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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D 님의 서재입니다.

저승사자 한성우 (결정자들과 예언자들)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Han.D
작품등록일 :
2018.10.01 17:11
최근연재일 :
2019.01.03 18:00
연재수 :
57 회
조회수 :
13,513
추천수 :
187
글자수 :
340,680

작성
18.10.04 12:00
조회
744
추천
7
글자
13쪽

(1) 시작되는 10년 전[2]

DUMMY

(1) 시작되는 10년 전[2]



임무가 끝나고 며칠간의 휴식기간 동안 딱히 하는 일은 없다. 다른 수행자들처럼 누굴 만날 사람도 없고, 따로 즐길만한 취미도 없다.

그저 이 작은 원룸에 꾸역꾸역 집어넣은 운동기구들을 하나씩 돌아가며 과격하게 만지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다.

그렇다고 친구를 만들고 싶지 않다거나 취미를 가지고 싶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저 지금까지의 난 이래왔다. 그리고 혼자 있는 것이 가장 편하다.

지금까지 살아온 24년 동안의 난 언제나 혼자였고,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뒤에 이민성 의사를 만나 결정자 집단에 들어오기까지 시간동안 배워왔던 것을 꾸준히 할 뿐이다. 다른 것은 생각해 보지 않았다... 생각하지 못했다는 게 더 정확하다.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 정해진 만큼의 식사를 마치고 정해진 순서대로 운동을 한다.

임무를 위해서, 언젠가부터 확고해진 그 신념을 지키기 위해서 내 모든 것을 쏟아 부울 뿐이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면 울리지 않던 전화벨 소리가 내 귀를 찌른다.

그렇게 또 새로운 임무를 받는다.



“이번 운명 이탈자다. 평소대로 잘해주면 돼 알지?”


이민성 의사의 진료실에서 건네받은 사진, 이번에는 여자다. 사진으로 봐서는 꽤 젊어 보이는데... 사진을 돌려 뒷면을 보자 이탈자의 프로필이 적혀 있었다.

이름 서은진, 나이 18... 젊어 보이는 게 아니라 젊다. 이번에는 이탈 사유가 적혀 있다. ‘자살’... 자살이라... 난해하다.

그녀를 원위치로 돌리기 위해 자살을 강요해야 하나? 자살처럼 보이게 죽여야 하는 건가.

한동안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자 이민성 의사가 먼저 입을 열었다.


“자살 이탈자는 처음이지? 걱정할거 없어. 넌 그냥 그 애한테 빌미를 만들어 주면 돼”


원인을 제공하라는 뜻인가. 다시 자살을 하고 싶게끔 그녀를 괴롭히라는 명령으로 받아들여도 되는 거겠지.


“한성우... 네 표정을 보니 뭔가 터무니없는 생각을 하고 있나본데. 사진 뒷면에 프로필을 왜 적어 주는지 알아?”

“운명 이탈자를 파악하기 위해라고 배웠습니다.”

“그래, 프로필을 봐, 이탈자는 18살이야 아직 학생이란 뜻이지. 그리고 그런 학생이 자살을 결심할 만한 큰 고민이 뭐겠어?”


잠시 내 대답을 기다리는 듯하더니 곧 다시 입을 여는 이민성 의사였다.


“왕따, 집단 따돌림”


특정 학생을 집단으로 괴롭히는 행동, 요즘 학생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는 얘기는 들었다. 하지만 그것이 자살을 선택할 만큼 큰 고민이 될 수 있을까.


“왜, 한성우 너도 당해봐서 알잖아.”


뜻밖에 얘기가 들렸다. 나는 모르는 내 얘기를 이민성 의사의 입을 통해서 듣다니... 내가 따돌림을 당했다? 하지만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저거 표정을 보니 모르나 보네... 하긴, 넌 이 여학생과는 다른 방식의 따돌림이었으니 모를 만도 하겠다... 너 진짜 기억 안나? 초, 중, 고 12년 동안 너 왕따였어!”


