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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그코크 님의 서재입니다.

인간입니다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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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그코크
작품등록일 :
2023.05.11 21:42
최근연재일 :
2024.05.2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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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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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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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의 마지막

DUMMY

100만 번.

네인이 한 말을 이해해 보자면 방금 그것과 같은 현상을 100만 번 반복한다는 소리다.


“미친거냐 네인!”

“정상이야. 그리고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꽤 버틸만 하거든.”

“버티는 게 문제가 아니지 않나!”

“그런가?”


네인은 곰곰이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참고로 한 달에 백만 번인 건 좀 너무한 건가?”

“한달..?”


한달에.. 100만번의 삶을 경험한다고? 이건 드래곤의 자아로써도 감당하기 힘든 일이다.


“네인!”

“아... 네 입장에서는 힘들다는 의견이구나?”

“힘든게 문제가 아니라 누구라도 미치는 일이다!”

“괜찮아. 무엇보다 이 100만 번의 삶에 인간만이 들어가 있지 않거든.”

“..?”

“살아있다는 기준 아래 선택되는 과거의 이야기. 이게 나름 재미있거든.”

“이야기?”

“옛날이야기지. 이 삶을 경험하는 기준은 두 가지니까. 하나는 살아있다고 할만한 존재의 기억, 두 번째는 과거의 이야기지.”

“이야기.. 너는 그 일을 이야기라고 하는 건가?”

“이야기지.”

“그럼 우리는 이야기의 등장인물인가?”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어느 쪽이든 상관없지 않을까?”


오독


네인은 다시 입에 막대사탕을 물면서 말했다.


“에이, 동화는 왜 동화일까?”

“동화가 이 얘기에 필요한 건가?”

“필요하지. 동화.”


오독


“동화의 결말은 늘 해피엔딩이지. 그건 알지?”

“안다.”

“그리고 애들은 그런 동화를 보며 자신이 행복해지고 싶어하지.”

“...”

“이야기라는 말은 굳이 크게 잡지 않아도 돼. 누군가의 인생이 누군가에게는 만화와 같은 이야기니까.”


누군가의 역사, 행적, 결말을 통해 사람은 꿈을 꾼다.

누군가가 영웅의 이야기를 동경해하며.

누군가가 악당의 이야기를 교훈 삼으며.

누군가가 범인(凡人)의 이야기를 소망하며.

그렇게 누군가는 살아간다.

꿈을 꾸는 이들 대부분이 동경이라는 단어로 자신의 꿈을 꾼다.

그것은 과거의 이야기기도 하고 미래의 이야기이기도 한 그저 그러한 이야기.

나는, 우리는, 모두가 그런 이야기 속에서 살고 있다.

그런 말이 있지 않나?

자신의 인생의 주인공은 자기 자신이라고.

그러면 ‘나’라는 주인공을 보는 이들이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드는 건 왜일까?

실상 아무도 안 보고 있을 수도 있다.

보고 있다면 묻고 싶은게 있다.

당신은 이 ‘나’라는 인물이 어떠한가.


“에이.”

“그래.”

“내가 대가로써 100만 번의 삶을 보는 건 이유가 크게 세 가지가 있어.”

“뭐지.”

“첫 번째는 지식. 아무래도 전지라는 능력은 그냥 쓰기에는 많이 힘들거든. 그래서 타인의 기억을 얻음으로써 지식을 채워나가는 거지.”

“두 번째는?”

“기준. 전지전능이라는 능력을 가진 내가 타인을 ‘내’ 기준으로 가두지 않으려고 하기 위해서지. 인간은 어떤 방향으로든 이기주의적으로 움직이거든.”

“마지막은?”

“마지막은 뭐가 더 있겠어.”


오독


‘그저 재미지. 나는 보는 걸 좋아하니까.’


휘이잉...


눈보라가 치는 설산에서 서있는 에이는 생각했다.


‘네인.. 너는 도대체 뭘 할 생각이냐.’


네인은 본인은 해피엔딩을 좋아한다고 했다.

해피엔딩을 만들기 위해서 미래를 바꿀 거냐고 물으니 그건 모른다고 했다.

