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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박 님의 서재입니다.

톱스타 떡잎 줍는 괴물 신입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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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새글

흠박
작품등록일 :
2024.05.08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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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5,283

작성
24.05.23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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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18화 야동 아임다

DUMMY

"아! 국장님! 이건 무조건 된다니까요!"

"아 쫌! 나도 이제 본부장님 볼 명목이 없다니깐! 나는 이제 오PD 감 같은 거 못 믿겠으니깐 확실한 근거를 가져와!"


"예능에 근거가 어딨습니까!? 그냥 재밌고 시청률 잘 나올 것 같으면 된 거죠!"

"그래, 말 한번 잘했다. 그 재밌고 시청률 잘 나올 것 같은 프로그램을 벌써 몇 개나 말아 드셨는지 기억은 나세요 오PD님?"


국장의 말에 오필수의 입이 합죽이처럼 꾹 닫혔다.


"나도 죽겠다 나도! 며칠 전에도 본부장실 끌려가서 개처럼 탈탈 털린 건 알고는 있냐? 응? 니 프로그램 하는 거에만 관심있고 직장 상사가 말라 죽어가는 건 관심도 없지?"

"아니, 그게 아니고···."


국장의 핀잔에 오필수의 고개가 조금씩 축 처졌다.


"하아···. 알아 인마. 너 우리 방송국으로 오고 나서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근데 너도 잘 알잖아. 결국 이 바닥은 실적이 다 인거."

"이번에는 진짜 된다니까요. 국장님도 기획안 보셨잖습니까! 얼마나 획기적인지."


"봤지! 아주 질리도록 봤다 자식아. 그래, 네 말대로 신박하긴 하더구만."

"그럼 된거 아닙니까!?"


오필수의 말에 국장이 눈을 부라렸다.


"되긴 뭐가 돼 자식아! 획기적이란게 다른 말로 하면 검증이 안 됐다는 얘기잖아."

"아니, 해보지도 않고 어떻게 압니까?"


"하아···. 오PD, 아니 필수야. 우리 뒤집어서 한번 생각해보자. 아무도 다루지 않은 아이템이란 건, 네가 아이디어 뱅크라서 그걸 찾아낸게 아니고, 그냥 안될 것 같으니까 아무도 건들지 않은 거야. 너만 잘났고 다른 PD들은 머저리들이냐? 걔네들도 전부 좋은 대학 나왔고 뭐 빠지게 공부해서 PD 된 놈들이야. 넌 그걸 알아야 해."


"아, 국장님. 이건 진짜 해야 한다니까요. 예? 한 번만···!"


바짓가랑이라도 붙잡고 늘어질 기세에 국장이 질린다는 표정을 지었다.


"야! 나 바빠. 곧 회의 들어가야 해. 아무튼, 그런 요상한거 말고, 남들 다 하는 거! 응? 시청률 보장되는 거 뭐 그런 거 있잖아 인마! 그런 거나 좀 구상해오란 말이야. 그럼 내가 책임지고 팍팍 밀어줄테니. 알간?"


"남들 다 하는거 따라 해서 언제 치고 올라갑니까?"

"아, 모르겠고. 아무튼, 난 간다. 수고!"


"구, 국장님!"


빠르게 손절을 친 국장이 내 쪽으로 후다닥 달려오더니 냉큼 엘리베이터 안으로 쏙 들어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오필수가 이맛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하아···. 답답하네 정말. 연예인들 나와서 상팔자 놀이하는걸 이제는 누가 좋아한다고.···."


"그러니까요. 옛날에는 모르겠지만 요즘 그런 방송 나오면 괜히 심술 같은게 나더라고요. 나는 하루 벌어서 하루 먹고 살기도 힘든데, 저 사람들은 공짜로 호화롭게 여행하면서 돈까지 버네? 그런 생각 들면서 내 인생은 너무 초라해 보이고."


"바로 그겁니다. 요즘 너튜브 댓글만 봐도 민심을 대번 알 수 있겠구만···. 하, 우리 꼰대들은 꼭 소를 잃어봐야 외양간 고칠 생각을 해요."


