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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프호기심 님의 서재입니다.

마검사로 다시 시작한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샤프호기심
작품등록일 :
2020.12.07 20:50
최근연재일 :
2021.01.01 22:37
연재수 :
27 회
조회수 :
7,051
추천수 :
56
글자수 :
149,987

작성
20.12.07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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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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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3쪽

대악마의 군주

DUMMY

수많은 격전을 치르고서야 드디어 이 자리에 섰다.



-저벅


-저벅저벅

나의 발소리는 뒤이어 들려오는 수많은 발소리 속으로 파묻혀갔다


"내 뒤를 따라 진입한다. 단. 절대 내 앞으로 나서지 마라 알겠느냐"

긴 여정을 뒤따라온 충성된 나의 제자들을 향해 힘을 주어 명하였다.


"네! 스승님"

결의를 다진 그들의 대답에는 힘이 실려 있다.

이 전투에 이들 또한 모든 걸 걸었으리라.


앞에 있는 저 문을 넘으면 드디어 당도한다.


저 문 너머를 건너고 나면

우리가 당도하는 곳이 세상을 구하는 길일지

한낱 비참한 도전의 길로 남을지 그 누구도 모른다.

그 곳이 우릴 기다리고 있기에 걸어 나갈 뿐이다.


-저벅저벅


바닥이 끈적하다.

마물들이 몸속에서 뱉어낸 피의 강이 발길을 붙잡아낸다.

발에 치이는 사체의 뼈들이 바스러진다.

비릿한 향이 코를 거쳐 머릿속을 헤집어 놓는다.

종류 석에서 떨어지는 기분 나쁜 액체가 어깨를 축축이 적셔내린다.

오감을 비틀어내니 두려움이 엄습해온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발길을 멈추지 않는다. 그저 거침없이 내딛는다.


드디어 거대한 문 앞에 도달했다.

악의 표식이 잔뜩 그려진 불쾌한 문.

문 옆에 꽂힌 횃불이 일렁거리자 문에 그려진 도안들이 살아서 춤을 춘다.

거대한 문은 그 크기부터가 상대를 압도하는 위용이 서려있다.


-끼이익 끽


내가 문에 손을 대자, 그 육중한 문은 마치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듯이 저절로 움직여 열린다.

어차피 안 열리면 부숴낼 것을 알았던 것일까.


-저벅저벅


내 뒤를 따라 제자들도 거침없이 들어왔다.

나는 몇 걸음을 더 걷다가 손을 옆으로 펴 보이며 그들이 더이상 내 앞으로 나오지 않도록 제지하였다.


-화르륵

음침한 동굴 안 깊숙한 곳에서 일렁이는 어두운 재빛화염이 보인다.

그 화염이 일렁거리더니 비음을 터트리며 소리를 발산한다.


"결국. 여기까지 온 것이냐! 감히! 끝을 보겠다는 것이냐!"


스산한 기운을 발산하던 화염은 나를 향해 분노의 일갈을 내뱉었다.

화염이 뒤엉켜져간다.


-촤아아악!


잿빛 화염이 시뻘겋게 공간을 일그러뜨리더니. 이내 차츰 형태를 갖춰간다.

점점 본체로 변하여 간다.


-촤르르륵

대 악마의 군주 베르마르, 그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대악마의 등장에

일동 모두가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이를 바드득 가는 자도 있었으며,

눈물을 글썽이며 침음을 흘리는 자도 있었다.

그리고 분노의 고통에 몸을 부들거리며 떠는 자도 있었다.


베르마르, 그가 이끄는 대악마 부대는 수많은 침공을 펼쳤다.

나날이 세상은 피폐해져 갔다.

성의 방벽은 부서져 내렸으며,

마을 곳곳이 화염으로 뒤덮이며 연기가 치솟았다.

그들의 진격은 무고한 사람들의 생명을 앗아갔다.


오랜 칩거로 세상소식을 접하지 않은 채 오로지 마법만을 연구해 온 나는

그 전쟁에 홀로 참여하지 않고 있었다.

전쟁이 일어났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연구에 깊이 매진 중이었다.


수세가 몰리자, 국왕이 급히 서신을 보내 나를 찾았다

왕이 내린 특별파견명령이 나에게 긴급히 떨어진 것이다.


나는 그 명을 차마 거절할 수가 없었다.

그 명령을 어길 시,

모든 마법 재료구매를 막아버릴 것이라는 협박이 담겨있어서였을까.

아니면 수많은 사람의 희생을 묵과할 수 없었을까.


