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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형 회귀 헌터물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라이온
작품등록일 :
2019.11.12 01:01
최근연재일 :
2019.12.25 07:05
연재수 :
2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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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514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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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62,184

작성
19.12.21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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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글자
10쪽

>> 양산형 22화 <<

DUMMY

8등급 몬스터, 크루얼 타이거.

놈은 강하지 않다.

아니, 사실대로 말하자면 약하다.

일반인은 기간단총이라도 보유하고 있지 않는 이상 잡을 수 없다고 하였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몬스터들이 유독 현대 화기에 강한 면역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사냥을 나서는 헌터의 기준에서 8등급 몬스터를 잡았다는 업적은, 어디가서 내놓기도 부끄러운 업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정식 헌터를 기준으로.


'오늘 막 각성한 사람이 아무런 부상 없이 크루얼 타이거를 처치했다고?'


이명우는 강현을 바라보았다. 그의 몸에서 별 다른 상처는 찾아볼 수 없었다. 옷에 묻은 피도 대부분 크루얼 타이거의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

어떻게 이럴 수가 있을까. 그는 제 눈을 의심했다.

갓 각성한 각성자가 8등급 몬스터를 해치웠다는 사실도 놀라웠지만, 그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강현에게 다친 곳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날렵하기로 유명한 크루얼 타이거에게 한 대의 공격조차 허용하지 않았다는 소리.


'게다가 크루얼 타이거에게도 별 다른 상처가 보이진 않아. 그러면 별 다른 소동 없이 깔끔하게 잡았다는 건데.'


한 차례 놀란 이명우는 크루얼 타이거의 시체를 보았다. 시체의 상태는 신기할 정도로 깔끔했다. 머리에 구멍이 있는 것을 제외하면 시체에는 별도의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이명우는 그 점에 주목했다.

초보 헌터들이 처음 사냥을 할 때, 그들은 베테랑 헌터와 같은 몬스터를 잡고도 같은 가치의 전리품을 얻지 못한다. 왜냐하면 초보 헌터들은 깔끔하게 몬스터를 잡는 방법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급소를 노리는 법이라던가, 데미지를 한 장소에 누적시키는 법, 몬스터가 날뛰기 전에 제압하는 방법 등.

깔끔하게 몬스터를 잡는 방법을 알지 못하거나 행동으로 이행하지 못하기에 몬스터를 크게 훼손한 채로 잡을 수 밖에 없었고. 그렇게 훼손당한 시체는 베테랑이 잡아 훼손이 덜한 시체보다 낮은 상품가치를 부여받았다.

그게 당연한 상식.

그러나 지금, 그 상식이 어긋났다.


'이건 웬만한 베테랑 헌터보다도 낫잖아.'


강현이 잡아낸 크루얼 타이거의 사체.

그건, 등급으로 표시하자면 A~S 사이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사체였다.

수많은 헌터가 넘겨주는 크루얼 타이거 사체들 사이에서도 상위 5% 이내에 족히 들 수 있는 상품이라는 말.

도저히 초보자의 솜씨로 볼 수 없는 실력이었다.


'재능? 이게 재능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영역이었나?'


이명우는 이제 살짝 무섭기까지 하다는 표정으로 강현을 바라보았다. 자세히 현장을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강현을 고평가 해야 할 이유가 늘었다.

그는 묵묵히 서있는 강현을 향해 입을 열었다.


"그렇군요. 각성하시자 마자 이런 일에 휘말리게 만들어 정말 죄송합니다."

"괜찮습니다."

"혹시, 오늘 각성하셨다면 헌터 테스트는 언제쯤 보실 예정인지 알 수 있을까요?"


놓칠 수 없다는 감정이 강하게 든다. 마치 진흙 속에 진주가 있는데, 그 진주를 저 혼자서 발견한 기분이었다. 욕심이 들지 않을 리가 없었다.

그는 사심이 가득 담긴 질문을 던졌다.

헌터 테스트를 보고, 정식 헌터가 된 사람만이 길드에 들어올 수 있었으니까. 한마디로 '당신을 영입하려면 언제쯤이 되어야 할까요.'를 돌려서 물은 셈이었다.

