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4화 나 죽을병이야! (1)
4구역 빌라촌 반지하 곰돌이샘이 진땀을 빼면서 대치중이다.
곰돌이샘: 아버님! 저희는 도와드리러 온 동물입니다!
산양 아버지: 뭐! 필요 없어! 나 곧 죽는다니까! 맘대로 해봐! 기사단에 잡아가던지!
집 밖에 있던 굿밤고양이가 들어오면서 말했다.
굿밤고양이: 곰돌이샘! 오늘은 복귀해요! 산양한테도 좋지 않아요.
곰돌이샘: 팀장님 잠깐만요! 아버님이 죽겠다잖아요.
당황한 곰돌이샘의 얼굴에 굿밤고양이가 소리쳤다.
굿밤고양이: 샘! 정신 차려요! 샘이 같이 감정적으로 나가면 어쩌자는 겁니까?
굿밤고양이의 말에 곰돌이샘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곰돌이샘: 아버님!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산양 아버지: 어! 맘대로! 나 죽어있을 테니까!
무거운 발걸음으로 집 밖으로 나온 곰돌이샘에게 굿밤고양이가 위로를 했다.
굿밤고양이: 샘! 정말 죽을 동물이면 우리가 처음 출동했을 때 죽었어. 지금 불치병을 공격무기로 사용하시는 거니까. 거기에 넘어가지마. 그리고 샘의 담당아동은 산양이지 그 아버지가 아니야.
곰돌이샘: 알죠. 아는데요. 저는 산양이랑 아버지랑 모두 돕고 싶은 건데요.
굿밤고양이: 당연하지! 하지만 우리는 신이 아니야.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겠지만 결과까지 항상 좋을 수는 없는 거야.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곰돌이샘은 산양에게 좋은 소식을 전하지 못하는 상황에 화가 났다.
1달 전.
4구역 높은 학교 상담실.
굿밤고양이: 네? 얼음을 던져요?
상담교사: 산양 아버님이 불치병으로 투병 중이신데요. 어머님은 집을 나가셨고 산양 혼자서 아버님을 부양하고 있어요. 통증이 심해질 때면 신경질적으로 나오시는데...
곰돌이샘: 무슨 병인데요?
상담교사: 근육에 이상이 와서 고통이 심하다고 하는데 정확히는 저도 모르겠어요.
4구역 아동위원: 저희가 꽤 오래 전부터 도움을 드리던 가정입니다.
곰돌이샘: 구역청 아동위원회가 4구역은 활동이 많으신가 보네요?
굿밤고양이: 4구역은 지역주민으로 구성 돼서 아동위원회가 활동이 많은 편이에요. 우리 기관이랑 학대예방캠페인도 많이 하셨고 산양 가족을 잘 알고 계셔서 회의에 오셨다고 하네요.
4구역 아동위원: 제가 조그만 지역아동센터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산양도 와서 동생들하고 잘 놀고 가지요.
굿밤고양이: 아버님 거동이 전혀 안되시나요? 미성년자가 돌봄을 받아야 되는데 간병을 한다니... 안타깝네요.
4구역 아동위원: 증상이 올라올 때만 거동을 못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산양도 이제 높은학생이니 그렇게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나이지요.
곰돌이샘: 그래도 보호가 필요한 아동입니다.
굿밤고양이: 위원님. 청소년도 법령 상 아동에 포함입니다. 그리고 물건을 집어 던지는 행동은 위험합니다.
4구역 아동위원: 저도 학대는 허용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버님은 환자십니다.
굿밤고양이: 혹시 아버님께서 얼마나 더 살 수 있다고 하시던가요?
상담교사: 제가 듣기로는 6개월이요.
4구역 아동위원: 저는 3개월로 압니다. 기간은 변동이 가능하지요.
곰돌이샘: 아까 산양에게 듣기로는 아버님께서 불치병으로 시한부를 선고 받으신 시점이 2년 전입니다.
굿밤고양이: 아무래도 산양은 분리보호 해야 할 것 같습니다.
4구역 아동위원: 아무리 그래도 아동은 가족과 있어야지요.
굿밤고양이: 위원님. 저희도 분리를 남용할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산양을 집으로 돌려보내면 재학대 가능성이 너무 크고... 무엇보다 산양이 보호해주지 않으면 가출하겠다고 합니다.
4구역 아동위원: 제가 산양을 설득해 볼 테니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굿밤고양이: 위원님. 대상이 잘못 되었습니다. 아버님을 설득해주셔야지요. 아동은 아주 정상적인 반응을 보이는 겁니다. 위험상황을 강요하면 안 됩니다.
4구역 아동위원: 팀장님! 아버님의 정신은 많이 약합니다. 아이를 분리하면 자살할 수도 있습니다.
회의에 참석해서 조용히 경청하던 동네센터동물이 입을 열었다.
동네센터동물: 사실 조심스럽게 말씀드리지만 아버님께서 자살이야기를 무기로 쓰시는 것 같습니다.
4구역 아동위원: 무기라니요! 생명입니다.
