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흠박 님의 서재입니다.

톱스타 떡잎 줍는 괴물 신입 매니저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공모전참가작 새글

흠박
작품등록일 :
2024.05.08 10:45
최근연재일 :
2024.07.02 12:50
연재수 :
58 회
조회수 :
935,157
추천수 :
20,188
글자수 :
325,283

작성
24.05.27 18:25
조회
16,731
추천
351
글자
12쪽

22화 귀인이 나타났거든요

DUMMY

쉘터를 구축한 홍슬기가 소매를 걷어붙이고 삽으로 갑자기 땅을 파기 시작했다.


"뭐 하는 거죠···?"


PD의 물음에 홍슬기가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전날에 비가 왔는지 마침 땅이 젖어 있어요. 이럴 땐 화덕 만들기가 참 좋거든요."

"화덕이요? 여기서요?"


현역 군인 뺨치는 능숙한 삽질 덕에 금세 구덩이 하나가 만들어졌다.

거기에 질펀한 황토를 치덕치덕 발라 모양을 잡아주자 금세 그럴듯한 간이 화덕 하나가 만들어졌다.


"와···."


그 모든 장면을 카메라로 찍고 있던 VJ 입에서 자신도 모르게 감탄사가 튀어나왔다.

육군 만기 병장 출신인 자신이 봐도 군더더기 하나 없는 스무스한 과정이었기 때문이었다.


이후, 마른 나뭇가지로 부싯깃을 만든 홍슬기가 파이어 스틸로 능숙하게 불을 붙였다.

장작을 몇 개 더 때려 넣자 화덕 안에 불길이 거세지며 금세 주변을 훈훈하게 달궜다.


"개 멋있어······."


아마존 여전사를 연상케 하는 걸크러쉬 매력에 강이슬 작가가 홀린 듯 중얼거렸다.


"다들 배고프시죠? 제가 홍슬기표 특선 요리를 해드릴게요."


가져온 배낭에서 고깃덩어리와 양념통을 꺼낸 홍슬기.

간단히 손질을 마치고선 주워놓은 대나무 작대기에 고기를 꿰기 시작했다.


"양갈비하고, 돼지 통목살이에요. 바비큐로는 이게 제일 괜찮더라고요."


조절조잘 떠들며만들어놓은 화덕에 대나무 꼬치를 걸쳐 놓기 시작한 홍슬기.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이야르 반응을 일으킨 고기들이 지글지글 익기 시작했다.

고기 특유의 고소한 육향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꿀꺽···."


그 먹음직스러운 비주얼에 모두가 홀린 듯 고기만 쳐다봤다.

잠시 후, 노릇노릇 구워진 대나무 꼬치구이가 우리 앞에 내밀어졌고.


"와···. 미쳤다. 진짜."

"이건, 식당에서 먹는 고기하고는 아예 겸상이 안되는데?"

"넘 맛있어 흑···."


큼지막한 고깃덩이를 한입 크게 베어 물자 촉촉한 육즙이 터져 나오며 고소한 풍미가 입안에서 오케스트라를 열었다.


이때만큼은 나 역시 정신 놓고 고기만 뜯었던 것 같다.

그 정도로 요리는 정말 맛이 있었다.


눈 깜짝할 새에 고기는 자취를 감추었고, 우리는 나른한 표정으로 불러온 배를 두드렸다.

어느새 뉘엿뉘엿 해가 떨어지고, 땅거미가 깔리는가 싶더니 어둠이 앞을 가렸다.


완연한 봄이었지만 일교차가 크다 보니 밤에는 제법 쌀쌀함이 감돌았다.

그러다 보니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화덕 앞에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주황빛 모닥불 속에서 덜 마른 나뭇잎이 오지직오지직 타는 소리가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저는 홍슬기씨가 이런 매력을 가진 배우인 줄 전혀 몰랐습니다."


오필수 PD의 말에 강이슬 작가도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슬기님 이미지를 떠올리면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혀봤을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대체 이런 취미는 언제부터 하게 된 겁니까?"


"아, 그게···."


활활 타오르는 불길 쪽으로 시선을 돌린 홍슬기가 배시시 미소를 지었다.


"아빠 때문에 반강제적으로 하게 됐어요. 어릴 때부터 저를 그렇게 데리고 가셨거든요."

"이런···. 야생 캠핑을요? 더구나 여자애를?"


