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오전
달빛이 어스름하게 창문 틈 사이로 들어와
색 바랜 노란 나무 책상 귀퉁이에 닿고
아카시아 향 묻어난 바람결이
커튼을 살랑이며 유적 하게 집안을 맴돈다.
은은한 달빛은 흐릿한 장면을 추억하고
그윽한 향은 아득한 추억을 떠올리게 하며
어느 오전의 아무도 없는 교실로 데려간다.
의미 없는 낚서로 가득한 책상에는
둘만이 기억하는 비밀 단어가 적혀있고
손끝으로 전해지는 단어의 의미에
그때의 소년의 얼굴로 배시시 웃는다.
켜켜이 쌓인 먼지를 걷어내고
마른 휴지로 잘 닦아도 세월의 깊이는
닦을 수 없어 빛바랜 사진 한 장 꺼내어
그 시절의 어느 따스했던 날을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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