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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박 님의 서재입니다.

톱스타 떡잎 줍는 괴물 신입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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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새글

흠박
작품등록일 :
2024.05.08 10:45
최근연재일 :
2024.07.02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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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5,283

작성
24.05.09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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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3화 단기속성과외

DUMMY

머릿 속에 있는게 진짜로 되니깐 흥에 겨워 너무 오바해버렸다.

놀란 토끼 눈이 되어 쳐다보는 홍슬기의 시선이 부담스러워 슬그머니 부채를 돌려줬다.


"아무튼 제 생각은 그렇다는 겁니다.“

"혹시 한국무용 전공이세요···?"


"아뇨. 제 전공은 용접입니다만."


참고로 나는 공고 기계과 출신이다. 아, 지금은 마이스터고로 바뀌었다고 했나? 뭐 아무튼.


"근데 어떻게 그런···."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제가 개인적으로 그런 쪽에 관심이 많아서 하하."


별수 있나. 그저 앵무새처럼 같은 대답만 반복하는 수밖에.

멍한 얼굴로 손에 든 부채를 바라보던 홍슬기가 부채를 펼쳐 다시 한번 춤사위를 선보였다.

원래 자신이 하던 춤이 아닌, 내 동작을 어설프게 따라 한 모양새로.


"이, 이게 맞나요?"


다행히도 홍슬기는 춤에 제법 재능이 있는 편이었다.

방금 보고 따라한 것치고는 태가 썩 나쁘진 않았으니.

하지만 실전에 내보이기엔 역시나 어설픈 부분이 많았다.


"나쁘진 않았는데 손목을 더 써야 됩니다. 손가락은 더 구부리시고 힘을 더 빼세요. 그렇게 힘주면 자연스러운 움직임이 나오질 않아요. 더더 힘 빼요. 오케이 딱 그 정도로 유지해요."

"이렇게요?"


"오! 한결 좋아졌어요. 이제는 어깨를 써서 동작을 더 크게 보여야해요. 그래야 임팩트가 있으니. 그리고 표정, 아시는지 모르겠는데 표정이 너무 굳어있어요. 춤에 너무 신경이 몰두 되어있다는 얘기죠. 춤보다는 표정과 감정선이 더 중요해요. 그것만 좋아도 어느 정도 어설픈 동작은 커버가 되거든요."


땀까지 뻘뻘 흘리며 연습에 몰입하는 홍슬기의 모습에 개인과외 하듯 춤의 동작과 포인트를 디테일하게 손봐줬다.


확실히 홍슬기는 가무(歌舞)에 재능이 있었다.

과거에 태어났으면 필시 이름을 날렸을 기생이 될 수 있을 정도로.

아. 이건 칭찬이 아닌가?

아무튼, 그만큼 홍슬기는 소위 말하는 선(線)이 이뻤다.

이는 타고난 부분도 분명히 있어야 했다.


시간이 흐르자 홍슬기의 춤사위가 눈에 띄게 좋아지기 시작했고, 어느새 제법 태(態)가 나오기 시작했다.


"오! 방금 그 턴 동작은 엄청 좋았어요. 그리고 표정! 결국, 포인트는 밀당이거든요? 처음에는 무심한 듯 너에게 관심 없는 척하다가, 설국 파트로 넘어가면 그때 은근히 눈길 주면서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 그러다가 다시 시선을 거두고. 그렇지! 바로 그겁니다."


어느새 열혈 스승이 되어 단기 속성 과외에 열과 성을 다하게 되었다.

알려주는 족족 스펀지처럼 흡수하는 게 가르치는 맛이 난다.


"헥헥···. 이 정도면···. 괜찮을까요?"

"급하게 배운 것 치곤 훌륭합니다. 어차피 단기간에 완벽히 습득한다는 건 불가능해요. 그것보단 방금 제가 찝어준 포인트만 신경 써도 절반 이상은 먹고 들어갈 겁니다."


"너무너무 고마워요! 솔직히 이전 춤은 뭔가 마음에 안 들었는데 지금 이 춤은 느낌이 너무 좋아요."

"다행이네요.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다니."


나는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혀있는 홍슬기에게 손수건을 건넸다.


