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려
이젠 장롱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오래된 철제 과자 상자 속
색 바래 희미한 사진 한 장.
너와 나는 손을 잡고
어색한 듯 어색하지 않은 미소로
정면을 바라보고 사진의 셔터가
작동하길 기다린다.
타이머를 잘못 맞춘 탓에
막 움직이려는 찰나에 찍힌 모습에
오히려 자연스러워서 좋다는 네 말에
액자 속을 차지하게 된 사진에
잠시 생각을 멈춘다.
사진 속 우리는 영원할 것 같았지만,
시간이 흘러 빛나던 청춘이 지나듯
빛바랜 사진 속 우리도 희미해지고
세상에 더 이상 우리의 모습은 없어진다.
너와 내가 사랑했던
모습은 없어지고 추억으로 어딘가에 남아
세월의 흔적이 될 거라 말에
나는 오늘도 사진을 보며
추억을 노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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