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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D 님의 서재입니다.

저승사자 한성우 (결정자들과 예언자들)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Han.D
작품등록일 :
2018.10.01 17:11
최근연재일 :
2019.01.03 18:00
연재수 :
57 회
조회수 :
13,518
추천수 :
187
글자수 :
340,680

작성
18.10.29 18:00
조회
173
추천
3
글자
17쪽

(2) 시작되는 9년 전[4]

DUMMY

(2) 시작되는 9년 전[4]



병원으로 들어서자 꽤 오래된 병원이라는 것이 확연하게 드러났다. 낡고 색이바랜 실내 구조물들, 전등을 갈지 않은 곳이 있었는지 깜빡거리는 조명은 어쩌면 일반인들에게 공포감을 조성하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2층으로 올라가자 박현석 부장의 진료실이 나왔고, 그곳에 들어가니 살집이 꽤 있는 중년의 남성이 반갑게 맞아 주었다.


“아이고, 이부장! 이게 얼마만인가!”

“간부회 이후로 처음인가? ...그렇지. 내 딸은 봤을 테니 넘어가고 바로 이 녀석이 한성우라는 녀석이네.”


이부장의 소개로 난 고개를 숙여 인사했고, 박부장이 한참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내게 말했다.


“그래요. 반가워요. 그리고 이렇게 와주어서 고마워요. 들어오면서 느꼈을 테지만 중안병원과 비교해서 그리 좋은 시설을 갖춘 곳은 아니에요. 하지만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 다 좋은 분들이니 분명, 낡은 시설을 잊을 만큼 이곳이 마음에 들거라 생각해요... 그럼 앞으로 우리 잘 해보도록 해요.”


온화한 사람이다. 수행자들에게 존칭을 쓰는 의사는 많지 않다. 아니,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러고 보니 어디선가 박현석 부장의 이름을 들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어디서 들었는지 기억은 나지 않는다.

그렇게 짧은 인사를 마치고 내일 다시 진료실을 찾아오라는 박부장의 말을 끝으로 병원을 나왔다.


“선배, 이제 어디 가실 거예요?”


그렇지... 애송이도 함께 나왔다. 애송이... 막상 이곳에 오니 녀석에게 더 이상 뭐라고 할 힘도 나지 않았다.

오늘 하루 동안... 아니, 이 몇 시간 동안 벌어진 일들, 아마 내 인생의 앞날에도 없을 일들이 벌어졌다. 머리가 복잡하다. 일단 집으로 가서 복잡한 머리를 운동으로 정화시켜야겠군.


“닥쳐라.”


예상대로 애송이의 양 눈썹 끝은 내려갔고, 난 집으로 향하기 위해 택시를 잡았다. 그러자 어느새 애송이가 다가와 옷깃을 잡고는 말했다.


“서, 선배... 저 이번 일에 관해서 선배한테 할 얘기가 있어요.”


할 얘기? 나도 이번 일에 관해서 너에게 물어볼 말이나 할 얘기가 있지만, 오늘은 아니다. 그리고 어쩌면 이번에도 녀석은 어떤 목적을 위해 날 속이려는 수작일지도 모른다.

애송이의 손을 뿌리치고 택시에 올랐다. 그러자 차창 너머로 미간을 구기며 애송이가 소리쳤다.


“야, 이 쫌팽이 새끼야!”


...성격 나오는군. 그런데 쫌팽이? ...어이가 없다. 잠시 후 집으로 돌아온 난 주변을 살폈다. 어쩌면 이민성 의사나 최준이 있진 않을까 예상했기 때문이다.

이민성 의사라면 충분히 그럴 행동을 하고도 남을 것이라 확신했다. 다행히 집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러고 보니... 난 어째서 지금까지 이민성 의사의 아래에서 그를 따랐던 것일까. 그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낀 것도 아니다. 가족? 절대 아니다. 결정자들의 신념을 벗어난 행동을 하는 그를 목격하면서 실망하기도 했고, 정작 이민성 의사라는 사람의 본질을 느끼기도 했다.

더 이상 그에게 무엇인가를 기대할만한 상황은 아니었다. 당연하게도 그 전에도 그에게 무엇인가를 기대했던 것도 아니었다.

단지 그의 그늘을 벗어나면 혼자가 될 것이 두려웠던 것인가... 빗나간 것 같다. 난 늘 혼자였다. 혼자이길 원했다. 나에게 다가오는 사람들을 나 스스로 밀쳐냈다. 그럼,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존재가 되기 위한 두려움? 어쩌면 이쪽이 맞을 지도 모를 것이다.

난 결정자가 된 것이 자랑스럽다. 내 신념을 그대로 실천할 수 있는 임무가 주어지는 이곳이 나에게 살아남을 기회를 주는 것 같아 보람까지 느껴진다... 그래,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어쩌면 성실병원에 지원을 나오게 된 것이 나에게 더 큰 기회가 될지 모른다. 더 위로 올라갈 기회를 말이다...


