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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리는 모두에게 편안함을.

양산형 회귀 헌터물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라이온
작품등록일 :
2019.11.12 01:01
최근연재일 :
2019.12.25 07:05
연재수 :
26 회
조회수 :
150,518
추천수 :
3,251
글자수 :
162,184

작성
19.12.04 19:14
조회
5,675
추천
128
글자
21쪽

>> 양산형 11화 <<

DUMMY

새삼스러운 얘기지만, 도박의 승률이 누구에게나 공정한 것은 아니다.

그 증거가 현재 게임랜드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었다.


"풀 하우스."

"뭐··· 라고!?"


쾅-!

한 사내가 테이블을 내리쳤다.

손에 쥐고 있던 카드가 주변에 흩날린다.

같은 숫자의 카드가 세 장, 흔히 포커에서 트리플이라고 불리는 패였다.

아주 높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대부분의 게임에서 등장하는 원 페어와 투 페어는 가뿐하게 이길 수 있는 패.

하지만 아무리 트리플이라고 해도 방금 등장한 풀하우스를 이기는 것은 불가능했다.

풀하우스는 트리플과 더불어, 같은 숫자의 카드 두 장이 한 쌍을 이루는 페어를 가지고 있어야 만들 수 있는 패였으니까.

페어 하나의 유무만으로도, 패의 격차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벌어진다.


"저 사람, 또 이긴 것 같은데?"

"기가막히네. 사실상 이제 게임 랜드에 남은 칩은 저 사람이랑 저 구석쪽에 있는 사람까지 해서 두 명한테 전부 몰려있는 거 아닌가?"

"어이어이 진짜냐고 저 녀석들!"


망연자실.

테이블을 내리친 사내가 의자에 주저앉았고, 포카드를 내민 사내는 여유롭게 그가 베팅했던 칩들을 쓸어담았다.

또 승리했다.


"축하드리는 겁니다, 인간 씨!"

"여기 수수료."

"감사한 겁니다!"


입가에 큰 미소를 지은 사내는 챙긴 칩 중 일부를 요정에게 대전 수수료로 챙겨주었다. 마치 한 두판 쳐본 게 아니라는 듯 자연스러운 움직임이다.


'이걸로 벌었다. 주황 칩 200개.'


그럴 수 밖에 없었다.

사내, 안토니 킴은 트레저 크루즈에 도착한 이후 단 한 시도 빠짐없이 게임랜드에서 게임을 치루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눈을 감고도 게임랜드의 규칙을 모두 달달 외울 수 있을 정도.


'큐브라는 거, 생각보다 별 것도 아니었잖아.'


이곳은 그에게 있어선 천국이나 마찬가지인 장소였다.

큐브로 소환되기 전, 안토니 킴은 소위 꾼이나 타짜로 부르는 직업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기껏해야 일반인들에 불과한 각성자들이 그와의 게임에서 이긴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저기 저 녀석이 신경쓰이지만··· 그래도 나머지는 다 털었으니까.'


결과적으로 그는 게임랜드의 칩이란 칩은 보이는대로 쓸어버린 상태.

각성자 중 가장 많은 칩을 가지게 되었다.

이제 그를 제외하고 다수의 칩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단 한 명 밖에 남지 않았을 정도였으니, 오죽할까.

안토니 킴은 고개를 들어 저 반대편을 바라보았다.


"와, 어째 불안불안하면서도 잃지는 않네?"

"봐봐. 또 땄다니까."


[ 체리 ] [ 체리 ] [ 체리 ]

[ 칩 다섯 개를 획득하셨습니다. ]


떨그렁, 떨그렁.

칩을 뱉어내는 슬롯머신이 보인다.

그 앞에는 삐죽 머리의 청년이 서있었다.


"아하하! 운이 좋았나봐요."

"이게 어디 웬만한 운으로 될 일인가?"

"정말 운 하나는 억세게 좋은 놈이라니까."


머리를 긁적이는 청년.

저 자가 현재 안토니 킴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칩을 보유중인 각성자이자, 유일하게 안토니 킴에게 털리지 않은 사람이기도 했다.


'어떻게 하면 슬롯머신만으로 저렇게 칩을 모을 수 있는 거지?'


