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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64_leedong76 80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재능러의 탑 정복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딜1런
작품등록일 :
2021.11.25 23:49
최근연재일 :
2023.01.12 13:44
연재수 :
300 회
조회수 :
209,915
추천수 :
2,319
글자수 :
1,564,721

작성
22.03.07 21:30
조회
530
추천
6
글자
13쪽

93화

DUMMY

일국의 왕녀가 쓰러졌다.

쓰러진 왕녀에게 구원받은 이는 다시금 일어섰다.


[30층에 진입했습니다.]

[30층은 스토리 모드입니다.]

[플레이어의 상태창이 모드에 적용되지 않습니다.]

[목표 : 스토리를 끝마치십시오.]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은 다만 결말을 맞기 위해서일 것이고.

설진은 그 결말을 목놓아 다짐했다.

비극이 비극으로 끝나지 않게 하겠노라고.

절망이 절망으로 윤회하지 않게 하겠노라고.


[유설진(아넬 렌시아 lv.68)]

[직업 : 팔라딘 - 도적]

[보유 스킬 : 기민한 발걸음, 암습, 기사의 호령, 영원한 맹세, 제국의 충실한 신자, 변경의 팔라딘··· 펼치기)]

[능력치를 확인할 수 없습니다.]


아넬 렌시아.

설진은 곧 아넬이라는 이름이 어디서 왔는지 알아낼 수 있었다.


‘아넬이라면···.’


왕녀 플라임과 외교관 나타벨의 회담에 참석한 인물.

아넬과 아메르라는 두 팔라딘 중 하나로 기억했다.

짐짓 레벨과 스킬을 확인한 설진이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루이 로반델트보다는 레벨이 높지만 스킬 수준으로 따지자면 아넬이 한 수 밑이었다.


‘그래도 괜찮아. 절대적인 능력치가 높은 쪽이 나한테는 더 이득이니까.’


설진에게 있어 스킬을 통한 기교는 큰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이미 본인의 힘으로 경지에 다다라 있는 그였다.

당연하게도 스킬보다, 절대적인 능력치가 더 높은 쪽을 선호했다.


그런 의미에서 아넬의 스텟은 꽤 마음에 들었다.

정확한 능력치는 잘 모르지만 민첩 스텟이 높은 듯했다. 아넬로 빙의하자마자 다리에 힘이 들어가는 것이 적어도 40 이상이리라 생각했다.


‘후, 기본적인 능력치 확인은 이 정도로 됐고···.’


떠오른 상태창을 닫아버린 설진은 두 번째 에피소드에 대해 생각했다.

개중에서도 헤임 제국에 대해 간단히 떠올려 보았다.

왕국이 아닌 제국이니만큼 두 가지 세력이 존재했다.


황실의 황녀와, 교회의 교황.


이 두 인물을 중심으로 형성되는 대립 구도가 바로 에피소드의 중점이었다.

본격적인 에피소드를 시작하기 전 본 수인과 관련되기고 했고.


‘해보자.’


돌연 설진이 주먹을 꽉 쥐었다. 상태는 만전이었고, 컨디션 또한 나쁘지 않았다. 할 수 있는 것은 전부 해보리라 다짐했다.


정면으로만 펼쳐진 시선을 돌려, 주변을 살펴보았다.

헤임 제국에 대한 설명 같은 시스템 메시지는 없었다. 첫 번째 에피소드 대와 같이 당장은 목적을 알려 주지 않는 듯 보였다.


‘시스템이 알려주지 않으면, 자력으로 알아내는 것밖에 없겠지.’


그렇다면 현재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건 바로 장소.

환경이 어떠한지, 주위에 어떤 물건이 있고 누가 있는지를 단서 삼아 추측해나가야 했다.


스윽-.


설진의 시선이 짐짓 옆으로 돌아갔다. 그제야 지금 있는 곳이 어디인지 알 수 있었다.


“그대입니까. 허가받지 않은 수인 노예를 함부로 들인 자가.”

“아, 아닙니다! 황녀 전하! 저는 그런 적이···!”

“교황께서 친히 증거해 주셨습니다. 이것이 명백한 증거가 아니라면, 무엇을 증거로 받아들여야 합니까. 당신의 죄는 분명합니다.”


