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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형 회귀 헌터물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라이온
작품등록일 :
2019.11.12 01:01
최근연재일 :
2019.12.25 07:05
연재수 :
2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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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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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62,184

작성
19.11.25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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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
글자
12쪽

>> 양산형 1화 <<

DUMMY

강현이 다시금 눈을 떴을 때.


"허억."


그곳은 멸망해가는 세계가 아니었다. 간만에 느끼는 따듯한 온기가 너무나도 어색했다. 숨을 들이마신 강현이 본능적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자취방?'


평범한 자취방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말 그대로, 너무나도 평범한 방이다. 먹고 남은 음식물 쓰레기와 벗어둔 옷이 가득한 자취방. 대한민국 전역에서 이러한 방을 찾는다면 몇 천개라도 찾을 수 있으리라.


"이건, 꿈인가."


하지만 강현은 그 평범한 방의 모습에 경악했다. 그럴 수 밖에 없었다. 이러한 방이 대한민국에 널렸던 것은 사실이었으나, 그건 어디까지나 옛날의 이야기.

강현이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시점의 대한민국은 전국이 폐허였다. 몬스터는 무차별적으로 대한민국을 파괴하였고, 이내 한반도에서는 인류의 흔적조차 찾을 수 없게 되어버렸었다.

이토록 멀쩡한 자취방이 남아있을 리가 없다는 뜻이다.

강현은 멍한 상태로 자신의 볼을 꼬집었다.

이게 꿈이라면, 어서 깨어나기 위함이었다.


"아야···?"


그러나 곧, 볼에서는 따끔한 고통이 느껴졌다. 꿈이라면 일어날 수 없는 현상. 그제서야 강현의 표정이 놀라움으로 물들었다.

고통이라니. 고통?

그렇다면 이게 꿈이 아니란 말인가?

강현의 입이 떡 벌어졌다. 믿기지 않는 현상에 손이 덜덜 떨렸다. 식은 땀이 축축하게 등을 적셨다.


"말도 안 돼."


정신을 차리기가 힘들었다. 몇 초간 멍하게 있던 강현은 간신히 자리에서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아직 몸이 잘 가누어지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확인해야 할 것이 있었다. 자취방 안을 샅샅이 살펴본다.

강현은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다가, 한 곳에서 시선을 멈추었다. 자취방 한 구석. 낡은 노트북 한 대가 있는 곳이다. 그는 재빨리 노트북을 가져와 전원을 눌렀다.

다행히도 노트북의 배터리는 충분했다.

위이잉-! 구식 노트북이 실행되는 소리가 들려온다.

모니터에 빛이 들어왔다.


[ 비밀번호를 입력해주세요. ]


"으음."


노트북에는 강현이 걸어둔 비밀번호가 존재했다. 키보드 위에 손을 올린 강현이 얼굴을 찌푸렸다. 너무나도 오랜 시간이 지났던 탓에 비밀번호가 잘 떠오르지 않았다. 어떻게 설정해뒀었더라.

한참을 고민하던 그는 조심스레 kanghyun0109이라는 글자를 적어넣었다. 강현 본인의 이름과 숫자를 조합한 비밀번호로, 예전에 많이 사용했었던 비밀번호였다.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는 않았지만. 아마 이 노트북이 정말로 자신의 노트북이라면 이러한 비밀번호를 사용했을 터다.

타닥-!

비밀번호를 다 적은 강현이 엔터를 누르자.


[ 환영합니다. ]


"맙소사."


환영한다는 메시지와 함께, 노트북의 잠금화면이 풀렸다.

강현은 탄성을 내뱉었다.

이것저것 잡다하게 설치하여 더러운 바탕화면이 드러났다.

그는 더 이상 이것이 현실임을 부정할 수가 없었다.

아무리 정교한 환상일지언정, 환상에 빠진 장본인이 기억하지 못하는 부분까지 세세히 묘사하지는 못하는 법이다. 그런데 이토록 더러운 바탕화면이라니. 이건 환상으로 재현해낼 수 있는 수준의 디테일이 아니었다.


'환상도 꿈도 아니라면, 결국에는 현실이라는 건가.'


다시 말하여, 그가 겪고 있는 이 현상은 명백한 현실 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란 뜻이었다. 강현은 이마를 짚었다. 놀랍다는 말조차도 나오지가 않았다. 경악을 넘어선 감정이 느껴졌다.

과거로 회귀했다.

그것이 모든 증거가 가리키고 있는 사실이었으니까.

그는 노트북 하단에 쓰인 시계를 바라보았다. 시계의 밑에는 날자를 뜻하는 숫자가 쓰여있다.


2020-01-08


2020년 1월 8일.

저것이 바로 현재의 날짜였다.


"하."