그의 비결은 사람과의 대결에서 이득을 얻기보다는 슬롯머신을 통한 이득을 노린다는 것.

실제로, 그가 게임랜드에서 하는 일이라고는 대부분 슬롯머신을 돌리는 것 뿐이었다.

마치 지금처럼.

때로 청년은 칩을 잃기도 했지만, 그보다 더 많은 경우에서 본전 이상을 따내며 조금씩 칩을 불려나갔다.


'백 개가 넘게 모은 건 확실할 텐데.'


자세히는 몰라도 그간 모은 칩의 수가 상당할 터.

안토니 킴으로서는 그를 신경쓰지 않을 수가 없었다.

돈도 많으면 많을수록 좋듯이, 칩도 많으면 많을 수록 좋을 거라는 것이 안토니 킴의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어떻게든 저 남자가 가진 칩마저 얻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던 찰나.


"자~! 여러분~! 저희 크루즈가 벌써 트레저 아일랜드에 거의 도착해가는 겁니다~! 이 시점에서 게임랜드의 특별 이벤트가 있는 겁니다~!"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틀어대던 요정이 모두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안토니는 고개를 들어 요정을 쳐다보았다.


"한 시간 후, 가장 많은 칩을 가지고 있는 인간 씨에게 저희 게임랜드 측에서 특별한 선물을 해주는 겁니다~!"


생각치도 못했던 특별 이벤트 예고였다.

주변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아, 하는 탄성을 내뱉는다.

대부분이 도박으로 칩을 탕진한 이들이었다.


'가장 많은 칩을 가지고 있는 인간이라면 나잖아.'


그리고 그들이 탕진한 칩을 차지한 것은 다름아닌 안토니.

그의 눈동자가 순식간에 커졌다.

현 시점에서 가장 많은 칩을 가지고 있는 것은 그였기에, 이대로만 간다면 한 시간 뒤에 가장 많은 칩을 가지고 있는 것도 그가 될 확률이 높았기 때문이다.

선물이 무엇인지는 몰라도 요정이 특별 선물이라고 말해준 이상 쓸모 없는 물건을 주지는 않을 터.

안토니는 흥분되는 마음에 주먹을 꽉 쥐었다.

별 다른 변수가 끼어들지 않는다면, 특별 선물을 차지하는 것은 그의 차지가 될 게 분명해보였으니까.


"참고를 위해서 현재 칩 갯수 순위를 보여드리는 겁니다~!"


그러나 언제나 세상에는 예외가 있다고 하였던가.

요정이 마법봉 대신 마이크를 휘두르자, 모두의 눈 앞에 칩 소지수 순위가 적힌 리스트가 떠올랐다.

안토니가 걱정하던 변수는 그곳에 있었다.


[ 칩 소지수 순위 ]


1위 - 203개

2위 - 152개

3위 - 100개

4위 - 20개

5위 - 15개


'잠시만. 칩을 100개나 가진 사람이 있을 리가 없는데?'


예상하던 대로, 칩 1위와 2위는 자신과 슬롯머신 청년이 확실해보였다. 대충 계산해본 칩이 그 정도쯤 될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대체 칩 100개를 가진 3위는 어디서 튀어나왔단 말인가?

알 수가 없었다.

첫 날부터 주구장창 게임랜드에서만 지냈던 그다.

그간 칩을 100개나 모은 사람이 있다면 눈치채지 못했을 리가 없었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안토니는 깊은 고민에 빠져들었다.


'2위가 나를 따라올 수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만약에 3위와 2위가 칩 갯수를 합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칩 100개를 가진 3위의 존재 자체가 크나큰 변수였으니까.

상당한 갯수의 칩을 가진 2위와 3위가 함께 칩을 합친다면, 아무리 안토니라고 할지라도 그 갯수를 따라잡을 방도가 없었다.

물론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날 확률은 낮다고 생각했지만.

도박이라는 것은 늘 낮은 확률까지 신경써야 하는 법.

끝까지 긴장을 풀 수 없었다.


'그렇다면, 3위가 누구인지를 파악하는 게 우선인데.'


안토니는 고개를 이리저리 돌렸다.

