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의 말(2)...The End
그가 놀란 이유는 방 한가운데 놓인 침대에 윌 자신이 누워있었던 것이다.
"여긴 제 남편 윌이에요."
제니는 유리관 안을 통해 윌의 얼굴을 쳐다보며 말했다.
"이 유리관 안은 또 다른 차원입니다."
윌을 포함한 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하다는 듯이 모두 서로를 쳐다보았다.
"피닉스가 우드를 시켜 제 남편을 저렇게 만들었어요. 다시 식물 인간이 된 것이죠."
"왜 다시 식물 인간이 된 건가요?"
제니퍼가 궁금하다는 듯이 물었다.
"윌은 차원의 이동 열쇠를 머리에 총상을 입고 누워있는 상태에서 발견했어요. 의학적으론 의식이 없는 상태였는데, 자신은 의식이 있었다고 말하더군요.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상태에서 윌은 무엇이라도 도전해보고 싶었나 봐요. 그래서 차원의 이동에 한 가닥 희망을 걸고 자신의 의지를 집중했다고 해요.
그랬더니,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이 다른 차원에 가 있더라는 거에요.
거기서는 고양이가 되기도 하고, 꿀벌이 되어 하늘을 훨훨 날기도 했대요.
전 이 모든 것을 그의 입으로만 들었는데, 나중에 그와 함께 한 차원 여행에서 실제로 다 경험하게 되었답니다."
"그런데, 어떻게 다시 식물 인간이 된 건가요?"
제니의 입에서 자신의 질문에 대한 대답이 나오지 않자, 보다 못한 제니퍼가 다시 물었다.
"아~, 그건 피닉스가 우드를 통해 피닉스 바이러스를 그에게 주입했기 때문이에요."
"피닉스 바이러스요?"
모두들 입을 모아 외쳤다.
"네. 사람에 따라서 그 바이러스가 다르게 작용하는 것으로 현재 알고 있는데, 하여튼 당시 윌이 머물던 차원에서 그에겐 치명적인 독으로 작용한 모양이에요. 그 때 이후로 저렇게 누워 있답니다.
비프와 전 윌을 찾아 여러 차원을 헤매다가 겨우 윌을 발견했고, 이렇게 연구소에 그를 데리고 올 수 있었어요."
제니의 말을 듣고 있던 윌은 누구보다 자신이 가장 궁금할 것이라 생각한 질문을 던졌다.
"그럼, 저는 어떻게 된 겁니까? 제가 왜 교주가 되어 있는 거죠?"
윌의 질문에 제니는 물끄러미 윌을 바라보았다. 잠시 무언가 생각하는 듯하더니, 이내 그녀는 입을 열었다.
"교주님은 그이의 환상이 만들어 낸 인물입니다."
"네에~?"
"그이는 평소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에 관심이 많았어요. 모든 사람들이 행복한 삶을 살기를 항상 바랐던 그의 환상이 교주님을 만든 거에요."
"그렇다면 제가 실제 인물이 아니란 말입니까?"
"네. 그렇습니다."
윌은 제니의 말을 듣더니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는데, 제니퍼가 그의 곁으로 와서 부축해 주었다.
"교주님을 포함한 여기 계신 분들은 모두 윌의 환상이 만들어 낸 인물입니다. 심지어 저까지두요."
"네에~?"
이번에는 제니를 제외한 제니퍼와 머큐리마저 바닥에 털썩 주저 앉았다.
"그럼, 우린 어떻게 되는 겁니까?"
윌은 제니의 말을 도무지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보며 물었다.
"윌이 마음만 먹으면 저희는 언제든지 사라질 수 있어요. 또 그가 저희를 다시 살릴 수도 있구요."
"그럼, 윌을 저렇게 만든 피닉스는 도대체 어떤 인물입니까?"
윌은 다시 물었다.
"피닉스도 윌이 만든 인물이에요. 윌이 곧 피닉스죠. 그리고 우드나 아놀드 등 여러분이 아는 모든 인물은 윌이 만든 거랍니다."
이쯤되니 모두들 할 말을 잃은 모양이었다.
"그럼, 피닉스 연구소에 침입할 필요도 없겠군요."
윌은 체념한 듯이 말했다.
"그건 선택일 뿐이에요."
제니는 차가운 어투로 말했다.
"언제든 자신이 사라질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최선을 다해 현실을 개척해 나갈 수도 있고, 아니면 언제든 사라질 수 있으니까 모든 걸 포기하고 그냥 자기 하고픈 대로 살 수도 있구요."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묻겠습니다."
윌은 작심한 듯한 표정으로 제니를 바라보며 말했다.
"혹시 저기 누워 있는 윌도 환상입니까?"
제니는 질문을 하는 윌을 문뜩 쳐다보다가 다시 유리관 속에 누워 있는 윌을 바라보며 말했다.
"네. 맞아요.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환상입니다."
***
'똑~! 똑~!'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윌은 잠에서 깼다.
그는 잠시 사무실에 있는 쇼파에서 낮잠을 자고 있었던 모양이다. 대충 옷매무새를 챙긴 윌은 문을 열었다.
"청소하러 왔습니다."
문 앞에 서 있던 사람들이 대답했다.
"아...아니 오늘은 됐습니다. 내일 하시죠~!"
윌은 문을 닫고 책상으로 돌아와서 의자에 앉았다.
'의지만 있다면 무슨 일이든지 할 수 있다는 얘기군~.'
열어 젖힌 커튼 사이로 햇살이 들어와 윌의 얼굴을 비추었고, 윌은 살며시 미소를 입가에 머금었다.
- 작가의말
‘mpia에 놀러간 will’은 여기에서 마무리짓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작품은 ‘가상현실에서 복수를’입니다.
‘mpia에 놀러간 will’과 이어지는 내용이니 보실 분들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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