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다
텅 빈 공간에 하나씩
가구를 들인다.
정해진 자리는 없지만,
어울릴만한 곳에
적당히 자리를 잡는다.
시간이 지나 오래된
가구의 위치를 바꿔보지만
그 흔적은 쉽사리 지워지지 않고
다른 가구로 가릴 뿐이다.
너를 받아들이고
내 몸에 스며들기까지는
어렵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너의 사소한
습관까지 닮아 갔다.
하지만 너를 잊는 건
오래된 가구를 옮기는 것처럼
마음속에 흔적이 남아
영영 지워지지 않는다.
너를 잊기 위해
다른 사랑을 시작할 뿐이다.
너를 만났던 것과 같은 이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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