기억을 더듬는다. 강현이 경험했던 미래에서는 달력이라는 개념이 사라진지 오래였지만, 죽었던 시점이 대략 몇 년도였는지는 가늠할 수 있었다. 그는 열 손가락을 피고서 하나하나 접어나갔다.

그리고 마지막 열 번째 손가락을 접은 시점에서 혼잣말을 내뱉었다.


"10년인가. 정확히."


하나의 손가락은 1년을 의미했다. 강현은 지난 나날을 떠올리며, 1년 어치의 기억을 떠올릴 때마다 손가락을 접었다.

따라서 열 개의 손가락을 접었다는 것은 현재가 10년 이전의 시점임을 의미했다.

어쩌다가 10년이나 이전의 세상으로 돌아오게 된 걸까.

강현은 진지하게 그 원인을 파악하려 노력하였지만, 아무리 고민해보아도 깔끔한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 애초에 회귀는 그가 자초한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고보면 죽기 전에 무슨 메시지를 봤던 것 같기도 한데. 환각이 아니었나?'


강현은 그냥저냥 운이 좋은 상위권 헌터에 불과했고, 그런 그가 과거로 돌아올 만한 이유는 없었다.

단 한 가지.

그가 인류의 마지막 생존자라는 점을 제외하면 말이다.

죽기 직전, 강현은 분명히 남아있는 인류의 수가 1명으로 떨어진 것을 확인했었다. 그렇기에 그는 자신이 인류의 마지막 생존자라는 점을 잘 알았다.


'소원을 들어준다는 내용이었지, 아마.'


생각을 정리한다. 환각이라고 여겼던 메시지에 '마지막 인류의 소원을 이룬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는 사실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여기서 의미하는 마지막 인류는 강현, 그 자신.

마지막 순간, 그는 기회가 다시 한 번 주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죽음을 맞이했었다.


"···그랬나."


그 사실을 떠올리자, 상황이 하나하나 들어맞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기회를 다시 한 번 달라는 소원이 이러한 형태로 이루어진 것이다.

비록 당황스럽긴 할지라도 생각해보면 이보다 좋은 상황이 있을 수가 없었다. 과거로 돌아왔다는 건, 고작 기회 하나가 주어진 수준이 아니었으니까.

강현은 접었던 열 개의 손가락을 전부 폈다.

그는 앞으로 있을 10년의 일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전부 기억하고 있지는 못하더라도, 중요한 정보나 사건은 또렷하게 기억이 났다.

그렇다는 건.


'이번에는 다른 결말을 볼 수 있다.'


앞으로, 정말 많은 것들을 바꿀 수 있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변화는 강현을 더 나은 미래로 이끌어주리라.

그는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헛되이 낭비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다시는 후회하지 않으리란 각오를 다진다.

두 번째 인생은 이제부터였으니까.


"좋아."


정신은 다 차렸다.

이제는 행동할 차례였다.

강현은 노트북을 조금 더 가까이 끌어당겼다. 기왕 노트북을 킨 김에, 정리해야 할 것들이 많았다. 이를 테면 그가 기억하고 있는 10년 치의 기억 같은 것들. 그는 인간의 기억력이 무한하지 않음을 잘 알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 지금 기억하고 있는 중요한 정보들조차 점차 잊어가게 되리라. 그러니 그렇게 되기 전에 아는 정보를 안전하게 저장해 두어야 했다.


[ 위버노트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인터넷 브라우저를 킨 강현은 노트를 자유로이 작성하여 저장할 수 있는 웹사이트로 들어갔다.

인터넷이 사라지기 전까지는 인터넷에 자료를 보관해두는 것만큼 안전한 기록 보관 장소가 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강현의 기억 속에서 인터넷이 끊긴 시점은 2026년 이후. 이 말은 적어도 향후 6년간은 자료의 보관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었다.

따라서 강현은 안심하고 노트를 작성할 수 있었다.


'생각나는대로, 타임라인을 적자.'


그는 켜둔 노트에 시간대를 쭉 배열하고서, 생각나는 굵직한 사건을 적어나갔다.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자세한 설명보다는 한 눈에 보기 편한 타임라인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일종의 뼈대만 잡아두었다고 할 수 있었다. 더 자세한 디테일이나 적지 못한 내용은 나중에 적을 생각이었다. 물론 당장 적지 않으면 일부 정보를 망각할 수도 있다는 것쯤은 강현도 알고 있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슬슬 준비할까."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정보를 빠짐없이 적는 것보다도 더 급한 일이 존재했다.

날짜가 1월 8일임을 확인했던 시점부터 쭉 신경쓰고 있었던 것.

그건, 각성이었다.

강현은 각성을 자신의 생일인 1월 9일에 겪었었다.

도저히 잊을래야 잊을 수가 없는 날짜.

강현은 노트북에 떠오른 시간을 바라보았다. 1월 8일 20시.

