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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리는 모두에게 편안함을.

양산형 회귀 헌터물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라이온
작품등록일 :
2019.11.12 01:01
최근연재일 :
2019.12.25 07:05
연재수 :
2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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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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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184

작성
19.12.20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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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 양산형 21화 <<

DUMMY

강현은 겁도 없이 구멍난 벽 앞으로 걸어갔다.

크루얼 타이거가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소, 손님···!"


위험천만해보이는 광경. 가게 주인이 끊길 듯한 이성을 부여잡고 간신히 강현을 불렀다. 그는 착한 사람이었다. 그랬기에, 남이 죽으러 걸어 들어가는 광경을 보고만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어떻게든 크루얼 타이거에게 다가가는 남자를 말리고자 손을 뻗는다.

그러나, 닿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다. 그의 팔은 짧았다. 십 수 미터는 족히 떨어졌을 남자에게 아무리 팔을 뻗어본들 닿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를 부여잡기 위해서는 발걸음을 내딛어야 한다. 가게 주인은 눈을 질끔 감으면서 천천히, 떨리는 발을 앞으로 내딛었다.

한 발자국.

아무 능력도 없는 일반인으로서는 엄청난 용기를 낸 전진이다.

남을 도울 수 없다는 것 알면서도, 구해주겠답시고 끼어들었다가 되려 자신이 죽을 것이 확실한 상황임에도, 발걸음을 내딛는다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행동이 아니었다.

열이면 아홉.

대부분의 사람이 고개를 저을만한, 무모한 행동.


'아!'


하지만 그는 순수하게 기뻐했다.

자신이 공포를 이겨내고, 남을 도우려 움직일 수 있었다는 사실에. 그는 그저 그것에 기뻐해하는 종류의 인간이었다.

바보같이 착한 사람.

그게 주변으로부터 받던 평가였다.

평생을 헌신하며 30대 후반의 남성은 이번에도 늘 그러했듯, 다른 사람을 구하기 위해서 행동했다.

그리고 그건 꽤나 성공적인 움직임처럼 보였다.


터벅-.


그가 한 걸음을 움직이는 사이, 강현이 다섯 걸음을 움직이지만 않았더라면.

또는, 그에게 시간을 10배로 쓸 수 있는 초능력이 생겨나서. 그가 강현의 1초를 10초처럼 사용할 수 있었더라면 말이다.

강현.

치즈 불닭을 퍼먹던 손님은 어느샌가, 크루얼 타이거의 정면에 서있었다.

엄청난 용기를 낸 자신이 한 걸음을 움직이는 시간동안.


'위험해.'


절로 비명이 나왔다.

어떻게 그리 짧은 시간 안에 저렇게 많은 거리를 이동할 수 있었는가, 그 사실에 대해서는 하나도 궁금하지 않다. 그의 눈에는 다만 크루얼 타이거 앞에 선 강현의 뒷모습만이 보였다.

평범하게 키가 큰 사내의 앞.

그보다도 압도적으로 큰, 족히 3M는 넘을 만한 괴수가 눈 앞에 선 인간을 보며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사고가 일어날 것만 같은 광경.

크루얼 타이거가 앞발을 빠른 속도로 내리쳤다.

앞을 가로막는 인간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기 위해서.


"안 돼!"


사람이 죽는다.

죽을 것이다.

가까이 다가온 타인의 죽음. 양산 포차의 주인은 내뱉듯 소리쳤다. 그는 마음이 여렸다. 다른 사람의 죽음을 두고만 볼 수 없는 종류의 사람이었다.

그게 자살을 자처한 사람일지언정, 마찬가지다. 예외는 없었다. 그는 손님이, 자신의 음식을 맛있게 먹어준 사람이 죽기를 바라지 않았다.

따라서 그는 마음 속으로 깊이 기도했다.

부디, 기적이 일어나기를.

신이 있다면 우리를 돕기를.

그것이 그의 순수한 바램이었고.


"어라···?"

"뭐가 어떻게 된 거지?"


몇 초 후.

그의 바램은 현실이 되었다.

기적이, 일어났다.


* * *


크루얼 타이거 앞에 선 강현은 기억을 떠올렸다.


'이 한 마리가 어찌나 무서웠던지.'


전생, 그러니까 박민지와 헤어진 충격에 양산 포차로 들어와 흥청망청 소맥을 빨아재꼈을 때. 그는 크루얼 타이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었다. 사람 몇 명이 죽은 이후에야, 간신히 대항할 생각을 했다.

어째서 그제서야 움직였는가. 변명하자면 꺼낼 말은 많았다. 이건 다양한 변명을 할 수 있는 여건에서 벌어진 사고였으니까.

취기 때문에, 그 스스로가 그닥 강한 편이 아니었기에, 아직 헌터 라이센스를 발급받지 않은 상태라서, 여자친구와 헤어진 충격에, 이것 외에도 할 수 있는 변명은 차고도 넘쳤다.

