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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박 님의 서재입니다.

톱스타 떡잎 줍는 괴물 신입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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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새글

흠박
작품등록일 :
2024.05.08 10:45
최근연재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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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5,283

작성
24.05.17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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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2화 부담스러운 관심

DUMMY

"작품은 성공하겠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재기는 좀 힘드실 수 있겠네요."

"뭐라구요···?"


얼굴이 딱딱하게 굳은 김지원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고, 경악한 홍슬기는 안절부절못하고 나를 쳐다본다.

하지만 내 신경은 온전히 김지원의 머리 위에 떠 오른 문자에 쏠려있었다.


『錢』 (돈: 전)


음울한 불길함을 내포한 검붉은 빛.

색깔을 보아하니 팔액(八厄)중에서도 관액(官厄)에 해당한다.


관액이란 일종의 관재수나 구설수 따위의 좋지 않은 일들이 생겨날 가능성이 큰 액운으로 사업이나 금전거래로 인해 일신상의 영예에 큰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았다.

그리고 그 액운의 방향이 돈을 가리키고 있다면···.


내가 풀이에 골머리를 썩이고 있는 사이,

어이가 없다는 듯 손부채질을 하던 김지원이 도끼눈을 치켜떴다.


"이봐요! 언제 봤다고 지금 막말을···!"

"혹시···. 최근에 광고 제의 들어온 거 있습니까?"


멈칫.


소리를 빼액 지르려다가 순간 꿀먹은 벙어리가 되어버린 김지원.


"그건 어떻게? 아직 결정된 사항이 아니라 아는 사람이 거의 없을 텐데···."

"그거 하지 마십시요. 빛만 좋은 개살구입니다. 맛있어 보인다고 넙죽 삼켰다간 제대로 탈 날겁니다."

"나 참, 어이가 없어서. 이봐요. 거기가 어딘지 알고 그런 얘길 하는거에요?"


"아마 그쪽에서 평소 김 배우님께서 받던 광고료보다 훨씬 세게 불렀을 겁니다."

"그건 또 어떻게···."


"제대로 알아보시고 계약하시는 걸 권해드립니다. 그렇지 않으면 되려 김 배우님 이미지에 큰 해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황당함에 말문이 막힌 김지원은 그저 입만 벙긋했다.

반쯤 장난으로 물어봤을 뿐인데, 돌아온 대답이란게 대뜸 광고를 하지 말라니.

면전 앞에서 이런 악담을 대놓고 하는 사람은 오랜만이라 신선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대체 무슨 근거로 그런 소릴 하는 거죠?"

"뭐, 감도 감이지만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것도 있고요."


감으로만 때려 맞췄다고 했다가 괜히 이상한 사람 취급당할까봐 살짝 밑밥을 깔았다.


"단순히 그 잘난 감 하나 때문에 그런 엄청난 헛소릴 했다고요? 수십억 원이 오가는 계약 건을 가지고?"

"먼저 물어보셔서 저는 답변만 했을 뿐입니다. 그냥 뭣도 모르는 매니저의 개소리라 생각하시고 무시하셔도 됩니다."


물밖에 튀어나온 붕어처럼 입을 벙긋거리던 김지원이 홍슬기를 쳐다봤다.

이 사람 원래 이렇냐는 눈빛에 송구한 기색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홍슬기.

다소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그냥 넘어갈 수도 있던 걸, 찝찝해서 알려준 것이거늘.


"솔직히 김 배우님도 뭔가 찝찝한 구석이 있으니깐 계약을 미루는 거 아닙니까?"

"....."


어느새 평정을 되찾은 김지원이 나직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니깐 그쪽은 그 광고를 하게 되면 어떤 식으로든 나한테 피해가 될 거란 얘기죠?"


"그냥 피해가 아니라 아주 큰 피해요. 이제껏 구설수 한번 없으셨는데 지금 와서 똥물이 묻으면 아깝지 않습니까."

"하? 거의 확신하는 말투네요."


"어디까지나 제 느낌이 그렇다는 것뿐입니다."


뭔가 약오르는 느낌에 김지원의 입매가 삐뚜름하게 올라갔다.


"아, 그래요? 뭐 나름 신선한 답변이었어요. 그쪽 이름이?"

"송주포입니다."


"굉장히 독특하신 분이네요. 몇 년 차 실장이시죠?"

"저 실장아닙니다만."


"팀장이셨어요? 능력은 있으신가 봐요. 아직 나이도 많지 않아 보이는데."


종종 노안 소리 듣긴 했지만 내가 그렇게 겉늙어 보이나?


"뭔가 오해하신 모양인데 저 이제 1년 차 로드매니저입니다."


또다시 괴이하게 일그러진 김지원의 얼굴.


"로드···? 그것도 1년차아?"

"예, 슬기씨가 제 첫 담당 배우입니다."


성실한 답변에 손으로 얼굴을 가린 김지원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허···. 세상에. 아오, 쪽팔려. 내가 지금 무슨···."


