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흠박 님의 서재입니다.

톱스타 떡잎 줍는 괴물 신입 매니저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공모전참가작 새글

흠박
작품등록일 :
2024.05.08 10:45
최근연재일 :
2024.07.02 12:50
연재수 :
58 회
조회수 :
933,858
추천수 :
20,157
글자수 :
325,283

작성
24.05.26 18:25
조회
16,731
추천
350
글자
12쪽

21화 조금 이상한 미팅

DUMMY

이기백과 송주포, 두 사람이 돌아간 뒤,

집무실에 홀로 남은 문서현이 책상으로 향했다.


드르륵


캐비넷을 열어 무언가를 꺼내든 문서현이 와인색 패브릭 소파에 엉덩이를 붙였다.


그녀의 손에 든 건 누군가의 이력서.

유심히 서류를 살펴보던 문서현이 콧등 만지작거렸다.

이해할 수 상황에 맞닥뜨리면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버릇이었다.


"대체 뭐지? 이 사람은···?"


혹시나 빠뜨린게 있나 싶어 다시 한번 이력서를 살펴봤다.

평범한 학창시절, 남들 다 가지고 있는 자격증, 심지어 대학도 아직 졸업 못 한 고졸이었다.


그럼에도 이상하게 계속 눈에 밟힌다.

일개 사원, 그것도 입사 1년도 되지 않은 신입사원에게 이 정도로 신경이 쓰였던 적이 있었던가?


"지원이도 비슷한 느낌을 받은 걸까?"


재벌가 여식과 톱스타.

전혀 접점이 없을 것 같은 두 사람이 인연을 맺게 된 건 10년 전 한 사교 모임이었다.

당대 최고의 여배우였던 김지원이었지만, 연예인에 별 관심이 없던 문서현이었기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러다가 우연히 기회에 담소를 나누게 된 두 사람.


김지원은 마냥 싸가지 없을 것 같던 문서현이 생각보다 예의와 매너를 갖춘 것에 호감을 느꼈고.


문서현은 연예인이라하여 머리에 든 것 없이 마냥 설치기만 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박식하고 교양이 있던 김지원에게 호기심을 느꼈다.


물과 기름처럼 전혀 맞을 것 같지 않던 두 사람이 의외로 코드가 맞았던 것이었다.


그렇게 인연을 맺은 두 사람은 늘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꾸준히 만남을 이어왔고, 세월이 흘러 지금은 제법 돈독한 사이라고 말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관계가 발전한 것이었다.


때문에 문서현을 잘 알고 있었다.

김지원이 매사에 얼마나 신중하고 실리를 따지는 인물인지.


"그런 애가 나한테 먼저 연락을 해왔단 말이지..."


자신이 대현그룹 사람임을 알고 있음에도 그 어떤 사적인 부탁도 한적 없는 김지원이다.


한데, 그런 암묵적인 룰까지 깨면서 자신에게 연락을 해왔다. 그 김지원이.

현 소속사와 계약이 끝나면 SH엔터로 거처를 옮길 의사가 있다고.

그 얘기를 들었을 때 문서현의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은.


'굳이? 왜?'


자신이 대표로 취임한 회사이지만 냉정하게 보면 김지원에겐 어떤 메리트도 없는 회사였다.

가수 매니지먼트가 주력인 회사였기에 배우 쪽은 아직 제대로 된 시스템도 갖춰지지 않았다.


'그런데도 SH엔터로 오겠다고?'


분명 다른 속내가 있다는 뜻이었다.

문서현은 김지원과의 전화 통화를 상기해봤다.


"너가 우리 회사로 와주면 나야 너무너무 땡큐긴 한데···. 이거 어쩌지? 전임자가 얼마나 개판을 쳐놨는지 회사 재정 상태가 말이 아니야. 만족할만한 계약금 맞춰주긴 힘들 수도 있을 것 같은데?"


혹시 돈 때문인가 싶어 슬쩍 떠봤지만.


[언니도 알잖아. 나를 움직일 수 있게 하는게 돈은 아니라는걸.]


"그래? 그럼 더더욱 이상하네. 솔직히 지원이 너 정도 위치면 굳이 SH엔터을 선택할 이유가 없잖아. 우리 그냥 속 시원하게 터놓고 얘기할까? 우리 사이가 그 정도 얘기할 정도는 되잖아."