평소에 보지 못했던 인물이나, 칩을 숨겨두고 있었을 법한 인물을 찾기 위함이었다.

눈빛을 번뜩이는 안토니.


"······."


터벅, 터벅.

그리고 그런 그에게로 처음 보는 남자가 다가왔다.

당당한 걸음걸이.

오토바이 장비를 온 몸에 걸친 기이한 남성이었다.


"당신은?"

"현 3위, 칩 100개를 보유하고 있는 사람."


갑작스럽게 안토니에게 접근한 남자, 강현은 인벤토리에서 칩을 보관해둔 자루를 꺼내들었다.

덜그럭-.

자루 안에서 칩끼리 부딪히는 소리.

언뜻 보기에도 그 안에는 백 여개에 달하는 칩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허언은 아니다.

안토니는 강현을 놀랍다는 듯 바라보았다.


'정말이었군.'


처음 보는 사람에게 칩 백 개가 있다.

그 말은, 게임랜드가 아닌 외부에서 칩을 모았거나 안토니에게 눈에 띄지 않도록 조용히 칩을 모았다는 의미.

어느 쪽이든 보통 역량은 아니다.

그렇게 판단한 안토니는 흥미로운 표정으로 강현의 말을 들었다.


"제안할 게 있습니다."

"어떤 걸 제안하시겠다는 거죠?"

"저랑, 당신이랑, 2위까지 해서. 한 판 제대로 벌여보는 겁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혼란스러운 제안이었다.

게임랜드에서 본 적도 없는 인물이 처음으로 와서 하는 소리가 칩 많은 사람들끼리 게임 한 판 벌이자는 말이라니.

무슨 의도로 저러한 말을 꺼낸 걸까.

의아했지만 안토니는 차마 그 제안을 거절할 수 없었다.


"아, 참고로 제안을 거절하신다면 저는 깔끔하게 칩을 전부 2위에게 넘겨줄 생각이거든요. 잘 선택하시는 편이 좋을 거라 생각합니다."

"하하하!"


강현의 제안은 제안을 가장한 협박에 가깝다고 할 수 있었으니까.

게임을 거절한다면 2위에게 전 재산을 양도해주겠다니, 웬만해선 할 수 없을 법한 발상을 강현은 태연하게 해냈다.


"좋아요. 좋습니다. 1, 2, 3위끼리 사이좋게 한 판 벌이는 것도 재밌겠어요."

"잘 선택하셨습니다."


어떻게든 1위를 유지하고 싶은 안토니로서는 별 수 없이 제안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상황. 그는 웃으면서 기꺼이 강현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무슨 생각인지는 몰라도, 도박이라면 내가 이길 수 밖에 없다.'


손해볼 것 없는 제안이었으니까.

안토니에게는 자신이 있었다.

강현이 대체 무슨 수를 준비했기에 저렇게 당당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노름판 출신인 자신을 이길 수 없으리라는 것 만큼은 확실했다.

실제로 안토니의 손놀림은 동종업계 종사자중에서도 손에 꼽는 편.

기적이라도 일어나지 않는 이상에야 승자는 안토니가 될 수 밖에 없었다.

말했듯, 도박의 승률은 누구에게나 공정하진 않았으니까.

하물며 부정 행위를 거의 적발하지 않다시피 하는 게임랜드에서는 더더욱 그랬다.


"게임에 참가해주시지 않으면 제 칩을 현 1위에게 전부 넘길 겁니다."

"어, 음. 네? 그건, 좀 그런데. 알겠어요. 저도 참가할게요. 마침 저도 1위를 노릴 수 있으면 노리고 싶던 참이었으니까요."


안토니가 고민에 빠져있던 사이, 강현은 똑같은 말로 슬롯머신 앞에 있던 청년을 데려와 게임에 참가시켰다.

하루종일 슬롯머신만 돌리던 그도 어느정도 1위 보상에는 흥미가 있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다들 게임은 포커로 괜찮으십니까?"

"저는 좋습니다."

"저도 포커 괜찮아요."


그렇게 세 명이 테이블에 모이고,

강현의 주도 하에 종목은 포커로 정해졌다.

