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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덴킹 님의 서재입니다.

mpia에 놀러간 will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로덴킹
작품등록일 :
2018.08.04 15:21
최근연재일 :
2018.10.12 15:09
연재수 :
70 회
조회수 :
11,325
추천수 :
277
글자수 :
295,594

작성
18.09.17 06:00
조회
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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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2쪽

44. 윌(will)을 찾아온 망자

DUMMY

누워 있던 자세로 눈을 뜬 윌은 순간 경기를 할 지경이었다. 윌의 눈에 들어 온 것은 창백한 얼굴을 한 방금 사망한 그 청년이었던 것이다. 청년은 측은한 눈빛으로 윌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뭐...뭐야!"


윌은 부리나케 청년의 얼굴을 피해 자리에서 몸을 반쯤 일으켰다. 청년은 윌이 자신 때문에 놀랐다는 것을 알아 차렸는지 슬며시 자세를 일으켜 윌의 책상으로 가 의자에 앉았다. 윌은 이런 청년의 모습을 보고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청년을 뚫어지게 쳐다 보았다.


순간 청년은 앉아 있던 의자를 미친듯이 자신의 몸과 함께 돌렸고, 정신이 사나워진 윌은


"그만~!"


이라고 외쳤다.


하지만, 윌의 간절한 요청에도 청년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의자를 돌리더니, 제 풀에 지친 듯 머리와 팔을 축 늘어뜨린 채 멈춰진 의자에 가만히 몸을 의지하고 있었다.


"귀신이어도 물러가고 사람이어도 물러가라~!"


윌은 청년에 의해 혼란스러워진 상태에서 자신도 모르게 지껄였다. 그러자, 청년은 '피식~!' 웃음을 지어 보이며 늘어진 고개를 들어 윌을 바라 보았다.


"저는 귀신도 아니고, 사람도 아니니까 여기 있어도 되겠네요~."


청년은 윌을 놀려 주려는 듯 대답했는데, 이 말에 윌은 긴장감보다 호기심을 더 느끼게 되어 한층 표정이 누그러졌다.


"죽었으면 귀신이지 귀신이 아닌 건 또 뭐야~!"


긴장감은 조금 덜해졌지만, 그래도 아직 윌의 가슴은 뛰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윌은 의도치 않게 따지듯이 소리를 내질렀다.


"전 선생님께 부탁을 하러 온 것이지 해치러 온 게 아니니까, 그렇게 겁 먹은 토끼처럼 계속 놀라고 있을 필요는 없어요."


윌은 청년의 '선생님'이라는 말에 다소 위안을 느낀 모양이다. 자세를 완전히 고쳐 잡고 침대에서 두 다리를 내린 채 걸터 앉아 청년을 마주 보며 앉은 윌은 아직 놀란 가슴이 진정되지 않은 상태로 물었다.


"또 뭔 부탁인데? 부탁을 하러 왔으면 공손히 할 것이지 선생님을 놀래키면 쓰나!"


윌은 일부러 '선생님'이라는 단어를 강조하며 말했는데, 이것은 일종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전 공손하게 말했는데요. 왜, 뭐 마음에 안 드는 게 있었어요?"


"나를 놀래킨 것도 모자라 의자를 요란스럽게 돌리며 장난을 쳤잖아! 그건 공손한 태도가 아니지~."


윌은 진심으로 청년에게 따지려 한 것이 아니라, 일단 자신이 기세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고 싶었기 때문에 꼬투리를 잡고 있는 듯했다. 이런 윌의 의도와는 다르게 청년은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아, 의자 돌린 거요? 그냥 의자가 제 마음대로 움직이는지 한번 시험해 본 거에요. 아직 죽은지 얼마 안되어서 적응이 덜 되었거든요."


청년은 그러더니 또 자신이 앉은 의자를 세차게 돌려 버렸는데, 윌은 자신이 지적한 것에 대해 반항이라도 하듯이 행동하는 청년이 조금 못 마땅해진 모양이었다.


