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산형 프롤로그 <<
절멸絶滅 당했다.
비유가 아니었다.
눈 앞에 떠있는 메시지가 그 사실을 확인시켜준다.
남자, 강현은 이를 악물었다.
[ 남아있는 인류의 수 : 1 ]
한 명.
자기 자신을 나타낼 뿐인 숫자.
조금 전까지만 해도 2였던 숫자가 1로 줄어든 순간, 강현은 더 이상의 희망이 없음을 직감했다.
결국 인류는 끝나버린 것이다.
미치도록 발버둥치고, 죽도록 울부짖으며, 한계까지 내몰린 채 저항했음에도.
변화는 없었다. 인류는 멸망했다.
'개새끼들.'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되었을까. 강현은 욕을 내뱉었다. 개새끼. 그가 지칭하는 대상이 누구인지는 그 자신도 몰랐다. 욕을 해야할 대상이 워낙 많았기 때문이었다.
어디 인류가 멸절당한 이유가 한 두가지겠는가. 이 빌어먹을 시스템부터, 인류를 배신한 배신자들, 탐욕에 찌든 기득권층, 수많은 사상자를 낸 몬스터까지···.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이유가 인류를 멸절시키는 데 일조했다. 도저히 두 손으로 그 수를 다 셀 수가 없었다. 참 가지가지한다 싶었다.
이러니까 이렇게 비참한 결말을 맞이했으리라. 어이가 없군. 강현은 헛웃음을 내뱉었다. 인류 최후의 생존자인 그의 의식이 흐려져가고 있었다. 출혈이 너무 많았던 탓이다.
"여기서 끝인가."
강현은 마지막이 될 혼잣말을 조용히 읊조렸다. 크게 말하기엔 기력이 없었다. 다가오는 적들의 대가리를 동료 하나 없이 홀 몸으로 분쇄해준 대가는 컸다.
하다못해 초급 사제의 힐만이라도 제때 받을 수 있었더라면, 하급 품질의 포션이라도 마실 수 있었더라면, 혹은 그냥 처음부터 솔로 플레잉이 가능한 직업을 골랐더라면.
어떻게든 죽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었을 텐데. 삶의 마지막 순간, 강현은 큰 미련을 느꼈다.
아쉬웠다.
이대로 죽어야만 한다는 것이. 이따위 결말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
다른 결말을 맞이할 수 있지는 않았을까? 어쩌면, 더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지는 않았을까. 기회가 다시금 주어지기만 한다면, 다시는 이따위 결말을 택하지 않을 텐데.
헛된 후회와 망상이 강현을 사로잡았다. 죽기 직전의 정신은 그만큼이나 불안정한 것이었다. 언제고 환각이 떠올라도 이상하지 않을 정신 상태.
그렇기에, 강현은 제 눈 앞에 떠오른 메시지가 환각이리라고 생각했다.
[ 마지막 인류가 사망했습니다. ]
[ 안배에 따라서, 마지막 인류의 소원이 이루어집니다. ]
[ 시간이 거꾸로 흘러가기 시작합니다. ]
...눈을 뜨기 전까지만 해도, 분명히 그렇게 생각했었다.
-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간만에 돌아왔습니다.
이번 작품의 목표는 제목값을 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의 말도 양산형 작가의 말로 마무리 하겠습니다.
댓글 재밌어요 선작은 저의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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