안토니 킴은 기쁜 마음을 차마 숨길 수가 없었다.


'주 종목이군.'


종목이 어떤 게임으로 정해지든 승리할 자신은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포커는 절대 질 수가 없는 그의 주 종목이었으니까.

무슨 개수작을 준비했든 절대 넘어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아, 세 분께서 포커를 하시는 겁니까? 제가 딜러를 봐드리는 겁니다!"


게임을 정하자, 딜러 요정이 그들에게로 날아왔다.


"강현님, 안토니 킴님, 무명님. 세 분 모두 게임 참가에 동의하는 거 맞으신 겁니까?"

"동의한다."

"동의합니다."

"동의해요."

"그러면 좋은 겁니다!"


3이라는 글자가 가슴팍에 붙은 딜러였다.

요정 딜러들끼리는 똑같이 생긴지라 구분이 불가능했기에, 저런 식으로 숫자를 붙여 서로간의 구분을 하고는 했다.


"마지막으로, 포커는 게임랜드 기본 룰로 진행하시는 겁니까?"


끄덕.

룰을 묻는 질문에 셋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귀찮기도 하여, 게임랜드에서 굳이 기본 룰 외의 룰로 플레이하는 경우는 없었다.


"확인한 겁니다. 게임을 시작하는 겁니다!"


룰까지 최종적으로 확인한 요정 딜러가 카드뭉치를 꺼냈다.

현란한 손놀림, 카드를 마구 섞는다.

잘 섞인 카드를 참가자들에게 세 장씩 나누어주었다.


'나쁘지 않군.'


안토니는 자신에게 들어온 카드를 보고 안도를 표출했다.

같은 카드가 처음부터 두 개나 들어왔다.

무조건 원 페이는 확보된 상황.

하지만 겨우 이것만으로 승리를 단정하기엔 일렀다.

안토니는 다른 이들의 카드를 살펴보면서, 인벤토리를 슬쩍 확인했다.

소매 안에 카드를 숨겨두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카드를 숨겨둘 수 있는 장소.

인벤토리 안에는 그가 보관해둔 52장의 트럼프 카드 전체가 있다.

그는 수많은 경험을 통해 구축한 포커 전략으로 대부분의 게임을 승리로 이끌었지만, 이처럼 중요한 게임을 앞두고는 인벤토리를 활용하여 가장 단순한 전략인 바꿔치기를 사용하기도 했다.

게임랜드의 요정 딜러가 카드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것을 몇 차례의 실험으로 확신하였기 때문이다.


'혹시 모르니까.'


그럼에도 리스크가 큰 탓에 잘 사용하지 않은 전략이긴 하였으나 이 또한 사용할 수 있는 패.

안토니로서는 만약의 경우를 대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첫 번째 카드를 공개하고, 첫 번째 베팅을 시작하는 겁니다!"


카드를 확인하는 시간이 끝나고, 요정은 게임을 진행했다.

이제 참가자들은 자신이 받은 세 가지 카드 중 하나를 공개하고서 첫 번째 베팅을 시작하게 된다.

어차피 첫 번째 턴에서 공개한 카드만으로는 얻을 수 있는 정보가 극히 제한적이기에 베팅을 하더라도 소소한 베팅만이 일어나는 시점.


"올인합니다."

"뭐?"

"네, 강현님께선 올인하신 겁니다!"


이었을 터인데.

무언가 이상했다.

칩 100개를 들고 나타난 남자, 강현이 처음부터 그의 칩 전부를 올인해넣은 것이다.


'트리플이라도 뽑았나? 왜 저러는 거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

그러나 강현이 백 개를 베팅한 이상, 이제 나머지 참가자인 안토니와 무명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두가지 뿐이었다.

따라붙거나, 뒤지거나.


"재밌겠네요. 그러면 저도 같이 백 개 베팅할게요."

"백 개 베팅하신 겁니다!"

"···백 개 베팅합니다."

"안토니님도 백 개 베팅하신 겁니다! 자, 그러면 강현님이 모든 칩을 소진하신 관계로 앞으로는 추가 베팅 없이 카드만 나누어드리는 겁니다!"


슬롯머신을 돌리던 남자, 무명을 볼 것도 없다는 듯 백 개의 베팅을 따라붙었다.