각성자들마다 헌터 테스트를 준비하는 기간은 천차만별이었기에, 이렇게 상대에게 직접 물어야만 테스트 일정을 알 수 있었다.


"다음주에 헌터 테스트가 있다고 들어서, 바로 볼 생각입니다."

"···! 그렇습니까? 분명히 붙으실 수 있을 겁니다. 선생님, 아. 그러고보면 성함을 묻지 않았었네요."

"강현입니다."

"아, 감사합니다. 강현 선생님의 실력은 이미 충분하시니까요. 제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헌터 테스트보다 그 뒤를 고려하시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강현의 답변은 다음 주.

대부분의 각성자가 헌터 테스트를 자신이 각성한 시점으로부터 최소 한 두달 뒤에 치른다는 것을 생각하면, 다소 무모할 정도로 이르다고 생각할 수 있었다.

만약, 강현이 일반적인 각성자였다면 말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청명 길드로 데려와야 한다.'


강현이 크루얼 타이거를 잡으며 실력을 입증한 순간부터, 그의 발언은 무모하다기보단 자신감 넘치게 느껴졌다.

이명우는 눈을 빛냈다.

일주일 뒤에 헌터가 될 역대급 유망주가 눈 앞에 있다. 무리를 해서라도 그를 영입하고 싶은 게 진솔한 심정이었다.


"그 뒤라면, 길드 영입을 말하시는 건가요? 죄송하지만 정중히 사양하겠습니다."

"아···. 그러시다면, 어쩔 수 없지만. 어떠한 이유로 거절하시는 건지 알 수 있을까요? 실례가 되는 질문이라면 답변하지 않아주셔도 괜찮습니다."

"아뇨, 괜찮습니다. 그렇게 심각한 이유는 아니거든요."


하지만 이명우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강현은 길드 영입을 차단했다. 마치 마음을 꿰뚫어보기라도 한 것 같은 느낌이다. 이명우는 차마 아쉬운 마음을 숨길 수 없었다. 그래서, 구질구질하다는 걸 알면서도 이유를 물었고.


"저는 일주일 뒤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는 웃었다.

눈 앞에 있는 남자.

강현은 이미 제 가치를 알고 있었으니까.


'한바탕 영입 전쟁이 벌어지겠군.'


아무래도, 특급 유망주를 영입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 될 것 같았다.


* * *


상황은 정리되었다.

뒤늦게 추가로 도착한 청명 길드와 헌터 협회 소속의 관계자가 강현과 술집 내에 있던 손님들에게 몇 번이고 사과하며 편의를 봐주었다.

아무리 언노운 게이트가 터졌다고 한들, 몬스터가 민간인이 있는 장소로 탈출하는 걸 사전에 막지 못한 것은 명백한 그들의 잘못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면, 뼈를 제외한 크루얼 타이거의 부산물이 처리되는 대로 입금 드리겠습니다. 뼈는 아마 오늘 내일 중으로 댁에 보내드릴 수 있을 겁니다."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뉴스에는 지나가던 '익명의 헌터'가 도운 걸로 보도하기로 했습니다. 협조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하여 타협을 본 결론은 이러했다.

하나, 강현이 잡은 크루얼 타이거 사체의 소유권은 강현에게 주어진다. 다만, 강현이 헌터 라이센스가 없는 관계로 판매를 원할 경우에는 헌터 협회가 강현을 대신하여 거래를 진행하기로 했다.

강현은 고민 끝에 뼈만을 가지고, 나머지 부산물은 헌터 협회에게 판매를 맡기기로 결정했다.

뼈는 본메이커를 통해 활용할 여지가 있었지만 나머지 부산물은 그렇지가 않았기 때문이었다.


'어서 좀비 스킬 숙련도를 높이던가 해야겠어.'


크기가 크고, 인간과 이질감이 드는 몬스터일수록 언데드 제작의 난이도는 높아진다. 따라서 스킬 숙련도가 높지 않은 상태라면 크루얼 타이거와 같은 몬스터의 사체를 100% 활용하기가 어려웠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숙련도를 높이든, 혹은 숙련도를 대체할 다른 스킬을 얻든 둘 중 하나는 이루어야만 할 터.