뒤늦게 사고 현장에 찾아온 헌터와 경찰도 그에게 이 정도면 시민으로서 할 도리는 다했다며 위로해주었을 정도.

실제로도, 강현이 중상까지 입어가면서 몬스터를 저지하지 않았다면 더 많은 사람이 죽었을 거라는 얘기를 듣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게 최고의 결과는 아니었어.'


강현이 그 상황에서 만들어낸 결과.

그건, 몇 명의 사람을 죽게 방치한 채로 나머지 사람을 살리는 데서 그쳤다. 모두를 살리진 못했던 것이다. 최선이라고 말할 수 있을 지는 모르겠으나 최고라고 말할 수는 없었던 결과.

하지만 강현은 다시금 기회를 거머쥐었다.

최선이 아닌, 최고의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기회.

크루얼 타이거 앞에 선 강현이 순간적으로 인벤토리에서 창을 꺼냈다.

쥐었다. 묵직한 창이 손에 딱 달라붙었다.

지금이라면 해낼 수 있었다.


쾅-!


빠른 속도로, 크루얼 타이거가 앞발을 내리쳤다.

과연 위협적인 공격이다.

전생의 강현은 간신히 막아내는 것이 고작이었을 만한 일격.

그렇다면 이번 생에서는?

대처부터가 달랐다.

크루얼 타이거가 바닥을 내리친 순간, 강현은 이미 옆으로 이동해 있었다.


'이렇게 뻔해서야.'


미리 공격을 예측한 뒤.

타이밍에 맞추어 움직인 것이다.

다년간의 전투 경험으로 갖추어진 안목과 큐브에서 압도적인 성적을 낼 수 있을 정도의 민첩 스텟만 가지고 있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행동.

강현이 알기로, 적어도 그 '아무나'에 해당하는 사람은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은 거의 예측할 수 없다는 말과 일맥상통한 개념이다.


크릉?


바닥을 내리친 크루얼 타이거가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기울였다. 인간을 내리친 줄 알았는데 손바닥에는 인간을 잡은 감각이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푸욱-!


기울어진 크루얼 타이거의 머리를 무언가가 뚫었다. 부드럽게, 그러면서도 강력하게. 머리가 뚫린 크루얼 타이거는 더 이상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휘적, 휘적.


통제를 잃은 몸뚱아리가 마구잡이로 움직였다. 그게 무슨 움직임일지도 모를, 일종의 마지막 발악이었다.

강현은 허우적대는 크루얼 타이거의 몸통을 강하게 걷어찼다. 힘 스텟이 높다보니 아무 장비 없이 걷어차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파워가 나왔다.


쿵!


[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


'전생과는 다르다.'


크루얼 타이거가 그대로 쓰러졌다. 옆에 있던 테이블 몇 개가 추가로 무너진다. 그러나 그것에 신경을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어라···?"

"뭐가 어떻게 된 거지?"


고작해야 몇 분.

그 짧은 시간만에, 모두를 공포에 질리게 만들었던 크루얼 타이거가 쓰러졌으니까. 가게 안에 있던 손님들이 얼떨떨하게 강현과 크루얼 타이거를 번갈아 보았다.


"딸꾹, 술이 아직 덜 깼나. 으음."


개중에는 현실과 가상을 헷갈리는 이들도 있었다. 그만큼 비현실적으로 보였다는 이야기다. 강현의 움직임은 내로라하는 헌터와도 뒤지지 않았다. 술에 취한 이들이 그것을 현실로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았으리라.


"···감사합니다!"


허나 한 가지 확실한 건, 그들 모두가 강현에게 감사함을 느끼고 있었다는 것. 현실이든, 아니든 상관은 없었다.

눈 앞에 보이는 분명한 사실은 오로지 하나.

강현이 크루얼 타이거를 죽이고 사람들을 구했다.

그저 그 뿐이었으니까.

포차의 사장이 뒤늦게 달려와 강현에게 감사를 표했다.

90도 각도로 정중하게.

크루얼 타이거가 난입함으로써 가장 피해를 본 것은 본인일 텐데도, 그러한 것은 전혀 신경쓰지 않은 채 우선 강현에게 감사 인사부터 하는 모습이었다.


"···."


전생에서는 받지 못했던 감사인사였다.

그가 움직이기로 마음 먹었을 때, 누구보다 먼저 움직였던 가게 주인은 이미 죽은 이후였으니까. 당연하게도 죽은 사람에게 감사 인사를 받을 수는 없었다.


"헌터님이 나서주신 덕분에 저희 모두가 살 수 있었습니다. 여기, 제 명함입니다. 평생 이 은혜는 잊지 않을테니 보답할 일이 있으면 불러주시기 바랍니다."


강현은 가게 주인이 내민 명함을 받았다.

명함에는 양산 포차의 상표명과 '제갈현'이라는 이름이 쓰여 있었다. 특이한 이름이다. 그러고보면, 전생에서는 포차에 간간히 들렸으면서도 가게 주인의 이름은 알지 못했다.