미래를 보는 걸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보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그럼, 해피엔딩을 만들기 힘들지 않으냐고 물으니 네인은 이렇게 대답했다.


‘불공평하니까.’


과연 그 불공평은 누구를 향한 말일까.

그때 당신의 에이로써 알 길을 없었다.

지금은 어렴풋이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팍!


에이는 위를 향해 달렸다.

아직 이 일은 끝이 난 게 아니니까.

네인의 방식으로 말하자면 이 이야기의 결말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하얀 눈 속에 홀로 서 있는 인간.

네인은 그 인간이었다.


‘혼자라는 느낌은 오랜만이네.’


현생에서는 혼자라는 느낌을 받은 적이 많지 않았다.

주변을 지키는 사용인이라던가 가족들과의 식사가 잦았기 때문이었을까.

네인은 눈보라를 보며 생각했다.


‘당신들은 눈이 어떤가요?’


이건 기억 속의 이야기.

누군가는 눈을 희망이라 했으며 누군가는 눈을 절망이라 했다.

포근하며, 차가우며, 따듯하고, 냉정했다.


“... 여전히 세상은 그대로네.”


눈은 참 많은 생각이 들게 만든다.

추억이, 악몽이, 기억이, 망각이.

눈이라는 주제 하나만으로 이렇게 선명한 이야기가 떠오른다.


“내 이야기는 어떻게 되려나.”


그럼 내 이야기에 있어 이 눈은 어떻게 될까.

그걸 이제 알아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이.”


저 멀리서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에이가 보였다.

네인은 막대사탕을 새로 입에 물었다.


“늦었네. 에이.”


이제 이 에피소드는 최종장을 향해 나아간다.


“네인. 설인은 어디 있지?”

“설인은 이제 없어.”

“자세히 설명해 줘.”


이제는 당황하거나 놀라지 않고 설명을 요구하는 에이를 보며 네인은 더는 이런 식으로 에이를 놀리는 건 안 통할 거라 생각했다.


“설인은 실패했어. 그래서 내가 마지막 제안을 했고 내 제안을 받아들였지.”

“설인을 인간으로 만들려고?”

“그랬지. 하지만 제안 이후의 거래를 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

“거래?”

“설녀를 살려준다는 거래.”

“.. 대가는?”

“마을 두 개 분량이니까. 대략.. 2천명? 정도 죽이라고 말했어.”

“받아들이던가?”

“받아들일 수밖에 없겠지. 설녀를 되살리려면.”

“정말로 되살려 줄 건가?”

“어. 정말로 다 죽인다는 전제하에.”

“설인이 다 못 죽인다는 얘기처럼 들리는군.”

“나도 내가 제안하긴 했지만 못 죽일 것 같긴 해. 설인, 그 녀석 사냥 좋아하지 않으니까.”


설인은 살생을 잘 하지 않았다.

딱 필요한 만큼만의 살생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네인은 설인이 금욕적으로 느껴졌다.

사냥은 본능이다.

인간에게는 퇴화된 본능이지만 사냥이 일인 마수에게는 사냥은 퇴화되지 않는 여전히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본능.

강아지와 고양이가 가르치지 않아도 피로 각인된 본능으로 알아서 사냥하는 것처럼.

마수에게 있어서 사냥은 그저 하나의 본능이었다.

그런 본능을 설인은 사용하는 게 아닌 억제를 했다.

약자를 건드린다는 점에서 불쾌함이 있다던가 그런 얘기는 아닌 것 같은데 한가지 정확한건 사냥을 즐기는 건 아니라는 소리다.


“사냥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십중팔구 설녀 때문이겠지. 설녀라는 종족은 애초에 살생이라는 것에 거부감이 심하니까.”

“설녀에 대해 잘 아는군.”

“어쩌다 보니 알게 되더라.”

“있었나?”


주어가 빠졌지만 에이가 말하는 건 아마 네인이 제약으로 봐왔던 기억을 말하는 걸거다.


“있었어. 내 옆의 녀석만큼은 아니지만.”


네인은 눈에 파묻은 설녀를 가르키며 말했다.


“눈은..”