12년씩이나? 그럴 리가... 난 단지 혼자 있는 것이 편했을 뿐이다. 딱히 나에게 말을 걸어주는 사람도 없었다. 간혹 폭력적으로 다가오는 녀석들의 눈과 코와 이빨과 뼈를 부러트렸을 뿐이다. 그렇게 나름대로 평범한 학교생활을 했다고 확신했는데... 이민성 의사가 뭔가 착각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환장하겠군... 저거 진짜 모르는 눈치네... 어쨌든, 그 여학생 주변에 어슬렁거리는 놈들을 좀 긁어주면 알아서 다시 자살을 시도할거다.”



그 말을 끝으로 쫓겨나듯 진료실을 나와 이민성 의사가 한 말 뜻을 생각해봤다. 운명 이탈자 주변에 어슬렁거리는 놈들을 긁어 주라니... 모르겠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답은 나오지 않았다. 일단 늦기 전에 이탈자가 다니는 학교에서 그녀의 동선을 파악하는 게 우선이다.


고등학교 정문이 보이는 곳에 적당한 거리를 두고 지켜봤다. 그리고 잠시 후 학교를 벗어나는 학생들이 하나 둘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학교에 학생들이 이렇게 많았던가. 끝임 없이 밀려나오는 학생들 사이에서 운명 이탈자를 발견할 자신이 없어질 때쯤

그녀를 발견했다. 생각보다 눈에 띄었다. 그녀의 뒤에서 남학생 세 명과 여학생 두 명이 바짝 달라붙어 손과 발을 사용하며 뒤를 공격하고 있었다.

상대의 뒤를 공격하는 짓은 페어플레이가 아니다. 물론, 실전은 다르다. 그러나 공격할 의지가 없는 상대의 뒤에서 일방적으로 공격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저것이 집단 따돌림이라는 뜻이다.

운명 이탈자는 고개를 숙이고 마치 삶에 의욕조차 없는, 영혼이 떨어져나간 빈 몸처럼 그저 건조하게 발을 내딛고 있을 뿐이다.

저런 상태라면 굳이 내가 나서지 않아도 그녀는 다시 붕괴될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있어야할 필요가 없다.

결국 머지않아 이탈자는 제자리로 돌아갈 것이라 보고해야겠군. 이번 임무도 역시 언제나 그렇듯 시시하다.

하교하는 그들을 잠시 동안 미행한 뒤 내린 결론이었다. 그리고 어느 골목에 다다랐을 때 난 다시 병원으로 돌아가기 위해 몸을 돌렸다.

그때였다. 갑자기 골목이 소란스러워졌다. 난 발걸음을 돌려 그들이 들어간 골목에 섰다.


“학생들이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말이야. 어디서 못된 것만 쳐 배워가지고! 여럿이서 한명을 괴롭히는 건 아주 못된 짓이야 알아!?”


운명 이탈자를 괴롭히던 남학생들은 바닥에 누워 뒹굴고 있었고, 여학생들은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앞에 이탈자를 등 뒤로 세운 누군가 서 있었다. 새로운 등장인물이다. 누구지?


한참 설교를 늘어놓던 누군가 내 인기척을 느꼈는지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 거기 아저씨. 이 버르장머리 없는 학생들이 여학생 한명을 괴롭혀서 제가 교육을 좀 시키고 있는 거니까 걱정 말고 갈 길 가시면 돼요.”


이번에도 여자다. 하지만 학생은 아니었다. 나와 비슷한 나이, 아니면 그 이상.

어쨌든, 지금 상황은 그저 지켜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 운명 이탈자를 괴롭히던 학생들의 행동이 저 여자로 인해 중지 됐다.

그럼, 이탈자는 더 이상 괴롭힘을 당하지 않게 될 것이다. 그리고 자살을 선택하지 않게 되겠지.

...계획은 틀어졌지만, 어쩌면 이게 더 잘된 걸지도... 시시하진 않게 됐잖아.


