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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박 님의 서재입니다.

톱스타 떡잎 줍는 괴물 신입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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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새글

흠박
작품등록일 :
2024.05.08 10:45
최근연재일 :
2024.07.02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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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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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3,5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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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5,283

작성
24.05.21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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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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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16화 포텐터진 날

DUMMY

###


광해군을 배신하고 반정군 측에 포섭되어 김자점에게 뇌물을 받은 상궁 김개시는 인조반정이 성공하자 자연스럽게 토사구팽을 당하게 된다.


한가로이 사찰에서 불공을 드리던 김개시는 이 소식을 듣고 다급히 민가로 숨어든다.

하지만, 이미 반정군 측에서 파견한 군인들이 주변 민가를 이 잡듯 뒤지며 포위망을 서서히 좁혀 오기 시작하는데···.


"컥! 끄르륵···."


초린이 내지른 칼끝에 목이 꿰뚫린 병사 하나가 피거품을 물며 쓰러졌다.


"흥, 벌레들이 왜이렇게 많아? 어머니. 어서 빨리 여길 빠져나가야 해요."


초조함을 감추지 못한 초린이 김개시의 팔을 잡아끌었다.

하지만 희미한 미소를 지은 김개시는 그저 고개만 절레절레 흔들었다.


"가면 어딜 간단 말이냐? 이미 세상이 바뀌었거늘. 이제 이 땅에 내가 설 곳은 없는 게야."

"다시...다시 시작하면 돼요. 어머니는 내가 지켜요. 반드시···!"


모든 걸 체념한듯한 김개시의 모습에 초린이 거스라미 돋은 입술을 거칠게 물어뜯었다.

그녀의 눈동자엔 무슨 일이 있어도 어미만은 지키겠다는 강렬한 의지가 엿보였다.


"여기다! 여기에 숨어있다!"


한 병사의 외침에 순식간에 병사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초린의 눈이 빠르게 주변을 훑었다.

어느새 입구란 입구는 다 막혀있었다.

그렇다고 노쇠한 김개시를 엎쳐 매고 담을 넘을 수도 없는 노릇.

그녀에게 남은 선택지는···.


"모조리 죽이고 빠져나간다."


초린의 눈동자가 살기로 형형하게 빛났다.

김개시를 기둥 뒤에 숨겨놓은 초린이 고개를 숙여보였다.


"제가 어떻게든 길을 뚫어볼 테니, 어머니는 그 틈을 타서 빠져나가세요. 꼭이요."

"초린아···. 그건!"


김개시의 뒷말은 듣지도 않은 채, 검을 들고 앞으로 뛰쳐나간 초린.


"헤에···. 많이도 왔네? 여인네 둘 잡으려고 고추 달린 사내놈들이 이렇게 떼로 우르르 몰려온 거야? 흐응···. 안 창피하나. 나 같으면 접싯물에 코 박고 죽었겠다."

"저 요녀의 검술이 범상치 않다고 하니 다들 절대 방심하지 마라!"


지휘관의 당부에 병사들의 눈에 옅은 긴장이 들어찼다.


"뭐 좋아. 뒈질 땐 뒈지더라도 저승길 동무는 최대한 많이 데려가야겠어. 내가 외로움을 되게 ~ 많이 타거든. 머리 없는 서방님 많으면 저승에서도 심심하진 않겠지. 아니다, 말을 못 하니 재미없으려나?"


그녀의 비아냥에도 병사들은 동요가 없었다.

그만큼 초린의 악명에 대해 익히 듣고, 단단히 대비해왔다는 방증이기도 했다.


"쳇. 재미없어. 난 재미없는 사내놈은 딱 질색인데."


초린의 고개가 살짝 들리며 담벼락 너머로 시선이 향했다.

어느새 저녁 어스름이 짙게 젖어 들며 그 어느 때보다 검은 구름이 하늘을 뒤덮고 있었다.


스르릉


검붉은 피가 덕지덕지 묻어있는 검을 꺼내든 초린.

그녀의 눈은 어둠 속에 빛나는 창백한 달과 같았다.


"죽어라. 이 미친년!"