“연명조치야. 이 정도도 부족해서 문제지만 설인이 올 때까지 대가가 더 늘어나는 일은 방지할 수 있겠지.”


죽은 자를 살리는 일은 가능하면 빠르게 이루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후 지불할 대가가 비정상적으로 불어나니까.

생명의 값어치는 평등하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네인은 그 생각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생자(生者)와 사자(死者)의 값어치를 비교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말이다.

살아있기에 살아있는 목숨은 평등하다. 죽었기에 죽은 목숨은 평등하다.

살아있는 목숨과 죽은 목숨은 평등하지 않다.

단순히 1과 0의 차이로도 이것이 얼마나 차이 나는지 알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죽은 자를 되살리는데 더 많은 대가가 드는 건 이것과 별개의 이야기이지만 목숨이 평등하다는 얘기는 이걸로 충분하다.


“몇 분 걸릴 것 같나?”

“다 죽이는데 앞으로 15분 정도 더 남았지. 하지만.. 지금 상황으로는 10분이면 되겠네.”


네인은 15분이라 말했지만 10분이면 끝난다는 말에 에이는 표정이 굳었다.


“...”

“그런 표정 짓지 마. 본인의 선택이야.”

“다른 방법이라도 있나?”

“있어. 한가지. 근데 잘 모르겠네. 정말로 그렇게까지 할까? 라는 의문은 남는데.”

“있다고?”


에이는 약 2,000명의 목숨값을 대신할 대가가 설인에게 남아있다는 게 놀라웠다.


“처음부터 그걸 제안으로 했으면...!”

“애초에 불가능한 얘기였으니까.”

“그럼, 지금은!”

“궁금하거든 설인에게 저 설녀가 뭔지.”

“네인...”


에이는 표정을 구기며 말했다.


“악취미다.”“알아. 그래도 보고 싶은걸. 그 결과가 불행이더라도.”


파앗!


푸른 빛과 함께 설인이 네인의 앞에 나타났다.


“나는 그걸 봐야만 해.”


설인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네인을 바라봤다.


“끝났어?”

“이게.. 무슨?”

“네가 나한테 돌아오겠다는 의지를 가지면 나한테 즉시 이동되게끔 했거든. 시간은 금이니까. 특히,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더더욱.”


상황 파악을 하지 못하던 설인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럼..!”

“근데... 목적은 달성하지 못한 것 같네.”


네인의 말에 설인의 표정이 급격하게 좋지 못한 쪽으로 바뀌었다.


“나는 네 말대로..!”

“나는 ‘전부’라고 했어. 아이, 노인 남김없이 전부.”

“나는 못..”

“못 봤다고 하기에는 못 본 척 지나간 건수가 너무 많아서 두 손으로는 셀 수가 없을 지경이던데.”


설인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네인은 정확한 목표를 정해줬고 설인은 그것을 지키지 못했으니까.


“설인. 설녀를 되살리기 싫나?”

“그럴 리가!”

“근데 왜 이렇게 절박하지 않냐.”

“그건...”

“... 뭐 됐어. 이미 기회는 지나갔고 더는 이 방식으로는 설녀를 되살릴 수 없으니까.”


설인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드문드문 사람을 못 본척하고 지나간 건이 많아도 너무 많았으니까. 그래도 속일 수 있지 않을까? 라는 그 안일함이 결국 마지막 기회를 놓쳤다.


콰드득..


“... 근데 진짜 나도 구질구질하네. 그냥 끝내지.”


네인은 막대 사탕을 씹어 삼키고 설인을 바라보며 말했다.


“하... 이번이 진짜 마지막 기회다. 더는 없어.”


설인에게 마지막 기회가 주어졌다.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싶은데, 이번엔 누군가를 죽이지 않아도 돼. 어려울 건 없어. 각오 하나만 하면 되니까.”

“각오?”

“설녀를 위해 너 자신을 걸 각오.”

“되어있다.”

“그럼 됐어. 제안을 말할게. 설녀를 되살리기 위한 제안, 한 사람의 모든 것을 걸면 돼.”


네인은 설인을 가르키며 말했다.


“너 자신의 모든 것.”


마지막 기회, 그리고 어쩌면 마지막 선택.

그것이 설인에게 주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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