가 가르쳐줘야 한다는 것. 매번 헛발질을 하는 이한영의 어설픈 동작은 몸개그에 가까웠고 그게 또 의외의 웃음포인트가 되어주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마정한이 실제로 축구에 잼병이었다는 건 반전 아닌 반전. 몸개그가 연기가 아니었던 셈이다.


*


5화는 사람들의 반응을 보려고 일부러 희정과 함께 찜질방을 찾아갔다. 찜질복을 갈아입고 홀로 나가자 수건으로 양머리를 한 희정이 미리 자리를 잡아놓고 손을 번쩍 들었다.


“이게 다 뭐야? 귤하고 고구마에 식혜에···”

“원래 찜질방에서 드라마 볼 때는 이렇게 먹으면서 봐야 재밌는 거야. 맥주 못 마시니까 이런 거라도 먹어야쥐~”


광고가 진행되는 티비 화면 우측상단에는 <보이지 않는 사랑> 드라마 예고 자막이 떠 있었다.


“누가 QBS틀어놨네? 니가 튼 거야?”

“무슨? 나 나오니까 벌써 누가 딱 틀어놨더라. <보이지 않는 사랑>이 요즘 동시간대 시청률 1위 드라만데 당연한 거 아냐?”


희정의 말대로 지난 4화의 시청률이 15.7프로를 기록하며 동시간대 시청률이 확실한 1위 굳히기에 들어갔다. <과거의 문>은 시청률 10프로를 간신히 턱걸이한 수준. 보통 시청률 15프로가 넘어가면 티비가 켜진 공공장소에서는 대부분 <보이지 않는 사랑>을 본다고 보면 된다.


드라마가 시작되자 편하게 누워있던 희정이 벌떡 일어나 자세를 고쳐 앉았다. 5화의 오프닝은 마정한이 오디션을 봤던 바로 그 씬이다.


901호에서 문 열어놓고 술판을 벌이며 소음을 내는 901호남과 진상친구들. 소음에 참다 못한 혜정이 나와서 진호가 학교에 가야 하는데 시끄러워서 잠을 잘 수가 없다며 문이라도 닫고 술을 마시라고 부탁한다.


하지만 술이 거나하게 취한 901호 남자는 오히려 혜정에게 같이 와서 술을 한잔하자며 희롱을 한다.


“진호 엄마··· 꺼억··· 그러지 말고 들어와서 같이 한잔해... 이웃끼리 서로 얼굴 알고 지내면 좋지··· 저기 안에··· 홀아비도 많아··· 응?”


하면서 혜정의 손을 덥석 잡는 901호남자.

그때 바로 옆에 나란히 누워 티비를 보던 모녀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분노하며 대화를 주고 받았다.


“어머머··· 저 미친놈!”

“저런 놈은 손모가지를 잘라버려야 해!”


901호 남자의 행패에 옆에서 지켜보던 나영찬의 영혼이 울부짖는다.


“야이 쌍놈의 자식아! 어디서 개수작을 걸어? 야아아아!!!”


하지만 영혼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혜정이 방에 들어가 소리 없이 흐느끼며 영찬을 그리워하는 장면이 이어지면 다시 시작되는 찜질방 모녀의 토크.


“그거 봐. 저래서 집에는 남자가 있어야 한다니까.”

“뭔 소리야? 남자 필요 없고 바로 신고를 해야지, 신고를!”


그러자 이번에는 반대편에서 드라마를 처음 보는 지인에게 줄거리 설명하는 아줌마 등장.


“저 사람은 뭐야? 사람이 아냐?”

“사람 아냐. 저 여자 남편인데 귀신이야, 귀신.”

“엄마. 무슨 귀신이 저렇게 잘 생겼대? 이 드라마 제목이 뭐야?”

“보이지 않는 사랑. 요즘 완전 인기 있는 드라마야. 나 요즘 찜질방에서 저거 보는 재미에 맨날 이 시간에 찜질방 오잖아.”