"앗. 감사합니다.“


끼이익


기가 막힌 타이밍에 문이 열리며 조연출이 들어왔다.


"홍 배우님? 이제 촬영 들어갈 준비 할게요."

"네. 알겠습니다."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린 홍슬기가 긴장한 기색으로 말했다.


"잘하고 올게요."

"같이 가시죠."


"아···? 괜찮으시겠어요?"

"아무렇지 않습니다. 소리만 요란했지 다친 데는 없어요."


"다행이에요! 하아···. 그나저나 제가 잘할 수 있을지···."

"잘 해낼 수 있을 겁니다. 연습한 대로만 하면 충분히."


그 정도면 어느 정도 인상은 남길 수 있을 것이다.

채홍사로 임명된 정만수가 주로 했던 일이 전국팔도를 돌아다니며 유명세가 있는 예기(藝妓)란 예기는 모두 만나고 다닌 것이었다.


서당 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그녀들이 추던 춤을 매일 같이 보고, 남성을 유혹할 수 있는 노하우에 관해서도 얘기 듣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쪽 분야에 관해서는 전문가가 되어있었다.

물론 이 모든 것은 내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채홍사 정만수의 기억이었다.



***


"의상팀! 아직 멀었어?"

"잠시만요! 아오! 이게 갑자기 왜 풀어진 거지?"


"미리 미리 체크 안 하고 뭐 했던 거야!"


촬영에 들어가기 전.

홍슬기의 한복과 가체(加髢)에 약간의 문제가 생겨 촬영이 다소 지연되었다.

모상호 감독의 불호령에 의상팀 스태프가 땀을 뻘뻘 흘리며 홍슬기의 옷매무새를 점검했다.


"안 그래도 바빠 죽겠는데 별···. 아오."


평소에는 성격이 무던한 편이었지만 촬영만 들어가면 사람이 백팔십도 바뀌어 다혈질이 되는 모상호 감독이었다.

그런 모상호 옆으로 그의 영혼의 파트너로 불리는 이장원 작가가 붙었다.

30여년간 사극이라는 한 장르만 집필하며 역사극에 애정을 쏟아부었던 이장원은 백상예술대상, 한국방송작가상, 대종상 각본상을 비롯하여 지난해에는 부관문화훈장까지 받은 그야말로 한 장르의 명장에 가까운 사람이었다.


"껄껄껄. 거 너무 열 내지 마십시다. 또 다들 도망가면 어쩌려고 그럽니까?"

"하아···. 그게 내 맘대로 됩니까? 어째 다들 절박함이 없어 절박함이. 에잉 쯧쯧."


모 감독과의 작업이 빡빡하기 그지없다는 사실은 이미 방송가에 정평이 나 있는 부분이었다.

오죽했으면 조연들만 나오는 장면을 세 시간 넘게 찍은 적도 있었을까?

배우들의 몸짓뿐 아니라 대사 처리까지 일일이 디렉팅하다보니 비일비재하게 생기는 일이었다.


"그나저나 홍슬기 저 친구가 기생 애월의 느낌을 절반만이라도 살렸으면 좋겠는데···."


이장원 작가의 우려 섞인 눈빛에 모상호 감독이 코웃음을 쳤다.


"그러니깐 내가 애초에 한국 무용 전공한 애로 뽑자고 안했수? 이 작가가 우겨서 저 친구 뽑았던 거 잊으면 안 됩니다?"


"애월 역이 단순히 춤만 잘 춘다고 다가 아니라는 걸 잘 알지 않습니까?"

"잘 알죠. 그래서 울며 겨자 먹기로 저 친구 캐스팅한 거 아닙니까. 춤은 나중에라도 익힐 수 있으니."


"춤은 한번 보셨습니까?"


이장원 작가의 질문에 모상호 감독의 고개가 천천히 끄덕여졌다.


"보긴 봤는데···. 솔직히 어설프긴 합디다. 편집으로 최대한 분위기만 살리는 쪽으로 해봐야지 뭐."


"뭐. 저 친구 성격상 노력은 많이 했을 겁니다. 한번 지켜보시죠."