이 전쟁만 끝나면, 더 이상 나를 부르지 않겠노라는 확약을 받은 후에

오랜 칩거를 종식하고 세상으로 향하였다.


슬하에 마법을 배우겠노라고 모인 제자들은 전장으로 전부 향하였다.

왕국은 국가의 전 부대를 전두지휘 할 것을 나에게 맡겼다.


그 뒤로 수많은 혈전을 치러냈다.


대악마 베르마르와의 몇 번의 조우.

서로 치명타를 주고받는 오랜 공방전을 치룬 끝에 상대와 나는 꽤나 약해져있었다.


마지막 결전의 시간이 도래했다.


이 잔혹한 살인마와의 악연을 종결지우면,

이 고단한 짓도 끝을 낼 수 있으리라.


그리하면, 기록이 멈춰진 나의 마법연구 저서는 다시 쓰여져 나갈 것이다.


나의 눈은 대악마를 바라보지만, 미래를 향해 있었다.


"감히! 인간 따위가 나를 막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느냐. 어리석도다. 내가 바로 베르마르다"


지금껏 오만하게 세상을 뭉개트리던 베르마르는 격정에 휩싸여 일시에 포효하고 있다.

주체할 수 없는 분노로 불타오르고 있다.

남은 모든 기운을 끌어내고 있다.

사방에서 음침한 기운들이 그를 향해 몰려들자.

삽시간에 보랏빛 화염이 그의 전신을 둘렀다.


-츠아아아앙 차르륵

대악마가 자신의 최강무기 비루스의 창을 소환하여 낚아챘다.


어둠의 로브에 가려져있어 그의 표정이 내게는 보이진 않는다.

그의 눈만이 불타고 있음이 보였다.

어둠을 뚫어내고 발갛게 타오르는 살기의 빛을 거침없이 뿜어내기 시작한 것이다.


"바로 간다. 준비"


나는 침착한 목소리로 제자들에게 대악마의 대결이 시작되었음을 알림과 동시에 캐스팅을 시작하였다.

거침없이 마법 시동어를 외우기 시작하였다.


왼손을 천천히 들어 올리자. 거대한 장막이 정면의 동굴 반을 관통하면서 펼쳐졌다.


-촤아아악 차르르륵


상대의 마법과 흑마술을 전부 무력화시킬 수 있는 최강의 방어마법인

라이트닝 미러를 펼친 것이다.


-슈스스스승

대악마가 비루스 창을 거칠게 휘젓자. 그의 검에서 뿜어져 나온 수많은 암흑 화살들이 우리를 겨냥해 사정없이 날라든다.


-콰카카카캉!




그의 흑마술이 빚어낸 암흑화살들이 나에게 거침없이 날라들었다.

그것들은 장대하게 펼쳐진 나의 보호 장막에 부딛혔다.


-스스스슥!


화살들이 흐트러지며 무력화되어버렸다.


"네 이놈!"


로브에 가린 그의 표정을 여전히 읽을 순 없지만, 적잖이 당황했으리라.


격노한 상대와 달리 나는 큰 감흥 없이 다음 마법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시동 어를 내뱉자 오른 손은 눈부신 빛으로 감돌기 시작하였다.


세상이 나를 대마법사 칭호를 붙이게 된 것은 바로.

이 더블 캐스팅능력 때문일 것이다.


나는 마법을 구사하면서도 다른 마법을 동시에 발동한다.

또한 여러 마법을 중첩시키며, 유지시킬 수 있다.

유일하게 다른 마법사들이 도달하지 못한 대마법사의 경지에 이른 것이다.


[데스페어워터 despairofwater]

-두웅두둥

오른 손에선 새파란 구체가 떠올랐다.


구체안은 물의 소용돌이가 압축되어 새몰차게 넘실대고 있다.


"네 놈 겨우 그것이 짐에게 통할 거라 생각하느냐. 가소롭다."

대악마는 내가 물의 마법을 압축한 절망의 수력구를 생성하자 비웃음을 흘린다.


"그래 이 걸론 부족하겠지, 그렇다면 화끈함도 더해주지"


나의 입술에 시동어가 새어 나오자 고속 연산이 되어 내 몸에서 마나가 흘러나가기 시작했다. 이내 곧 그 형태를 만들어 간다.

순식간에 화염 마법이 손에서 펼쳐졌다.


[익스트림 플레임]


-화르륵!


새빨간 화염이 일어났다.