고개를 치켜든 김지원이 부르르 떨리는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신입 사원의 패기···. 뭐 그런 건가요? 제가 본 로드 매니저 중에 가장 인상적이네요."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내가 그래도 업계 선밴데 한가지 조언해드려도 될까요?"

"물론입니다."


"이 바닥에 들어오고 나서 정말 수도 없이 많은 매니저들을 봤어요."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얼추 감은 왔지만, 짐짓 모른 척 고개를 주억였다.


"그중에 성공하는 사람들은 다들 겸손하고, 말을 아끼는 사람들이었어요. 송주포씨도 성공하려고 이 업계에 들어왔겠죠? 그렇다면 제 말을 흘려듣지 않는 편이 좋을 거예요. 입은 닫고, 지갑은 열고. 언더스탠?"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새겨듣겠습니다."


나는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숙여 보였다.

그런 나를 묘한 시선으로 보던 김지원이 한마디를 더 하려던 순간.


"김지원 배우님! 촬영 들어가실게요!"


조연출의 부름에 입술을 달싹거리던 김지원이 픽 웃으며 몸을 일으켰다.


"그럼 이만."


"수고하세요 선배님!"

"들어가십시오."


벌떡 일어난 홍슬기가 허리를 90도를 접으며 그녀를 떠나보냈다.

이내, 쓰러지듯 의자에 털썩 주저앉은 홍슬기가 다 죽어가는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하아, 오빠가 특이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지원 선배님한테까지 일관된 모습을 보일 줄은 몰랐네요."


"저는 그저 묻는 말에 대답만 했을 뿐입니다."

"아니, 어느 매니저가 지원 선배님 물음에 그런 식으로 답해요! 대형 기획사 팀장급도 그렇게 못하겠네."


"저는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지 모르는 초짜 매니저 아닙니까? 아마 그러려니 했을 겁니다."


태평한 내 답변에 게슴츠레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는 홍슬기.


"이제는 얘기해봐요. 솔직히 초짜 매니저 아니죠? 어디서 일해본 적 있죠?"

"없다니깐 그러네요. 담당 매니저 말을 못 믿으면 어떡합니까?"


"못 믿는 게 아니라 뭐랄까···? 제가 봤던 로드 매니저분들은 다들 하나같이 긴장해있거나, 그게 아니면 어디 하나 나사 빠진 것처럼 보이거나 둘 중 하나였는데 이상하게 오빠는···."


"저는 왜요?"


"묘하게 여유롭다고 해야 할까···. 자신만만하다고 해야 할까? 뭐 그런···? 분명 헛소리에 가까운 말인데도 듣고 있으면 이상하게 설득이 되는 느낌이랄까? 뭔가 말로 표현하긴 어렵네요."


"누가 들으면 사이비 교주로 오해하겠네요."

"오! 맞아요. 사이비 교주 했어도 잘했겠어요!"


"했으면 잘하긴 했을 겁니다."


사실 정만수가 마음만 먹었다면 사이비 교주 같은 건 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사람 서넛은 거뜬히 홀리는 간교한 혀와 운명이 흐르는 방향을 엿볼 수 있는 능력이라면 충분하지.


"에이, 재미없어. 무슨 반응이 그래요?"

"무슨 반응을 원했는데요?"


"질색하면서 성질도 내고 그래야지. 무슨 사람이 타격감이 없어."


억울했다. 진짜 자신 있어서 대답했을 뿐인데.


"그나저나 지원 선배님한테는 왜 그런 안 좋을 얘길 한 거에요?"

"악담 아닙니다. 그냥 걱정돼서 한마디 했을 뿐이죠. 뭐, 선택은 본인이 하는거지만."


"아무리 그래도 김 선배님 앞에서는 감독님들도 눈치 봐가면서 얘기하는데 우리 겁 없는 매니저님은 그런 것도 없네요."

"악의를 가지고 한 얘기가 아니니까요. 다음부터는 조심할게요."


그러자 도리도리 고개를 내젓는 홍슬기.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하세요. 제가 본 송 매니저님은 이유 없이 무례하게 굴거나 하실 분은 아니니깐."


왠지 모르게 심장이 간질거렸다.

내 배우가 보내오는 굳건한 신뢰.

그런 게 느껴지자 가슴이 충만감으로 벅차올랐다.

이런 맛에 고된 매니저 일을 하는 게 아닐까?


"그나저나 제법 여유가 넘치시네요? 목검도 손에 놓으시고. 벌써 태만해지신···?"

"송 매니저님이 딴 배우한테 한눈파느라 그런 거잖아요! 저는 얼마나 연습하고 싶었는데."


"호오, 그래요? 다음 촬영까지 시간이 좀 남았죠? 어디 한번 빡세게 굴러봅시다."


'빡세게'라는 말에 홍슬기의 얼굴에 핏기가 싹 가셨다.


"아, 아니 그 정도까지는···."

"아뇨, 아직 보완해야 할 동작들이 많아요. 뼈.가.부.서.지.도.록! 짧고 굵게 가봅시다."