서슬 퍼런 대여섯 개의 창끝이 초린에게 날아들었다.

마치 곡예라도 타듯 아슬아슬하게 사이 공간을 파고든 초린.

춤이라도 추듯 부드럽게 팔을 내젓자 선두의 병사들이 비명을 내지르며 쓰러진다.


"끄아아악!"

"커헉···."


얇은 칼끝의 움직임은 기민하면서 정밀했다.

마치 죽음의 바람처럼 그녀가 지나가면 여지없이 생명이 꺼져나갔다.

살육의 예술과도 같은 움직임이 이어졌다.

기세에 밀린 병사들이 뒤로 주춤 물러섰다.


"히히히. 뭐야? 계집 하나 상대 못 해서 사내놈들이 줄행랑을 치는거야? 너무 매력 없잖아."


칼에 묻은 피를 핥으며 조롱하는 초린을 보며 지휘관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뒤로 물러서는 놈이 있으면 즉결 처형이다! 그냥 한꺼번에 달려들란 말이야!"


지휘관의 노호성에 이를 악문 병사들이 눈을 희번덕이며 다시 창대를 들이밀었다.


"죽어!!"


승냥이 떼처럼 달려드는 병사들을 보며 초린의 눈에 초조함이 떠올랐다.


'소모전으로 흘러가면 불리하다. 어머니가 도망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야 해.'


여기저기서 날아드는 창을 아슬아슬하게 피해낸 초린이 지면에 닿을 듯 자세를 낮추어 병사들 사이를 파고들었다.

당황한 병사들이 우왕좌왕하는 틈 사이로 초린의 칼끝이 향한 곳은.


"저, 저 미친년이 이쪽으로 온다! 당장 막아라!"


그들의 우두머리였다.

당황한 지휘관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자 진형은 급격하게 무너졌다.


"꺽!"


키 작은 병사의 목에 구멍을 낸 초린이 기둥 뒤에 숨어있던 김개시에게 눈으로 신호를 보냈다.

지금이라고, 얼른 도망치라고.

잠깐 망설이던 김개시가 소매로 눈가를 훔치고선 어둠 속으로 자취를 감췄다.

그제야 방긋 웃음을 짓는 초린.


"꺄하하. 이제 제대로 한번 놀아보자!"


족쇄가 풀린 맹수처럼 초린이 날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시간은 그녀의 편이 아니었고, 몸 곳곳에 상흔이 남기 시작했다.


"순순히 투항하라! 어차피 네년은 여기서 절대 빠져나가지 못한다."

"알아 이 새끼야! 쿨럭···! 카악 퉤, 어차피 빠져나갈 생각도 없거든?"


"추격조가 따라붙었으니 악녀 김개시도 곧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역린을 건드리는 말에 초린이 발작하듯 소리를 질렀다.


"이 씨이발!! 누구 맘대로 감히! 어머니를! 네깟 놈들이 감히! 감히!"


태어나자마자 세상에 버려져 세상의 불공평함에 상처만 받으며 살아왔다.

때문에 그녀는 제대로 이해받지 못한 존재의 아픔을 세상에 보여주고 싶었다.


그리고 비틀린 그녀에게 유일한 어른이자 부모라 부를 수 있는 존재가 김개시였다.

고로 어머니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녀는 세상을 살아갈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었다.


"다 죽이고 어머니 구하러 갈거야···."


꾹 참아왔던 광기가 마지막 불꽃을 태우듯 그녀의 눈동자 속에서 춤췄다.


"그러니···. 다 죽엇!"


초린의 칼끝이 다시 한번 춤을 추기 시작했다.


"마, 막아라! 곧 지원 병력이 도착한다! 그때까지만 버텨!"


눈으로 좇기 힘들 정도의 기민한 몸놀림에 병사들이 혼비백산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자 초린의 움직임이 확연히 느려지기 시작했다.

마침내 체력에 한계가 온 것이었다


"끼히히히!"


흡사 지옥에서 울리는듯한 소름 끼치는 웃음소리에 병사들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불교에서 악마를 뜻하는 마라(魔羅)가 여성이었다면 저런 모습이지 않았을까?