수화기 너머로 짧은 침묵이 이어졌다.

이후, 들려오는 나지막한 목소리.


[거기에 재밌는 사람이 있더라고.]

"재밌는 사람?"


[지금 하는 작품에서 알게 된 매니저가 있는데 언니네 회사 사람이라네?]

"우리 회사 사람이라고···?"


천하의 김지원이 일개 매니저 하나에 관심을 진다? 더구나 재계약까지 거론하면서?

문서현이 픽 웃음을 내뱉었다.


"헷갈리게 하지 말고, 진짜 속내를 밝혀봐. 자꾸 빙빙 돌리면 나 서운하다?"

[언니 나 몰라? 쓸데없이 빙빙 돌려 얘기하는거 딱 질색하는 거?]


틀린 말이 아니다.

자신이 아는 김지원은 분명 그런 사람이었다.


"그럼···. 진짜 그 매니저 하나 때문에 우리 회사에 관심이 생겼다고?"


어안이 벙벙해진 문서현이 귀에서 휴대폰을 잠깐 떼어냈다.

자신이 정말 배우 김지원과 통화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그 사람 이름이 뭔데?"

[송주포···. 라고, 듣기론 이제 1년차 로드 매니저라던데?]


"1년 차···?"


겨우 그런 초짜 매니저 때문에 김지원이 자신에게 직접 전화까지 했다고?

어째 대화하면 할수록 더 미궁에 빠지는 기분이었다.


[뭐, 당장 결정하겠다는 건 아니고, 곧 재계약 시기가 오니깐 고려해보겠다는 거야. SH엔터도 괜찮을 것 같아서.]


문서현은 강한 호기심이 들었다.

둘 사이에 자신이 모르는 뭔가 있는 게 분명해 보였다.


"대체 그 매니저가 뭘 했길래, 그 콧대 높은 배우 김지원의 마음을 흔들었을까?"


[뭘 한 건 아니고....크게 도움받은 일이 있어서 관심이 좀 생겼을 뿐이야.]

"천하의 김지원이 신입 매니저한테 도움을 받아? 그것도 관심이 생겼을 정도로···? 그게 뭘까? 나 되게 궁금하네."


[이게 좀 민감한 문제랑 엮여있어서 전화로 얘기하긴 좀 그러네. 이해해줘 언니.]

"흐음, 뭐 이해해. 아무튼, 우리 회사도 네 리스트에 있다는 거지?"


[대신 내가 만약 SH엔터로 가게 되면 그 송주포라는 매니저랑 같이 일하고 싶어.]


"김지원이 같이 일하자는데 감히 어떤 매니저가 거부할 수 있을까? 안 그래?"

[무슨 기분 좋은 일 있어? 언니가 내 기름칠을 다해주네. 호호, 아무튼, 그 송주포라는 매니저···. 언니도 유심히 한번 지켜봐봐. 아주 특이한 사람이니깐. 눈이 안 갈 수가 없을 만큼.]


상념을 끝낸 문서현이 쇼파에서 일어나 창가 쪽으로 걸어갔다.


"송주포······. 송주포라."


창밖을 내려다보며 송주포라는 이름을 계속해서 곱씹은 문서현.


"명분을 만들려면 여기서 반드시 성과를 내야 해."


대현모직 상무 자리에 있던 문서현이 SH엔터 대표로 발령 난 것은 어찌 보면 좌천, 혹은 유배나 다름없는 인사이동이었다.

계열사라고는 하지만 대현 그룹 내에 SH엔터의 영향력은 그야말로 언급하기도 민망한 수준.

그리고 문서현은 알고 있었다. 이 모든 게 자신을 견제하는 이복 오빠들이 벌인 짓이라는 것을.


"조금만 기다려. 금방 다시 올라갈 테니까."


대현모직에 있으면서 문서현도 마냥 놀고 있지만은 않았다.

착실히 자기 사람을 만들어가며 나름의 지지기반을 다져왔던 것이었다.

때문에 찍소리도 못할 만큼의 성과만 만들어낸다면 언제든 다시 그룹 핵심 계열사로 옳길 수 있었다.


"그전에 이 문제 많은 회사부터 어떻게 해야겠지."


대표 자리에 앉자마자 그녀가 가장 먼저 한 것은 SH엔터테인먼트라는 회사의 철저한 해부였다.