이렇게 되면 안토니도 어쩔 도리 없이 베팅에 따라갈 수 밖에 없었다.

여기서 빠지면, 무명이나 강현 둘 중 한 명은 자신을 따라잡을 만큼의 칩을 보유하게 될 테니까.

전략보다는 운에 기대야만 하는 구도가 만들어졌다.

요정 딜러는 추가적인 베팅을 스킵하고서 카드를 차례차례 나누어주었다.

안토니의 고심이 깊어진다.


'슬슬 덱을 짜봐야겠는데.'


그는 자신의 미공개 카드와 공개 카드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여기서 미공개 카드를 인벤토리 속에 있는 카드 몇 장과 몰래 바꿔친다면, 최소한 플러쉬는 만들 수 있겠다는 계산이 섰다.

다른 참가자들의 패에 따라서 포카드로 덱을 위조할 수도 있을 것 같았고.

이 시점에서 안토니는 승리를 거의 확신했다.

다른 참가자가 공개한 카드들은 묘하게 애매한 카드들 뿐이었으니까.

원래 카드는 까보기 전까지 알 수 없는 것이라지만, 까기 전에도 어느정도의 흐름은 보이기 마련이다.


"자, 강현님부터 패를 까주시는 겁니다!"


안토니는 그렇게 여유로이 참여자들이 패를 공개하는 것을 기다렸고.

이내, 놀라서 벌어진 입을 다물 수가 없게 되었다.


"하트 2, 클로버 5, 스페이드 10, 스페이드 J, 스페이드 Q, 스페이드 K, 스페이드 A."


강현이 테이블 위로 던지듯 올려놓은 카드 패.

그건, 로열 스트레이트 플러쉬였으니까.

세븐 포커에서 가장 높은 등급의 카드 조합이었다.


"말도 안 돼."


손이 떨린다.

어떻게?

안토니는 의문이 들었다.

게임 내내, 강현을 지켜보았음에도 그가 수상한 행동을 한 적은 없었다.

그 얘기는 강현이 그보다 몇 수는 위에 있는 실력을 가지고 있거나, 그조차도 생각하지 못한 기상천외한 방법을 사용했다는 것.

바꿔치기 정도로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당했다."


안토니의 다리에 힘이 풀렸다.


* * *


"와, 우와. 깜짝 놀랐네요. 대박."


본인을 무명이라고 밝힌 청년이 흥분한 표정으로 말을 더듬었다.


"저도 운이 좋은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설마 질 줄은 몰랐어요."


그도 가진 패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클로버 1과 스페이드 8, 그리고 하트 3, 4, 5, 6, 7.

세븐 포커에서 두 번째로 높다고 여겨지는 카드 조합인 스트레이트 플러쉬였다.

강현은 내심 그 모습에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딜러를 매수하지 않았다면 무슨 일이 있었어도 패배했겠어.'


그는 사전에 요정 딜러를 콘토 사탕으로 매입했던 반면, 무명은 그저 자신의 운만을 믿고서 이번 포커에 뛰어든 것이었으니까.

하필 이 타이밍에 스트레이트 플러쉬를 뽑아낸 것부터가 그가 얼마나 강운을 가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워, 흐. 원페어."


한편, 안토니는 자포자기한듯 패를 그대로 공개해보였다.

원페어.

평범하기 그지없는 패였다.

별도의 조작은 일부러 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그래봐야 어차피 판을 뒤집을 수는 없다는 사실을 이미 확인하였기 때문일 터.


'저 사람은 전생에서도 칩 1위를 차지하지 못했었지.'


강현은 그를 쳐다보았다.

안토니가 각종 손기술까지 써가면서 칩을 끌어모았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

전생에서는 강현 역시 칩을 전부 탕진하고는 다른 사람들이 포커치는 장면을 구경했었으니까.

비록 물증은 없을지라도, 요정 딜러와 안토니가 일반인은 잘 알 수 없는 장난질을 하고 있다는 심증은 존재했다.


'무명이 있었으니까.'


그럼에도 강현이 안토니를 마지막까지 순순히 냅둔 이유는 단 한 가지.