동네센터동물: 위원님께서 사제동물이셔서 종교적으로 접근하시는 건 이해합니다만 그 아버님 동네센터에 생필품이나 살림살이를 요청할 때 항상 그 자살이야기를 하시면서 협박 식으로 발언하십니다. 문제가 생길까봐 그 동안 요청을 무조건 들어드렸는데...
굿밤고양이: 알겠습니다. 위원님! 산양은 집으로 못 보냅니다. 하지만 그 아버님을 만나고 분리에 대해서 고지를 하면서 상태를 보겠습니다.
곰돌이샘: 팀장님. 그럼 시설보호절차 진행하겠습니다.
4구역 아동위원: 팀장님... 정말 그러다가 큰 일 생기면 어쩌시려고.
굿밤고양이: 저희도 그 동안 행위자가 실제 자살을 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냉정하게 들리실 수도 있지만 저는 그 당시에 아동을 보호한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집으로 돌려보냈으면 아동의 생명도 보장하지 못했습니다.
4구역 아동위원: 휴... 알겠습니다. 아버님을 만나러 가실 때 저도 가서 설득을 도와드리죠.
그렇게 사례회의가 끝나고 산양은 곰돌이샘과 보호조치에 들어갔다. 굿밤고양이는 4구역 아동위원과 같이 산양의 집으로 이동했다.
산양의 집은 빌라가 밀집된 거주구역의 골목 안쪽 반지하에 있었다. 대문은 활짝 열려 있었고 집 안에서는 신세한탄을 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산양아버지: 나쁜 년! 지 엄마랑 똑같아서! 아주 성질이 지랄 같아서! 얼음 좀 가져오라고 한 게 뭐가 문제라고! 그래! 나가! 다 나가 어차피 인생 다 끝났는데!
원망이 가득한 중얼거림이 집 밖으로 들렸고 이웃집 창문에서 소리가 들렸다.
???: 아 좀! 조용히 삽시다! 또 찾아갈까요?
잠시 조용해진 산양아버지의 목소리는 조금 뒤 다시 중얼중얼 들려왔다.
4구역 아동위원: 산양 아버님! 계시죠? 들어갈게요!
산양아버지: 아이고~ 목사님 오셨어요? 무슨 일이세요?
조금 전까지 세상 원망을 다하던 산양아버지는 아동위원을 반갑게 맞았다.
4구역 아동위원: 지금은 교회 일로 온 것은 아닙니다. 몸은 좀 어떠세요?
산양아버지: 매일 똑같지요. 죽을 때만 기다리죠. 그런데 이 분은 처음 뵙는데...
굿밤고양이: 안녕하세요? 3구역 신고해야나간다 기관 굿밤고양이 팀장입니다.
산양아버지: 신고? 무슨 신고요?
산양아버지는 바로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굿밤고양이: 저는 아동학대 신고를 받고 현장출동을 다니는 동물입니다.
산양아버지: 아! 그 년이 지 애비를 신고까지 한 겁니까? 그런 불효자 같으니!
굿밤고양이: 아버님 당황스럽겠지만 저는 아버님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온 겁니다.
4구역 아동위원: 아버님 여기도 복지기관이고 아버님 사정을 제가 말해서 기사단 개입은 없이 일단은 도와드리러 온 겁니다. 일단 대화를 좀 하시죠.
산양아버지: 목사님께서 제 입장을 잘 이야기해 주셨을 테니, 저는 할 말이 없습니다. 제가 뭐 잘못했으면 기사단 와서 저를 잡아가라고 하세요!
산양아버지는 갑자기 아픈 소리를 내면서 방으로 들어가서 누웠다.
산양아버지: 할 말 없으니 가세요! 아니면 저기 약물 주사를 한 번에 맞고 죽는 모습을 직접 보시던가! 어차피 죽을 것! 된장!
4구역 아동위원: 아버님! 살아보려고 교회도 열심히 오시고 도움도 잘 받으시더니 왜 그러세요? 일단 산양이 집으로 돌아오려면 이 분들하고 잘 이야기 하셔야지요!
산양아버지: 그 길러준 은혜도 모르는 지애미같은 년은 집에 오지 말라고 하세요! 지 아빠가 아파서 수발 좀 들라고 하는 게 뭐가 그렇게 문제라고! 대들고 덤비고 집을 나가? 아주 개고생을 해봐야 정신 차리고 기어들어오지!
굿밤고양이: 아버님. 산양이 귀가를 거부한 부분부터 말씀 좀 해주시죠. 그래야 저희도 아버님 입장을 최대한 이해할 수 있으니까요.
산양아버지: 내가 거짓말은 안 가르쳤으니 산양이 말한 건 전부 사실입니다. 그냥 그렇게 듣고 법대로 하세요! 난 그냥 죽을라니까!
산양아버지의 언성이 높아졌다. 이웃집에서 다시 소리가 들렸다.
???: 아씨! 진짜 아픈 사람이라고 해서 참았더니 그냥 콱 뒤져버려! 매일 죽는다고 소리 지르고 좀 조용히 살자고!