1월 9일이 되기까지는 4시간밖에 남지 않았다.

그 안에 각성의 대비를 마쳐야 했다.

강현은 서둘러 자취방 안에 있는 옷을 하나 둘 걸쳤다.

밖으로 나갈 시간이다.


* * *


"여기 있습니다. 또 오세요!"

"네, 감사합니다."


바깥에 나온 강현이 한 행동은 단순했다. 옷가게를 들리고, 철물점을 들리고, 오토바이 용품 매장을 들리고, 동네 마트를 들렸다.

다소 뜬금 없어보이는 동선이지만 모두 필요에 의해서 들린 장소였다. 강현은 구매한 물품을 모두 옮겨담고선, 자취방으로 돌아왔다.

이미 몇 번이나 자취방을 왔다갔다 했음에도 가방은 무거웠다.

그만큼 구매한 물품이 많았다.


"후우."


자취방 여기저기에 마구잡이로 쌓아둔 물품이 널려 있었다. 강현은 그것들을 쭉 하나씩 살펴보았다. 각성에 대비하기에 이 정도면 충분해보였다.

그는 구매해온 물건을 하나씩 주섬주섬 몸에 착용했다.

먼저, 철물점에서 구매하여 잘라온 철판을 심장과 같은 급소에 덧댄다. 테이프로 꽉 고정시켜 떨이지지 않게 해두었다.

그리고 철판을 덧대지 않은 부위 중 정강이나 팔, 머리 같은 부분은 오토바이 보호장비를 착용해 보호했다.

마지막으로 두꺼운 패딩을 입어 몸 전체를 둘러싸면 완성.

다소 우스꽝스러운 꼴이 되었으나 개의치는 않았다.

방어력 하나는 확실할테니까.

일반인으로써 구비할 수 있는 장비는 이게 한계였다.

헌터가 아닌 이상에야 실 보호 장비를 구할 수는 없었다.


'무기도 이 정도가 한계겠지.'


강현은 앞에 놓인 횟칼을 쥐었다. 몇 번이고 갈아서 날을 세운 물건이다. 깡패들이나 들고 다닐 법한 물건.

날이 잘 세워져있음을 확인한 강현은 횟칼을 준비해둔 봉과 단단히 결합하여 어설픈 창을 만들었다. 서로 떨어지지 않도록 줄과 접착제를 아낌없이 사용했다.

이렇게 해서 무기도 완성.

각성을 대비할 장비 풀 세트를 구비하게 되었다.

남은 시간을 확인한다.


[ 23 : 50 ]


"10분 남았나."


1월 9일이 되기까지는 10분 가량의 시간이 남아 있었다.

마지막으로 생각을 정리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다.

풀 세트를 착용하고, 바닥에 주저앉은 강현은 앞으로 일어날 일을 떠올렸다.


'큐브.'


12시가 넘어가는 순간, 강현을 비롯한 각성 대상자들은 기절하듯 잠에 들게 된다.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든 마찬가지다. 전생의 강현은 랭크 게임을 하던 도중 잠에 들게 되어 상당히 곤욕을 치뤘었다. 그놈의 승급전이 뭐라고 그리 떠오르던지.

하여튼, 그리하여 잠에 든 이들은 큐브라고 부르는 정신적 세계에서 눈을 뜬다. 일종의 꿈과 비슷하다고도 볼 수 있다. 다만 꿈과 다른 점이 있다면, 큐브는 타인과 함께한다는 것.

큐브로 소환당한 각성 대상자들은 서로와 협력하거나, 때로는 반목하기도 하면서 큐브가 내어주는 과제를 해결해야 했고. 그러한 과정 속에서 무슨 행동을 취하냐에 따라서 각성의 방향이 달라졌다.


'준비는 완벽해.'


강현이 철저한 방어구와 무기를 준비한 것도 이를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큐브에서 깨어난 이들은 잠든 시점에서 입고 있던 옷과 가지고 있던 물건을 그대로 유지한 채 깨어나기에, 이런 대비를 통해 큐브의 시련을 더욱 원만하게 풀어나갈 수 있었다.

일종의 템빨이라고나 할까.

할 수 있는 준비는 모두 끝났다.

강현은 그대로 큐브에 소환되기만을 기다렸다.

대충,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를 구상하면서.

큐브에서의 기억을 천천히 떠올리던 순간이었다.


[ 12 : 00 ]


날짜가 1월 8일에서 9일로 넘어갔고.


"···."


강현, 그는 잠에 들었다.

롱패딩을 입고서 한 손에는 회칼 창을 든 채로.


작가의말

다음화도 꼭 힘내서 양산형적인 재미를 여러분께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다음화는 우선 24시간 안에 올리겠습니다.


양산형적인 작가의 말로 마무리합니다.


댓글 재밌어요 선작은 저의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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