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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64_leedong76 80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재능러의 탑 정복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딜1런
작품등록일 :
2021.11.25 23:49
최근연재일 :
2023.01.12 13:44
연재수 :
300 회
조회수 :
209,784
추천수 :
2,319
글자수 :
1,564,721

작성
22.02.28 21:30
조회
535
추천
6
글자
12쪽

88화

DUMMY

촤악-!


‘조금 얕았나?’


침음을 삼키며 뒤로 물러났다.

설진의 검은 오크의 목을 노렸지만, 결과적으로 죽이지는 못했다.


오크의 피부 자체가 원체 질긴 것도 있지만, 목을 베기 전 묻은 피가 검의 예기를 줄인 탓이다.

탁. 검에 묻은 피를 털어낸 설진이 재정비를 시작했다.


아직 남은 오크의 숫자는 넷.

그중 둘은 시연이 전적으로 막고 있고, 하나는 채린이 견제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설진이 상대해야 하는 건 하나.


만들어진 일대일 구도에서 설진이 튀어 올랐다.

죽이지는 못했지만, 오크의 몸에는 대미지가 쌓인 상태.

반응이 느려진 오크의 지척까지 발을 움직였다.


[신체 강화(오른손)가 활성화됩니다.]

[다음 공격에 추가적인 마법 공격이 깃듭니다.]

[일시적으로 ‘근력’ 스텟이 1 상승합니다.]


하나,


[신체 강화(오른팔)가 활성화됩니다.]

[근력이 증가합니다.]

[일시적으로 ‘근력’ 스텟이 1 상승합니다.


둘.


오른손과 오른팔. 오로지 검을 드는 신체 부위만을 강화시켰다.

이중으로 마력을 덧붙인 오른팔에서 푸른 마력이 일렁였다. 고민은 없었다. 설진은 오크의 심장을 향해 검을 휘둘러 박아버렸다.


“크아아!!”


괴성.

지축이 우짖을 만큼의 괴성이 울려 퍼지고는 있지만, 오크의 생명은 점차 꺼져가고 있었다. 오크의 입에서 괴성과 함께 피가 튀어나왔다.


[오크의 생명력이 일정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광폭화가 시작됩니다.]

[근력, 체력이 상승합니다.]


메시지가 떠올랐다.

3층에서도 겪었던 일. 그러나 그때와는 다른 일이 벌어졌다.


“크아···.”


근력이 상승해 힘을 얻어도. 체력이 상승에 명줄을 늘려도.

결과적으로 아주 잠깐의 유예를 얻은 것뿐이었다.

심장에 박힌 검은 애석하리마치 오크의 생명을 앗아가는 중이다.


이윽고.


철푸덕-!


“둘.”


육중한 몸체가 땅으로 낙하하는 것으로 죽음을 맞이했다.

곳곳에 튄 핏물이 유독 짙어 보였다.


이걸로 남은 것은 셋이었다.

설진은 채린 쪽과 시연 쪽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채린은 에너지 볼트와 스택을 적극 활용, 나름대로 잘 버티는 중이었다. 이대로 간다면 머잖아 승기를 점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시연과 찬우 쪽은 아니었다.

대미지를 주고는 있지만 애초 공격에 특화된 직업군이 아니었다. 팔을 베어도 옅었고, 다리에 대검을 휘둘러도 큰 상처를 입히지는 못했다.


희소식이라 한다면 둘 모두 부상은 없어 보인다는 점.

하기야 버티기에 특화된 직업이다 보니 이해는 간다마는.


“지금 갈게요!”


언제까지 버티게 할 수는 없었다.

설진은 크게 소리쳐 가세를 선언, 곧바로 오크를 향해 튀어나갔다.


[신체 강화(다리)가 활성화됩니다.]

[속도가 상승합니다. 도약력이 증가합니다.]

[일시적으로 ‘민첩’ 스텟이 1 상승합니다.]


이걸로 32.


빨라진 다리와 함께 가속도를 붙인 몸이 총알처럼 움직였다.

가속. 발이 가벼워지고 무릎에 탄력이 붙었다.


촤악-!


가속도를 받은 다리의 힘이 팔까지 이전된다.

쥐고 있던 검이 종(縱)으로 잡혔다.

위에서 아래로, 오크의 머리부터 사타구니까지 일검을 내질렀다.


“죽였어요.”


이제 셋.


뇌수가 머리통을 타고 비산했다. 심장과 배 부분이 갈려 피가 뿜어졌다.

분수처럼 퍼진 피를 박차며 호흡을 골랐다. 휙휙. 무망중 턴 검이 오크의 시체에 약간의 피를 더 묻혔다.


‘역시 기습의 형태가 편하긴 편하구나.’


설진이 오크를 한 방에 죽일 수 있었던 건 온전히 시연과 찬우 덕분이었다.

그들은 오크의 시선을 끌며 버텼다. 놈의 신경은 온전히 그들에게로 쏠려 있었고, 기척을 최소화하며 달려든 설진의 공격에 무방비하게 당할 수밖에 없었다.


파티 플레이.

