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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D 님의 서재입니다.

저승사자 한성우 (결정자들과 예언자들)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Han.D
작품등록일 :
2018.10.01 17:11
최근연재일 :
2019.01.03 18:00
연재수 :
57 회
조회수 :
13,516
추천수 :
187
글자수 :
340,680

작성
18.10.29 12:00
조회
177
추천
4
글자
13쪽

(2) 시작되는 9년 전[3]

DUMMY

(2) 시작되는 9년 전[3]



이런, 이번에 녀석과 함께 재판계로 들어가면 난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그래, 이건 다시 한 번 그에게 신뢰를 얻을 기회다. 아직 그가 날 버린 건 아니다. 이건 또 하나의 테스트다.

최준, 녀석이 날 실력으로 이길 확률은 없다. 그럼, 난 녀석의 재판계에서 선택을 해야 한다.

녀석을 절벽으로 밀지, 아니면 단지 녀석을 기절시키고 재판계를 빠져 나올지... 난 이민성 의사가 원하는 답을 알고 있다.

당연하게도 녀석을 절벽으로 떨어트리는 거다. 하지만 그래도 될까. 애초에 나를 재판계로 끌고 간다는 것 자체로 절벽으로 떨어트려도 되지만, 이건 그것 외에 확실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그건 바로 이민성 의사의 테스트... 아무리 생각해도 녀석을 절벽으로 밀어야 하는 것이 최상의 선택이란 생각이 든다.

그때였다. 진료실 문은 또 열렸고, 이번에 들어온 인물은 나에게 있어서는 그다지 반갑지 않은 인물이었다.


“선배! 괜찮아요?”


애송이, 어째서 네가 여기에... 황당하다. 여기에 있어서는 안 될 녀석이 등장해 버렸다.

그러자 이민성 의사 역시 애송이를 탐탁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다는 듯 입을 열었다.


“이진아, 네가 왜 여기에 있는 거지?”


그의 질문에 애송이가 언성을 높였다.


“선배는 더 이상 당신의 명령에 따르지 않을 겁니다!”


그렇게 외치고는 내 손목을 붙잡더니 진료실 밖으로 끌어내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림없다. 네가 날 힘으로 끌어낸다고? 끌려가지 않고 버티고 서있자. 결국 곤란한 표정으로 안간힘을 쓰기 시작하는 애송이였다..


“아, 좀! 선배! 일단 나와 봐요!”


널 따라가야 할 이유가 없다. 짜증을 부리는 애송이를 가만히 지켜보던 최준이 무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다 곧 얼굴을 향해 주먹을 뻗었다.

애송이의 반사 신경은 녀석의 주먹을 피할 정도는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애송이가 녀석의 주먹에 나가떨어지는 것을 막아줄 이유는 없다.

하지만... 나가떨어지는 애송이의 모습을 상상하니 뭔가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나도 모르게 손을 뻗어 녀석의 주먹을 붙잡았다.


“일 크게 만들지 마라.”

“...선배나 잘하시죠.”


녀석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곧 공격 대상을 나로 변경하고 다리를 뻗었고, 나 역시 녀석의 다리를 발로 박으며 육탄전이 시작됐다.

최준이 이를 악물고 달려든 것 치고는 며칠 전과 다를 것이 전혀 없는 당연한 결과로 이어졌다. 녀석의 손바닥이 내 몸에 닿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그랬다면 분명 녀석은 재판계로 날 끌고 갔을 것이다.

물론, 재판계로 날 끌고 간다고 해서 상황이 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내가 재판계로 가게 된다면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다.

애송이, 최준과 내가 재판계로 가 현세에서 움직임을 멈춘다면 이민성 의사가 애송이에게 어떠한 행동을 취할지 모른다. 저 상태라면 아무리 이부장의 딸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그때였다. 애송이의 뒤로 누군가 나타났다. 새로운 인물의 등장인가? 아니었다. 그는 바로 이선각 부장이었다.


