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그림이 되었어요.
세상에 향기를 그윽하게 퍼뜨릴
활짝 핀 꽃은 시들지 않아요.
흘러가던 구름은 같은 곳에 멈춰
언제나 솜사탕처럼 순수함을
유지하고 있어요.
그뿐인 줄 아나요.
바다는 잔잔하고 그 위에 피어난
별들의 은하수 같은 윤슬은
어찌나 아름답던지요.
세상의 모든 것들이 시간의
굴레를 벗어나 멈추어
한 폭의 그림 같아요.
꽃은 시들지 않고
먹구름은 오지 않으며
사나운 파도가 치지 않아
모든 게 완벽해 보여요.
하지만 말이에요.
꽃이 떨어지지 않아 과일은 없어요.
노을에 수줍게 물드는 구름도 없고
파도의 소리와 반짝이던 모래사장도 없지요.
너무나 완벽한 것들이 남았지만
많은 것을 잃어버렸죠.
그대가 주고 간 아름다운 추억이
그림으로 남아 있지만
행복한 시간은 멈춰 버린 저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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