파티원과의 연계. 불리한 상황에서의 가세.

누군가가, 그것도 시연을 포함한 셋이 자신을 받쳐준다는 건 생각보다 듬직했다. 등 뒤에 버팀목이 생긴 기분이었다.


스윽-.


반으로 도륙 낸 오크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한 마리는 죽였지만, 아직 한 마리가 남아 있었다. 그쪽으로 고개를 움직이며 검을 들었다.


오크의 손에는 커다란 상처가 하나 나 있었다.

시연이 대검으로 대미지를 누적시킨 듯했다.


버티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것이 기사의 역할인데, 거기서 그치지 않고 추가적인 피해마저 입혔다.

이건 그저 시연의 실력이 뛰어나다고밖에 할 수 없었다. 팔뚝 상처, 분노에 찬 함성, 그리고 찡그려진 표정을 응시한 설진이 빠르게 뛰쳐나갔다.


저렇게나 우직하게 한 목표만을 바라보고 있으면 설진의 입장에선 편해진다.

마음 놓고 공격을 가할 수 있다는 의미니. 전투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최선의 상황에, 최고의 컨디션으로 공격을 가할 수 있다는 의미니.


‘마력 단검.’


[마력 단검이 활성화됩니다.]


14층, 상점 스테이지에서 구입한 스킬.

총합 두 개의 푸른 단검이 설진의 손에 쥐여졌다. 마력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낌과 함께, 만들어진 푸른 검들을 위로 던졌다.


슈욱-!


‘5초.’


헤아리듯 초를 세며 발을 놀렸다.

신체 강화를 사용해 보정이 붙었다. 일시적으로 증가한 민첩 스텟과 빨라진 속도, 증가한 도약력이 오크와의 거리를 순식간에 좁혔다.


“설진아! 지금!”


때마침 오크의 공격이 시연에게 이루어졌다.

철제 방패를 내세우며 버티던 시연이 설진을 발견했는지 크게 소리쳤다.


“네!”


고개를 작게 끄덕이며 고풍 사자의 검을 쥐었다.

무릎을 구부려 앞으로 점프. 나아간 몸이 오크의 뒷목을 겨냥했다.


촤아아아악-!!!


길쭉하게 베어낸 뒷목에서 작은 살점이 떨어졌다.

땅으로 곤두박질쳐진 살점에서 피가 터졌다.


“아직 안 죽었어! 광폭화!”


[오크의 생명력이 일정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광폭화가 시작됩니다.]

[근력, 체력이 상승합니다.]


떠오른 시스템 메시지와 시연의 다급한 목소리가 겹쳐 들렸다.

뒷목을 베였음에도 오크는 살아 있었다.

놈은 동귀어진이라도 하겠다는 듯 등을 노출한 설진에게 달려들었다.


허나,


“크아아아!!”


파바박!


아까 전, 던져둔 두 개의 마력 단검이 비수처럼 낙하했다.

하나는 눈을, 남은 하나는 목을.

정확히 급소만을 노리고 쇄도한 단검이 얼마 남지 않은 명줄마저 잘라버렸다.


“죽였어요.”


이걸로 넷.

그러므로 남은 것은 하나.


“미, 친. 저거 진짜 할 수 있는 거였어요? 설진 형 맞죠?”

“···맞아. 나도 처음 보는 건데··· 1등은 다르긴 하네.”


헛웃음을 흘리며 방패를 회수한 시연에게 찬우가 물어왔다.

단검을 위로 던져 정확하게 원하는 타이밍에 공격하다니.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기에 기예였다.


털썩-.


쓰러진 시체의 눈동자가 이지러졌다.

눈과 목에 박힌 마력 단검이 빛을 잃듯 사라졌다.

푸름은 없어지고, 진득한 피만을 남긴 시체가 땅으로 추락한다.


“···찬우야, 설진이한테 힐 좀 써줘.”

“네? 다친 곳은 없어 보이는데요?”

“흡혈은 상처는 치유하는데, 피로는 못 회복시켜. 힐도 원래는 상처 치유에 특화된 거긴 한데, 조금이지만 피로도 가라앉혀 주니까.”

“알겠어요.”


찬우의 품이 뒤적거리며 형태 모를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굳이 형태를 말하자면 나뭇잎처럼 생기긴 했다. 그러나 분홍색이라는 이색적인 색깔, 비틀린 듯 꺾인 잎퍼리 부분을 바라보면 괜히 이질감이 들었다.


비정형 나뭇잎.

사제의 촉매제 중 하나이자 원거리 힐을 사용하기 위한 재료.


“힐(heal).”


나뭇잎이 스러져가면서 찬우의 손이 빛났다.

샛노란 빛은 곧 설진을 향해 이동했다.


“저기도 곧 끝나겠네.”


지나가듯 뱉은 시연의 말이 허공으로 삼켜졌다.


* * *


버드나무로 만든 지팡이가 하얀빛을 내뿜었다.

파지직. 이윽고 번개가 치는 듯한 소리가 사방을 잠식했다.


“에너지 볼트.”