“진아야, 내가 기다리라고 하지 않았니. 왜 먼저 간 거야?”

“아, 아빠! 아니 그게...”


순간 진료실 안은 차가운 공기가 돌았고, 나와 최준은 싸움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몇 번 얼굴을 보긴 했지만, 이렇게 가까이 마주하긴 처음이다. 멀리서 봤을 땐 느끼지 못했던, 중후함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의 존재를 인식하고 이민성 의사가 앞으로 나와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십니까. 어쩐 일로 이런 곳까지 오셨는지...”


이부장은 나를 포함해 진료실 안에 있던 인물들을 한 번씩 훑고는 입을 열었다.


“그래, 네가 한성우냐?”

“네, 그렇습니다.”


이부장이 나를? 도대체 무슨 일이지?... 설마, 애송이가 그를 부르는 건가? 애송이에게 고개를 돌리자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뭔가 꿍꿍이가 있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입을 벌려 입모양만으로 나에게 말했다. 걱, 정, 말, 아, 요... 애송이 도대체 무슨 짓을 저지르려는 거냐.

그런 우리를 뒤로하고 이부장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이 의사, 지금 외곽 쪽 병원 상황을 알고 있겠지?”

“외곽.. 이라면 성실병원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근데 그쪽 상황이라니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군요.”


이민성 의사의 말이 끝나자 이부장은 멋쩍은 웃음을 짓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그쪽 수행자 인원이 좀 부족하잖아. 그래서 내가 지원 차원에서 박부장에게 추천서를 좀 넣었다네.”

“추천서를요? ...어떤 추천서를 말씀하시는 거죠?”


그들의 대화에 누군가 끼어들기라도 한다면 사지를 찢어 버리겠다는 듯, 진료실 안은 이미 팽팽한 긴장감으로 가득했다.


“이 의사 이거 왜이래. 자네 이렇게 눈치가 없는 사람이었나? 이거 좀 실망인데.”

“...한성우를 성실병원으로 보내겠다는 겁니까?”


이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잠깐... 지금 나를 성실병원으로 보낸다는 얘기를 하고 있는 건가?... 아니, 맞다. 지금 그 얘기가 오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왜?

그 이유를 설명이라도 하겠다는 듯 이부장이 내 어깨에 손을 올리고는 당당한 말투로 말하기 시작했다.


“지금 우리 병원은 이미 수행자 정원이 꽉 차지 않았나? 그래서 우리 쪽에서 유능한 수행자가 있으니 지원을 보내주면 어떻겠느냐고 했더니, 글쎄 박부장이 흔쾌히 그래주면 자기는 너무 고맙다고 하더군. 그래서 내가 지금까지 지켜본 바로는 이 한성우라는 친구가 그쪽 병원에 지원을 나가면 좋을 거라 판단해서 내가 추천서를 넣은 거네.”


여기서 내 의견은... 그래, 이곳도 계급사회... 내 의견 따위 중요하지 않다. 이곳은 철저하게 명령으로 이루어진 군대라는 것이다.

이부장의 얘기가 끝나자 잠시 말을 잇지 못하는 이민성 의사였다. 눈빛을 보아하니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곧 심호흡을 깊게 내쉬더니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부장님, 아무리 녀석이 수행자라 해도 한성우의 의견을 듣고 결정하는 것이 도리 아니겠습니까?”


그러자 이부장은 미소 지은 얼굴로 날 바라보며 물었다.


“아, 이런... 미안하네 한성우. 내가 큰 실수를 저지를 뻔 했군... 그래, 자네의 생각은 어떤가? 자네의 실력이라면 성실병원으로 지원을 나가도 충분하고도 남을 걸세.”


뭘까. 평소에 내 의견 따위 안중에도 없던 이민성 의사가 내 생각을 물어보라니... 간단하게 그의 성격을 생각해보면 이것은 이부장의 명령을 거절하라는 뜻이다.