플레임 왕국의 왕실과 비슷한 풍경이었다.

과할 정도로 치장된 내부 장식품, 고급스러운 비단을 엮어 만든 카펫.


황실.

그중에서도 죄인을 심문하거나 집행하는 장소인 듯했다.


“부디 죄를 뉘우치며 떠나기를.”


이어지는 말과 행동이 눈앞에 그려졌다.

높은 신분으로 여자와 밑에서 머리를 박고 있는 사내.

설진은 단번에 지금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수인 노예상인가?’


헤임 제국에는 오래 동안 없어지지 않은 악습이 하나 존재했다.

바로 수인 노예 거래.

법으로는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지만, 버젓이 행해지고 있는 범죄 중 하나였다.

지금 머리를 박고 있는 사내는 법을 어겨 처형대에 올라가고 있는 것이고.


스윽-.


설진의 시선이 사내 위 여자로 향했다.

아직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겉모습은 설진이 알던 황녀가 맞았다.


‘존댓말에 허리춤의 검집···.’


헤임 제국의 황녀는 기본적으로 존댓말을 사용한다. 플레임 왕국의 플라임과는 정 반대의 성향이었다.

더불어 마법이 아닌 검을, 정확히는 검을 주류로 쓰고 마법으로 검술을 보조시키는 형식의 전투 방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머리와 눈 색깔.’


일러스트에 나올 것 같은 황금빛 머릿결이 어깨까지 닿았다. 끝 부분이 조금 굽어 들어간 것이 웨이브 형식의 스타일을 가지고 있었다.

눈동자는 바다의 색이 바랜 듯했다. 에메랄드를 용광로에 넣어 녹이고, 그리하여 만들어진 빛깔을 물에 떨어뜨리면 저런 색깔이 나올 것 같았다.


“그렇지! 교회! 교회의 신자가 돈을 벌 방법을 소개해줬···!”

“더 들을 것도 없을 것 같군요. 리아엘라?”

“네, 황녀 전하.”


황녀 전하라고 불린 순간, 설진의 눈동자에 확신이 차올랐다.


‘엘리나.’


엘리나.

헤임 제국의 유일한 황녀이자 권력자.


“집행을 부탁드립니다.”


초록빛 눈동자가 서서히 돌아갔다. 리아엘라라고 불린 여자는 고개를 숙였다.

보라색 머리를 가진 단발의 여성이었다. 대형 방패와 대검을 들고 있는 것을 보니 시연과 같은 부류인 것 같았다.


“네. 황녀 전하.”


리아엘라가 대답했다.


스릉-. 들고 있던 방패가 내려가고, 대검이 자리를 대신했다.

이어지는 걸음질. 카펫을 밟는 발걸음 소리가 유독 무겁게 들렸다.


“황, 황녀 전하!”


사내의 고개는 더더욱 아래로 숙여졌다.

팔과 다리가 묶인 상태라 저항하지도 못하는 상태.


손가락 하나 움직이기조차 힘들어 보이는 사내였지만,


‘슬슬 준비하면 되겠어···.’


설진은 허리춤에 있던 장검을 뽑아들 준비를 마쳤다.

자신이 알기론, 이제 곧 이변이 일어날 터였다.


스르륵-.


이내, 손잡이까지 닿은 손이 위로 올라가려는 찰나,


“이, 이렇게 뒤질 바에야!!”


돌연 사내의 입에서 거친 말이 내뱉어졌다.

뚜둑!! 곧이어 무언가 끊어지는 듯한 소리가 귓가를 적셨다.


줄이 끊어졌다.

끊어진 소리는 여전히 남아 귓가를 울렸다. 죄인을 묶어놓은 포승줄이 풀려, 짐짓 당황에 찬 엘리나와 다른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하, 하하! 병신들! 줄을 이렇게 약하게 해놓으면 누가 못 풀겠는데!”


사내는 거친 말을 내뱉고선 빠르게 몸을 돌렸다.

다리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사내의 손이 분주히 움직였다.


이윽고 황실의 문으로까지 바삐 도망가려드는 순간-.


