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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형 회귀 헌터물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라이온
작품등록일 :
2019.11.12 01:01
최근연재일 :
2019.12.25 07:05
연재수 :
26 회
조회수 :
150,521
추천수 :
3,251
글자수 :
162,184

작성
19.12.09 07:05
조회
5,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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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글자
18쪽

>> 양산형 16화 <<

DUMMY

본래, 큐브 내에서 클래스를 전직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큐브에서 사망하거나 시련이 종료되었을 때, 큐브에서 활약한 내용을 바탕으로 떠오르는 클래스 선택지 중에서 골라 전직을 하기 마련이었다.

전생의 강현도 그런 과정을 통해 창사로 전직했을 정도.


[ 한없이 어두운 길을 걷는 자로 전직하셨습니다! ]

[ 일부 스텟 상승 효과가 주어집니다. ]

[ 어둠, 시체, 독, 저주 계열 스킬에 보정 효과가 주어집니다. ]

[ 빛, 생명, 치유, 축복 계열 스킬에 역보정 효과가 주어집니다. ]


하지만 세상에는 언제나 예외가 있는 법이었다.

이처럼, 일반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얻은 클래스의 경우에는 큐브 내에서도 전직을 진행하고는 했다.

강현은 떠오르는 메시지를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벌써부터 스텟이 올라간 것이 체감되었다.

확연히 마나 양이 늘어났다.

이 정도라면, 적어도 큐브 내에서는 크게 마나 걱정을 할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스킬도.'


전직을 할 시 주어지는 혜택은 스텟 말고도 스킬적인 혜택도 존재했다.

마치 이렇게.


[ 스킬, 좀비 소환의 숙련도 랭크가 상승합니다. ]

[ 스킬, 슬로우의 숙련도 랭크가 상승합니다. ]


기존에 사용해왔던 두 스킬의 숙련도 랭크가 상승했다.

고작 몇 번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보정 효과가 주어졌기 때문에 숙련도가 금새 상승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그 대가로 상극인 계열의 스킬에는 역보정이 걸렸지만 상관은 없었다.

중요한 건 선택과 집중인 법이었으니까.

오르지 못할 나무를 바라볼 필요는 없으리라.


[ 전직을 기념하여, 스킬 북 하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


그보다 중요한 건, 클래스를 최대한 활용하는 것.

전직 기념 스킬북 선택 증정이 떠올랐다.


[ 배우고 싶은 스킬이 담긴 스킬 북을 선택해주세요. ]


1. 스켈레톤 소환

2. 언데드 필드

3. 데스 아우라


선택지는 총 세 가지.


'스켈레톤 소환은 필요도 없고, 나머지 둘만 보면 되는데.'


그러나 개중 첫 번째인 스켈레톤 소환은 선택을 고려할 대상이 아니었다. 비슷한 스킬인 좀비 소환을 배웠기에, 조금만 연습하면 자체적으로도 스킬을 얻을 수 있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골라야 할 건 나머지 둘 중 하나.


"데스 아우라를 선택한다."


[ 데스 아우라 스킬북을 지급합니다. ]


짧은 고민 끝에 강현은 데스 아우라를 선택했다.

2번인 언데드 필드는 스킬북 매물이 흔하게 돌아다니는 스킬북인 반면, 데스 아우라는 매물도 적고 배우는 데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입수 난이도 자체가 데스 아우라 쪽이 더 높은 셈이다.

또한, 트레저 아일랜드에서의 활동을 생각하면 데스 아우라쪽이 더 범용성이 좋다고 판단하기도 했다.


[ 데스 아우라 ]

[ 필요 조건 - 언데드 류 소환수 소환 스킬 1개 이상 보유, 마력 스텟과 지력 스텟의 합이 25 이상 ]

[ 죽음의 기운을 언데드 소환수에게 불어넣어 강화시킨다. 총 5마리를 강화할 수 있다. ]

[ 시전자의 마나가 전부 닳거나, 아우라를 거둬들이거나, 대상 소환수가 사망할 시 아우라가 사라진다. ]


데스 아우라는 선택한 소환수를 강화할 수 있는 스킬. 반면, 언데드 필드는 시전자 주변 일정 범위 내에 있는 소환수를 강화시키는 스킬이었다. 만약 언데드와 시전자가 개별 행동을 하는 경우에는 데스 아우라 쪽이 더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는 말.