그 화염은 위에 떠 있던 마법 체에 달려들었다.

수력구는 이제 사방에 초고온의 화염마법이 둘러졌다.

닿기만 해도 뼈까지 타들어갈 위력의 마법을 겹쳐서 담아낸 것이다.


위력적인 화염마법이 물로 이루어진 구체에 덮었지만,

수력구는 처음같이 물이 출렁대며 그 위력이 조금도 줄어들지 않는다.

원소마법이 서로 겹치지 않게 신경 써서 조절한 덕분이었다.


"너의 뛰어난 저항속성을 모두 무력화시키려면 이 정도로도 부족할 꺼야. 그렇다면 내 특별히 따끔한 맛을 더해줘야겠지."


내가 이어서 다음 시동어를 외쳤다.


-파지지징

[일렉트로닉 볼트]

시퍼런 전격이 오른 손에서 튀어나왔다.

그리곤 수력구로 옮겨 붙는다.

수력구를 덮은 고온의 화염의 불꽃이 사방으로 전격을 쏟아낸다.

이제는 고압의 전류가 수력구의 화염전체를 휘감았다.

닿기만 하면 바로 튀겨질 초고압의 방대한 전류가 흘러넘친다.


"인간이 어떻게!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대악마가 침음을 흘렸다.

그의 탄식과 절망은 나에게 기쁨이었다.


나의 마법이 계속 이 수력구에 겹쳐지면서 강력해지기를 원치 않는 듯

대악마가 서둘러 움직였다.


"크악"

-두두두두

대악마가 괴성을 질러내곤 비루스 창을 앞으로 내밀었다.

힘으로 장막을 뚫어낼 기세로 전력을 다해 달려 나왔다.


"시작하여라"


나의 외침이 이 토벌 작전의 최후의 신호탄이 되었다.


준비를 마치고선 나의 명령만을 기다리던 제자들이 일제히 손을 뻗어 마법을 펼친다.


-촤아아악


제자들이 한꺼번에 만들어 낸 검붉은 마법 손들이 대악마에게 뻗어나갔다.


[핸드오브바인드 Hand of bind]


-좌아아악


돌진하던 대악마의 움직임을 삽시간에 붙들고선 옭아맨다.


"크억. 감히 이 몸을. 놔라 크아아악! "상대의 몸부림이 이제는 처절하게까지 보인다.


이제, 최후의 일격만이 남았다.


내가 공격할 잠깐의 시간을 제자들이 합심해 만들어놓았다.

무대는 마련되었다.

이제 내가 이 전쟁의 끝을 완성해야 한다.


나는 신중히 오른 손을 높이 쳐들었다.


-촤르르륵

-화르르륵

-파지지징


전력을 담은 마력구가 회전을 하기 시작했다.



-쿠콰과광


휘몰아치는 수력구는 고온의 화염의 불꽃을 뿜어대며, 고압의 전류를 튀기기 시작한다.


일격에 끝낸다.


나는 신중히 대악마를 향해 조준했다.

실패는 큰 재앙이다.


그 때!


-쑤우욱


온 신경이 대악마에게 집중되었을 때 벌어진 일이다.

삽시간에 내 집중이 흐트러졌다.

뜨거움 고통이 내 몸에서 처밀려온다.

차갑고 날카로운 쇠붙이가 내 허리에 박혀버린 것이 눈에 들어왔다.


-후드득

내 피가 발 밑의 바닥을 적신다.


"크으윽"


순간적으로 눈앞이 흐려진다.

뒤가 소란스럽다.

뒤돌아 볼 여력이 없다.


이제 오른 손만 더 뻗으면, 대악마를 끝장낼 수 있을 것이다.

이 과업을 완성하리라.


눈을 가늘게 뜨며, 희미해진 시야의 초점을 다시 마췄다.

그리고 상대를 찾았다.


그런데.


"아, 어찌 이런 일이. 크으윽"


나는 침음을 흘리며 고통스럽게 절규했다.


패색어린 탄식은 내 허리에 깊숙이 박힌 검이 자아낸 육체의 고통 때문이 아니었다.

마지막 대업의 바로 직전에 완전히 무너져버린 것에 대한 극심한 절망감 때문이었다.


대악마가 있어야 할 자리에는 어느새 어린 제자가 위치해 있었다.

제자 녀석도 적잖이 당황해 보인다.

나의 마법이 그를 향해 있자. 그는 다급히 나를 제지 시키려 손을 흔들고 있다.


대악마는 라이트닝미러를 관통할 마법을 쓸 수 없었을 텐데.