건물이 다닥다닥 붙어서 산양아버지의 고성은 밖에도 잘 들렸다. 이번에는 산양아버지가 언성을 더 높였다.
산양아버지: 그래 뒤진다! 너 나중에 후회하지마! 너 때문에 뒤진다!
굿밤고양이가 집 밖으로 나가서 크게 소리쳤다.
굿밤고양이: 죄송합니다. 상담 중입니다.
4구역 아동위원: 아버님 언성 좀 낮추세요. 동네에 소문 다 납니다.
산양아버지: 어차피 아까 소리 지른 놈하고 자주 싸워서 동네에서 다 압니다. 시한부인 것도 전부 다 압니다.
굿밤고양이: 위원님. 오늘은 여기까지 하죠. 아버님 산양은 시설보호조치 됩니다. 위원님 요청으로 일단 기사단 개입은 보류상태로 협의했습니다. 하지만 개선사항이 없다면 산양이 집으로 돌아오기 어렵습니다. 저희도 산양을 설득하려면 아버님께서 노력해주셔야 합니다.
산양아버지: 나 죽을 병 걸린 환자야! 무슨 내가 노력을 해!
굿밤고양이: 오늘은 일단 돌아갑니다. 하지만 담당자랑 다시 찾아뵐 때는 차분하게 대화를 할 수 있으면 합니다. 여기 명함 두고 갑니다.
4구역 아동위원: 아버님 굿밤팀장님은 제가 제일 믿는 분들 중 한 명입니다. 절대로 대충대충 일하시는 분이 아니에요. 정말 도와주시려는 겁니다. 내일 다시 뵐게요.
산양아버지: 목사님은 환영하지만 저 세금 낭비하는 동물들은 보기 싫습니다.
그렇게 굿밤고양이는 산양아버지와 첫 대면에서 크게 벽을 보았다. 기관으로 복귀해서 회의를 하였지만 쉽지 않은 문제였다.
도마뱀두목: 곰돌이샘 산양은 시설적응 잘 하는지 체크 잘해주시고... 굿밤팀장 말대로 그 아버님이 쉽지는 않을 겁니다. 관계형성에 실마리가 잡히질 않네요.
딸기독개구리 팀장: 두목님 사건화가 없다면 바로 저희 팀에서 이관 받기가 어려울 것 같은데요. 그냥 사건화로 접근 하시죠?
굿밤고양이: 개구리팀장님이 우려하는 게 무엇인지는 잘 알겠지만 기사단에서도 시한부 환자를 정식수사로 개입하는 것을 꺼려합니다. 학대 수위도 상해급도 아니고 물건? 얼음 던지고 고성지르고 욕설하는 정도라서 기사단에서는 그냥 상담으로 복지개입만 기관에서 해달라는 입장입니다.
곰돌이샘: 사건화가 없으면 조사팀에서 사례팀으로 사례를 넘겨야 하는 거죠?
굿밤고양이: 내부적으로 정한 세부절차라서 조정은 가능해요. 개구리팀장이 우려하는 게 이전에 연탄자살 아버님 때문이죠?
곰돌이샘: 연탄자살이요?
딸기독개구리 팀장: 예전에 모기두목님 시절에 특별법 전이라서 기관개입만 있을 때, 제 사례 중에 한부모 아버님께서 어렵게 아동을 키우던 집이 있었어요. 너무 형편이 어려워서 방임이 되다보니 분리보호를 할 수밖에 없었는데... 분리보호 협조 잘 하시고 정확히 3일 후에 연탄불 피워서 자살하셨던 사례에요. 트라우마가 남긴 했지만... 굿밤팀장님 비슷한 사례가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굿밤고양이: 제가 볼 때는 산양아버님은 절대로 스스로 죽을 분이 아닙니다. 아마 시도도 못하실 분이에요. 너무 걱정 마세요.
곰돌이샘: 팀장님! 일단 제 사례이니 제가 더 시도해보고 싶습니다.
굿밤고양이: 샘한테도 경험이 될 테니 일단 두목님 저희 팀에서 조금 더 개입해보겠습니다.
도마뱀두목: 좋아요! 현장팀에서 조금만 더 힘써주세요!
회의를 끝내고 나오는 곰돌이샘을 굿밤고양이가 옥상으로 잠시 불렀다. 커피를 건네면서 당부의 말을 시작했다.
굿밤고양이: 곰돌이샘! 적극적으로 도전하는 건 좋아! 하지만! 약속하나만 하자~ 아무리 좋은 마음도 동물에 따라서 다르게 받아들이고 오히려 예상한 결과와 달라질 수 있어. 최선을 다하지만 그 결과는 순응하는 걸로! 알겠지?
곰돌이샘: 팀장님께서 개구리팀장님처럼 트라우마 생길까봐 걱정하시는 것 알아요! 저도 명심할게요!
하지만, 곰돌이샘의 예상보다 산양아버님의 어둠은 너무 깊었다.
3부 4화 (2)에 계속~
- 작가의말
죽을병... 남은 아동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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