그렇게 나는 울상을 짓는 홍슬기를 도살장에 소 끌고 가듯 끌고 갔다.

멀찌감치 그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는 집요한 시선이 있는지도 모른 채.



***


약 이주 후, 샤워 가운을 걸친 김지원이 욕실을 나오며 전화를 받았다.


"내가 이시간엔 전화하지 말랬을텐데?"


촬영이 없는 휴일에 전화 받는 걸 싫어하는 김지원이었기에 옅은 짜증이 묻어나왔다.

그러다 이내 조금씩 굳어가는 김지원의 얼굴.


"뭐, 뭐라고요? 그 약에 그런 부작용이 있다고요? 근데 왜 다들 지금까지 쉬쉬하고 있는 거죠?"


[아슬아슬하게 식약처 기준에는 통과했으니깐. 당장 문제 될 건 없다는 입장이겠지. 하지만 관련자들은 하나같이 입 모아서 얘기하더라고. 나중에 큰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얼굴이 하얗게 질린 김지원이 부러질 듯 어금니를 꽉 물었다.


"하! 그런 위험한 약을 내 얼굴 걸고 광고하려 했다니···."


[천운이야. 돈만 보고 생각 없이 사인했다가 큰일 날뻔했어. 혹시나 문제라도 터지면 가장 먼저 공격당할 대상이 누구겠어? 광고모델이야. 더구나 건강과 관련된 제품인데···. 어후, 상상만 해도 살 떨리네. 그나저나 어떻게 알았어? 그 약에 문제 있을 수도 있다는 거. 생색내는 건 아닌데 나도 알아내기 무진장 힘들었거든.]


"외부인이 알 가능성은 없는 거예요?"


[뭐, 어떤 입 싼 놈이 흘리고 다녔을 수는 있겠지만, 적어도 내부 입단속을 엄청 철저히 한 건 팩트야. 괜한 헛소문 퍼트리면 법적 소송도 불사하겠다고 직원들한테 엄포를 놓은 모양이더라고.]


"그렇단 말이죠···?"


[아무튼, 이걸로 빚은 다 깐 거다? 이제 괜히 사람 귀찮게 하지마.]


그 말을 끝으로 전화를 뚝 끊어버린 의문의 사내.

젖은 머리를 말릴 세도 베란다 앞으로 걸어간 김지원이 멍한 얼굴로 창밖을 내다봤다.


"그 남자는 대체 어떻게···?"


김지원의 머릿속에 한 남자의 얼굴이 스쳐 갔다.

로드 매니저답지 않은 자신감과 여유를 보이던 묘한 분위기의 사내.


분명 터무니없는 얘기였고, 한 귀로 흘려버려도 무방한 개소리였지만.


"이상하게 계속 신경이 쓰였단 말이지."


화장실 갔다가 뒤처리하고 나오지 않은듯한 찝찝함에 김지원은 남몰래 '바이옥스'라는 회사를 조사했다.

결과는 놀랍게도 남자 말대로였고.


무엇보다 그 제품이 건강에 치명적일 수도 있는 약이라는 게 문제였다.

혹여 문제가 터지면 일반 제품과는 차원이 다른 여파가 닥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

오랜 연예계 생활 동안 큰 잡음 없이 쌓아왔던 자신의 이미지와 명성이 한방에 무너질 수도 있었다.


"진짜 특이한 사람이네···. 그게 아니면 특별한 사람인가?"


마음에 드는 장난감이라도 발견한 아이처럼 천진난만한 미소를 입에 내건 김지원이 휴대폰 캘린터를 펼쳤다.


"흐음...지금 소속사 계약 만료일이 언제였더라?"


그렇게 김지원은 망부석처럼 서서 검은 강물 위에 거꾸로 번져 흐르는 야경 불빛을 한창 동안이나 지켜봤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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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5화 뺏기지 않을거에요 +11 24.05.20 17,335 342 11쪽
14 14화 그쪽 정말 대단하네요 +13 24.05.19 17,365 350 13쪽
13 13화 어떻게 아는 사이죠? +9 24.05.18 17,541 369 14쪽
» 12화 부담스러운 관심 +19 24.05.17 17,567 355 11쪽
11 11화 제가 감이 좀 좋습니다 +9 24.05.16 17,786 356 13쪽
10 10화 진짜 미친년 아냐? +16 24.05.16 18,072 357 15쪽
9 9화 오빠는 내 운명 +11 24.05.15 18,212 349 12쪽
8 8화 진짜 미친년 +10 24.05.14 18,156 362 11쪽
7 7화 그녀의 대운 +16 24.05.13 18,839 360 11쪽
6 6화 이능과 업보 +8 24.05.12 19,336 391 13쪽
5 5화 이상한게 보인다 +8 24.05.11 19,991 380 11쪽
4 4화 간택당하다 +16 24.05.10 20,320 403 12쪽
3 3화 단기속성과외 +15 24.05.09 20,739 40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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