'잘 써먹을 수 있겠어.'


강현이 노리는 바가 바로 그것이었다. 그는 받은 스킬북을 펼쳤다.


[ 데스 아우라를 습득합니다. ]


책이 한순간 빛나더니, 이내 강현에게로 흡수되었다.

이것이 스킬북으로 스킬을 배우는 방법이다.


'이제 크로니클만 확인하면 되나.'


성공적으로 스킬을 취득한 강현은 크로니클 창을 열었다.


8. 어두운 던전의 공략자


- 한없이 어두운 자의 던전을 완벽하게 공략한 이에게 주어지는 크로니클.

- 마력과 지력이 각각 10씩 상승하며, 저주 계열 스킬에 걸릴 시 디버프 효과를 반감하여 받는다.


"이래서였군."


그리고 감탄했다.

적혀있는 크로니클의 생각이 예상 이상이었으니까.

마력과 지력 10이 상승한다는 효과는 초반에 크나큰 도움이 되어줄 테지만, 그보다는 그 다음에 적혀있는 효과가 더욱 중요했다.

디버프 효과를 반감시켜 받는다는 것.

이건 즉, 누가 슬로우 등의 스킬을 강현에게 쓰더라도 효과가 잘 적용되지 않는다는 뜻과 같았다.

강현은 그제서야 전생의 제임스가 온갖 디버프에도 멀쩡할 수 있었던 이유를 깨달았다.

그 역시 이 크로니클을 보유했던 것이다.


'큰 도움이 되겠어.'


전생에서는 제임스의 만행에 도움이 되어주었던 크로니클이었으나, 앞으로는 강현을 도와줄 든든한 크로니클이 되어줄 터.

만족하면서 크로니클 창을 닫았다.

슬슬 던전에서 나갈 시간이다.


파앗-!


정비를 마친 강현의 앞에 푸른 포탈이 나타났다.

던전의 입구로 이어진 포탈.

굳이 직접 걸어 돌아갈 필요가 없었기에, 강현은 순순히 포탈 안으로 걸어갔다.

간만에 보는 바깥 풍경이 펼쳐진다.

정글의 습한 공기와 내리쬐는 달빛이 그를 반겼다.


'벌써 밤인가.'


던전을 공략하는 동안 시간이 상당히 흐른 것 같았다.

햇빛이 내리쬐던 섬은 어둡게 물들었다.

밤이 되었다는 뜻.


'그렇다면 슬슬 그것들이 움직일 시간이겠군.'


강현은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트레저 아일랜드의 밤은 낮과 사뭇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그렇다는 건, 아침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행동해야 한다는 의미다.

수풀과 넝굴을 해친 강현이 거침없이 걸어가기 시작했다.



* * *


개판.

현재의 트레저 아일랜드를 두 글자로 표현하는 방법이었다.


"야, 저건 죽어도 우리가 먹어야 해! 저것까지 뺏기면 답도 없다고!"

"시발. 다 꺼져!"


여기저기서 과격한 충돌이 이루어졌다.

특히나 보물 앞에서.


"일단 저기 올라가서 가지고 오자고!"

"널 어떻게 믿고?"

"아니, 믿고 자시고 여기서만 벌써 6시간 째라니까?"


가디언을 물리치고 얻는 보물. 은밀한 위치에 숨겨져있는 보물. 퍼즐을 풀어서 얻는 보물. 어떠한 종류든 상관없이, 보물이 있는 위치라면 분쟁이 일어났다.

보물의 수에 비해 각성자의 수가 너무나도 많았기 때문이다.

한정되어 있는 보물을 갖기 위해서 사람들은 어떠한 수단과 방법이든 가리지 않았고, 자기가 보물을 못 얻을 것 같은 경우에는 상대의 발목을 붙잡고 늘어지기도 했다.


"어차피 큐브일 뿐이야. 그냥 저 새끼 조져! 조지고 생각해!"

"이런 미친!"


이곳은 큐브였으니까.

죽더라도 현실에서는 아무런 피해가 일어나지 않는 곳.

상대방을 상처입혀도 실제로는 별 피해가 가지 않는다는 생각에 사람들은 더욱 대담하게 나섰다. 사방에서 보물을 얻기 위한 쟁탈전이 이루어졌다.


"좋아. 이제 이건 내 거···."