최강 방어마법은 정면에서 날아오는 상대의 모든 마법을 무력화시킨다.


그렇다면

그가 저지른 일은 아니다.


"누가 위치교환 마법을...커헉"


입속에서 왈칵 피를 토해냈다.


다시금 눈이 흐려진다.


마지막까지 사력을 다해 붙들고 있었던 손 위에 띄어진 마력구의 마나가 사방으로 흩어져버린다.


-스스스승


흔적도 없이 소멸해버렸다.


괴로움에 입술을 꽉 깨물었다.

입에서 비릿한 맛이 넘쳐흐른다.


이제 마지막 결정을 내려야 한다.

내 일생 마지막 마법을 펼칠 시간이다.


나는 멀어져가는 의식을 쥐어짜 붙들었다.

그리고 시동어를 천천히 읊조렸다.


분하다. 원통하다.


-쑤우욱

내 허리 뒤에 박힌 검이 몸을 뚫고 더 앞으로 솟구쳐 나오는 것이 보였다.


-촤아아악

내 몸 속에 있던 끈적끈적한 액체들이 뛰쳐나와 온 몸에 들러붙는다.


"크하하핫. 크하하핫 "


뒤에서 나를 조롱하듯 크게 웃어젖힌다.

대악마의 군주 베르마르가 자신의 승리에 도치되어 발산하는 웃음소리가

내 귀에 사납게 맴돌기 시작하였다.


앞으로 고꾸라지면서도 나의 입은 계속 움직였다.


나는 주먹을 꽉 쥐어냈다.


[대전송 술 발동]


-촤아아아악!

빛이 동굴사방에서 쏟아지며 암전이 되었다.


-쿠쿵

차가운 바닥이 얼굴에 그대로 날아와 부딪힌다.


붉은 노을이 져 물어간다. 아니 붉은 달빛인가.

희미해져가는 시야 속으로 여러 명이 나를 향해 다급히 달려오는 것을 보았다.


그들 너머에 놓인 장소가 흐릿한 시야를 뚫고 들어왔다.

잠시 잊고 지냈던 그러나 기억 속 너머에 소중히 간직한 곳이었다.


오랜만이다.

낡아 부스러진 건물,

세월의 흔적이 옮아 붙어버린 허름한 상점,

낯익은 사람들까지 희미하게 보인다.

정겨운 마을풍경과 그리운 냄새까지 모두가 예전

그대로였다.


얼마 만에 오는 고향이었던가.

좀 더 일찍 찾았으면 좋았을 것을.


그리운 광경이 희미하게 눈에 들어오자 목이 매여 온다.


그래. 여기서 내 삶은 시작되었지.


여기에 당도했다는 것은

최후의 마법이 성공한 것이다.

자신과 제자들만을 고향 마을로 이동시키는 대전송 마법이 효과를 발휘했다.


그래. 이제 제자들에게 맡기자

그들이라면 해낼 것이다.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나의 의식이 차차 흐려졌다.


이윽고 하얀 빛이 나를 번뜩이며 나를 집어 삼켜버렸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열심히 달려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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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처단(3) +1 20.12.30 87 2 13쪽
24 처단(2) 20.12.29 86 2 13쪽
23 처단 20.12.28 104 1 12쪽
22 역습 20.12.27 110 1 13쪽
21 샤롯(2) 20.12.26 106 1 12쪽
20 샤롯(1) 20.12.25 130 1 12쪽
19 듀얼캐스팅 20.12.24 141 1 12쪽
18 공격대 20.12.23 166 1 13쪽
17 기습 20.12.22 171 2 13쪽
16 심문 20.12.21 184 1 12쪽
15 소탕 20.12.20 194 1 13쪽
14 재등장 20.12.19 214 1 12쪽
13 야영(2) 20.12.18 221 2 12쪽
12 야영 20.12.17 227 1 13쪽
11 인질 +2 20.12.16 266 1 12쪽
10 재정비 20.12.15 270 2 12쪽
9 결전(2) 20.12.14 303 1 12쪽
8 결전 20.12.13 330 2 12쪽
7 훈련(2) 20.12.12 360 2 13쪽
6 훈련 20.12.11 386 3 13쪽
5 취조 20.12.10 429 4 12쪽
4 대결 20.12.09 448 5 11쪽
3 검술시범 20.12.08 488 5 12쪽
2 새로운 곳 20.12.07 648 4 12쪽
» 대악마의 군주 20.12.07 808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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