그리고 그녀가 내린 결론은.


"엉망진창이야.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다."


어떻게 회사가 굴러가고 있는지 이해가 안 될 정도로 시스템이 형편없었다.

쓸데없이 새어나가는 돈도 문제였지만, 가장 시급한 문제는 회사에 성장 동력이 없다는 것이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지. 싹 다 갈아치워 버려야 해."


기존 직원들이 들었다면 치를 떨었을 법한 얘기를 아무렇지 않게 내뱉은 문서현이 손에 들린 이력서를 들어 올렸다.


"키울만한 떡잎은 철저히 내 사람으로 만들고."


창문 밖 빌딩 숲을 바라보는 문서현의 눈빛이 녹진한 야망으로 번들거렸다.



***


며칠 후, 경기도 가평의 인근 야산.


"헥, 헥···. 아직 멀었습니까?"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은 오필수가 애절한 눈빛을 보내왔다.

그 뒤로는 메인 여자 작가와 카메라를 든 VJ가 똑같은 얼굴로 힘겹게 따라 올라오고 있었다.


"거의 다 왔습니다. 조금만 힘내세요."


등산 국룰 멘트를 날려주고선 다시 전면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타이트한 민소매 차림의 홍슬기가 본인 몸통만한 배낭을 메고 산을 오르고 있었다.

역시나 땀으로 흥건했지만, 표정은 아직 여유가 있었다.


목적지에 도착하자 오PD와 작가가 체면도 불사하고 커다란 바위에 드러누웠다.


"아이고, 죽겄다."

"다, 다리에 감각이 없어요 피디님."


기진맥진한 두 사람에게 시원한 얼음물을 건넸다.


"괜히 생고생 하시는 거 아닌지 모르겠네요."


목에 두른 수건으로 얼굴을 닦은 오PD가 고개를 내저었다.


"저희가 먼저 요청드린건데요 뭘. 장소도 저희가 직접 섭외한 거고."


그렇다. 사실 이 모든 건 오필수가 먼저 제안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것도 미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물론이죠. 어차피 사무실에서 하는 미팅이라고해봤자 그럴싸한 말만 오가지 않겠습니까?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했습니다. 직접 보는 것만큼 확실한 것도 없죠. 여기 있는 우리 강이슬 작가도 동의했고요."


얼음물을 꿀꺽꿀꺽 삼킨 강이슬이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저나 우리야 이것저것 많이 챙겨왔다고 쳐도, 슬기씨는 정말 저 배낭 하나로 괜찮을까요? 너무 없이 온 것 같은데."


강이슬 작가의 우려섞인 눈빛에 홍슬기가 문제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전혀 문제없어요. 오히려 평소보다 많이 챙겨왔는걸요."

"뭐, 본인만 문제없다면야···."


한차례 숨을 고른 오필수가 날카로운 눈으로 홍슬기를 응시했다.


"오늘 미팅의 목적은 명확합니다. 홍슬기씨가 과연 우리 프로그램에 적합한 사람인지. 그거 하나 보러 여기까지 온 겁니다."


진중해진 분위기에 홍슬기의 얼굴도 차분해졌다.


"냉정하게 들리겠지만 만약 슬기씨가 저희 기준에 미달한다면 아쉽지만, 우리 인연은 오늘까지입니다. 그렇다고 억지로 꾸며낼 필요도 없습니다. 어차피 다 드러나게 되어있으니까요. 그냥 평소에 하시듯 자연스럽게 하시면 됩니다. 저희는 없다고 생각하시고."


"정말 없다고 생각하고요?"

"어색하거나 부자연스러운 부분이 있으면 시청자들은 귀신같이 알아봅니다. 깜냥이 안 되는데 어거지로 밀어붙였다가 망하는 프로그램 한둘 본 게 아닙니다. 물론 가장 욕먹는 건 출연자들이고요. 그러니 아니다 싶으면 사전에 그만두는 게 맞습니다."


오PD의 살벌한 으름장에도 홍슬기는 의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초린 역에 심취하다 보니 담력도 덩달아 커진 느낌이 있었다.

물론 나쁘지 않은 변화였다.


날카로운 눈으로 주변을 살피던 홍슬기가 배낭에서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이번에 법카로 구매한, 삽자루가 핑크 색으로 도색되어있는 커스텀 야전삽이었다.