하지만 이부장의 미소 뒤에 숨겨진... 어마어마한 기운... 그것 역시 자신의 명령을 받아들이라는 무언의 압박이었다.

진료실을 들어오고 30분이다. 고작 그 30분 동안 너무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이만큼 뜻밖에 벌어진 개 같은 상황이 올 확률이 얼마나 될 것인가.

그런데 이 진료실 안에 뜻밖에 벌어진 개 같은 상황을 납득하게 할 만한 인물이 있었다. 애송이... 생각해보면 그때부터였다.

애송이가 내 옆에 있을 때면 언제나 항상 그랬듯이 엄청난 상황이 벌어지고 뜻밖의 일들이 일어났다. 그리고 마지막은... 지금과 마찬가지로 개 같았다.

...미치겠군. 작년 병실에서 애송이에게 제대로 설득 했다고 생각했다. 내 진심을 녀석에게 제대로 전달했다고 확신했다.

내 앞에서 꺼지라고 얘기했다. 그리고 애송이는 정말 꺼져 주었다. 그렇게 끝난 줄 알았다... 그런데...

다시 애송이와 눈이 마주치자 이번에도 입모양만으로 나에게 뭔가 말하고 있었다. 어, 서, 승, 낙, 해, 요.

웃기고 있군. 그래, 지금 이 상황도 녀석이 계획한 것이 분명하다. 이부장의 명령을 따르라고? 확실히 직급을 따져보면 이민성 의사의 명령보단 이부장의 명령이 최우선 사항이 되어야 하는 게 맞다.

하지만 이 개 같은 상황의 끝에 애송이의 계획이 있다고 생각하자, 철저하게 이부장의 명령을 거절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그렇게 결정했다. 난 이부장에게 거절의 의사를 표... 순간 어깨가 금방이라도 부셔져 버릴 것 같은 고통을 느꼈다.

이부장의 손바닥이 얹어진 어깨였다. 무슨 힘이 이렇게 강한 거지. 그의 표정은 여전히 미소를 짓고 있는데, 온전히 자신의 힘을 쓰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이정도 힘을 낸다고? 놀랍다.

딱히 고통이 심해서도 아니다. 그의 중압감의 정도가 공포를 느낄 정도였기 때문에도 아니다. 단지, 생각이 달라졌다.

애초에 이민성 의사를 따랐던 것은 내 의사가 아니었다. 그에게 충성을 했던 것은 단순히 그의 아래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와 그는 맞지 않는다. 성격적이거나 임무를 수행하는 방법에 있어서나 모든 면이 그와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난 그의 뒷면에 감춰진 어둠을 봤던 적이 있다. 그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심지어 운명 이탈자가 아닌 자들의 영혼을 재판계에서 아무런 망설임 없이 밀어 버리는 그다.

그런데도 그의 아래에 있었던 것은... 불안했었다. 그가 아니면 난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그저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돼 버릴까봐 무서웠다.

그러나 지금 이부장의 추천서로 내 생각이 변했다. 그가 아니어도 된다. 그가 없어도 난 다시 어딘가에서 수행자로서 내 신념을 이어나갈 장소를 마련 할 수 있다. 그래서 이부장의 명령을 따르기로 결심했다.

아, 그리고 덤으로 이곳을 떠난다면 저 보기 싫은 애송이와도 안녕이다. 어쩌면 이게 가장 클지도 모르겠다.


“알겠습니다. 성실 병원으로 지원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내 말에 이민성 의사는 미간을 구기며 손바닥으로 책상을 쳤고, 내 어깨가 부서질 정도로 강하게 붙잡고 있던 이부장의 손바닥은 떨어졌다.


“그래, 그래야지.... 그럼, 지금 당장 이동해야 하니... 그래, 나도 오랜만에 박부장을 보러 성실 병원으로 가봐야겠군. 내 차를 타고 이동하도록 하지.”