혼자선 무명을 이길 자신이 없어서였다.

원래대로라면 칩 순위 1위를 차지해야만 했을 청년.

그는 전생에서도 단순한 운만으로 스트레이트 플러쉬를 비롯한 강한 패들을 뽑아내며 승리를 가져갔었다.

웬만한 꼼수 따위는 전부 파훼해버리는 천부적인 강운.

그것이 그가 가진 무기였으니까.

그의 타고난 강운을 이기기 위해서는 아무리 운이 좋아도 질 수 밖에 없는 판을 깔아야만 했다.

따라서, 강현은 안토니와 요정 딜러를 판에 끌어들임으로써 자연스럽게 단 한 판만으로 모든 걸 결정지을 수 있는 구도를 만들어낸 것이다.


"이번 게임의 승리자는 강현 씨인 겁니다!"


세 명의 패를 모두 확인한 요정 딜러가 강현의 승리를 선언했다.

그러면서, 강현에게 윙크를 보낸다.


"수수료를 제한 상금을 지급하는 겁니다!"


테이블 위에 놓여있던 칩 300개 중 일부를 제한 290개를 강현에게 밀어주었다.


[ 칩 소지수 순위 ]


1위 - 290개

2위 - 103개

3위 - 52개


소지수 순위가 뒤바뀐다.

무슨 수를 쓰든 뒤집을 수 엎는 격차가 만들어졌다.

강현은 그제서야 간신히 마음을 놓았다.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이제 이벤트 1위는 따놓은 당상이었으니까.

이제부터는 일절 도박에 손을 대지 않고 가만히 쉬고 있을 생각이었다.


"저기, 강현 씨라고 하셨죠? 저보다 형이신가? 아무튼, 어떻게 그렇게 운이 좋으신 거예요? 저 진짜 저보다 운 좋은 분은 처음 보거든요!"


무명이 강현을 졸졸 따라와 말을 붙이지만 않았더라면, 그렇게 할 생각이었다.


"···."

"원래부터 그렇게 운이 좋으셨던 건가요? 아니면 이번에만?"


이건 계획에 없었는데.

무명은 자신을 이긴 강현이 어지간히도 신기했는지, 무관심으로 대응하든 말든 혼자 마구 떠들고 있었다.


"그, 미안하지만 지금은 좀 혼자 있게 해주시겠습니까."

"아아. 피곤하세요? 그러면 괜찮아지셨을 때 다시 찾아올게요. 네? 아니면 질문 딱 하나만 대답해주시면 안되나요? 그리고 형 같으신데 편하게 불러주세요."


혼자 있게 해달라고 해도 막무가내인 것은 마찬가지.


'원래 저런 성격이었나?'


쉬겠다는 명목으로 간신히 떼어내고서 게임랜드 한 구석에 있는 의자에 앉았으나, 여전히 부담스러운 눈빛이 느껴졌다.

무명이 그를 뚫어져라 주시하고 있었다.


'전생에선 게임랜드 1위를 한 것 외엔 딱히 눈에 띈 적 없던 인물로 기억하는데.'


대체 왜 저러는 걸까.

무명이 저렇게 친화력 좋은 성격일 줄은 모르고 있었다.

그가 기억하는 무명은 게임랜드에서 1위를 차지한 뒤, 재미없다며 유유히 종적을 감춘 것이 전부였으니까.

별 존재감 없는 인물이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존재감으로만 치면, 각성자 출신임을 내세워 라스베가스에 본인의 도박장을 크게 차렸던 안토니 킴이 더 존재감 있었다고 보아도 무방할 정도.


"자! 한 시간이 전부 지난 겁니다! 약속대로 가장 많은 칩을 가지고 있는 인간 씨에게 선물을 주는 겁니다! 다들 이벤트에 참가해주셔서 감사한 겁니다!"


부담스러운 시선을 느끼고 있는 사이 한 시간이 전부 지나갔다.

마이크를 잡은 요정이 강현에게로 다가와, 손에 든 부적 하나를 건네주었다.


'그래. 이거지.'


노리던 물건이 맞다.

강현은 부적을 인벤토리에 챙기고서 서둘러 자리를 이동했다.