"이 바닥에서 인지도 없는 배우 중에 노력 안 하는 사람 못봤수다. 그래도 마스크는 나쁘지 않으니 심한 정도만 아니면 대충 넘어가야지 뭐. 하아···. 일정이 너무 밀렸어요."


그때 홍슬기의 의상을 만지던 스태프가 모 감독을 쳐다보며 소리쳤다.


"감독님! 준비 다 끝났습니다."

"거참 빠릿빠릿하기도 하다! 시간 없으니깐 집중력 있게 갑시다! 다들 퇴근이란 걸 하고 싶으면 말이지."


모 감독의 서슬 퍼런 경고에 스태프들의 몸이 움찔하며 굳은 얼굴로 촬영 준비에 임했다.


"자! 들어갑시다! 하이~! 큐!"


모상호 감독의 큐 사인에 카메라에 빨간불이 횃불처럼 켜졌다.



###


높은 담장 너머 정승처럼 줄지어 서 있는 아름드리나무들, 드넓은 정원에는 멋들어지게 굽은 소나무와 기이한 바위들이 병풍처럼 자리하고 있었다.


정원 한쪽에 마련된 정자에는 세 명의 사내와 아교처럼 착 달라붙은 기생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온갖 진수성찬이 빼곡히 들어찬 상 위에는 빈 술병이 나뒹굴고 있었다.


"애월이! 애월이는 아직 멀은 게야!? 아니! 대체 언제까지 기다리게 할 건가! 감히 내가 누군지 알고!"


가장 연장자로 보이는 사내가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며 연신 애월의 이름을 불러댔다.

술에 취한 듯 두 눈은 흐리멍덩했고, 두 뺨에는 발갛게 홍조가 퍼져있었다.


곧이어 기생 하나가 단아한 걸음걸이로 정자 계단에 올라섰다."


"저를 찾으셨다고 들었습니다."


사내가 게슴츠레한 눈으로 애월의 자태를 위아래로 훑더니 나지막한 감탄을 터트렸다.


"호오···. 네가 그 유명한 애월이라는 기생년이더냐? 거참 얼굴 한번 보기 차암 힘들구나."

"송구하옵니다. 찾는 손님이 많아 본의 아니게 결례를 범하고 말았사옵니다."


"뛰어난 무기(舞妓)라고 장안에 소문이 자자하더구나. 네년 춤 실력이 그렇게 뛰어나다지?"

"하찮은 재주를 어여쁘게 봐주시니 감사할 따름이옵니다."


"껄껄껄. 그래, 어디 그 솜씨 한번 보자꾸나. 너를 기다리느라 목이 빠지는 줄 알았어."


싱긋 미소를 지은 애월이 다른 기녀에게 눈짓을 보냈고, 고개를 끄덕인 기녀가 정자 한편에 놓여있는 가야금을 잡았다.


[띠이잉 띵 띵]


가야금을 잡은 기녀가 현(絃)을 튕기자 구슬픈 음률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촤아아악


동시에 애월이 손에 들린 합죽선(合竹扇)을 펼치자 명쾌한 소리와 함께 본격적인 춤사위가 시작되었다.

떠들썩했던 술자리에 정적이 찾아오며 사내들뿐 아니라 옆에 앉은 기녀들까지 모두 애월의 춤사위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아······."


사내들의 입이 서서히 벌어지며 나풀거리는 애월의 움직임을 홀린 듯 쫓았다.

홍학의 자태처럼 외다리를 살짝 꼰 애월의 독특한 춤사위는 고흥을 자아냈다.

가락지고 역동적인 그녀의 춤사위는 후반부로 갈수록 단아하면서 우아하게 바뀌었다.


사붓한 버선발로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딘 애월이 고혹적인 눈동자로 사내들을 응시했다.

연분홍 옷고름을 나풀거리며 열두 자락 치마폭을 펄렁이는 애월의 춤사위는 마치 한 마리 나비와도 같았다.


그때였다.


띵!


가야금의 줄 하나가 끊어지며 돌연 연주가 멈추었다.

당황한 기녀가 사내들과 애월의 눈치를 살폈다.