"부탁을 하러 왔으면 예의를 차리는 게 맞는 것 같은데, 아까 현식이라고 했나? 현식군은 그런 예의를 모르는 모양이지?"


그러자 청년은 돌고 있던 의자를 바로 세우더니 윌을 마주 보고 앉은 채 말했다.


"아~, 선생님 죄송해요. 그래도 제 이름을 기억하고 계시네요."


창백한 얼굴과는 달리 활짝 웃는 청년의 미소는 천진난만하면서도 왠지 모를 어두움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윌은 더 이상 질책을 할 수 없었다.


"그래, 현식군 부탁이라는 게 도대체 뭔가?"


부탁을 말해 보라는 윌의 말에 청년은 웃음기가 싹 가신 얼굴로 고개를 떨구더니 한참을 망설이다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저...선생님, 제가 떠나기 전에 만나 보고 싶은 사람이 있는데, 한번 볼 수 있을까 싶어서요."


부탁을 말하는 청년의 모습에서 윌은 이제 완전히 우위를 점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에 더 이상 차가운 말투로 청년을 대하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을 하며 조금 부드러운 어투로 말했다.


"그래, 그게 누군데 그러나?"


"저...기...제가 사랑하던 사람이요~."


'캬~또 사랑 타령인가? 사람들은 왜 이렇게 사랑에 매달리는 거야~.'


윌은 영화나 드라마 그리고 소설 속에서 이제는 진부한 소재가 되어 버린 듯한 사랑 얘기를 또 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잠시 머뭇거렸지만, 그래도 자신에게 부탁을 하러 온 청년에게 실망감을 안겨줄 수 없다는 생각에 마치 착한 사람 컴플렉스라도 가진 사람처럼 온화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고, 또 내가 해야 할 일은 뭔가?"


청년은 윌의 질문에 말을 꺼내기가 쑥스러운 듯 보였다. 윌을 쳐다보며 히죽거리기만 할 뿐이었기 때문이다. 청년이 사랑하는 대상이 아마 생각만 해도 웃음이 절로 나는 그런 상대인가 보다.


"어차피 부탁을 해야하니까, 선생님께 다 말씀 드릴 게요."


청년은 작심을 한 듯 윌을 바라보며 말했다.


"제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은요......"


청년은 말을 꺼내다 말고 자신만의 감정에 휩싸여 약간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아마 마지막 사랑이라는 말에 스스로 슬픈 감정이 격해진 모양이었다.


"저의 고등학교 음악 선생님이었습니다."


'헉~!'


윌은 청년의 말에 말문이 그만 막히는 듯했다.


"고등학교 때 음악 선생님이라고? 혹시 자네 지금 몇 살인가?"


윌은 외모만으로 청년의 나이를 짐작할 수 없었으므로 그의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한 본격적인 작업을 시작하는 듯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해에 사고가 났으니까 올 해로 21살이 되는 것 같습니다."


"21살이면 21살이지, 되는 것 같다는 건 또 무슨 말인가?"


윌은 생뚱맞다는 표정을 지으며 청년에게 되물었다.


"제가 사고를 당하고 뇌사 상태에 빠졌었기 때문에 저도 그 이후로 얼마의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거든요."


"그러니까 고등학교를 졸업한 해에 사고가 났단 말이지?"


"네."


윌은 청년이 고등학교를 졸업했다는 사실이 중요했다는 듯이 그것을 강조해서 물었고, 자신이 원하는 답을 얻었다는 듯이 조금 만족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래. 그런데, 그 선생님과 어떤 사연이 있기라도 했단 말인가?"


"그게...음..."


청년은 잠시 자신의 잃어버린 기억들을 되찾으려는 듯 채 말을 잇지 못하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아마 누구나 그렇듯이 자신의 소중한 것에 대한 얘기를 선뜻 누군가에게 다 털어내 버리는 것이 자신만의 비밀스런 보물을 빼앗기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그럴지도 모를 일이다.


"제가 고등학교 때 방황을 좀 했었거든요. 저희 아빠가 사업을 하셨는데, 중학교를 졸업할 무렵 부도가 나면서 집안이 힘들어졌어요.