여기저기서 온갖 대화내용이 쑥덕거리며 들려오는데 기분이 묘했다. 내가 쓴 이야기를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리고 이 사람들이 내가 저 드라마의 작가라는 걸 모른다는 사실에 짜릿한 카타르시스가 느껴졌다.


그때 누군가 티비를 보면서 제법 큰소리로 말했다.


“영찬아. 빨리 몽글빵집 이한영한테 도와달라고 해야지. 어서 달려가.”

“이한영 빵집 문 닫고 퇴근했으면 어떡해?”

“영혼이니까 날아서 집으로 찾아가면 되지.”


어느새 드라마 시청자들은 이한영이 혜정을 도와주는 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 적어도 지금까지는 나영찬이 이한영에게 부탁해 혜정을 도와주도록 하는 설정에 거부감이 없다는 게 다행이다


나영찬의 영혼이 곧바로 몽글빵집으로 날아가고. 막 퇴근준비를 하던 이한영이 사정 얘기를 듣고는 분개하며 바로 출동한다.


901호 앞에 나타난 이한영이 깔깔거리며 왁자지껄한 901호의 열린 문을 주먹으로 쿵쿵 두드린다. 901호 남이 나오고···


“어?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인데? 아 맞다. 여기 입구에 빵집 사장 닮았네?”


이한영이 분노를 삭이며 목소리를 깔고 말한다.


“닮은 게 아니라 나 빵집 사장이야. 저기, 시간도 늦었는데 그만 마시던가, 마실 거면 문을 닫고 조용히 마시던가···”


그러자 901호남이 게슴츠레한 눈으로 대사를 한다. 901호남은 단역을 전문으로 하는 김승택 배우가 연기했는데 분노 유발하는 취객의 연기를 찰지게 잘했다.


“니가 뭔데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야? 어? 꺼억~ 내 소리가 빵집까지 들리냐?”

“아저씨. 나도 이 아파트 주민이거든? 나 옆동 403 호에 살어.”

“뭐? 옆동 403호? 야! 옆동 403 호에서 내 소리가 들린다고? 장난하냐?’

“내가 잠귀가 좀 밝아서 그래. 그러니까 니가 이해를 좀 해줘.”


그러자 안에서 술을 마시던 친구들이 우르르 나와서 한마디씩 하며 이한영을 위협한다. 이한영이 안 되겠다는 듯 팔을 뻗어 소매를 걷어붙이는 척하며 굵은 팔뚝으로 901호남의 턱을 툭 치는데 촬영을 잘해서 턱에 충격이 상당해 보인다.


“으헉!”


901호남이 턱을 감싸쥐며 휘청한다. 그러자 옆에 있던 친구들이 험악한 분위기로 한 마디씩 한다.


“너 방금 사람 쳤냐?”

“야, 현태 맞았어!”

“뭐? 어떤 새끼가 우리 현태를···”

“이 새끼 너 죽었어. 이리 와!”


숫자를 믿고 까불까불 하는 진상들. 그러자 이한영이 팔의 소매를 걷어붙이고는 말한다.


“미안해, 미안. 내가 팔뚝이 좀 굵어서.”


그러면서 팔뚝을 들이미는 이한영. 901호남과 진상들, 이한영의 팔뚝을 휘감은 용문신을 보고는 갑자기 표정들이 얼어붙는다. 다들 이현영과 눈도 마주치지 못한 채 슬금슬금 안으로 들어가며 문을 닫으면··· 혜정이 문을 열고 나와 이한영을 보고 놀란다.


“여긴 무슨 일로···?”


나영찬의 영혼에게 도움을 구하듯 쳐다보다가 적당한 핑계를 찾는 이한영.


“아니 저기··· 그, 그러니까··· 제가 진짜 잠귀가 밝아서요··· 그, 그럼···”


어색하게 인사를 하고 후다닥 계단을 달려 내려가는 이한영. 그런 이한영을 바라보는 혜정과 그런 혜정을 다시 바라보는 나영찬의 영혼이 각자의 상념에 젖는다.