다음날 해가 뜨자마자 박부장의 진료실을 찾았다. 신기하군. 이민성 의사는 단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다... 박부장은 이미 진료실에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아, 그래요. 한성우씨. 오셨군요.”


정말 그와는 상반된 반응... 적응 되지 않는 건 사실이다.


“그런데... 첫날이라고 너무 일찍 나온 거 아닙니까? 조금 더 여유롭게 출근해도 괜찮습니다.”

“중안병원에서도 이 시간에 출근했습니다.”


내 말에 놀랍다는 듯 눈썹을 튕기듯 한번 올리고는 내 팔을 살며시 잡으며 박부장이 입을 열었다.


“굉장히 성실하시군요. 다른 친구들도 한성우씨를 보고 배웠으면 좋겠네요.”


미소, 애송이 이후로 나에게 미소를 짓는 사람은 처음이다. 그리고 그 새로운 경험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고 병원 사람들이 하나둘 출근하기 시작하자 그는 나를 진료실 밖으로 데리고 나와 직원들에게 인사를 시켰다.

뭐지, 어떤 꿍꿍이가 있는 거지? 분명, 병원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결정자의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일반인이다. 그들에게 나를 노출시켜서 좋을 게 없다.


“박현석 부장님... 지금 이게 뭐하는 거죠?”


그러자 내 질문에 그는 다시 미소를 지으며 온화한 말투로 말했다.


“한성우씨에게 결정자의 능력이 없었다면? 어땠을지 생각해 보셨나요?


의외의 질문을 던지는 그였다.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없습니다.”

“그래요. 그런가요? ...결국 모두 사람입니다. 능력은 부수적인 요소일 뿐이죠.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건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이건 결국 모두 사람이라는 겁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 없다는 건 우리도 이곳에 존재 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관계가 중요한 겁니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 한성우씨와 나와의 관계, 진아와의 관계, 무엇보다 당신이 이곳에서 저와 함께 일하는 동안은 병원 사람들과의 관계역시 중요하게 생각해 주셔야 할 것입니다.”


전혀 생각해 본적 없다. 난 특별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다. 특별함이 없는 일반인들과 나와의 차이는 말 할 수 없을 만큼 크다. 그렇게 여겨왔고, 그렇게 확신했다. 또 이민성 의사에게 그렇게 들었다.


‘하찮은 것들은 무시해, 결국 그들도 우리 손에 삶과 죽음의 기로에 설 벌레들이니까. 넌 벌레를 잡을 때 벌레의 입장에서 생각하나? 아니, 그저 넌 손바닥으로 벌레가 움직이지 못하게 눌러주면 되는 거다. 그러니까 내 눈앞에 있는 벌레를 잡는 건 네 숙명이라는 뜻이다.’


그의 말대로라면 박부장이 미소를 지으며 나를 소개해주는 사람들은 모두 벌레... 정말 이래도 괜찮은 걸까? 어쩌면 이것이 그의 계획의 일부가 아닐까. 내 정체가 드러나길 기다렸다가 날 처단 하는 것... 하지만 그에게 그럴 명분이 없다. 이유가 없다.

적응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 이런 분위기... 그러나 이것이 박부장의 방식이라면, 박부장에게 속한 결정자가 해야 할 의무라면 해야만 한다. 단 한 번도 능동적이지 못한 내가 잘 할 것인가는 의문이지만... 수동적이라면 가능 할지도 모른다.


“명령이라는 뜻입니까?”


박부장은 내 눈을 마주치고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곧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래요. 한성우씨 이건 명령입니다.”


5층까지 박부장의 뒤를 따라 전 직원에게... 심지어 입원 환자들에게까지 인사를 마치니 어느새 점심이 되어 있었다.

만나는 사람마다 무슨 할 말이 그렇게 많은지 수다가 끊이지 않았다. 결국 뒤에서 들어보면 별것도 아닌 쓸데없는 말 이었지만, 대단한 것 마냥 웃고 떠들어댔다.

하지만 그 가운데 앞으로 나에게 임무를 주고 명령을 내릴 의사가 있을 것이다... 누굴까... 생각하며 다시 박부장의 진료실에 돌아오니 반갑지 않은 얼굴이 있었다.


“아저씨! ...아니, 박현석 부장님! 그리고 선배! 안녕하세요.”


애송이다. 오늘 병원에 나오기로 한 것은 나 혼자가 아니었던 건가?

그리고 자리에 앉은 박부장이 곧 입을 열었다.