이후, 홍슬기는 정말 우리를 전혀 의식하지 않고 야전삽으로 낙엽을 치워내기 시작했다.

늘 해오던 것이라고 자랑이라도 하듯 너무도 능숙하게.


그렇게 터를 다진 후, 주변을 돌아다니며 땅에 떨어진 나뭇가지들을 모으기 시작한 홍슬기.

길쭉한 나무들을 세워 A자를 골조를 만들어 금세 그럴듯한 쉘터를 뚝딱 만들어냈다.

눈 깜짝할 새에 만들어진 그럴듯한 보금자리에 오필수와 강이슬의 입이 떡하고 벌어졌다.


그런 다음 낑낑거리며 어디선가 통나무 하나를 구해온 홍슬기가 배낭에서 도끼를 꺼내 들었다.

독일제 스위스군 도끼라 그런지 참 흉악스럽게도 생겼다.


"흐익!"


눈알을 희번덕거리며 사랑스럽다는 듯 도끼를 바라보는 홍슬기의 모습에 오필수와 강이슬이 입을 틀어막았다.

방금 모습은 내가 봐도 좀 그렇긴 했다.


이후, 손에 든 도끼로 나무토막을 모조리 아작내기 시작한 홍슬기.

간결하면서 임팩트 있는 도끼질이 숙련된 조교의 그것과 다를 바 없었다.

뭐가 그리 좋은지 홍슬기가 실실 웃으며 도끼를 휘둘렀다.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오필수와 강이슬의 눈이 동시에 맞부딪혔다.


"이거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톱스타 떡잎 줍는 괴물 신입 매니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1 31화 하루에 두 탕은 힘들어 +9 24.06.05 15,705 342 13쪽
30 30화 제가 해결하겠습니다 +8 24.06.04 16,052 340 11쪽
29 29화 굴러 들어온 복 +12 24.06.03 16,415 333 13쪽
28 28화 맹목적 믿음 +8 24.06.02 16,580 341 12쪽
27 27화 시궁창에도 별은 뜬다 +8 24.06.01 16,632 371 12쪽
26 26화 물이 쏟아져 들어온다 +10 24.05.31 16,656 369 12쪽
25 25화 벌써 잊으신거 아니죠? +11 24.05.30 16,804 370 12쪽
24 24화 충격고백 +13 24.05.29 16,805 377 13쪽
23 23화 심상치 않은 게스트 +8 24.05.28 16,679 365 12쪽
22 22화 귀인이 나타났거든요 +13 24.05.27 16,719 350 12쪽
» 21화 조금 이상한 미팅 +11 24.05.26 16,732 350 12쪽
20 20화 올게 왔구나 +10 24.05.25 16,794 377 13쪽
19 19화 너도 같이 오래 +8 24.05.24 16,852 333 11쪽
18 18화 야동 아임다 +8 24.05.23 17,003 329 12쪽
17 17화 맨땅에 헤딩 +8 24.05.22 17,225 325 12쪽
16 16화 포텐터진 날 +8 24.05.21 17,248 350 11쪽
15 15화 뺏기지 않을거에요 +11 24.05.20 17,313 342 11쪽
14 14화 그쪽 정말 대단하네요 +13 24.05.19 17,344 350 13쪽
13 13화 어떻게 아는 사이죠? +9 24.05.18 17,523 368 14쪽
12 12화 부담스러운 관심 +19 24.05.17 17,547 355 11쪽
11 11화 제가 감이 좀 좋습니다 +9 24.05.16 17,769 356 13쪽
10 10화 진짜 미친년 아냐? +16 24.05.16 18,056 357 15쪽
9 9화 오빠는 내 운명 +11 24.05.15 18,190 348 12쪽
8 8화 진짜 미친년 +10 24.05.14 18,131 361 11쪽
7 7화 그녀의 대운 +16 24.05.13 18,817 359 11쪽
6 6화 이능과 업보 +8 24.05.12 19,315 390 13쪽
5 5화 이상한게 보인다 +8 24.05.11 19,972 380 11쪽
4 4화 간택당하다 +16 24.05.10 20,303 403 12쪽
3 3화 단기속성과외 +15 24.05.09 20,714 407 11쪽
2 2화 삿된 것이 씌였다 +29 24.05.08 23,291 419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