"저희 아빠가 군인 중에서도 좀 유별나셔서 캠핑이나 이런 걸 유독 좋아하셨어요. 아들이 태어나면 같이 캠핑 다니는 게 로망이셨는데 딸이 태어났으니 못내 아쉬웠던 거죠."


"직업 군인이시면 조금 엄하신 편이셨겠네요."


부드러운 미소를 입에 내건 홍슬기가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에요. 겉보기완 다르게 은근 여린 구석이 많거든요. 지금 생각해보니깐 그냥 저랑 같이 다니고 싶으셨던 것 같아요. 저도 물론 아빠를 좋아했고...그러다 보니 아빠가 좋아하는 것을 저도 자연스레 좋아하게 되더라고요. 모형 총을 모으기 시작한 것도 그 영향이었어요. 어릴 때 공룡 이름보다 총 이름을 먼저 외울 정도였다니까요."


"허, 총을 모아요? 슬기씨가요?"


파도 파도 계속 나오는 홍슬기의 괴랄한 취미에 오PD는 혀를 내둘렀고, 강 작가는 열심히 무언가를 메모했다.


"그냥 취미에요. 하나둘씩 모으다 보니 어느새 방 하나를 꽉 채우긴 했지만···."


머쓱한 듯 볼을 긁적이는 홍슬기.


"근데 일반 오토 캠핑도 아니고, 이런 와일드한 캠핑을 좋아하는 이유가 있나요? 여간 고생스러운게 아니던데."


"어, 음···. 이게 보기엔 힘들어 보여도 되게 힐링이 되요. 일상에서 탈출한 해방감이 느껴진다고나 할까?"


불길이 약해진 화덕에 홍슬기가 장작을 몇 개 더 집어넣자 금세 불길이 치솟았다.


"아시겠지만, 제가 아역 때부터 쭉 연기를 해왔잖아요. 그러다 보니 또래 애들보다 좀 일찍 철든 게 있었어요. 싫어도 싫다는 소리 못하고, 좋아도 좋은 척을 못 했어요. 그러다 보니 가슴 속에 답답한 게 점점 쌓이더라고요. 그럴 때마다 이렇게 산 좋고 물 좋은 데 와서 온전히 저만의 시간을 보내곤 했어요. 바쁘게 움직이다 보면 아무런 생각이 안 나거든요."


타닥타닥 소리 내며 타들어 가는 장작을 바라보는 홍슬기의 입가에 쓴웃음이 걸렸다.


"아역에서 성인 연기자로 전환하는 시기에 긴 슬럼프가 찾아왔어요. 뭘해도 되는 게 없고, 어렵게 들어간 작품은 하는 족족 망하고, 연기 잘하는 분들은 계속 나타나고···. 총체적 난국이었죠. 저 스스로 느꼈어요. 이대로 가면 결국 잊혀질 거라는걸. 그래도 어떻게든 발버둥 쳤어요. 그냥 포기하기엔 연기가 너무 좋았거든요. 매일 밤 기도했어요. 다른 건 다 앗아가도 제발 연기 하나만큼은 저에게 남겨달라고."


가늘게 떨리는 홍슬기의 음성에서 당시의 절박함이 그대로 전해졌다.

이야기에 한껏 몰입한 오필수와 강이슬의 얼굴에도 안타까움이 묻어나왔다.


"그래도 지금은 훨씬 좋아지지 않았습니까? 제비꽃으로 호평도 받으셨고, 듣기로는 정대윤 감독 차기작에도 캐스팅 됐다면서요?"


오 PD의 물음에 홍슬기가 방긋 미소를 지어 보였다.


"네, 다행히 길고 길었던 터널의 끝이 보이는 것 같네요."

"다행이네요. 혹시 특별한 계기 같은게 있었나요?"


"계기라...있었죠."


불현듯 홍슬기의 시선이 카메라 뒤에 서 있던 나에게 향했다.


"귀인이 나타났거든요. 구렁텅이에서 허우적대는 절 꺼내준."

"귀인이요?"


눈치 빠른 오필수가 홍슬기의 시선이 향한 곳을 알아챘다.


"설마 지금 매니저님이···?"

"맞아요. 돌이켜 생각해보면 지금 매니저 오빠를 만나고 나서 모든 게 술술 풀리기 시작했어요."