“진아는 이미 알고 있을 테지만, 한성우씨는 모를 테니 말해주도록 하죠. 어제도 들어서 알겠지만, 우리 성실 병원의 재정 상태라든지 상황이 그리 좋지 않아요. 그래서 의사가 부족하죠... 다른 의사들은 이미 수행자들의 정원이 다 찼고요. 그래서 한성우씨와 진아의 담당을 제가 맡기로 했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이 시간부터는 저를 박현석 부장이 아닌 박현석 의사로 불러 주시길 바랍니다. 뭐, 당연하지만... 지금도 의사로서 진료실을 가지고 있으니 틀린 말은 아니죠.”


진심인건가. 다른 의사의 정원이 찼다... 그럼 충분했던 것 아닌가? 성실 병원이 맡고 있는 구역은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의사 한명에게 할당되는 수행자의 정원은 4명이다. 박부장... 아니, 박현석 의사가 소개시켜준 성실 병원의 의사는 총 3명, 그럼 이 구역을 맡고 있는 수행자가 12명이라는 뜻인데... 그럼 인원은 충분했던 것 아닌가?

그는 어째서 이부장에게 인원이 부족하다고 말했던 거지?... 아니, 어쩌면 인원이 부족했다는 것은 핑계 일지도 모른다. 이 모든 것은 애송이의 계획?

애송이를 바라보자 왜 바라보는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 거릴 뿐이었다.

그리고 그런 의문을 품고 있는 중에도 박부장의 말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별다른 의견이 없으면 두 분 다 알겠다는 뜻으로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오늘 두 사람을 부른 이유는 바로...”


지원 나온 첫날부터 임무를 주는 건가? 역시 부장은 다르다는 거군.

하지만 그의 입에서 전혀 다른 예상치도 못한 경악할만한 말이 터져 나왔다.


“회식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그 말을 듣자 애송이는 뭐가 그리 기쁜 건지 환호성을 지르며 토끼처럼 펄쩍 뛰기 시작했다.

잠깐, 내가 회의라는 말을 잘 못 들은 건가. 내 귀가 의심됐다. 그런데 회의라는 말이 애송이가 저렇게 뛸 정도로 좋아할만한 것은 아니라고 확신한다. 이민성 의사에게도 제대로 하지 못할 내 궁금증에 대한 질문, 어쩌면... 박의사라면 괜찮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무엇보다. 있을 수 없는 이 사태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기 때문에서라도 물어봐야만 했다.


“회식이라고 하셨습니까?”


내 질문에 무슨 문제라도 있다는 듯 박의사가 날 쳐다봤고, 곧 내 성격을 파악했다는 듯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네, 한성우씨 회식에 꼭 참석하도록 하세요. 이건 명령입니다.”


끔찍하군... 시간은 흐르고 흘러, 회식에 참석하기까지 병원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애송이를 잘 피해 다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곧 회식자리에서 필사적으로 내 옆자리를 차지하는 애송이를 보고 있자니 한숨이 밀려왔다.

그런데... 이제 와서 생각이 났다. 아까 왜 녀석을 그렇게 피해 다닌 거지.


“여러분, 오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마시고 죽읍시다!”


박의사의 건배사에 머릿속은 하얗게 변했다. 이어지는 건배와 함께 술잔을 그저 멀뚱멀뚱 바라보고 있자 박의사가 다가와 어깨에 살짝 손을 올리더니 말했다.


“한성우씨 안마시고 뭐하시는 거죠?”


...그건 당연히 술이...


“처음입니다.”


내 말에 주변에 있던 일동은 행동을 멈추고 시선을 나에게 고정 시켰다. 내가 뭔가 말실수라도 한 건가. 생각하자 옆에서 애송이가 그 누구보다 놀란 표정으로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선배! 진짜에요? 그래서 제가 술 마시자고 할 때마다 그렇게 뺐던 거예요?”


그건 아니다. 단지 녀석과 있기 싫었다... 그런데 내가 술을 처음 마신다는 것이 다들 그렇게 놀랄 일인가 싶었던 그때 박의사가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한성우씨, 명령입니다. 한 번에 다 마시도록 하세요.”


...명령, 이런... 그럼 따르는 수밖에는 없다. 술... 냄새... 역겹긴 하지만... 그렇다고 명령을 어길 수는 없다.

잔을 입에 가져다 대고 물마시듯 입에 털어 넣었다. 윽! 이 맛은 뭐야. 처음 맛보는 술... 그것은 쓴맛 그 자체였다.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는 따끔함과 함께 헛구역질이 절로 나왔다.

사람들은 이걸 도대체 왜 마시는 거지. 이해할 수 없다. 잔을 내려놓자 애송이를 시작으로 주변에서 환호성과 박수갈채를 나에게 보내고 있었다.

정신 나간 집단, 이딴 것 하나 마셨다고 이런 반응이라니... 박의사가 나에게 엄지를 올렸다. 애송이가 나에게 대단하다는 말을 연신 쏟아 내었다.