작은 체구에 오밀조밀한 이목구비에서 어찌 저런 잔혹함이 나올 수 있는지 불가해하다는 표정이었다.


"아직 멀었어···! 아직···. 큭!"


그때 어디선가 날아든 화살이 초린의 옆구리를 파고들었다.


슈슈슉


이를 악문 초린이 검을 휘둘러 날아드는 화살을 쳐냈다.


"돼, 됐다! 지원군이 왔다!"


온몸에서 피를 쏟아내는 초린의 처참한 모습과는 달리 병사들의 얼굴엔 화색이 돌았다.


비틀거리던 초린이 칼을 지지대 삼아 겨우 중심을 잡았다.

흐릿한 시야로 정면을 바라보니 어둠을 밝히는 수많은 횃불이 눈에 들어왔다.


"씨벌···. 많이도 왔···."


퍽! 퍽! 퍽! 퍽!


채 말을 다 내뱉기도 전에 쏟아진 화살 세례.


털썩.


고슴도치를 연상케 하는 처참한 모습이 된 초린이 결국 바닥으로 허물어졌다.


"쿨럭···!"


입에서 흘러나온 붉은 피가 흙바닥을 적셨다.


어둠 속에서 죽음의 그림자가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숨결은 점차 약해지고, 생명의 불빛은 점차 소멸되어갔다.


죽음이 임박한 순간, 어머니로 여겼던 김개시의 따스한 미소가 주마등처럼 스쳐 갔다.

영혼에 영원히 각인된 새까만 먹물처럼, 김개시의 얼굴이 그녀의 마음을 끝없이 채워갔다.


"어머니···. 내 어머니···."


아무것도 없이 세상에 내던져진 여인은 끊임없이 어머니의 이름을 되뇌었다.

죽음이 엄습해오는 순간까지 초린은 단 한 사람만 생각하며, 그렇게 마지막 숨을 내쉬었다.


***


"커, 컷트!!!"


정대윤 감독의 떨리는 음성이 허공에 퍼져나갔다.

현장은 마치 시간과 공간이 멈춘 듯했다.

배우뿐 아니라 현장 스텝들까지 배우의 연기에 완벽히 몰입된 상태.


특수 분장을 한 채 쓰러져있던 홍슬기가 빼꼼히 고개를 내밀자 멈춰있던 시공간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짝짝짝짝!!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터져나온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


"세상에···."

"미쳤다 진짜. 이건 미쳤어."

"내가 진짜 웬만한 현장은 모조리 다 가봤는데 배우 연기에 이렇게 몰입했던 적은 처음이야. 와···! 진짜 말이 안 나오네."

"이거 보이냐? 나 닭살 돋은 거?"


현장 반응은 그야말로 폭발적이었다.

유종의 미란게 무엇인지 보여주듯 초린의 마지막 씬은 이전의 연기가 생각도 안날만큼 압도적이었다.


피 칠갑을 한 채 정대윤 감독에게 다가간 홍슬기가 수줍게 물었다.


"감독님 다시 한번 안 가도 될까요?"

"가긴 어딜갑니까!? 이걸 보고도 그런 말이 나와요?"


흥분한 정대윤이 홍슬기를 잡아끌고 모니터 앞에 앉혔다.


"아니, 대체 얼마나 준비를 한 겁니까?"

"그냥···. 마지막이니깐. 후회 남기기 싫어서 열심히 연습했어요."


"그건 그렇다 치고, 중간 중간에 대사가 바뀐건?"

"아···. 불쾌하셨다면 죄송해요. 너무 몰입하다 보니 저도 모르게 그만···."


"아닙니다. 훨씬 초린의 맛이 사는 것 같아 오히려 좋았어요! 이거 원. 이대로 초린이를 보내기 아깝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정말···.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홍 배우가 초린 역을 맡아준건 정말 제 감독 인생 최고의 행운이 아닌가 싶습니다."


홍슬기의 눈가에 그렁그렁 눈물이 맺혔다.

그야말로 배우가 들을 수 있는 최고의 극찬이 아니던가.


"그나저나 이거 참 난감하게 됐습니다."

"네?"


