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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D 님의 서재입니다.

저승사자 한성우 (결정자들과 예언자들)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Han.D
작품등록일 :
2018.10.01 17:11
최근연재일 :
2019.01.03 18:00
연재수 :
57 회
조회수 :
13,520
추천수 :
187
글자수 :
340,680

작성
18.11.05 12:00
조회
153
추천
3
글자
13쪽

(2) 시작되는 9년 전[7]

DUMMY

(2) 시작되는 9년 전[7]



여기서는 하지 못하는 말이라고 했다. 여기선 할 수 없는 얘기가 있다고 했다. 내가 생각하는 쓸데없는 말이 아닌, 중요한 얘기라고 했다.

날 그렇게 또 속이는 건 아닐까 의심이 됐다. 하지만 녀석에게 지금 같은 표정을 그동안 보지 못했다.

약간의 기대를 걸어도 될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녀석의 집은 아니었다. 어떤 속셈이 있을 것이다. 그럼, 녀석이 말하는 중요한 얘기를 하기 위해서 어디를 가야 할까.

주변을 신경 쓰지 않고 충분한 대화를 할 수 있는 장소. 그렇다 거기밖에 없다.


“내 집으로 간다.”


어째선지 이런 상황에서 두 볼을 붉힌 애송이의 차를 타고 집으로 이동했다. 그동안 차라리 냉장고가 더 따뜻할 정도로 깨진 운전석 유리로 찬바람이 세차게 들어왔다.

잠시 후 도착한 나와 애송이는 거실 소파에 앉아 눈빛을 마주쳤다.


“...선배 집도 오랜만이네요.”


시선을 피하며 상관없는 얘기를 꺼내는 애송이였다..


“본론부터 말해라.”


헛기침을 한번 하고는 주변을 둘러보는 애송이.


“배고프지 않으세요? 선배, 뭐 좋아하세요?”


뭐 때문에 저렇게 뜸을 들이는 거지?


“미친 소리 하지 말고 본론만 말해라.”


소파에서 엉덩이를 살짝 뗀 애송이가 내 말을 듣고 포기했는지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렇게 몇 초, 몇 분이 흘렀을까. 아직도 얘기를 꺼내지 않는 애송이였다..


“할 말이 없다면 가라.”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고 했던 건 너였다. 열린 공간에서 하지 못하는 말이라고 해서 내 집까지 왔다. 도착해서 몇 십 분의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입을 열지 않은 것은 내가 아니라 너다.

그렇다면 결론은 녀석은 결국 하고 싶은 얘기가 없다는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쉽사리 얘기를 꺼내기 어려울 만큼 민감한 얘기라는 것인데... 애송이에게 그럴만한 정보가 있을지 의문이었다.

그동안 잠잠했던 녀석이 그 잠깐사이에 쉽게 꺼내지 못할 정보를 얻었다? 말이 안 된다.

그걸 증명이라도 하듯 아직도 내 방을 염탐하고 있을 뿐, 별다른 얘기를 꺼낼 것 같지는 않았다.

그리고 돌아가라는 내 말에 쉽게 일어날 것 같지 않아 내가 몸소 녀석이 나가야 할 문을 열어주기 위해 소파에서 일어나자 그때서야 입을 떼는 애송이였다..


“저, 들었어요.”


뭘 들었다는 거지? 일단 아직 중요한 얘기는 나오지 않았다. 소파에 다시 앉길 원한다면 솔깃한 정보가 네 입에서 쏟아져 나와야 할 것이다.


“...아까, 조숙예씨를... 아니, 예언자인 운명 이탈자를 데리고 재판계에 갔을 때 직접 들었어요.”


그렇군. 녀석은 재판계에서 여자와 결투를 펼친 것이 아니라 대화를 나눴다는 뜻이군.


“제정신인가 애송이? 예언자와 재판계를 가서 대화를 나눴다고? 지금 나보고 그 얘기를 믿으라는 거냐?”


믿기 힘든 얘기다. 예언자인 운명 이탈자... 분명, 여자도 우리가 자신을 원위치 시키기 위해 노렸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때 임무를 실패했지만... 하지만 그 뒤로 다른 수행자들에게 타깃이 되었을 텐데 어째서 지금까지 멀쩡히 살아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자신을 노리는 수행자인 것을 알고 있는데도 재판계에가서 태연하게 애송이와 대화를 했다?

차라리 호랑이와 담배를 폈다고 하는 것이 더 신뢰가 갈 것이다.


“정말이에요! ...처음에 이탈자를 데리고 재판계에 갔을 땐 전 분명 그 사람과 싸우려고 했어요. 하지만 그 분이 자기와 잠시 얘기를 하자고 먼저 저에게 제안했어요.”


갈수록 못 들어주겠군. 이러니까 네가 결정자로서 실격이라는 거다.


“그런 개소리를 믿었다는 거냐? 어리석군.”


자신을 믿지 않는 나에게 화가 났는지 언성을 높이는 애송이였다..


