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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64_leedong76 80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재능러의 탑 정복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딜1런
작품등록일 :
2021.11.25 23:49
최근연재일 :
2023.01.12 13:44
연재수 :
300 회
조회수 :
21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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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9
글자수 :
1,564,721

작성
22.03.10 21:30
조회
515
추천
5
글자
12쪽

94화

DUMMY

“황녀 전하. 혹여 그동안 독자적으로 조사한 것이 있으신지.”

“물론 있습니다. 그리 많은 양은 못되지만···.”

“단서는 있는 것 자체로도 도움이 되지요. 공유를 부탁드립니다.”

“알겠습니다. 잠시 기다려 주시길.”


나타벨. 그러니까, 채린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

교회에 관한 작은 정보. 솔직히 말해 없어도 큰 상관이 없긴 했다. 이미 알고 있으니까. 설진을 포함한 넷은 교회에 관한 것들을 꿰고 있었으니까.


다만 그럼에도 정보를 요청한 이유는 하나.

엘리나에게 적극적으로 활동할 것임을 보이기 위해서였다.


애당초 빙의로 시작된 스토리 모드였다. 엘리나는 설진 파타의 이들을 빙의 전 인물들로 알고 있을 터였다. 보통이라면 이렇게 하는 게 당연했다.


“후, 다들 맞죠?”


엘리나가 정보를 가지러 자리를 비운 사이, 나타벨이 입을 열었다.


“저 채린이에요, 강채린. 어쩌다 보니 외교관으로 빙의했네요.”

“난 성기사로 빙의한 모양이야. 리아엘라··· 그런 이름이었어.”

“그럼 나타벨이 저, 리아엘라가 시연 언니··· 다른 분들은요?”


넷만이 있는 장소에서는 말투가 바뀌지 않았다.

평상시, 빙의 전 원래의 모습대로 행동하는 것이 가능했다.


설진은 자신과 찬우를 바라보는 채린을 향해 입을 열었다.


“내가 설진이야. 아넬. 팔라딘 직급.”

“설진 오빠가 아넬이고, 그럼···.”

“제, 제가 찬우에요. 아메르 도파. 형이랑 똑같은 팔라딘 직급이에요.”


찬우의 말을 마지막으로, 서로의 역할 확인이 끝났다.

외교관 하나, 성기사 하나, 그리고 팔라딘 둘.

물론 다음 스토리 모드에서는 바뀔 수도 있겠지만, 이 상태 그대로 다시 빙의되는 층도 존재할 것이다. 플라임 왕국에서 그랬듯이 말이다.


그때를 대비해 서로의 역할을 숙지하는 것이 좋았다. 괜히 혼선이 생겨 실수가 발생하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결정이었다.


숙지가 대강 완료될 즈음, 엘리나가 다시금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제국의 지도를 가져와 테이블에 펼쳤다.


슥-.


“현재 이쪽에서 입수한 정보는 그리 뚜렷하지 않아요. 그래도 그중에서 그나마 신빙성이 있는 장소를 먼저 나열해 본다면···.”


지도 가운에 엘리나의 손가락이 세워졌다.

제국의 수도를 기준 삼아 움직인 손가락이 이내 장소를 가리켰다.


“여기, 이곳과 이곳. 그리고 이곳을 의심하고 있습니다.”


마르쿤, 아르, 케메엔, 디인, 디반.

총 다섯 곳.


“그리고 이중에서 가장 유력하다고 생각하는 곳이 바로-.”


신빙성이 있는 장소라고 해서 전부 맞는 건 아니었다.

조사도 전부 사람이 하는 일이었다. 실수도, 오답도 간간이 나오기 마련이었다. 그래도 개중에서 유력 후보라고 할 만한 곳을 추리자면,


“마르쿤입니다. 교회에서 봉사 활동을 가장 많이 나가는 도시 중 하나이자, 수인들이 헤임 제국으로 드나들 수 있는 입구 역할을 하는 곳이니까요.”