"저기다! 저기에 보물이 있다!"


문제는 이러한 쟁탈전이 몇 시간째 도저히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

누군가가 보물을 운 좋게 손에 넣더라도, 다른 사람이 다시 그 보물을 노리고 공격해오는 탓에 쟁탈전은 도저히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무려 몇 시간 동안이나.

쟁탈전을 치루는 도중에 죽거나, 큰 부상을 입은 사람이 조금씩 늘어가기는 했지만. 고작 그 정도로는 쟁탈전을 완전히 끝낼 수가 없었다. 누군가가 전장을 이탈하면 어디선가 냄새를 맡고 온 다른 이가 그 자리를 채웠다.


"이 짓을 밤까지 하고 있을 줄이야."

"그러게나 말이다."


허억. 허억.

그렇게 밤이 되었을 즈음에는, 쟁탈전에 참여한 모두가 지쳐 있었다. 승리자 하나 없이 전투를 거듭하였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그냥 너희가 전부 양보하는 건 어때?"

"지랄하네."


하지만 여전히 누구 하나 양보할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이렇게 된 거, 아예 끝장을 보자는 마인드가 만연했다. 힘이 부족한 이들은 서로 연합을 하였고, 비교적 강한 이들은 어떻게든 휴식을 조금씩 취하면서 불안불안한 전투를 계속해서 이어갔다.


'지독한 놈들.'


현재, 북서쪽에 위치한 성당 건물 앞에서 대치하고 있는 이들이 바로 그러한 예시 중 하나였다. 몇 시간 전에 찾아낸 보물 하나를 두고 다섯 명이 치열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가위바위보로 결정합시다. 공평하잖습니까?"

"공평은 무슨. 그렇게 치면 가장 먼저 찾아낸 내가 가져가는 게 공평하다고 몇 번을 말해야 알아먹겠어?"

"아니, 성당 발견 먼저 했다고 당신이 먼저야? 보물을 손에 먼저 쥔 내가 먼저지. 안 그래?"

'저러면서도 도저히 틈이 없네.'


유성철 또한 그 치열한 기싸움에 참전한 다섯 명의 인원 중 한 명이었다. 그는 대치한 사람들 사이의 말싸움을 들으면서 몰래 보물을 들고 도망칠 만한 타이밍을 보고 있었다.

도저히 개싸움으로는 나머지 네 명을 떨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비교적 높다고 생각했던 레벨도 두 명 이상을 상대로는 의미가 없었다.


'무언가 변수가 생겨야 할텐데.'


변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간절히 들었다. 큐브 내에서는 굳이 잠을 잘 필요도 없었기에,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로 24시간 내내 보물 하나를 두고 다툴 수도 있었다. 그야말로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인 셈이다.

유성철은 밤하늘을 보면서 제발 아무 변수나 좀 나타나 달라고 깊게 기도했다.


샤샥-!


"응?"


그런데, 그의 기도가 통하기라도 한 걸까.

성당을 둘러싼 풀숲에서 무언가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또 몬스터인가 본데."

"쯧, 귀찮게스리."


처음에는 모두가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몇 시간 동안의 대치 상황 중에서도 몬스터가 성당 내로 난입하는 경우는 종종 있었다. 이제와서 한 두마리쯤이 더 난입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도 없으리라. 어차피 여기 모인 이들은 전부 몬스터 몇 마리 쯤은 잡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이들이었으니까.


'아니야, 뭔가 달라.'


오로지 유성철만이 무언가 불길함을 느꼈을 뿐이었다. 그는 본능적으로 몇 걸음을 뒤로 물러났다. 평소에도 촉이 좋다는 소리를 듣던 그다. 이렇게 감이 좋지 않을 때는 항상 무슨 일이 있어왔다.


부스럭-. 부스럭-.


그 와중에도 몬스터인지, 혹은 다른 무언가인지 모를 소리는 점차 다가왔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보물만을 바라보았다. 괜히 몬스터에게 신경을 빼앗겼다가, 경쟁자가 보물을 들고 도망치면 손해라고 판단한 것처럼 보였다.


그게 문제였다.


푹-!


"어?"


보물에 정신이 팔려있던 이들은 갑작스레 나타난 새로운 몬스터에 차마 대항조차 할 수 없었다. 조그마한 키와 검은 몸, 날카로운 손톱을 가진 몬스터 한 마리가 재빨리 다가와서 가까이 있던 각성자를 공격했다.