이부장의 말을 끝으로 이민성 의사의 진료실을 나왔다. 그리고 병원 앞에 대기하고 있던 이부장의 고급스러운 차 뒷좌석에 그와 함께 올라탔고, 곧 조수석 문이 열리며 애송이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애송이 뭐하는 거냐?”


녀석은 이곳에 남아 다른 의사의 명령을 받는 것이 아니었나? 그렇게 생각하고 있자. 이부장의 입에서 믿을 수 없는 얘기가 쏟아져 나왔다.


“아, 깜빡했군. 성실 병원으로 지원 나가는 인원은 자네만이 아니야. 내 딸도 함께 가는 거라네... 나야 딸내미가 떨어지는 게 서운하긴 한데... 아무래도 여기 있으니 낙하산이니 뭐니 하며 다른 녀석들의 구설수에 오르나 보더군. 그래서 어렵게 결정한 거야. 물론, 저 녀석이 내 바지가 찢어질 정도로 졸라댔던 것도 있고 말이야... 한성우 좋겠군. 내 딸아이가 자네를 아주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네... 하지만 말이야. 그렇다고 해서 내 딸에게 연애 감정을 품었다간...”


연애감정? 아니, 절대 그럴 일 없다. 그리고 지금 무엇보다... 잠깐만요. 차 세워주십시오. 저 이 명령을 따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돌이킬 수 없는 길을 선택한 것 같은 불안한 기운에 둘러싸인 나를 뒤돌아보며 애송이가 천진난만한 얼굴로 말했다.


“선배, 우리 다시 잘 해봐요!”


잘 됐던 적이 없다. 도대체 뭘 다시 잘해보자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 혼자만의 착각에 빠져 있군 애송이... 어차피 성실 병원에 간다 해도 너와 내가 다시 같이 임무를 수행할거라는 보장이 없는 이상 난 아직 희망이 있다.


“선배! 제가 박부장님한테 잘 설명했어요. 선배랑 같은 팀으로 임무를 수행하게 해달라고요. 그러니까 걱정 마요. 우리 떨어지지 않을 겁니다.”


이런... 옆으로 빠르게 지나가는 풍경, 만약 여기서 차 문을 열고 뛰어내린다면 어떻게 될까. 어쩌면 부상으로 끝나지 않을까?

하지만 난 이런 차를 처음 타본다. 내리기 위한 문고리가 있지 않을까. 열심히 눈으로 찾아봤지만 보이지 않았다. 도대체 어떻게 된 구조지... 그렇게 쉴 틈 없이 눈을 굴리고 있자. 애송이가 다시 입을 열었다.


“선배, 이번에는 꼭 우리 술 같이 마셔요.”


악몽이다. 악몽일 것이다. 그래, 이건 또 다른 꿈일 것이다. 속으로 셀 수 없이 바라고 또 바랐지만, 잠시 후 도착한 성실 병원 입구에서 이것이 곧 현실임을 깨달은 난 그저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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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2) 시작되는 9년 전[5] 18.11.01 171 2 14쪽
18 (2) 시작되는 9년 전[4] 18.10.29 173 3 17쪽
» (2) 시작되는 9년 전[3] 18.10.29 178 4 13쪽
16 (2) 시작되는 9년 전[2] 18.10.25 165 4 15쪽
15 (2) 시작되는 9년 전[1] 18.10.25 194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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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1) 시작되는 10년 전[7] +1 18.10.11 298 5 14쪽
7 (1) 시작되는 10년 전[6] 18.10.11 335 4 14쪽
6 (1) 시작되는 10년 전[5] +2 18.10.08 377 4 13쪽
5 (1) 시작되는 10년 전[4] +3 18.10.08 430 5 13쪽
4 (1) 시작되는 10년 전[3] +2 18.10.04 538 5 14쪽
3 (1) 시작되는 10년 전[2] 18.10.04 745 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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