마르쿤. 싸움에서 진지로 사용하기에 좋은 진영이 있는 곳은 아니나, 헤임 제국에게 있어 중요 요충지라고 불릴 만한 곳이었다.


엘리나가 말했듯이 마르쿤은 수인들이 가장 많이 드나드는 도시다. 비교적 서쪽에 위치한 그곳은 수인들이 사는 숲 속과 상당히 가까웠다.

또한 교회가 봉사 활동을 나가는 대표적인 도시이기도 했다.


수인 노예화 폐습은 아직 끊이지 않았고, 부쩍 들어 수상한 낌새를 풍기는 교회가 마르쿤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모로 봐도 굉장히 수상해 보였다. 하여 엘리나의 의심은 그곳을 향했다.


“다른 곳은 제대로 된 정보를 파악하지 못하여서 결론을 내릴 수 없었습니다. 저의 오판으로 쓸데없는 분란을 조정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마르쿤···.”

“그리고 다른 정보라 하면···.”


뒤이어지는 엘리나의 말을 들으며 설진이 중얼거렸다.

정답이었다. 마르쿤은 교회가 똬리를 튼 곳이나 다름없었으니.


‘일단은 여기까지인가···.’


정보 전달은 여기까지인 것 같았다.

엘리나가 무언가를 열심히 설명하고는 있지만, 영양가 있는 정보나 단서가 튀어나올 것 같지는 않았다.


설진은 고개를 몇 번 끄덕이고서는 시스템 메시지를 열었다. 이윽고 엘리나의 이야기가 전부 끝날 때까지 듣다가는, 끝나자마자 ‘네’를 눌렀다.


이윽고 오 분의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다. 자신이 누르지 않았어도, 이쯤 되었을 때 빙의가 풀렸었으니 아마 자동으로 클리어 선언이 되었을 것이다.


‘그럼···.’


천천히 지금 상황을 정리했다.


수인 노예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고, 그 배후는 교회다.

엘리나는 그런 교회를 의심하고 있다.

자신은 그런 엘리나를 도와 교회 세력을 뿌리 뽑아야 한다.


속으로 생각한 문장들이 천천히 뇌를 거처 지나갔다.


‘게임을 먼저 해 봐서, 정말 다행이야···.’


돌연 그런 생각이 갑작스레 들었다. 만약 게임을 미리 하지 않았더라면, 그저 아무것도 모른 채로 이곳에 들어왔더라면 굉장히 당황했을 것 같다는 생각.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일지도 몰랐다. 두 번째 에피소드는 모험가의 의뢰나 몬스터와 싸우는 것이 아닌 시작부터 정치적인 문제로 그 화두를 열었으니까.

원래는 집행을 거부하고 도망친 남자를 붙들어두는 것이 30층의 클리어 조건이었다. 바로 넘어가는 게 보통인 것을, 설진은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남아서 엘리나의 이야기를 들었다. 남았기에 평범하게 진행되었어야 할 이야기가 더욱 어렵게 변하고 스토리 이해가 어려워졌다.


나쁘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이게 맞는 것이라 여겼다.

설진이 해본 것 중 가장 성공 가능성이 보였던 행동이 바로 남아서 엘리나와 대화를 나누는 것이었으니까.

두 번째 에피소드 또한 여러 번 리트를 해본 경험이 있는 설진으로서는, 바로 클리어를 선언하기보다는 남는다는 선택지를 고르는 게 더 나아 보였다.


‘바로 클리어를 선언하면 얼마 못 가서 상황이 급박해져.’


바로 클리어를 선언해 버린다면 교회의 세력이 급속도로 거대해진다.

황실에 대항하고도 남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든 교황이 곧바로 황실을 공격, 엘리나는 패배한 이후 종적을 감춘다.


물론 거대해지는 교회의 세력을 제거해나가는 방법도 있겠지만, 솔직히 말해 지금 설진의 전력으로는 역부족이었다.