"말이 나와서 하는 얘기지만 남들 하는 거 엇비슷하게 따라 하는 게 예능입니까? 뭐, 반짝 이슈는 될 수 있을지 몰라도, 결국 누군가의 아류작으로 기억되겠죠."


"제 말이 그겁니다! 나는 그저 그런 예능PD로 남기 싫······. 근데 누구세요?"


자연스럽게 만담을 주고받던 오필수가 깜짝놀라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안녕하세요 오PD님. 아까 전에 인사드렸던 SH엔터 송주포입니다."

"아? 아까 그 매니저분···. 하하, 미안합니다. 내가 영 정신이 없어서."


명함을 건넨 지 채 30분도 되지 않았는데 벌써 기억에서 삭제되다니.

방판식 영업이 얼마나 실효성이 떨어지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큼큼···. 부끄러운 모습을 보였네요. 그럼 저는 이만···."

"저는 오PD님이 구상하고 계신 야외 생존 콘텐츠가 잘 될거라 확신합니다.“


서둘러 떠나려는 오필수가 내 말 한마디에 우뚝 멈춰 섰다.


"그걸···. 어떻게?"


흠칫 놀라 눈을 크게 치켜뜬 오필수.


"더도 말고 딱 10분만 저한테 내어주시지 않겠습니까? 지금 고민하고 계신 부분, 제가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


잠깐 고민하는 기색을 내비치던 오필수가 손목시계를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회의가 있어서···. 그럼 딱 10분만."

"예, 10분이면 됩니다."


그 정도면 충분했다.

저 경계심 가득한 PD 양반의 마음을 돌리기에는.


***


나를 카페테리아로 데려온 오PD가 캔 음료 하나를 쓱 내밀었다.


"감사합니다."

"실례지만 아까 정말 정신이 없었어서 그런데······. 누구 매니저분이라고···?"


이 양반, 내 말은 아예 귓등으로도 안 들었구만.


"배우 홍슬기 매니저입니다."

"아, 그러시군요. 근데 배우 매니저가 예능국에는 왜···?"


"오필수 PD님을 꼭 만나 뵙고 싶어서요."

"저를 만나러 왔다고요? 우리가 일면식이 있던가요?"


"이렇게 직접 뵙는 건 처음입니다. 하지만 오PD님이 새로 구상하는 예능에 너무 꽂혀버려서 실례를 무릅쓰고 무작정 이렇게 찾아온 겁니다."

"허, 그래요? 이제 겨우 기획안 정도 나온 건데 그건 또 어디서 들으셨데? 나 원 참."


다행히 예민한 성격은 아닌지 정보의 출처에 대해선 크게 개의치 않는 듯했다.

캔 음료를 마시면서 스리슬쩍 오PD의 머리 위를 쳐다봤다.


[露營]


금빛으로 은은히 발광하며 둥둥 떠 있는 저 문자.

오필수에게 들어온 대운을 가리키는 것이다.

글자의 해석은 '노영(露營)'.


'뭐 대충 야외에 천막을 쳐 놓고 하는 생활한다는 건데······.'


노영, 야영 이런 단어들은 캠핑으로 대체될 수 있는 단어인지라 에라 모르겠다 하고 한번 던져본 것이었다.

다행히 어느 정도 근사치는 간듯했고.


"그야말로 콘텐츠 홍수 시대 아닙니까. 특히나 요즘 예능은 어떻게 하면 더 자극적으로 만들지에만 혈안이 된 느낌이더라고요. 근데 오 PD님 예능은 그런 것과는 전혀 다른 맛이라 항상 흥미롭게 봐왔습니다. 뭐랄까···. 혀가 얼얼한 마라탕보다는 몸이 따듯해지는 삼계탕의 맛을 추구하는 느낌이랄까···?"


주둥이에서 맞춤형 멘트가 알아서 술술 나온다.

이 역시 채홍사 정만수의 기억 때문일까?

내가 원래 이 정도의 달변가는 아니었는데.

어쨌거나 효과는 있는 듯했다.

경계심 묻어있던 오필수의 얼굴이 슬슬 녹아내리기 시작했으니깐.