“저기, 아저씨? 정말 별거 아니니까 가세요. 예?”

“그러진 못하겠습니다.”


그녀의 말을 무시한 채 그들이 있는 곳으로 천천히 발을 옮겼다.


“왜요? 아저씨도 이 꼬꼬마들한테 설교 하시려고요? 에이, 그건 제가 할게요. 그냥 가세요.”


마치 귀찮은 사람을 대하는 말투로 혀를 ‘쯧’ 차고는 다가오는 나에게 팔을 뻗어 제지시켰다.


“아저씨, 내 말 못 알아듣겠어요? 이 불량한 학생들은 제가 알아서 할 테니까 그냥 가시라고요.”


그녀의 말투나 행동만 보자면 여기서 가장 불량한 건은 정작 본인이라는 것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어쨌든 난 임무를 완료해야 했고, 그 임무에 이 여자는 엄청난 방해요소가 될 뿐이다. 이곳에서 벗어나게 할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뭐야? 이봐요. 아저씨? 한국말 이해 못해요? 좀 꺼지라고!”


이 여자는 도대체 뭐가 불만인걸까. 아까부터 말투가 거칠다. 생각하는데 방해 된다. 그냥 이대로 여자의 얼굴에 주먹을 찔러 넣을까. 좀 조용해지려나. 이 한 가지 방법밖에 생각나는 게 없었다.

그럼, 실행에 옮겨야 하는데, 난 이 여자의 격투 실력이 어느 정도 인지 모른다. 신중할 필요는 있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자 여자는 어느새 나라는 존재를 신경조차 쓰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돌려 설교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알겠어? 앞으로 또 얘 괴롭히면 그땐 너희 다 죽는 거야!”


손바닥을 올리며 입으로 ‘확!’ 소리를 내며 학생들을 겁주며 대답을 강요하자 학생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죽어가는 목소리로 ‘네’ 라고 대답했다.


“내가 똑똑히 지켜 볼 거야! 알았어? ...알았으면 빨리 꺼져 이 새끼들아! 내 눈에 두 번 띄지 마라!”


여자의 우렁찬 소리와 함께 이탈자를 괴롭히던 학생들이 혼비백산하며 골목을 벗어났다.

황당하다. 이런 상황에서 쓰는 표현이다. 어이가 없다. 여자의 행동을 보며 쓰는 말이다. 짧은 시간에 벌어진 일이다.

운명 이탈자의 사유는 자살... 난 이탈자를 자살로 원위치 시켜야 했다. 그러기 위해선 학생들이 필요했다.

하지만 갑자기 난입한 이 여자로 인해 계획은 틀어졌다. 그건 곧 임무 실패?

물론, 다른 수행자들이었다면 바로 앞에 있는 이탈자를 붙잡고 재판계로 가 절벽으로 밀어 버릴 수 있겠지만, 난 그럴 수 없다. 그건 나와 맞지 않는다.

난 오로지 이탈자가 된 사유로 이탈자를 원위치 시켜야 한다. 그것이 내가 정한 룰이자 신념이자 자존심인 것이다. 그렇게 해야만 세상의 이치에 맞아 떨어진다.


“지금, 실수한 겁니다.”


이탈자의 손목을 붙들고 골목을 벗어나려는 여자에게 말했다. 저 여자는 지금 자신이 어떤 일을 벌였는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실수요? 이 아저씨가 지금 뭐라고 하신거지?”


내 말에 가던 걸음을 멈춘 여자가 미간을 구기며 나에게 다가왔다.

일단 이 여자를 이탈자에게서 떨어트려 놓는다. 그리고 임무 완료 기간은 좀 길어지겠지만, 이탈자를 괴롭히던 학생들이 다시 이탈자를 따돌리게 할 만한 방법을 찾아야...


“이어, 꼰대! 지금 뭐라고 했냐고요! 실수? 내가 무슨 실수를 저질렀는데 한번 들어나 봅시다!”