잠깐 생각에 잠겨있던 오필수가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처음 절 찾아왔을 때를 떠올려보면 확실히 특이한 사람이긴 했죠."

"오빠가요? 뭘 어떻게 했는데요?"


눈이 초롱초롱해진 홍슬기가 뜨거운 눈빛으로 오필수를 쳐다봤다.

예능 미팅이 잡혔다는 통보만 받았지, 그 과정에 대해서는 전혀 들은 바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보통 매니저들이 PD한테 명함이나 프로필을 전하러 올 때면 긴장된 모습을 보이기 마련인데 전혀 그런 모습이 없더군요. 무엇보다 신기했던 건 제가 구상하고 있던 아이템에 대해 알고 있었다는 겁니다. 그러더니 대뜸 골머리 썩고 있던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다고 하더군요. 당시엔 저도 꽤나 절박했던 상황이라 지푸라기라도 잡자는 심정으로 대화를 승낙했지만.... 솔직히 별 기대는 없었습니다."

"그래서요?"


흡사 재밌는 동화를 듣는 아이처럼 엉덩이를 들썩이는 홍슬기.


"그런데 생각보다 현실적인 방안을 제시해주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귀를 열게 되더라고요. 무엇보다 희한했던 건 이상하게 사람을 편하게 해주는 그 화법이었습니다. 정신 차리고 보니 제가 별 얘기를 다 하고 앉아있더군요."


이에 홍슬기가 공감의 손뼉을 쳤다.


"맞아요! 목소리가 크지도, 말이 빠르지도 않은데 이상하게 설득력 있는 목소리. 저도 처음에 그거에 넘어간 거든요."

"이해합니다. 그 자리에 계속 있다간 저희 집안 사정까지 다 털어놓을 것 같아서 급하게 자리를 정리했죠. 덕분에 문제 해결의 실마리도 얻었고 해서요. 그러면서 내심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아, 이걸 빌미로 뭔가 요구를 하겠구나라고."


"그래서 저한테 미팅 제안을 해주신 건가요?"


홍슬기의 물음에 오필수가 단호히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요. 송 매니저님은 저에게 아무런 요구도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퇴근길에 안부 문자 하나만 봐달라고 하더군요."

"안부 문자요?"


"퇴근길에 메시지를 확인해보니 웬 링크가 하나 보내져 있더라고요?"

"아···. 설마?


"하하하. 맞습니다. 그게 홍슬기씨가 비밀리에 운영하는 너튜브 채널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걸 보고 바로 무릎을 딱 쳤죠. 다음날 작가들한테도 보여줬는데 다들 저와 같은 반응이었습니다."


묵묵히 듣고 있던 강이슬 작가가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저희가 하려고 했던 기획 자체가 캠핑 좋아하는 연예인들 모아서 뭔가를 해보자! 뭐 이런 거였거든요. 딱 영상 보자마자 작가들 입에서 나온 말이 '세상에······.' 이거였어요. '홍슬기가 저런 캐릭터였어? 매력 터진다!' 이러면서···. 아무튼 난리도 아니었어요. 완전 홍슬기의 재발견! 세상 사람들이 이걸 알아야 하는데 뭐 그런?"


작가의 칭찬 폭격에 홍슬기의 양 볼이 발그레하게 달아올랐다.


"근데 눈앞에서 직관해보니 확신했어요. 이건 무조건 해야 한다고. PD님도 같은 생각이시죠?"

"응? 갑자기 왜 날 걸고넘어져?"


"지금 PD님 표정이랑 제 표정이랑 다를 바가 없거든요."

"큼큼···. 그랬나?"


작가의 지적에 오필수가 자신의 얼굴을 매만졌다.


"뭐, 기대 이상인 건 맞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하려는 건 예능이지 다큐가 아니잖아요? 그건 알고 있으시죠?"

"예, 알고 있어요."


"결국엔 대화를 이끌어 가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건데···."


살짝 시무룩해진 홍슬기를 힐끔 살피던 오PD가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것도 지금처럼만 하면 충분하겠네요."

"네···? 정말요?"


"아까 말씀하셨죠? 일상에서의 탈출, 해방감. 그런 걸 필요로 하는 연예인들을 게스트로 초청할 겁니다. 그러면 홍슬기씨는 지금처럼 일을 시키고, 맛있는 거 먹고, 저녁에는 이런저런 속 깊은 얘기도 하고. 그런 모습만 보여주면 됩니다."