대궐 같은 으리으리한 집도, 멋진 외제차도 모두 다 사라져 버리고 세식구가 반지하 단칸방에서 갑자기 살려니 적응이 안되는 거에요.


아빠는 아빠대로, 엄마는 엄마대로 돈을 벌러 나가셨기 때문에 썰렁하고 답답한 집에 혼자 있기가 싫어서 고등학교 땐 학교를 마치면 거의 친구들과 매일 놀러 다녔던 것 같아요."


윌은 청년의 어려웠던 과거 얘기를 듣는 동안 마음이 숙연해졌다. 그러면서도 윌은 청년이 계속 '아빠'라는 단어를 사용했기 때문에 외동 아들로 부모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자랐을 거라는 추측을 했다.


설령 그런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아까 윌이 봤던 청년의 아빠가 청년에게 엄한 상대는 아니었던 모양이었을 거라 생각되었다.


"누구에게나 아픈 추억은 있는 법이지. 물론 그게 당사자에게는 세상의 그 어떤 고통보다 힘들었을 것이고..."


윌은 청년의 말을 잘 경청하고 있다는 뜻을 표하기 위해 약간의 추임새 섞인 말을 던졌다. 청년은 윌의 말을 받아 다시 자신의 얘기를 이어 갔다.


"학교에서도 선생님이나 다른 보통의 친구들은 저를 문제아로 보기 시작했어요. 저도 사춘기였던 데다가 세상이 모두 원망스러웠기 때문에 저도 모르게 반항적이 되었거든요."


윌은 청년의 말을 듣던 도중 문득 자신의 학창 시절을 떠올렸다.


물론 윌은 모범생으로 얌전히 공부만 하던 스타일이었지만, 친구들 중 반항적이고 문제아로 낙인이 찍혔던 아이들도 모두 다른 사람들이 인식하듯이 그렇게 나쁜 학생은 아니라고 그당시 생각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소위 말하는 불량 써클에 가입하여 마치 온 세상이 저희 것인 양 행동하고 다니기도 했죠."


청년은 지금 생각하니, 자신의 과거의 그런 행동이 쑥스러운지 입술을 씰죽거리며 약간 못마땅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고 2때였는데, 저희 학교에 새로운 음악 선생님이 왔어요."


청년은 마른 침을 꿀꺽 삼키기라도 하는 듯이 목젖을 움직였지만, 그것은 단지 청년이 살았을 때의 습관일 뿐이었고 지금 청년의 입 속에는 침이 없었다.


"저는 모든 선생님이 포기한 상태였기 때문에 수업 시간에도 제 마음대로 했거든요. 잘못을 하면 매를 맞으면 그만이니까, 겁 나는 게 없었어요.


고 2때의 첫 음악 시간은 지금도 기억이 나요."


청년은 마치 기억의 저편에서 다시 고 2때 음악 시간으로 돌아간 것처럼 두 손을 턱에 괸 다음 향기로운 꽃 속에 머무는 듯한 기분 좋은 표정을 잠시 짓고 있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처음 저희 학교로 부임하셨다고 자신을 소개한 음악 선생님은 학생들 하나 하나 이름을 부른 다음 모두 악수를 하셨죠. 잘 부탁한다는 인사와 함께요."


윌은 아직 별로 대단한 반전은 없다는 듯이 잠시 자세를 펴며 어서 다음의 반전이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그런데, 제 이름을 호명하려던 선생님은 잠시 멈춘 채 한참을 가만히 계셨어요. 그래서 저는 반항심에 원래 한번에 대답을 안하려고 작정하고 있었는데, 선생님이 한참을 제 이름을 안 부르니까 제가 그만 조바심이 나 버린 거에요."


'음...약간의 반전인데?'


윌은 마치 자신이 바라던 반전의 선물이 도착했다는 택배 문자를 받은 듯이 약간 설레이는 기분이 되어 버린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래서 저는 선생님이 제 이름을 부르기도 전에


"장 현식입니다"


하고 제 소개를 먼저 해 버린 거에요. 아이들은 모두 웃음 바다가 아...아니 웃음 산이 되었고, 저는 본의 아니게 웃음거리가 된 것 같아 당황하고 말았죠.