"나중에 편집을 어떻게 하라고 이런 말도 안 되는 연길 한 겁니까? 하하하. 이거 덜어낼 게 있을지 모르겠네 정말."


정 감독의 너스레에 홍슬기의 입가에도 웃음꽃이 폈다.

그렇게 감독과 스텝, 동료 배우들의 환호를 받으며 마지막 인사까지 마친 홍슬기가 지친 기색으로 차 문을 열었다.


"고생했어요. 정말 최고였습니다."

"고마워요. 오빠도 정말 고생 많았어요."


시트에 몸을 기댄 홍슬기가 멍하니 허공을 쳐다봤다.


"뭔가 꿈만 같아요. 진짜 촬영이 끝난건지···. 뭔가 느낌은 내일도 분장하고 카메라 앞에 서야 할 것 같은 느낌인데."


"오늘 보니 초린 연기 더 했다간 성격 다 버리겠습니다. 딱 적당할 때 잘 끝났습니다."


그냥 하는 말은 아니었다.

오늘 홍슬기의 연기는 나로서도 경악을 감출 수 없었다.

그야말로 포텐이 제대로 터진 날이라고나 할까?


과장 조금 보태면 오늘만큼은 홍슬기를 위한 촬영장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심지어 날씨까지 도와줘서 먹구름 낀 우중충한 날씨가 초린의 최후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었다.

그야말로 대운을 움켜쥔 자가 누릴 수 있는 행운은 모조리 맛봤다고 할 수 있었다.


"오빠가 그렇다면 그런거겠죠. 하아···. 영화 개봉 때까지 어떻게 기다리지? 시간이 너무 안 갈 것 같아요."


"아뇨, 시간 엄청 빨리 갈 겁니다. 각오 단단히 하는 게 좋을걸요?"

"네?"


고개를 갸웃하는 홍슬기를 향해 씨익 웃음을 내보였다.


"이제는 슬기씨 인지도를 올릴 생각입니다. 영화 개봉하고 물 들어오면 미친 듯이 노 저을 수 있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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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7화 시궁창에도 별은 뜬다 +8 24.06.01 16,628 371 12쪽
26 26화 물이 쏟아져 들어온다 +10 24.05.31 16,653 369 12쪽
25 25화 벌써 잊으신거 아니죠? +11 24.05.30 16,798 37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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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3화 심상치 않은 게스트 +8 24.05.28 16,673 365 12쪽
22 22화 귀인이 나타났거든요 +13 24.05.27 16,713 350 12쪽
21 21화 조금 이상한 미팅 +11 24.05.26 16,728 350 12쪽
20 20화 올게 왔구나 +10 24.05.25 16,793 377 13쪽
19 19화 너도 같이 오래 +8 24.05.24 16,850 333 11쪽
18 18화 야동 아임다 +8 24.05.23 17,000 329 12쪽
17 17화 맨땅에 헤딩 +8 24.05.22 17,221 324 12쪽
» 16화 포텐터진 날 +8 24.05.21 17,245 350 11쪽
15 15화 뺏기지 않을거에요 +11 24.05.20 17,311 342 11쪽
14 14화 그쪽 정말 대단하네요 +13 24.05.19 17,341 350 13쪽
13 13화 어떻게 아는 사이죠? +9 24.05.18 17,517 368 14쪽
12 12화 부담스러운 관심 +19 24.05.17 17,540 355 11쪽
11 11화 제가 감이 좀 좋습니다 +9 24.05.16 17,764 356 13쪽
10 10화 진짜 미친년 아냐? +16 24.05.16 18,051 357 15쪽
9 9화 오빠는 내 운명 +11 24.05.15 18,188 348 12쪽
8 8화 진짜 미친년 +10 24.05.14 18,128 361 11쪽
7 7화 그녀의 대운 +16 24.05.13 18,815 359 11쪽
6 6화 이능과 업보 +8 24.05.12 19,311 390 13쪽
5 5화 이상한게 보인다 +8 24.05.11 19,968 379 11쪽
4 4화 간택당하다 +16 24.05.10 20,301 403 12쪽
3 3화 단기속성과외 +15 24.05.09 20,714 40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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