마지막으로 마법의 이름을 입에 담은 순간, 오크의 몸에 전격이 적중했다.

이걸로 아홉.

아홉 번째로 에너지 볼트를 적중시켰을 때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은 즉발형 저주인 ‘내상의 저주’였다.


외부가 아닌 내부로부터 폭발을 일으켜 몸속에 큰 피해를 주는 스킬.

채린의 지팡이가 점멸하듯 타올랐다. 불에 그을린 것 같기도 했고, 폭탄이 터지기 전 일어나는 전조 현상 같기도 했다.


이내,


“내상의 저주.”


나직이 저주를 입에 담았다.

퍼어엉!! 한창 이쪽으로 달려오던 오크의 움직임이 멎었다.

멎은 것에서 그치지 않았다. 공격을 가하려 돌진해오던 쪽은 오크였건만, 지금은 되려 몸을 굽혀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후, 이걸로 시간은 좀 벌었고.”


아무리 에너지 볼트라도 해도 공격 마법은 마법이었다.

열 번 맞으면 아프고, 백번 맞으면 죽기 직전까지 간다.

거기서 끝이 아니다. 내상의 저주까지 걸었기에 고통은 배가 되었다.


배를 부여잡으며 고개를 숙인 오크를 잠시 바라보았다.

공격을 성공시키긴 했지만, 아직 죽은 것은 아니었다.

채린의 입술이 조막만하게 움직였다. 똑같은 마법이었다.


“에너지 볼트!”


다음 저주를 준비해야 했다.

리턴값은 크지만 그만큼 리스크도 큰 것이 채린의 마법이고 저주였다.

에너지 볼트를 여럿 맞추면 강한 저주를 사용할 수 있지만, 그 에너지 볼트를 사용하기까지의 시간이 오래 걸렸다.


장기전에는 강하나 단기전에는 약한 채린 특성상 빠르게 작업을 쳐놓아야 했다. 그 사실을 오크 또한 깨달았는지 고통을 참고서라도 채린에게 달려들었다.


“칫! 블링크(Blink)!”


블링크. 짧은 거리를 순간이동하는 마법이자 그녀의 회피기.

순식간에 오크의 뒤로 이동한 채린이 다시금 주문을 외었다. 에너지 볼트. 총합 네 개의 볼트가 오크의 몸을 노리고서 쇄도했다.


다섯.

즉사를 시킬 수 있을 만큼의 데미지는 아니었다.


‘괜찮아. 아직 마력은 많으니까. 다친 곳도 없고. 이대로 장기전으로 끌고 나가면 무조건 내가 이겨···.’


잔여 마력을 생각하며 다음 행동을 정리했다.

그러나 그 전에, 푸른색의 비수가 채린의 눈가에 스쳤다.


아니, 비수라기보다는.


“단검?”


에너지 볼트를 사용하려던 채린의 옆으로 단검이 지나갔다.

채린을 넘은 단검은 곧이곧대로 오크의 목에 꽂히더니, 이내 사라졌다.


“가세할게!”

“설진 오빠!”


지원의 도착.

적절한 타이밍이었다.


“지금 스택 얼마나 쌓였어?”

“다섯 번이요!”

“한 번 더 써서 여섯 개로 맞추고, 두 다리에 하나씩!”


여섯 개의 스택을 쌓아서 핏빛 저주를 사용해라.

노려야 하는 곳은 두 다리.


“알겠어요!”


고개를 끄덕인 채린의 지팡이에서 다시금 마력이 방출됐다.

지릿! 정전이 이는 듯한 소음이 귀를 지나쳤다.


팟! 이윽고 명중. 오크의 몸에서 자그마한 빛이 나는 것과 함께 채린의 입술이 저주를 영창하기 시작했다.


“핏빛 저주!”


노리는 곳은 양 다리.

촤악-! 시작된 출혈이 순간 오크의 기동력을 끊었다.

마치 힘줄을 끊은 것과 비슷한 현상.


설진은 곧이곧대로 돌진에 오크의 심장에 검을 박았다.

추가적인 공격을 해야 하나 싶었지만, 오크는 곧바로 쓰러졌다.


‘내상의 저주. 한 번 썼었구나.’


이미 대미지가 축적된 상태였다.

죽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후.”


숨을 한 번 내뱉고서 호흡을 골랐다.

이걸로 마지막인 다섯.


[26층이 클리어되었습니다.]

[10000G를 획득하셨습니다.]


떠오른 시스템 메시지가 의뢰 성공을 증거하는 듯했다.

스릉-. 그제야 설진은 검을 놓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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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87화(주시연) 22.02.27 543 6 12쪽
86 86화 22.02.26 545 6 12쪽
85 85화 22.02.26 538 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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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83화 - end, Spreading yew(2) 22.02.21 532 5 12쪽
82 82화 - end, Spreading yew(1) 22.02.20 551 5 12쪽
81 81화 22.02.19 556 5 12쪽
80 80화 22.02.18 549 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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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75화 22.02.11 591 5 12쪽
74 74화 22.02.10 600 6 14쪽
73 73화 22.02.07 583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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