그 과정이 얼마나 부드러웠는지, 공격을 당하기 전까지는 유성철을 제외한 누구 하나 눈치채지 못했을 정도였다.


"끄아아악!"


공격을 허용한 각성자가 비명을 지른다. 그러면서 서둘러 뒤를 돌았다. 보물에 신경쓰다간 몬스터에게 개죽음을 당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이 자식이!"


자그마한 몬스터에 대항하여 자신의 무기인 검을 휘두른다. 톡, 토옥. 몬스터는 가볍게 옆으로 이동함으로써 그 공격을 피해냈다.


캬햐햐!


이전까지의 몬스터에게선 볼 수 없는 기민함이었다. 검을 빗맞춘 남자가 당황하였고, 전투를 바라보던 유성철이 깜짝 놀랬다.


'정말 다르다.'


고블린이나 놀과는 차원이 달랐다. 그 둘은 전투에 익숙해진 사람이라면 이제 비교적 쉽게 잡을 수 있었지만, 이번에 나온 몬스터는 전투에 익숙하다고 해도 상당히 상대하기가 까다로워 보였다.


캬하!


"윽, 젠장!"


공격당한 남자가 계속해서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 그 증거였다. 그는 폴짝폴짝 뛰어다니는 몬스터를 상대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한 번 공격에 성공할 때, 두 번에서 세 대씩 얻어맞는 모습이었다.


"후우. 후우. 빌어먹을, 괜히 힘만 뺐네."


간신히 잡긴 했으나 이미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상태. 보아하니, 이제 저 남자는 쟁탈전에서 크게 힘을 쓰지 못할 것 같았다.


"후."

"다행이네."


다른 이들은 경쟁자가 한 명 줄었다는 사실에 안도하는 모습. 그러나 유성철은 기뻐할 수 없었다. 아직도 불안한 느낌이 사라지질 않았다.


'설마?'


샤삭, 부스럭-.


그리고 그의 불안한 느낌은 그대로 들어맞았다.

사내가 간신히 몬스터를 죽인 직후, 사방에서 아까와 똑같은 소리가 들렸다.

유성철은 급하게 보물이 있는 쪽으로 달려갔다.

그간 다섯 명이 서로 눈치를 보느라, 누구 하나 집지 못하고 그대로 방치해뒀던 보물을 챙겼다.


'모르겠다, 될 대로 되라지.'


원래대로라면 나머지 네 명에게 집중 포화를 맞을 것이 뻔한 상황이었지만, 유성철은 눈을 꾹 감고 도박수를 던졌다.

저 부스럭 소리와 스스로의 직감을 믿기로 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그의 도박은 절반쯤 먹혀들었다.


캬하하! 캬하하!

키히! 캬흐아!


"대체 뭐야!"

"어디서 이렇게 많이 몰려온거야?"


우선 예상이 맞았던 점은, 몬스터들이 사방에서 몰려든 탓에 각성자들도 유성철을 신경쓸 수 없게 되었다는 것. 당장 눈 앞의 몬스터를 신경쓰지 않으면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보물을 감시할 수는 없었다.


'미치겠네, 진짜.'


한편 예상이 틀린 점은 습격한 몬스터의 수였다. 유성철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혼란을 틈타서 보물을 집은 건 좋았는데, 도망칠 틈이 보이질 않았다.

성당 내부로 들어온 몬스터의 수는 언뜻 보아도 스무 마리 언저리였으니까.

유성철을 제외한 나머지 네 사람에게 세 네마리씩 달라붙고도 남은 몬스터들은 유성철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결국, 그는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가까이 있는 성당의 창문으로 뛰어들었다.

쨍그랑-!

형형색색의 유리를 깨고서 밖으로 탈출했다.


"여기도 있다고?"


허나 여전히 안도할 순 없었다.

몬스터들이 따라오는 건 시간 문제인데다가, 성당 밖에도 방금 본 몬스터가 우글거렸으니까.

유성철은 숨 돌릴 새도 없이 무작정 달려나갔다.

어디든 이 몬스터들을 따돌릴 장소가 필요했다.


키히힛! 캬하!


무서운 속도로 따라붙는 몬스터들.