"그 말씀은···?"

"슬기씨 아닌 그림은 그려지지도 않네요. 안 그래 강 작가?"


강이슬이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제목은 아마도 [홍슬기의 달콤살벌한 캠터뷰]가 될거고, 계약만 마무리되면 어디 보자···. 1화는···. 얼추 한 달 후쯤에 올라가겠네요."


오 PD의 말에 놀란 토끼 눈이 되어버린 홍슬기.


"예? 어떻게 그렇게 빨리···?"

"하하하, 오늘 콘텐츠 제대로 뽑지 않았습니까? 배우 홍슬기의 재발견, 불 앞에서 털어놓는 그녀의 진솔한 얘기들. 1화 예고편으로는 최곤데요? 안 그렇습니까 송 매니저님."

"충분해 보이네요."


"웹 예능으로 제작되는 제작되는 거라 당장에 화제성이 생기거나 그러진 않을 겁니다. 그래도 반응이 나쁘지 않으면 정규 편성해주기로 윗선과 쇼부 봐놨으니 우리 열심히 한번 해봅시다."


웃으며 악수를 청하는 오PD를 보며 홍슬기가 손을 맞잡았다.


그리고 한 달이 좀 지난 시점에 TBN의 웹예능 너튜브 채널, '스튜디오 와글와글'에 [홍슬기의 달콤살벌한 캠터뷰] 1화가 업로드 된다.


그렇게 영상이 올라간 지 사흘째가 되던 시점.

영상의 반응은 오필수가 예상한 흐름과 전혀 다르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추천, 선작 눌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톱스타 떡잎 줍는 괴물 신입 매니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1 31화 하루에 두 탕은 힘들어 +9 24.06.05 15,722 343 13쪽
30 30화 제가 해결하겠습니다 +8 24.06.04 16,067 341 11쪽
29 29화 굴러 들어온 복 +12 24.06.03 16,439 333 13쪽
28 28화 맹목적 믿음 +8 24.06.02 16,605 341 12쪽
27 27화 시궁창에도 별은 뜬다 +8 24.06.01 16,655 371 12쪽
26 26화 물이 쏟아져 들어온다 +10 24.05.31 16,677 370 12쪽
25 25화 벌써 잊으신거 아니죠? +11 24.05.30 16,822 371 12쪽
24 24화 충격고백 +13 24.05.29 16,821 377 13쪽
23 23화 심상치 않은 게스트 +8 24.05.28 16,695 366 12쪽
» 22화 귀인이 나타났거든요 +13 24.05.27 16,732 351 12쪽
21 21화 조금 이상한 미팅 +11 24.05.26 16,746 351 12쪽
20 20화 올게 왔구나 +10 24.05.25 16,813 378 13쪽
19 19화 너도 같이 오래 +8 24.05.24 16,875 334 11쪽
18 18화 야동 아임다 +8 24.05.23 17,028 331 12쪽
17 17화 맨땅에 헤딩 +8 24.05.22 17,242 325 12쪽
16 16화 포텐터진 날 +8 24.05.21 17,266 350 11쪽
15 15화 뺏기지 않을거에요 +11 24.05.20 17,335 342 11쪽
14 14화 그쪽 정말 대단하네요 +13 24.05.19 17,363 350 13쪽
13 13화 어떻게 아는 사이죠? +9 24.05.18 17,538 368 14쪽
12 12화 부담스러운 관심 +19 24.05.17 17,561 355 11쪽
11 11화 제가 감이 좀 좋습니다 +9 24.05.16 17,786 356 13쪽
10 10화 진짜 미친년 아냐? +16 24.05.16 18,068 357 15쪽
9 9화 오빠는 내 운명 +11 24.05.15 18,208 349 12쪽
8 8화 진짜 미친년 +10 24.05.14 18,153 362 11쪽
7 7화 그녀의 대운 +16 24.05.13 18,837 360 11쪽
6 6화 이능과 업보 +8 24.05.12 19,333 391 13쪽
5 5화 이상한게 보인다 +8 24.05.11 19,985 380 11쪽
4 4화 간택당하다 +16 24.05.10 20,317 403 12쪽
3 3화 단기속성과외 +15 24.05.09 20,734 407 11쪽
2 2화 삿된 것이 씌였다 +29 24.05.08 23,320 419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