그러자 찜질방 여기저기서 안타까운 탄식이 들려온다.


“영천이 불쌍해서 어떡해. 저 예쁜 마누라를 다른 남자한테 맡기고.”

“그냥 이한영하고 맺어주는 게 낫겠네.”

“근데 이한영은 팔에 문신을 왜 저렇게 하고 다녀? 진짜 조폭 아냐?”


그리고 그 모습을 문틈으로 숨어서 지켜보는 903 호남.

903호남인 장기태가 호들갑을 떨며 아내에게 말한다.


“저 산적같이 생긴 빵집 사장 말이야. 아무래도 진호엄마한테 흑심을 품고 있는 것 같아. 진호 아빠 죽고 나서 요즘 902 호 문지방이 닳도록 드나든다니깐?”

“그걸 당신이 왜 신경을 써?”

“당연히 신경을 써야지. 살아 생전에 내가 진호아빠하고 얼마나 돈독한 사이였는데··· 저러면 안 되지.”


나는 사람들의 분위기를 체크하면서 휴대폰에 아이디어와 일부 수정할 내용들을 메모했다. 보통 대본을 미리 써 놓으면 드라마가 잘 나온다고 생각하지만 의외로 현장에서 쪽지 대본을 쓰며 시청자들의 반응을 집어넣은 드라마의 결과가 좋은 경우가 더 많다.


5화가 끝나자 변함없이 조혜린 실장의 카톡이 왔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5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퇴마하는 작가님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죄송합니다. 4월 1일 연재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5 24.03.29 299 0 -
공지 <휴재안내> 66화부터는 4월1일 연재합니다. +1 24.03.15 215 0 -
공지 앞으로 연재시간이 저녁 7시(19시)로 변경됩니다. +1 24.01.15 4,108 0 -
65 이한영의 과거 +8 24.03.15 1,215 64 12쪽
64 새로운 능력(2) +5 24.03.14 1,480 67 12쪽
63 새로운 능력(1) +4 24.03.13 1,567 62 12쪽
62 방송출연, 영혼탐정(3) +2 24.03.12 1,632 61 12쪽
61 방송출연, 영혼탐정(2) +3 24.03.11 1,687 60 13쪽
60 방송출연, 영혼탐정(1) +2 24.03.10 1,800 64 13쪽
» 시청률(3) +5 24.03.09 1,853 67 13쪽
58 시청률(2) +6 24.03.08 1,868 70 12쪽
57 시청률(1) +4 24.03.07 1,936 68 13쪽
56 첫 방송(3) +2 24.03.06 1,926 69 13쪽
55 첫 방송(2) +1 24.03.06 1,889 65 12쪽
54 첫 방송(1) +5 24.03.05 1,970 61 13쪽
53 제작발표회(2) +1 24.03.04 1,977 67 12쪽
52 제작발표회(1) +3 24.03.03 2,050 64 12쪽
51 크랭크인(2) 24.03.02 2,109 69 14쪽
50 크랭크인(1) +2 24.03.01 2,198 68 12쪽
49 몽글빵집의 혼령(2) +1 24.02.29 2,148 66 12쪽
48 몽글빵집의 혼령(1) +1 24.02.28 2,207 72 12쪽
47 몽글빵집 +12 24.02.27 2,282 68 12쪽
46 대본리딩(2) +2 24.02.26 2,318 69 13쪽
45 대본리딩(1) +4 24.02.25 2,399 70 15쪽
44 오디션(2) +6 24.02.24 2,393 66 12쪽
43 오디션(1) +1 24.02.23 2,407 70 13쪽
42 염매(2) +4 24.02.22 2,424 78 13쪽
41 염매(1) +4 24.02.21 2,579 77 13쪽
40 마지막 퍼즐(2) +2 24.02.20 2,628 75 12쪽
39 마지막 퍼즐(1) 24.02.19 2,703 71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