칭찬? 이것이 그건가. 들어 본적 없다. 받아 본적 없다. 그 누구에게도... 내 인생에서 어제와 오늘을 비교해 본다면 극과 극이라는 말이 무엇보다 어울릴 것이다.

어제는 어디론가 한없이 떨어지는 기분과 함께 당혹함의 연속이었다면, 오늘은 한없이 올라가는 새로운 경험의 연속이었다.

당연하게도 아직까지 그의 분위기... 아니, 그들의 분위기에 적응되지 않지만...

그때, 애송이가 비워진 내 술잔을 채우며 부담스러울 정도로 다가와 속삭이듯 말했다.


“선배, 우리 드디어 술 같이 마시네요.”


착각하지 마라. 웃기지 마라. 어이가 없다. 이건 너와 함께 마시는 자리가 아니다. 이건 박의사가 말했듯 회식일뿐이다.

잔이 채워지자 애송이가 술잔을 부딪치며 말했다.


“선배, 사실 작년부터 선배를 이민성 의사에게서 빼내오려고 계획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아버지가 너무 고집을 부려서... 아버지를 설득하느라 좀 늦었네요. 그래도 지금이라도 이렇게 선배랑 또 같이 일하게 돼서 너무 좋아요.”


알고 있다. 애송이... 네가 한 계획이라는 것쯤은... 그런데...


“왜냐. 애송이, 왜 나에게 이렇게 하는 거지?”


내 질문에 애송이는 환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냥, 선배가 좋아서요.”


내 몸에 이상이라도 생긴 건가. 어느 한구석에서 올라오는 알 수 없는 감정이 거북할 정도로 쓸려 머리끝까지 차온다. 처음 듣는다.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행동했던 적은 없다. 오히려 누군가를 떨쳐내기 위해서 행동해왔다는 것이 정확하다.

하지만 애송이의 말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다른 녀석들은 날 떠나갔다. 내 예상대로 날 피하고 더 이상 나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그런데 이 녀석은 다르다. 떨쳐내려고 하면 할수록 더 다가온다. 필사적으로 더 달라붙어 날 귀찮게 하고 내 삶에 훼방을 놓으려고 한다. 왜지. 방금 그 이유를 물어보니 ‘좋아서요.’ 라고 한다.

웃기지마. 그런다고 내 태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나? 그런다고 너에게 뭔가 해줄 거라 생각하는 거냐? 넌 날 모른다. 나에 대해 전혀 모른다. 내 과거? 현재에 대해서 녀석은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그런데 그런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녀석은 지금 날 속이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 생각이 머릿속을 차지하고 있자 어느새 내 주변을 병원 사람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이게 무슨... 싸우자는 건가.


“성우씨, 술 처음 마셔본다는 게 정말이에요?”

“진짜에요? 그동안 뭐하셨대?”

“혹시, 두 분이 사귀는 사이십니까?”


각자 그들이 하고 싶은 질문과 말들을 나에게 쏟아 내었고, 처음 겪는 상황에 정신을 못 차리고 있으니 애송이가 내 손을 붙잡고 밖으로 나왔다. 어째선지 방금 상황에서는 내 몸이 애송이의 손에 이끌려 버렸다. 끌려 나올 수밖에 없었다.

안에서는 이미 취해버린 사람들로 인해 나와 녀석을 따라 나오는 사람은 없었다.


“사람들 하고는 참, 선배! 저 잘했죠? 적당할 때 딱 멋지게 끌고 나왔잖아요!”


멋지게? ...그런 단어는 너 같은 애송이가 사용하는 게 아니다. 하지만 정신없는 그 상황을 벗어나게 해준 것은 인정할 만... 하다. 뭐지, 갑자기 머리가 어지러워지기 시작했다. 몸에 중심을 잡기가 힘들어 진다.


“뭐, 뭐에요? 선배! 설마 그거 한잔 마시고 취한 거예요!?”


취했다고? 내가? 마셔본 적이 없으니 가능성 없지는 않다. 다들 이정도 마시면 취하는 거 아닌가? 내가 평균적 아닐까? 작년에 내 집에 애송이가 술에 취해 쳐들어왔을 때도 비슷하게 마셨던 것 아닐까? 정신이 점점 더 없어진다.


“선배, 취한 모습... 귀여워.”


미친 소리를... 내뱉는 군.... 점점 더 정신은 혼미해지고 몸은 더 이상 가눌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기어코 저지르기 싫은 짓을 저질러 버리는 내 모습에 굴욕감과 경멸감이 들었다. 비틀거리다 못해 애송이에게 기대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순간 기억이 선명하지 않다. 몸은 가눌 수 없이 쓰러질 듯 비틀 거렸고, 마지막 내 기억에 남은 것은 눈앞에 있던 애송이의 입술...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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