이런, 여자의 꾀꼬리 같은 목소리에 또 한 번 내 생각은 벽에 막혀버렸다. 어느새 코앞으로 다가와 찌그러진 얼굴을 들이미는 여자를 보니 적당한 설명이 필요한 듯 보였다.


“그녀가 있어야 할 자리로 돌아가는 것을 당신이 방해했습니다.”


일반인에게 정체를 들킬 수 없으니 자세한 설명은 할 수 없다. 거짓말을 못하니 사실을 조금이라는 얘기하는 방법밖에는 없었다. 물론 내 설명이 터무니없이 부족하다는 것은 알지만 이 또한 어쩔 수 없다.


“...야, 너 미친새끼지? 돌아이지? 어디 정신병원에서 탈출했냐? 아, 진짜 이 동네도 맛이 갔네. 저런 미친놈이 돌아다니고 이사 가야겠다.”


그렇게 말하며 바닥을 향해 침을 뱉으며 이탈자에게 돌아가는 여자였다.

내 부족한 설명이 여자에게 어느 정도의 불만족을 안겨 주었는지 이번에도 말투와 행동으로 나에게 말해주고 있었다.

곤란하다. 임무에 다른 사람이 관여한... 이런 상황은 처음이다. 그때 언젠가 나에게 조언을 했던 이민성 의사의 말이 생각났다.


‘방해가 되는 녀석들이 있으면 그땐, 주저하지 말고 절벽으로 밀어도 돼. 어차피 밖에서 벌어진 뒤처리는 정부 녀석들이 알아서 할 거니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운명 이탈자를 제자리로 돌리지 못해서 벌어질 재앙을 막기 위해 어쩔 수 없다는 거다.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한다. 맞는 말이다.

그리고 내 신념을 위해... 여자에게는 미안하지만 감행해야 한다. 등을 보인 여자를 향해 다가간다. 손바닥이 닿을 거리까지 가까워지면 망설이지 말고 여자의 등에 손바닥을 뻗어 재판계로...


“미쳤나 이게!”


인기척을 느끼고 있었나, 내 손바닥이 닿기 전에 여자가 왼발을 뒤로 뻗으며 날 공격했다. 복부를 맞았지만 충격은 크지 않다.


“이젠 변태 짓까지 하려고 하네, 이거 진짜 미친놈이잖아! ...아, 그런 거냐? 내가 그렇게 가라고 하는데도 안가고 버틴 이유가 이거였어?”


여자는 뭔가 큰 오해를 하고 있다.


“여자, 넌 지금 큰 착각을 하고 있다.”

“닥쳐! 이 변태새끼야!”


내 말을 들을 생각도 하지 않고, 나에게 다가와 오른발 돌려차기를 시도했지만 당연하게도 나에겐 먹히지 않는다. 피할 생각도 없다. 이 정도 힘이라면 팔로 막아도 충분하다.

여자는 놀란 눈치였다. 하지만 곧바로 공격을 멈추지 않고 몸을 회전시키며 묵직한 발 찌르기 공격을 시도했지만, 느리다... 힘도 약하고 무엇보다 실력이 부족하다. 그렇게 여자가 뻗은 다리를 팔로 휘감아 벗어나지 못하게 붙잡았다.


“이, 이거 안 놔! 이 변태새...”


우렁찬 여자의 목소리가 더 시끄러워지기 전에 난 재판계로 들어갔다.

재판계에서 내 앞에 있는 여자를 끌고 절벽을 향해 걸음을 떼는 순간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꺄! 어딜 붙잡는 거야!”


재판계에서 움직이고 있다. 어떻게 된 일이지... 일반인은 재판계에서 움직이지 못한다. 하지만 예외는 있다고 했다. 같은 결정자 능력을 가지고 있거나, 예언자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그렇다는 것은 설마, 이 여자는...


“예언자냐?”


내 물음에 한쪽 입 꼬리를 올리며 여자가 말했다.


“너구나 우리 서은진 고객님을 노리는 결정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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