칩을 실컷 벌었으니, 이제 사용할 차례였으니까.


"여기는 칩 교환소인 겁니다~!"

"칩을 가지고 온 인간 씨는 여기로 오시는 겁니다~!"


게임랜드 한구석에 있는 교환소로 들어갔다.


'음.'


[ 칩 50개를 소모하셨습니다. ]

[ 칩 50개를 소모하셨습니다. ]

[ 칩 30개를 소모하셨습니다. ]

[ 칩 100개를 소모하셨습니다. ]


그리고서 비싼 아이템들을 하나하나 구매했다.

이쯤되면 챙길만 한 건 다 챙겼다고 생각한 순간.


뿌우우우우-!


배 전체에 소리가 크게 울렸다.


[ 곧, 저희 배는 트레저 아일랜드에 도착하는 겁니다! 되도록 하던 일들을 마무리 하시고 섬에 내릴 준비를 하시는 겁니다! ]


트레저 크루즈에서 내릴 때가 왔다.


작가의말

36시간만에 업로드하네요, 약속을 준수하지 못하여 죄송합니다...

제 딴에는 와 ㅋㅋ 주인공이 이렇게 털어먹으면 너무 재밌겠지?? 생각하고 썼었는데 이것저것 쓰다보니 너무 길어진 것 같습니다.

트레저 크루즈에서 내리는 것까지 이번 편에 깔끔하게 담고 싶었는데 아무리 길게 써도 도저히 거기까진 담을 수가 없었네요.

이번 경험을 토대로 다음부터는 좀 더 재밌는 이야기를 집필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ㅠㅠ.

그러면 저는 또다시 24시간 내로 돌아오겠습니다.

생각보다 길어져서 정말 죄송합니다! 다음 에피소드는 정말 재밌게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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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17, 18, 19화 전면 수정하겠습니다 (+변경점 설명) 19.12.13 521 0 -
공지 주 5회+@ 연재 / 오전 7시 5분 19.11.27 5,126 0 -
26 >> 양산형 25화 << +5 19.12.25 2,742 92 10쪽
25 >> 양산형 24화 << +7 19.12.24 3,053 110 13쪽
24 >> 양산형 23화 << +10 19.12.22 3,681 100 15쪽
23 >> 양산형 22화 << +8 19.12.21 3,858 92 10쪽
22 >> 양산형 21화 << +16 19.12.20 3,811 93 12쪽
21 >> 양산형 20화 << +13 19.12.20 4,002 108 13쪽
20 >> 양산형 19화 << +19 19.12.19 4,210 106 15쪽
19 >> 양산형 18화 << +4 19.12.18 4,322 94 13쪽
18 >> 양산형 17화 << (12.15 수정완료) +15 19.12.10 5,735 118 16쪽
17 >> 양산형 16화 << +5 19.12.09 5,522 113 18쪽
16 >> 양산형 15화 << +6 19.12.08 5,441 137 16쪽
15 >> 양산형 14화 << +11 19.12.07 5,443 132 15쪽
14 >> 양산형 13화 << +8 19.12.06 5,525 122 14쪽
13 >> 양산형 12화 << +7 19.12.05 5,608 126 12쪽
» >> 양산형 11화 << +4 19.12.04 5,676 128 21쪽
11 >> 양산형 10화 << +9 19.12.02 5,904 132 19쪽
10 >> 양산형 9화 << +8 19.12.01 5,959 128 12쪽
9 >> 양산형 8화 << +7 19.12.01 6,210 153 11쪽
8 >> 양산형 7화 << +7 19.11.30 6,320 138 13쪽
7 >> 양산형 6화 << +14 19.11.29 6,579 136 14쪽
6 >> 양산형 5화 << +15 19.11.28 6,937 142 15쪽
5 >> 양산형 4화 << +11 19.11.28 7,413 151 16쪽
4 >> 양산형 3화 << +10 19.11.27 7,709 152 14쪽
3 >> 양산형 2화 << +15 19.11.26 8,414 158 16쪽
2 >> 양산형 1화 << +10 19.11.25 9,619 144 12쪽
1 >> 양산형 프롤로그 << +24 19.11.25 10,687 146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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