"크흠···. 배우 매니저라고 하시더니, 예능에 관한 통찰력이 상당하시네요. 뭐, 틀린 말은 아닙니다. 요즘 유행하는 콘텐츠의 아류를 만들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위에선 그걸 원하죠. 그래서 보셨다시피 제대로 찍힌 입장입니다. 하하하, 조만간 회사 짤리는거 아닌가 모르겠네."


자조적인 웃음을 짓는 오필수를 보며 단호히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요. 오PD님은 이번 작품으로 성공할 겁니다. 초면인 제가 이런 말 해서 우습겠지만, 오PD님의 오랜 팬 입장으로서 저는 확신합니다. 마라맛이든, 탕후루맛이든 결국 핵심은 가짜를 걷어낸 '진정성'이라는 것을요. 그리고 그 맛을 가장 잘 우려내는 게 오PD님 아니십니까?"


진정성 담긴 성의있는 아부에 오필수의 입꼬리가 씰룩댄다.


"뭐···. 좋게 말씀해주시니 감사하긴 한데 그러면 뭐합니까. 기껏 고생해서 만들어도 시청률이 안나오는데···. 솔직히 인정합니다. 진정성이니 뭐니 이런 것들도 좋지만, 결국 예능은 재미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게 약하긴 했죠. 하아···. 사실 요즘 고민이 많습니다. 내가 정말 예능PD로서 자질이 있는건지···. 그냥 교양국으로 가서 시사 프로그램이나 만드는 게 더 적성에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뇨, 오PD님은 예능에 최적화된 프로듀서가 맞습니다. 요리사로 비유하자면 완벽한 레시피를 가지고 계시죠. 다만, 재료가 좀 아쉬워서 그렇지."

"재료요?"


"요즘 시청자들이 원하는 콘텐츠는 사실 완벽한 새로움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불닭 볶음면을 원하는 시청자들에게 몸에 좋다고 영지버섯 불닭볶음면을 만들어주면 좋아하겠습니까? 그들이 원하는 건 그냥 치즈 정도 올려주는 것 일겁니다. 다시 말해 익숙함에 약간의 새로움을 더하는 것이죠."


내 말에 오필수가 삐죽 나온 턱수염을 만지작거렸다.


"익숙함에 약간의 새로움을 더한다라···."


이런저런 얘기 하다 보니 어느새 10분이 훌쩍 지나있었다.

하지만 속에 있던 묵은 얘기를 털어놓는 배설감 때문일까?

방언이 터진 오필수는 자리에서 뜰 생각이 없어 보였다.


"하아, 저도 이번에는 정말 자신 있는데···. 솔직히 말씀드리면 위에 결재받기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따로 이유가 있습니까?"


"아무래도 제작비 때문이죠."

"그럼 제작비를 좀 줄이면 되지 않을까요?"


"그렇게 되면 제작 자체가 힘들어집니다. 출연자들 출연료는 그렇다쳐도, 스텝도 한둘이 아니다 보니···."


"혹시 린 스타트업이라고 들어보셨습니까?"

"린 스타트업이요?"


"창업에서 쓰는 용어인데 쉽게 말해 초기 단계에서 많은 돈을 들이지 않은 프로토타입 제품을 만들어 시장 반응부터 확인해보는 거죠."

"그 말은···?"


"우선 웹 예능으로 시작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웹예능···?"


"잘 아시겠지만, 웹 예능은 시청자 반응 수집하기가 쉽잖습니까. 편당 억은 우습게 드는 기존 예능 제작비에 비해 가성비도 뛰어나고요."


"확실히 그 정도면···. 위에서도 무작정 반대하진 않겠네요. 하아···. 안되면 정말 그렇게라도 가야 하나···. 어후, 골 아프네."


머리를 벅벅 긁어대던 오필수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튼, 고맙습니다. 명색이 PD다 보니 이런저런 매니저들 많이 만나봤는데 송 매니저님은 사람을 되게 편안하게 하는 재주가 있네요. 나도 모르게 별 얘기를 다 내뱉었네. 아무튼, 큰 도움 됐습니다. 고마워요."