"그런데......"


윌은 선생님이 이 상황에서 어떤 반응을 했는지 무척 궁금해졌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커다란 눈을 더 동그랗게 뜨고 청년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선생님은 미동도 않고 가만히 계시는 거에요. 그래서 아이들도 웃음 산에서 돌아와 모두 자신을 되찾고 있었죠.


그러더니 선생님은 출석부를 덮은 채 음악 감상을 하라며, 준비해 오신 음악을 틀어 주시고는 교실 밖 풍경만 쳐다 보고 계셨어요. 그렇게 첫 음악 시간은 끝났어요."


윌은 예상했던 것보다 약한 스토리에 다소 실망해서 김이 샌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청년은 그런 윌의 반응을 예상했다는 듯이 다음 말을 이어 나갔다.


"그런데, 그 날은 비가 오고 있었거든요. 흐린 날씨였죠. 그리고, 저는 복도 쪽 맨 뒷자리에 앉아 있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선생님은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창에 비친 저를 보고 계셨던 거에요.


반 아이들은 몰랐지만, 저는 이상한 느낌이 들어 팔을 베개 삼아 책상에 엎드려 있다가 고개를 들었는데, 제가 고개를 든 순간 창밖을 보고 있던 선생님이 움찔하는 걸 느꼈거든요.


그래서 왜 그러나 싶어 창쪽을 보다가 창문에 비친 선생님의 모습을 보게 되었는데, 아무래도 저를 보고 있는 것 같았어요. 저도 그 다음부턴 음악 시간이 끝날 때까지 계속 창에 비친 선생님만 보고 말았죠."


윌은 청년의 얘기를 들으면서 선생님이 '장 현식'이라는 이름과 무슨 사연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흐린 날씨임에도 창을 통해 선생님과 청년 사이를 잇게 해준 교실의 형광등 불빛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역시 빛이란 위대한 것이야~.'


윌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청년은 윌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이 고개를 들어 천장의 불빛들을 바라보다가 말을 꺼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요."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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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제니의 말(2)...The End +2 18.10.12 150 2 5쪽
69 제니의 말 +2 18.10.12 123 2 11쪽
68 다시 연구소로 18.10.11 105 2 12쪽
67 해후 18.10.09 130 2 12쪽
66 이중 첩자 +2 18.10.08 116 2 12쪽
65 해답을 찾다 18.10.05 90 2 12쪽
64 피닉스 연구소 18.10.04 113 2 12쪽
63 첩보원 18.10.02 146 2 11쪽
62 윌, 다시 교주로 +2 18.10.01 194 2 11쪽
61 제니의 등장 +2 18.09.29 136 2 16쪽
60 우드의 변신 18.09.28 165 2 12쪽
59 철학자 폴 18.09.28 130 2 13쪽
58 배고픈 우드 18.09.27 128 2 12쪽
57 위기의 우드 18.09.27 141 2 14쪽
56 추격과 재회 18.09.25 150 2 15쪽
55 윌과 추격자 18.09.24 165 4 14쪽
54 어둠의 손님 18.09.23 154 4 14쪽
53 불청객 등장 +2 18.09.22 178 4 15쪽
52 윌과 제니퍼 18.09.22 171 4 18쪽
51 제니퍼의 등장 18.09.21 179 4 10쪽
50 뜻밖의 만남 18.09.21 170 4 14쪽
49 차가운 이별 +2 18.09.20 206 4 16쪽
48 그녀의 증언 18.09.20 161 4 9쪽
47 그녀의 등장 +2 18.09.19 246 3 7쪽
46 46. 청년의 부탁 +2 18.09.18 184 4 15쪽
45 45. 음악 선생님과 청년 18.09.17 172 5 13쪽
» 44. 윌(will)을 찾아온 망자 18.09.17 171 5 12쪽
43 43. 망자의 대화 18.09.15 167 5 15쪽
42 42. 의사가 된 윌(will) 18.09.14 176 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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