한편, 유성철의 속도는 조금씩 느려졌다.

몇 시간 동안 신경전을 벌이다 보니 체력이 생각보다 많이 소모되었던 탓이었다. 몸도 마음도 지친 상태에서 쌩썡한 몬스터들을 따돌리기란 쉽지 않았다.


"제길."


숨이 찼다. 유성철은 얼마 가지 못해서 발을 세울 수 밖에 없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등 뒤에 공격이 꽂힐 판이었으니까. 그렇게 아무것도 못하고 당할 바에는 몬스터 몇 놈이라도 데려가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들어와! 들어오라고!"


캬아!


무기인 채찍을 든다. 달려오는 몬스터들에게 채찍을 휘둘렀다. 휘익! 오던 몬스터 한 마리에게 채찍이 정통으로 맞았지만, 그 옆에 달려오던 몬스터는 가볍게 채찍을 피했다.

무방비한 유성철의 품에 뛰어들었다.

푸욱-. 뾰족한 손톱으로 유성철의 배를 찌른다.

예상치 못했던 기습.


"큭."


그 반동으로 손에 쥐었던 채찍을 놓쳤다. 유성철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무기를 놓치면, 싸울 수 있는 가망도 없었다. 이대로 맞아 죽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끝났구나.'


아무런 희망조차 남지 않은 셈. 그는 자포자기한 심정에 눈을 감았다. 죽으면 죽더라도, 죽는 순간까지 몬스터들을 정면으로 바라볼 자신이 없었다.

각오를 다지면서 이를 악문 순간.

유성철은 이상함을 느꼈다.

마땅히 느껴져야 할 고통이 없었다.

이쯤이면 몬스터들이 그를 난도질했을 텐데도.


"어라?"


의문이 들었다.

유성철은 감았던 눈을 떴다.

눈 앞에는 더 이상 몬스터 무리가 보이지 않고 있었다.


"···."


대신, 몬스터 무리를 창 한 자루로 작살내는 한 명의 사내가 보였을 뿐.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를 그 사내는 미친듯한 속도로 몰려든 몬스터를 전부 쓰러트렸다. 고작 몇 분도 지나지 않아서.

살아남은 몬스터들은 그저 허둥지둥 도망치기 바쁠 따름이었다.

일개 개인이 일구어낸 기적.


"저기, 저. 그러니까."


유성철은 할 말을 잃어서 허둥대었다.

왜, 어떻게.

하고 싶은 말이 많았는데 정리할 수가 없었다.

그의 더듬는 목소리를 들은 사내가 고개를 돌렸다.


"쉐도우 칠드런들은 높은 곳을 보지 못하고, 오르지 못합니다. 아침이 올 때까지 나무 위 같은데서 버티다 보면 살 수 있을 겁니다."

"아, 음. 네."

"그러면 잘 살아남아 보시길. 생명 값으로 보물은 받아가겠습니다."


사내는 속사포처럼 유성철에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는, 유성철이 손으로 쥐고 있던 보물을 가볍게 빼앗아 가져갔다. 어찌나 자연스럽게 행동하던지 유성철은 보물을 강탈당하는 그 순간까지도 별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어어?"


뒤늦게 정신을 차렸지만 사내는 사라진지 오래.

듣고 싶었던 답변도 듣지 못했다.

얼빠진 표정을 짓던 그는 사내의 조언을 떠올리고서 근처에 있던 나무를 잡고 올라갔다.


캬아아!


정말로 이 위는 몬스터가 발견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대체 뭐하는 사람이었을까.'


비현실적인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유성철은 사내가 사라진 방향을 물끄럼히 바라만 보았다. 허탈하면서도, 그가 누군가 하는 궁금증이 피어올랐다. 오토바이 고글을 쓰고 있는 것 같았는데. 정체가 뭐길래 그런 걸 쓰고 다니는 걸까.

유성철이 사라진 사내에 대해서 의문을 품던 그 순간.


"···좀비가 왜 나를 돕는 거지?"


그어어어-.


또 다른 장소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쉐도우 칠드런으로 둘러쌓인 각성자의 앞.

어두운 기운을 품은 좀비 다섯 마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작가의말

많은 분들이 유입되어 들어오셨네요 ㅠ 반갑습니다.

힘내어 쓰겠습니다,


선호작, 재밌어요, 코멘트는 글을 쓰는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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