“정말이에요! 선배가 어떻게 생각하던 상관없어요! 하지만 전 그 분과 대화를 나눴고 그 대화에서 어쩌면 듣지 말아야 할 얘기를 들었던 거라구요!”


예언자가 하는 얘기를 믿는 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거다. 더 이상 들어볼 필요도 없군.


“지금 당장 꺼져라”


그러자 차오르던 화가 드디어 폭발했다는 듯 본래 성격이 나오기 시작했다.


“아, 제기랄! 왜 내 말을 못 믿는 건데! 씨발! 내가 정말 그랬다면 그랬다는 거지! 넌 뭐가 그렇게 잘나서 내 말을 무시하는 건데! 그래, 듣기 싫으면 듣지 마라 미친놈아! 내가 거기서 그 여자랑 무슨 얘기를 했건 어쨌건, 내가 다음부터 무슨 행동을 하건 말건 앞으로 신경 쓰지 마라! 알았냐!”


착각하고 있군. 난 너를 신경 쓴 적 없다. 단지 네 행동과 말이 나에게 피해를 주었기 때문에 그런 거다.

하지만 원래 성격이 나올 만큼 화가 났다는 것은 지금까지 내가 지켜본 애송이라면, 재판계에서 여자와 대화를 나눴다는 것은 사실이라는 뜻이다.


“좋아. 네 얘기를 믿어주지. 그래서 그 여자가 너에게 어떤 중요한 얘기를 한 거지?”

“...미친놈...”


내 질문에 나올 단어는 아니었지만, 지금 상황에서 애송이의 성격을 긁어봐야 더 좋을 건 없다.


“알았으니까. 말하기나 해라.”


입을 열기를 잠시 고민하던 애송이가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조건을 걸었다.


“미안하긴 한가보네? 그럼, 다음에 나랑 술 한 잔 다시해요.”


그냥 집에 보낼까. 싶었던 순간 애송이는 내 대답을 듣지도 않고 말을 이어나갔다.


“...조숙예씨를 죽이려고 했던 건 결정자였대요.”


병원에 입원하기 전 인정하기 싫지만 신용훈이란 녀석에게 묵사발이 됐을 때 그들이 한 얘기를 들었기 때문에 그 사실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놀라운 건 자신을 죽이려고 했던 결정자는 현세에서 마주치지 않았다는 거예요.”


무슨 말이지. 이건 둘 중에 하나다. 애송이의 대화법에 문제가 있다거나 애송이의 언어구사 능력이 잘못됐다거나.


“애송이 그게 무슨 뜻이지?”

“그러니까. 결정자가 자신의 신체를 만지지도 않았는데 재판계로 와있었다고 하더라고요.”


불가능하다. 비행기가 날개 없이 하늘을 날고 있다고 말하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는 얘기다.


“애송이... 그딴 예언자 나부랭이의 헛소리를 믿는 건가?”

“아니요! 저도 처음에는 믿지 않았어요! 그런데...”

“그런데? ...뭐냐?”


잠깐 뜸을 들이고는 심호흡을 내뱉더니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그 분이 말하기로는 그 결정자는 자신을 이렇게 얘기했대요. 구성진 의사의 원혼... 이라고...”


순간 나도 모르게 헛웃음을 지었다. 원혼? 유령? 귀신? 장난하는 건가. 예언자들 수준을 알 것 같군. 그리고 애송이의 수준은 알고 있었지만 정말 이정도 일 줄은 몰랐다.


“지금 이 자리에서 널 원혼으로 만들어 버리기 전에 꺼져라.”


그러자 소파에서 일어나 양 눈썹 끝을 내리고는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애송이가 입을 열었다.


“믿기 힘든 얘기라는 거 알아요! 하지만 선배도 들어 봤잖아요. 구성진이라는 이름!”


구성진... 어디선가 익숙한 이름이긴 하다. 누군가의 입을 통해서 들었던... 그렇군, 이민성 의사였다. 병원에 있을 때 나에게 말했던 이름이다. 분명, 구성진 의사라는 사람 역시 사소한 변화 때문에 자신이 절벽 아래로 떨어트렸다고 말했었다.


“병원에서 이민성 의사가 구성진 의사의 이름을 들먹이면서 선배를 협박했을 때... 이민성 의사가 이렇게 얘기했어요. 절벽 아래로 떨어트렸다고요. 그래서 궁금했어요. 그가 누구인지. 어떤 인물이었기에 그 이민성 의사에게 죽임을 당했는지...”


하긴, 나 역시 잠깐이었지만 의문을 품긴 했었다. 하지만 애송이는 나보다 더 그를 궁금해 했었나 보군.


“그래서 알아냈나?”

“아버지에게 물어봤어요. 구성진 의사라는 사람에 대해서...”


자신의 가장 가까운 인물이 결정자 집단에서 중요한 위치에 선 사람이기 때문에 알고 싶은 정보를 손쉽게 얻어 냈다. 한편으로는 놀랍군.


“이선각 부장이 뭐라고 했지?”

“가능... 하다고 했어요.”