사소한 행동의 변화로 인하여 몰랐던 정보를 알게된 셈.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는 제가 더 감사하죠. 부디 편하게 연락주세요."


어쩐지, 나쁘지 않은 감정이었다.

강현은 제갈현의 명함을 받아들고서 다시금 자신이 앉아있던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크루얼 타이거가 나타난 위치와는 조금 어긋나 있었기에, 그가 앉았던 테이블과 의자는 다행히도 무사했다.


'계란말이가 엉망이네.'


아직 먹지 않았던 계란말이는 먼지와 파편에 범벅이 되어서 무사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강현은 아쉬움을 뒤로하면서 뒷정리를 해줄 헌터와 경찰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 * *


"헌터가 왔습니다! 다들 무사하십니까!"


크게 소리를 지르면서 헌터가 등장한 것은 약 3분 정도 뒤였다. 어찌나 급하게 온 건지, 그는 온몸에서 땀을 흘리고 있었다. 헌터가 땀을 저렇게 흘릴 정도라면 실로 어마어마한 에너지 소모가 있었다는 소리.

그는 부숴진 벽 안으로 재빨리 진입했다.

주변을 둘러본다,

부상자나 사망자가 있는지, 몬스터는 어디에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저희는 무사합니다!"

"네? 아, 아아. 정말 다행입니다! 혹시 다친 분도 없으신 건가요?"

"헌터 분이 크루얼 타이거를 처리해주신 덕분에, 모두 벽 파편에 가볍게 긁힌 정도로 끝났습니다. 부상자도 없어요!"


그렇게 확인을 마친 헌터는 깜짝 놀란 것처럼 보였다.

날뛰고 있어야 할 몬스터도, 피해도 없었으니까.

가게 내에 커다란 크루얼 타이거의 사체가 떡하니 자리잡고 있는 것을 제외하면 특이점은 아무것도 없었다. 심지어는 부상을 입은 사람마저도.

헌터를 맞이한 제갈현이 헌터에게 지금까지의 상황을 조곤조곤 설명해주었다.


"헌터 분이라. 손님 중에 헌터 분이 계셨나 보군요. 혹시, 아직 여기 계신가요? 어느 분이시죠?"

"저기 저 분이 몬스터를 해치워주셨습니다."


강현이 있는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린다.

헌터가 아닌 제갈현 역시도, 이러한 경우에는 몬스터의 분배 문제나 피해 보상 문제로 일이 복잡해질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보다 신속하고 정확한 일처리를 위해서는 몬스터를 처치한 장본인인 강현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나으리라.

헌터는 제갈현의 말을 듣고는 강현에게로 가까이 다가갔다.


"실례합니다, 선생님. 크루얼 타이거를 처치하신 분이 맞으신가요?"

"예. 맞습니다."

"아! 그렇군요. 우선, 사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출동이 늦어진 점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그리고 저희 대신 몬스터를 처치해주신 점,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선생님 덕분에 모두가 무사할 수 있었습니다."


목소리에서 진심이 묻어난다.

말로 다 할 수 없는 미안함과 감사함을 품고 있음이 느껴졌다. 강현은 그에게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전생에서도, 그는 이렇게 강현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꺼냈었다.

다만, 그때와 달라진 점은 위로의 목소리가 없다는 점.

선생님은 하실 만큼 하셨습니다. 같은 사족이 인사 뒤에 붙지 않았다.

강현은 그것이 마음에 들었다.

개운한 기분이었다.


"저는 청명 길드의 이명우라고 합니다. 혹시,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어느 길드의 어느 헌터분이신지 알 수 있겠습니까?"

"길드는 없고 아직 헌터도 아닙니다."

"네? 헌터가··· 아니시라면?"


이명우라고 이름을 밝힌 헌터는 강현에게 추가적인 물음을 물었고, 이내 곧장 되물었다.

헌터가 아니다.

이 대답은 이해가 가지 않는 답변이었으니까.

헌터가 아니라면, 빌런이라도 된다는 말인가?

꿀꺽-.

이명우는 바짝 긴장했고.


"오늘 각성했으니까요. 아직, 헌터 등록은 못한 상태입니다."


그는 들려온 답변에 귀를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천재.

아니, 그걸 넘어선 영재.

기존의 판도를 뒤집을지도 모르는 슈퍼루키가 나타났으니까.


작가의말

양산형 헌터 회귀물을 쓰고 있었던 라이온입니다.

오늘부로 이게 헌터물이지 ㅇㅈ? 을 쓰게 되었습니다.

이전 제목이 마음에 드셨던 분들에게는 죄송합니다... 사실 저도 이전 제목이 마음에 들었는데 어쩔 수가 없네요.

제목도 바꿨으니 새마음 새뜻으로 한편 더 올려봅니다.

감사합니다.


선호작, 재밌어요, 댓글은 제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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