[목표 : 사내의 도망을 저지하십시오.]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30층의 클리어 조건을 알리는 메시지.


그 메시지를 확인한 즉시 설진의 발이 튀어 나갔다.

동시에, 그를 포함한 다른 사람들 또한 움직였다.

총 넷. 넷은 문으로 이동하려는 사내의 앞을 막아섰다.


“뭐, 뭐야!”


설진, 아넬 렌시아를 시작으로.

황녀가 처형을 명했던 리아엘라 로리나.

플라임과 외교를 벌였던 나타벨 르네.

마지막으로, 팔라딘 중 하나인 아메르 도파.


넷의 손이 동시에 움직였다.

제각각의 무기를 뽑아든 그들은 사내의 앞을 가로막았다.


마치 이 이상 앞으로 가는 것을 허하지 않겠다는 듯이.

겸허히 자신이 치른 죄의 심판을 받으라는 듯이.


“···.”


탁!


리아엘라는 사내의 목을 쳐 기절시켰다.

이윽고 시선을 올려 황녀 엘리나를 바라보았다.


편 손바닥을 밑으로 내린 엘리나의 제스쳐를 시작으로, 리아엘라의 대검이 올라갔다. 서서히 거리를 좁히더니만 촤악-! 가감 없이 사내의 목을 베어버렸다.


“수고했습니다. 시체 처리는 다른 분들께 맡기도록 하죠.”


엘리나의 입이 열렸다. 그녀는 앉은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아넬, 리아엘라, 나타벨, 아메르. 그대들에게 하고픈 말이 있습니다. 잠시 시간을 내 주실 수 있으실지요.”

“저는 지금이라도 가능합니다. 황녀 전하.”

“고맙습니다. 리아엘라. 하면 다른 분들은···.”


남은 셋 또한 고개를 끄덕였다.

다름 아닌 황녀의 말이었다. 이왕이면 들어두고 싶었다.


[30층이 클리어되었습니다.]

[10000G를 획득하셨습니다.]


[31층으로 이동하시겠습니까?]

[네/아니요]


[아니요]


떠오른 시스템 메시지 앞에서, 설진은 고개를 저었다.

이제부터 중요해질 것이다. 여기서 엘리나의 부름을 받고 시간을 내어 만나는 것을 시작으로, 진정한 에피소드가 펼쳐질 것이다.


“그렇다면···.”


엘리나는 얼굴을 들어 다른 가신들을 바라보았다.

중얼거리듯 흘린 말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엘리나는 명을 전하고 있었다.

넷을 제외한 이들은 전부 나가라고 말이다.


“전하, 그럼 저희는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아, 수고하셨어요. 부디 편히 쉬시기를.”


가신들이 고개를 조아리며 황실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이제 남은 건 엘리나를 포함한 다섯. 뽑아들었던 검을 다시 집어넣으려는 순간, 설진의 귀에 조목한 미성이 울려 퍼졌다.


“우선, 시간을 내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부터 드려야겠군요.”

“아닙니다. 황녀 전하. 그보다 이야기를 나누기에는 장소가 적합하지 못한 것 같은데, 장소를 옮겨 명을 전달하심이.”

“어머 리아엘라. 고마운 말씀이네요. 하지만 괜찮아요. 지금 눈앞에 있는 시체에 관해서, 할 말이 있거든요.”

“···.”


황녀가 방을 나가라고 언질을 준 탓에, 시체는 그대로 방치되었다.

베인 목 너머 흐르고 있는 피가 풀린 줄에 묻었다. 겉으로 보이기는 꽤 단단한 듯한 줄이다마는, 사내는 그 줄을 어렵지 않게 풀었다.


검사나 전사처럼 보이지는 않는데 말이다.

그저 상인에 불과해 보이는 겉모습이었을진대 말이다.

힘으로 풀었다기보다는 누군가 의도적으로 줄의 힘을 약화시킨 것 같았다.


“그럼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이 이야기는 절대로 외부로 발설해서는 안 됨을 알아주실 수 있으실까요.”


이를테면,


“저는 교회를 의심하고 있습니다.”