가능하다? 설마, 내가 의심하고 있던 그 부분을 말하는 건가? 대화 중간 중간 애송이의 입이 닫힐 때마다 이젠 답답하기까지 하다.


“뜸들이지 말고 빨리 말해라 애송이.”

“...신체를 만지지 않고 재판계로 들어가는 것이... 그는 가능 했다고 했어요.”


이부장이 자신의 딸에게 거짓말을 했을 리는 없을 거라 생각한다. 그럼, 내가 뭘 놓친 걸까. 아니, 놓친 것은 없다. 단지... 수행자 훈련 프로그램에서도 들어본 적이 없는 이름이다.

분명, 결정자들의 역사를 배웠음에도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 있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어째서?

비밀? 이라는 건가. 수행자들이 알면 안 되는 비밀? 하지만 왜? 무엇 때문에?

아니, 아니다. 수행자들이 알지 못하는 비밀이기 때문에 그런 인물의 얘기를 듣지 못한 것은 아니다.

그 증거로 수행자인 애송이에게 이부장이 그 사실을 얘기해 줬으니까 말이다. 아무리 자신의 딸이라 해도 그런 비밀이 존재 한다면 입을 다물고 있었을 것이다... 그럼 더욱 의문이다.

어째서 결정자들은 그 인물에 대해서 묵인하고 있냐는 거다. 이런 경우는 둘 중 하나다. 정말 그 사실에 대해 묵인할만한 이유가 있다거나. 아니면 나처럼 그 인물에 대해서 처음부터 모르고 있었다거나.

웃기는군. 구성진이라는 인물이 살아 있었던 것은 이민성 의사가 결정자 집단에 소속되고 내가 결정자 집단에 소속되기 전 그러니까 최소 14년 이라는 기간 동안 그와 이민성 의사가 중안 병원이라는 한 공안에 같이 생활을 했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14년 동안 속하지 않은 인물들, 나를 포함한 수행자들을 제외하고 모든 중안 병원의 사람들이 구성진이라는 인물에 대해서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어째서 그런 대단한 능력을 가진 인물이 단 한 번도 거론되지 않은 거지. 기껏 해봐야 이민성 의사가 나에게 주의를 줬을 때 했던 것이 전부다... 그럼, 여기서 이런 결론에 도달 할 수밖에는 없다. 구성진 의사의 존재를 알고 있는 결정자들 모두가 그에 대해서 입을 열지 않도록 입을 맞췄다... 하지만 그것이 일급비밀은 아니다?... 이쯤 되면 나도 정말 궁금해진다. 의사들은 도대체 뭘 숨기고 있는 거지.


“선배, 이제 제 말을 믿으시겠어요?”

“이부장의 말이니 믿지 않을 수 없겠지. 그런데 그 것 말고 또 들은 정보가 있나?”


내 질문에 갑자기 화색을 띄우며 손뼉을 치더니 기뻐하는 애송이였다.. 돌았군.


“선배, 드디어 제 얘기에 귀를 기울여 주시는 군요!”

“착각하지 마라. 이건 네 입을 통해서 이부장의 말을 전해 듣는 거다. 절대 네 얘기가 아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입을 삐죽 내밀고는 투덜대기 시작하는 애송이.


“그거나 그거나지, 흥!”

“미친 짓 그만하고 하던 얘기나 마무리 짓도록.”


정말 미쳐버린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감정 기복이 심한 애송이다. 다시 미소를 지으며 내 약점이라도 잡은 것처럼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강수를 던졌다.


“더 얘기를 듣고 싶으면 같이 술 한 잔 하러 가요. 이번에는 정말 단 둘이서 만요.”


꺼져라. 내가 그 뻔 한 수작에 넘어갈 거라 생각하나...


“수작부리지 마라. 애송이, 공개된 곳에서는 하지 못하는 얘기... 라고 한 건 너였다.”


내 말에 정곡을 찔린 것인지. 안절부절 하지 못하다가 뭔가 강력히 호소하는 듯한 눈빛으로 말했다.


“그., 그러니까. 생각해 보니... 주변에 사람만 없으면 되지 않나... 뭐... 우리 둘만 있으면 상관없지 않나... 그런 거죠... 뭐... 아니, 나도 뭐... 선배가 얘기를 더 듣기 싫다면 굳이... 수, 술 마시러 가지 않아도 되, 되고... 뭐... 그런 거죠.”


술자리를 하러 가지 않으면 계속 입을 다물고 있겠다는 뜻으로 들린다.

그렇다고 녀석을 따라가지 않는다면, 나에게 구성진의 정보를 얻을 만한 경로가 없다. 지금 생각나는 경로라고 해봐야 이민성 의사였지만, 지금 그와 나의 관계는 끝이 난거나 다름없었다... 그에게 물어 볼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평소 같으면 개수작 부리지 말라고 얘기하면서 꺼지라고 했었겠지만, 이번 경우는 달랐다. 나에게 처음으로 뭔가 강렬하게 알고 싶은 사실이 생긴 것이다.


“좋아, 가도록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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