자칫 여흥을 깼다는 이유로 경을 칠까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허나 연주가 중단되었음에도 사내들의 시선은 여전히 애월에게만 고정되어있었다.

놀란 기녀가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세상에···."


분명 연주는 끝이 났는데도 무기(舞妓) 애월의 춤사위는 여전히 멈출 줄을 몰랐다.


휘이이잉


때마침 불어오는 동짓달 밤바람에 애월의 앞머리가 교태롭게 나풀거렸다.

분명 그냥 보면 텅 비어있는 독무일지언데 어찌 이리도 풍성하게 느껴지는 것일까?


구슬픈 노래에 강물에 아른거리는 달빛, 바람결에 하늘거리는 촛불, 살긋살긋 흔들리는 그림자가 합을 맞춰 어우러지자 처연한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춤사위가 완성되었다.


영원할 것 같던 춤사위는 서서히 멎어갔고, 활짝 펼쳐져 있던 부채가 사르르 접혔다.

그녀의 우아함과 아름다움이 퍼져나가 마치 산들바람이 퍼져나가는 듯한 아름다운 광경이 펼쳐진다.

고상한 자태로 인사를 마친 애월의 붉은 입술이 우아한 곡선을 그렸다.


"어떻게. 소녀의 재주는 마음에 드셨사옵니까?"


기생 애월의 물음에도 정자에 내려앉은 적막은 쉬이 깨어질 생각이 없어 보였다.



***


"커, 컷!"


적막은 카메라 앵글 속뿐만이 아니었다.

감독이 컷 사인을 내렸음에도 촬영 현장에는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아 있었다.


작가의말

추천 선작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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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30화 제가 해결하겠습니다 +8 24.06.04 16,073 341 11쪽
29 29화 굴러 들어온 복 +12 24.06.03 16,442 333 13쪽
28 28화 맹목적 믿음 +8 24.06.02 16,607 341 12쪽
27 27화 시궁창에도 별은 뜬다 +8 24.06.01 16,657 371 12쪽
26 26화 물이 쏟아져 들어온다 +10 24.05.31 16,682 370 12쪽
25 25화 벌써 잊으신거 아니죠? +11 24.05.30 16,826 371 12쪽
24 24화 충격고백 +13 24.05.29 16,825 377 13쪽
23 23화 심상치 않은 게스트 +8 24.05.28 16,697 366 12쪽
22 22화 귀인이 나타났거든요 +13 24.05.27 16,734 351 12쪽
21 21화 조금 이상한 미팅 +11 24.05.26 16,747 351 12쪽
20 20화 올게 왔구나 +10 24.05.25 16,815 378 13쪽
19 19화 너도 같이 오래 +8 24.05.24 16,876 334 11쪽
18 18화 야동 아임다 +8 24.05.23 17,030 331 12쪽
17 17화 맨땅에 헤딩 +8 24.05.22 17,244 325 12쪽
16 16화 포텐터진 날 +8 24.05.21 17,270 350 11쪽
15 15화 뺏기지 않을거에요 +11 24.05.20 17,335 342 11쪽
14 14화 그쪽 정말 대단하네요 +13 24.05.19 17,365 350 13쪽
13 13화 어떻게 아는 사이죠? +9 24.05.18 17,541 369 14쪽
12 12화 부담스러운 관심 +19 24.05.17 17,566 355 11쪽
11 11화 제가 감이 좀 좋습니다 +9 24.05.16 17,786 356 13쪽
10 10화 진짜 미친년 아냐? +16 24.05.16 18,072 357 15쪽
9 9화 오빠는 내 운명 +11 24.05.15 18,211 349 12쪽
8 8화 진짜 미친년 +10 24.05.14 18,156 362 11쪽
7 7화 그녀의 대운 +16 24.05.13 18,839 360 11쪽
6 6화 이능과 업보 +8 24.05.12 19,336 391 13쪽
5 5화 이상한게 보인다 +8 24.05.11 19,991 380 11쪽
4 4화 간택당하다 +16 24.05.10 20,320 403 12쪽
» 3화 단기속성과외 +15 24.05.09 20,739 407 11쪽
2 2화 삿된 것이 씌였다 +29 24.05.08 23,323 41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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