아쉬움을 느끼는 강현의 앞에서 협회 직원이 사체를 챙겼다.


그리고, 둘.

강현은 청명 길드과 헌터 협회에게 소정의 위자료를 받고서 언론 인터뷰에 응하지 않기로 하였다. 유명 길드와 협회가 헌터도 아닌 일반인에게 신세를 졌다는 건, 어찌보면 이미지에 흠이 갈만한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헌터 협회와 청명 길드는 자신들의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위자료쯤은 기꺼이 지불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OO은행 1324···"


강현은 자신이 사용하던 계좌 번호를 불러주었다.

이명우와 헌터 협회 직원이 해당 계좌 번호를 받아적었다.

우선 상부에게 보고하고서, 빠른 시일 내로 위자료를 지급하겠다는 말을 했다. 강현은 받아들였다. 보고를 하지 않으면 뒤늦게라도 꼬투리를 잡는 게 상부라는 족속들이었으니까.


'이제 끝났나.'


그 두 가지 약속을 바탕으로, 몇 가지를 추가로 대화하자 강현은 더 이상 자리에 남아있을 필요가 없었다. 이제는 양산 포차와 나머지 손님들이 헌터 협회와 대화를 할 차례였으니까.


"저는 가보겠습니다."

"아, 조심히 가십시오! 어디 아프시면 잊지 말고 꼭 병원도 들리시구요!"

"네,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강현은 조심스럽게 자리를 빠져나왔다.

큐브에서 나온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한바탕 난리를 치니 피곤했다. 쉬고 싶은 마음이 컸다.

집에 가는 길. 그는 계란말이를 마저 먹지 못한 아쉬움에 편의점에서 간단한 요깃거리를 샀다. 집에서 맥주 한 캔을 까고는 안주거리를 먹다가 잠에 빠져들었다.

유독 편안한 잠이었다.


* * *


잠에서 깨어났을 때는 다음날 아침이었다.


"어우."


피곤하긴 피곤했던 모양이다. 그렇게나 오래잔 걸 보면. 강현은 잠이 덜 깬 상태로 화장실에 들어갔다. 쏴아아-. 간단하게 샤워를 하고 나온다.

찬물을 맞으니 정신이 좀 돌아왔다.

수건으로 물기를 닦는다. 동시에, 스마트폰을 집어들었다.

자는 동안 뭐 그렇게 많이도 알림이 와있던지.

스마트폰은 확인하지 않은 알림으로 가득 찬 상태였다.

하나씩 읽는다.


[ 로*또 1등$2등!3등&무조.건당-첨최신식시스템 ]


···스팸이었다


'폰 번호를 대체 어떻게 알고 보내는 건지 모르겠네.'


세상이 멸망할 때까지도 풀리지 않았던 비밀. 강현은 꾹, 스팸 문자를 차단하고 다음 알림을 확인했다.


[ 입금 - 30,000,000 (청명 길드) ]

[ 입금 - 20,000,000 (헌터 협회) ]


"오 천만원이라."


이번에야말로 진짜였다.

오천만 원.

그것이, 강현이 회귀한 첫날 얻어낸 수익이었다.

전생에서 받았던 위자료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금액.

아르바이트로 모으기에는 몇 년을 발버둥쳐야만 겨우 모을까 말까 한 액수의 돈이었다.


'괜찮네.'


하지만 회귀 이전, 나름대로 잘나가는 헌터로 활동했던 강현에게는 그저 푼돈으로 보였을 뿐.

돈의 무게에 짓눌릴 일은 없었다.

강현은 옷을 챙겨입고 아침부터 밖으로 나섰다.

벌었으면, 쓰기도 해야할 테니까.


작가의말

클리셰대로 깔끔하게 돈도 받았습니다... 다음화부터는 또 빠르게 진행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제목에 관련해서 얘기하자면... 정말 의외지만 너무 직관적이고 어그로여도 잘 누르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한번쯤 무난한 제목으로 변경해볼까 싶기도 하고. 아무튼 당분간은 제목이 몇 번쯤 바뀔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최종적으로는 원래 제목 그대로 가고 싶은데 참 고민이네요 ㅠㅠ.


선호작, 재밌어요, 그리고 댓글은 글을 쓰는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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