실력이 문제가 아니다. 숫자가 문제였다.

기껏해야 네 명인데 반해 저쪽은 군대와 같은 수를 거느리고 있었다. 정면 승부는 무리거니와 세력 확장을 늦추는 것이 전부일 터였다.


‘그러니까 일단, 교회가 세력을 불리지 못하도록 견제해야 해.’


그리고 그 견제 건은 방금 해결되었다.

정확히는 엘리나를 돕겠다고 대답함으로써.


빙의 전 인물이 아닌 설진이 한 대답이지만, 인물은 그대로 행동할 것이다.

루이 로반델트 때 그랬듯이 인물의 의지 또한 어느 정도는 계승되어 빙의자에게 자극을 주기 때문이다.


요컨대 엘리나를 도와주겠다고 대답한 것은 설진이지만, 빙의 전 인물 또한 그럴 의향이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설진이 30층의 클리어를 선언하고 나가면, 이 아넬이라는 인물은 엘리나의 명을 받아 교회 조사에 착수할 터였다.


[0 : 12]


설진은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바라보다, 이내 고개를 돌렸다.

마지막으로 본 것은 엘리나의 얼굴이었다.

진중한 표정. 반드시 진상을 밝혀내겠다는 결의.


휘잉-.


창문 너머 날아온 바람이 엘리나의 머리를 흐트렸다.

어깨까지 닿은 황금빛 머리카락이 바람을 타고 흔들리더니만, 이내 눈을 가렸다. 코와 입만이 보이는 각도에서, 엘리나는 입술을 앙다물었다.


이윽고 바람이 멎어 머리카락이 제자리를 되찾았다.

머리카락이 가리고 있던 에메랄드 빛 눈동자가 드러났다. 초록의 보석을 섞어 만든 듯한 눈동자가 그 어느 때보다 진중하게 빛났다.


‘엘리나···.’


자국을 위하는 마음만큼은 플라임에게 뒤처지지 않는 인물이었다.

플라임이 그랬듯이, 엘리나 또한 제국을 지키기 위해 분주히 움직일 것이다.

설진이 기억하는 엘리나는 그랬다.


그랬고, 실제로 그리하였다.

경우에 따라 교회와 전면전을 벌이기도 할 것이다.

그 정도로 엘리나는 자국을 위했다. 아끼고, 사랑했다.


이번에는 그런 그녀의 결말을 바꾸겠다 다짐하며,


[0 : 01]


눈을 감았다.

이내 세상이 점멸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31층에 진입했습니다.]


다시 눈을 떴을 때 보인 것은 다음 층으로 향했다는 메시지였다.


* * *


“설진아, 있어?”


목소리가 들렸다.

익숙한 목소리. 탑의 저층에서부터 들어온 미성.

시연의 목소리였다. 감은 눈을 뜬 설진의 시선이 절로 소리를 향했다.


“있어요. 일단 스토리 모드는 종료네요.”

“그래, 이걸로 세력 불리기는 충분히 막은 것 같네.”

“막은 것만이지 해결된 건 아니에요. 자율성을 얻는 건 비교적 후반부에서 가능하니까, 당장의 목표는 층을 클리어하는 것으로 하죠.”


설진은 최대한 빠르게 탑을 공략해 나갈 생각이었다.

현재 목표하고 있는 바로는 39층까지.

상점 스테이지가 있는 곳이었다.


상점 스테이지에서 아이템과 스킬 레벨을 가능한 곳까지 끌어올려 힘을 기르고, 그다음부터 본격적으로 교회에 대한 대항을 시작할 요량.

그걸 위해서는 일단 지금의 층을 공략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그보다 채린이랑 찬우는요? 어딨어요?”

“여깄어요 오빠아-.”

“뒤에 있어요 형.”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설진의 몸이 돌아갔다.

스토리 모드 종료 후 파티끼리 흩어지는 것은 아닌 모양.

좋은 소식이었다.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건 굉장히 큰 이점이니.