"아닙니다. 저도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무심코 벽에 걸린 시계를 본 오필수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어이쿠야, 10분만 얘기한다는 게 벌써 1시간이나 지났네. 이거 바쁜 사람 괜히 붙잡아놓은 거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난 오필수가 내게 악수를 청했다.


"그럴 리가요. 평소 흠모하던 PD님과 얘기 나눌 수 있던 것만으로도 영광이었습니다."

"하하하, 말도 참 이쁘게 하십니다. 아무튼, SH엔터 송주포? 이름 석 자 안 까먹고 잘 기억해놓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퇴근하실 때쯤에 제가 안부 카톡 하나만 보내놔도 될까요?"


연락한다는 말에 오필수가 살짝 멈칫했지만 이내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바쁜 시간 내서 속에 묵은 넋두리를 들어준 사람인데 그 정도가 대수랴.

물론 딱히 답장까진 할 생각은 없었지만서도.



***


"하아···. 피곤하다 피곤해."


어쩌다 보니 야근까지 하게 된 오필수가 지친 발걸음을 이끌고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얼마나 정신없었으면 휴대폰 한번을 못 봤네."


쓴웃음을 입에 내건 오필수가 휴대폰을 들어 쌓여있는 메시지들을 처리해 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처음 보는 낯선 깨톡 프로필에 오필수의 고개가 갸웃했다.


"응? 이건 누구지? 송주..아! 아까 그 매니저."


매니저치곤 상당히 차분한 분위기의 사내였는데, 이상하게 대화가 잘되어서 오필수의 뇌리에 강하게 남아있었다.


"응? 안부 문자 보낸다더니 이건 뭐야?"


[https://www.nurtube.com/watch?v=QRRNZId4nFg]


안부문자는 온데간데없이 낯선 링크만 덩그러니 적혀있는 메시지.


"갑자기 야동 같은 거 나오는 거 아냐?"


그냥 메시지를 닫아 버릴까도 생각했지만, 서글서글했던 매니저의 얼굴이 떠올라 자신도 모르게 링크를 눌렀다.

그러자 재생된 너튜브 영상 하나.


잠시 후, 심드렁한 얼굴로 휴대폰 액정을 바라보던 오필수의 입이 서서히 벌어지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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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5화 벌써 잊으신거 아니죠? +11 24.05.30 16,809 370 12쪽
24 24화 충격고백 +13 24.05.29 16,808 377 13쪽
23 23화 심상치 않은 게스트 +8 24.05.28 16,682 365 12쪽
22 22화 귀인이 나타났거든요 +13 24.05.27 16,720 350 12쪽
21 21화 조금 이상한 미팅 +11 24.05.26 16,733 350 12쪽
20 20화 올게 왔구나 +10 24.05.25 16,796 377 13쪽
19 19화 너도 같이 오래 +8 24.05.24 16,857 333 11쪽
» 18화 야동 아임다 +8 24.05.23 17,012 331 12쪽
17 17화 맨땅에 헤딩 +8 24.05.22 17,230 325 12쪽
16 16화 포텐터진 날 +8 24.05.21 17,253 350 11쪽
15 15화 뺏기지 않을거에요 +11 24.05.20 17,318 342 11쪽
14 14화 그쪽 정말 대단하네요 +13 24.05.19 17,348 350 13쪽
13 13화 어떻게 아는 사이죠? +9 24.05.18 17,527 368 14쪽
12 12화 부담스러운 관심 +19 24.05.17 17,549 355 11쪽
11 11화 제가 감이 좀 좋습니다 +9 24.05.16 17,773 356 13쪽
10 10화 진짜 미친년 아냐? +16 24.05.16 18,058 357 15쪽
9 9화 오빠는 내 운명 +11 24.05.15 18,192 348 12쪽
8 8화 진짜 미친년 +10 24.05.14 18,137 361 11쪽
7 7화 그녀의 대운 +16 24.05.13 18,823 359 11쪽
6 6화 이능과 업보 +8 24.05.12 19,321 391 13쪽
5 5화 이상한게 보인다 +8 24.05.11 19,974 380 11쪽
4 4화 간택당하다 +16 24.05.10 20,303 403 12쪽
3 3화 단기속성과외 +15 24.05.09 20,716 40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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