황녀와 동급의 권력을 쥐고 있는 교회, 개중에서도 교황 같은 인물. 돌연 방금의 황녀와 지금의 황녀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교황께서 친히 증거해 주셨습니다’ 와 ‘저는 교회를 의심하고 있습니다.’

상반되다 못해 모순투성이인 두 문장에서 괜한 이질감이 들었다.


황녀의 말이 이어졌다.

물증이라고 할 만한 것은 없지만, 심증 정도는 있어 보였다.


“줄에 미약하지만 마력이 느껴졌었거든요. 그리고 그 줄은 교회 측이 준비해 만든 포승줄이고.”

“···.”

“당연하지만 황녀된 입장으로 의심할 수밖에 없지요. 수인을 노예로 만들어 파는 악습은 헤임 제국에서 빈번히 일어나고 있는 일이니까요.”


빈번히의 정도가 아니었다.

수인 노예화 문제는 엘리나가 즉위하기 전부터 있었던 폐습이었다.


오래된 폐습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대개 두 가지로 나뉜다.

인간에게 거대한 쾌락을 줄 수 있거나,

혹은 거대한 세력이 뒷받침하고 있거나.


둘 다 맞는 이야기지만, 엘리나는 후자에 중점을 두었다.

거대한 세력. 그중에서도 유일하게 황실과 맞먹을 수 있는 교회를 말이다.


“황녀 전하, 저희에게 이런 말을 꺼낸 이유는 혹시···.”

“후훗. 아마 생각하시는 게 맞을 거에요.”


설진이 말을 흐렸다.

알면서도 흐렸다. 눈앞에는 다소곳이 웃음을 띤 엘리나가 보였다.


“부디 저를 도와주실 수 있으실까요?”


무엇을 도와달라고 하는지 물을 필요는 없었다.

이때까지 교회를 언급한 것이 벌써 세 번을 넘어간다.

엘리나가 교회를 의심하고 있고, 교회에 대해 조사를 맡긴다는 것 정도는 쉬이 예측할 수 있었다.


“저는 그리하겠습니다.”


설진은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엘리나는 교회를 의심하고 있지만, 설진은 의심조차 하지 않았다.

맞았으니까. 수인 노예화를 지원하고 있는 건 교회였으니까.


물증과 증거를 찾는 것과, 교회에 대항하는 것이 어려울 뿐이었다.

그 어려운 과제를 해결하는 것이 이번 에피소드의 중점일 것이고.


“저 또한 돕도록 하겠습니다.”

“리아엘라···.”


비단 설진뿐만이 아니다.

리아엘라도, 나타벨도, 아메르도.

전부 고개를 숙였다. 조사를 돕겠다고 말이다.


‘리아엘라가 누나, 나타벨이 채린이, 아메르가 찬우인가.’


속으로 숨을 내뱉은 설진의 머릿속이 빙의로 가득찼다.

사용하는 무기와 성별, 그리고 성격을 보니 대강 예측할 수 있었다.


“감사를 표하지요 여러분. 부디 이 더러운 악습을 끊어낼 수 있기를.”


엘리나가 작게 고개를 숙였다.


30층, 클리어.

그와 동시에 두 번째 에피소드가 시작을 알린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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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87화(주시연) 22.02.27 544 6 12쪽
86 86화 22.02.26 545 6 12쪽
85 85화 22.02.26 539 7 11쪽
84 84화 - end, Spreading yew(3) 22.02.22 553 9 11쪽
83 83화 - end, Spreading yew(2) 22.02.21 532 5 12쪽
82 82화 - end, Spreading yew(1) 22.02.20 553 5 12쪽
81 81화 22.02.19 558 5 12쪽
80 80화 22.02.18 549 6 13쪽
79 79화 22.02.17 546 5 12쪽
78 78화 22.02.14 565 6 12쪽
77 77화 22.02.13 555 5 12쪽
76 76화 22.02.12 570 5 11쪽
75 75화 22.02.11 592 5 12쪽
74 74화 22.02.10 600 6 14쪽
73 73화 22.02.07 585 5 12쪽
72 72화 22.02.06 597 5 12쪽
71 71화 22.02.05 600 5 12쪽
70 70화 22.02.04 637 6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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