“다행이다. 흩어진 건 아니구나.”

“플라임 왕국 때도 그랬잖아. 흩어지지는 않을 것 같아.”

“그보다, 오빠. 이제 어떡하실 거에요?”


툭툭.


옷에 묻은 먼지를 털며, 채린이 물었다.

넷 중 게임을 가장 많이 플레이한 사람은 다름 아닌 설진이었다. 배드 엔딩이 아닌 해피 엔딩을 맞기 위해 수없이 리트를 한 사람 또한 설진이었다.


30층에서 남자를 제압하자마자 클리어 선언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을 밝혀낸 것도 그였다. 지금은 시간이 지나 흔한 공략법이 되었지만, 그때에는 인기를 얻어 꽤나 주목받았던 적이 있었다.


“음···.”


채린의 질문에 설진의 시선이 옮겨갔다.

주변 지리를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일단 수도인 것 같은데.’


31층의 시작지는 헤임 제국의 수도, 넬슈크였다.

헤임 제국의 중요 요충지이자 사람들의 발길이 가장 많이 닿는 곳.

비단 사람들뿐만이 아니었다. 아무리 수인 노예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다고 해도, 지금의 헤임 제국과 수인들의 관계는 양호한 편이었다.


동맹 관계라고 생각해도 좋을 것이다.

적어도 지금은 그랬기에, 수도 내에서 수인들이 돌아다니는 건 일상적인 풍경이었다.


“일단 걷죠.”


설진은 이러한 이들의 무리 속에 섞여들기를 제안했다.

사람들 속으로 파고드는 것만큼 상황을 파악하기에 유리한 것이 없다.


설진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 정도 일리 있는 말이라 생각함과 동시에 그는 신뢰하는 것이었다.


‘31층의 클리어 조건이··· 여러 개 있었던 것 같은데.’


걸으며 생각해 보았다.


헤임 제국 에피소드의 클리어 조건은 꽤나 복잡했다.

핵심만 콕 짚어 말하자면 그때그때 달라진다고 해야 하나.

보통은 일어난 상황을 관망하거나 이해하는 것 정도지만, 아주 드물게 외부인이 주체가 되는 클리어 조건이 나타날 때가 존재했다.


“저, 저기요.”


이를테면,


“그··· 제가 길을 잃은 것 같은데, 도와주실 수 있나요?”


헤임 제국의 수도에서, 길을 잃은 한 수인을 도와주는 일이라거나.


‘···뭔지 알겠다.’


불현듯 생각난 것이 있는지 설진이 표정을 찡그렸다.

쯧. 되도록 이런 시나리오로 흘리가길 원하지 않았는데.


[목표 :


목표가 나타나면 나타날수록, 설진의 시선이 수인을 향했다.

동시에 기억했다. 어떤 생김새를 가졌는지, 키는 어떠한지, 겉모습에서 알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되도록 외우려 했다.


이내,


길을 잃은 수인을 교회로 안내하십시오]


31층의 클리어 조건이 떠올랐다.

시스템 메시지 밑 나 있는 화살표가 못내 원망스러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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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87화(주시연) 22.02.27 545 6 12쪽
86 86화 22.02.26 545 6 12쪽
85 85화 22.02.26 539 7 11쪽
84 84화 - end, Spreading yew(3) 22.02.22 553 9 11쪽
83 83화 - end, Spreading yew(2) 22.02.21 532 5 12쪽
82 82화 - end, Spreading yew(1) 22.02.20 553 5 12쪽
81 81화 22.02.19 558 5 12쪽
80 80화 22.02.18 549 6 13쪽
79 79화 22.02.17 547 5 12쪽
78 78화 22.02.14 565 6 12쪽
77 77화 22.02.13 556 5 12쪽
76 76화 22.02.12 571 5 11쪽
75 75화 22.02.11 593 5 12쪽
74 74화 22.02.10 600 6 14쪽
73 73화 22.02.07 585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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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71화 22.02.05 600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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