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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64_leedong76 80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재능러의 탑 정복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딜1런
작품등록일 :
2021.11.25 23:49
최근연재일 :
2023.01.12 13:44
연재수 :
300 회
조회수 :
209,773
추천수 :
2,319
글자수 :
1,564,721

작성
22.02.26 21:30
조회
537
추천
7
글자
11쪽

85화

DUMMY

주륵-.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건 눈물인지, 아님 안도감인지.

알 수 없었기에 복잡했다. 슬픔과 안도가 맞물려 자리 잡고 있었다.


“설진아, 울어?”

“···네. 슬프네요.”


옆에서 들려오는 시연의 소리에 설진이 답했다.

자신은 슬픈 것이다. 지금의 상황이, 결말이 난 에피소드가.


“슬퍼서 눈물이 나요.”


다만 자신은 슬픔을 몰랐다. 알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죽음을 구원이라고 생각하고서 살아왔다. 시연과 같이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있게 된 이후 처음 느끼는 감정이었다.


그래서인지, 말이 어눌하게 튀어나왔다.


볼은 여전히 축축했다.

안개에 비가 스며든 것 같았다.

여운은 미련처럼 남아 설진을 옥좼다.


진정된 건 그로부터 십여 분 정도가 지난 후.

그제야 겨우 그친 눈물이 시야를 틔웠다. 그러나 바닥에 떨어진 눈물과 옷에 묻은 눈물은 마르지 않은 상태 그대로 젖어 있었다.


손가락 한 번 닿으면 흠뻑 젖을 것 같은 눈물이었다.

애써 털어낸 후 마음을 다잡았다. 세 개의 에피소드 중 이제 하나를 완료했을 뿐이다. 지금 무너진다면 남은 두 개는 닿기도 전에 멀어지리라.


짝짝.


“···후.”


약하게 볼을 친 설진의 표정의 돌연 진지해졌다.

슬펐던 얼굴은 이제 없다. 남은 건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의지였다.


“누나.”

“어, 어?”

“가요. 26층 클리어하러.”


걸음을 옮기려는 설진의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걱정이 잔뜩 들어간 시연의 목소리였다.


“괜찮아? 진정은 됐고?”

“어느 정도는요. 적어도 지금의 결말을 납득하고 싶지 않다는 것 정도는 알 것 같아요. 제가 바꾸고 싶어 한다는 것도요.”

“그럼 다행이고. 갑자기 슬퍼하길래, 괜히 걱정했네.”

“저도 걱정했어요. 누나 얼굴이 빨개지길래 뭔가 잘못된 건 아닌가 하···.”

“그런 거 아니야. 나는 안 울었거든.”

“울었다는 말 한 적 없는데요.”

“···야!”


회복된 분위기를 되뇌며 둘은 걸었다.

26층의 장소는 모험가 길드.

세 나라 곳곳에 퍼진 길드가 아니었다. 중립국 노르담에 위치한 길드였다.


어떤 곳도, 어느 나라도 함부로 간섭할 수 없는 곳.

노르담의 모험가 길드란 그런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노르담 쪽에서 부정적인 일을 저지르지만 않으면, 그 누구도 길드를 공격할 수 없다.


타국과의 싸움을 최소화하겠다고 선언한 노르담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길드 내 작은 말싸움은 있을지라도 몸싸움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설진과 시연은 모험가 길드 내 의뢰 게시판으로 시선을 옮겼다.


“지금 우리가 D급이지?”

“네, 완전히 밑은 아닌데 밑과 가까운 등급이요. 좀 올려놓는 게 여러모로 편할 거에요. 이번 스테이지 자체가 그런 의도로 만들어진 거기도 하고.”


26층에서 29층까지의 스테이지는 오로지 싸움에 한정된다.

플레임 왕국과 같은 에피소드나 스토리는 존재하지 않았다.

오직 모험가 등급이나 본인을 성장시키기 위한 스테이지.


“가능하면 어려운 일을 받는 편이 좋을 거에요. 의뢰를 수주하는 순간부터 제한이 생겨버리니까요.”

“아, 한 층에 하나의 의뢰밖에 못 받는 거?”

“네. 그거 때문에 그래요. 너무 쉬운 것만 받으면 성장이 더디고 모험가 등급이 오르지도 않으니까요. 저흰 어려운 걸 받아서 일단 C등급까지 노려보죠.”

“C등급까지라···.”


시연의 중얼거렸다.

왠지 모르게 아쉬움이 묻어나오는 것 같았다.


“어쩔 수 없어요. 게임에서는 넷이라서 B까지 가능했지, 지금은 둘이라···.”


탑에 들어오기 전, 컴퓨터를 사용해 게임을 할 당시.

설진과 시연을 포함한 넷은 B등급까지 올린 전적이 있었다.


물론 서로의 실력도 중요하다마는 가장 큰 이유는 인원수였다.

서로의 사각지대를 서로가 커버하며 몬스터를 포획하거나 잡았었다.

뛰어난 실력을 바탕으로, 서로를 받쳐주며 위력을 더욱 증폭시키는 연계.

그것이 혼자가 아닌 여럿이었을 때 볼 수 있는 파티의 기본적인 능력이었다.


“페이드랑 유약이 있었으면 모를까. 힘들 것 같네요.”

“역시 그렇겠지?”


그만큼 숫자가 가지는 이점은 컸다. 한 명보다 두 명이, 두 명보다 네 명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었으니까.

한 손보다 두 손이 더 많은 물건을 쥘 수 있듯 인원수는 어디서나 중요하게 작용한다. 지금 또한 그러한 상황이었다.


“아, 누나. 저희가 처음 만났을 때 누나가 저한테 친구 추가를 걸었···.”


그래도 내심 아쉬움이 남았는지.

혹여 연락망이 있진 않을까 싶어 시연에게 물어보려던 순간,


[‘페이드’ 님의 친구 요청이 도착했습니다.]


돌연 공중에 떠오른 시스템 메시지가 시야를 가렸다.


“어?”

“음? 왜 그래?”

“누나. 누나한테는 뭐 안 왔어요? 방금 시스템 메시지로···.”

“···방금 왔어.”


시연 또한 설진과 똑같은 메시지가 떠오른 모양이었다.


“페이드. 내가 아는 그 페이드 맞지?”

“저한테도 온 걸 보면 아마 맞을 거에요.”


똑같은 시간에, 같은 파티인 이들에게 동시에 온 메시지였다.

같은 닉네임을 쓰는 다른 유저라고 생각하기는 어려웠다.


설진의 손이 쭉 뻗어 위로 향했다. 이윽고 예를 누른 순간, 시스템 메시지 창이 다른 문장을 출력하기 시작했다.


[‘페이드’ 님과 친구가 되었습니다.]


페이드. 마법사 유저이자 설진의 파티 중 한 사람.

재회. 그런 생각을 하니 돌연 몸이 떨렸다.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이라고나 해야 할까, 아직 사람에게 완전히 익숙해지지 못한 탓이라고나 해야 할까.


모르겠다. 알 수 없었기에 몸이 떨린 것이다.

얼굴도 못 봤던 상대였다. 나이도 모르고, 성별도 몰랐다.

그저 가상의 세계 속에서 문자로 이야기만 나누었던 상대였다.


저도 모르게 긴장감이 온몸을 쑤셨다. 설진과는 달리 시연은 덤덤한 모습이었지만, 그녀 또한 긴장이 아예 되지 않는 건 아닌지 손가락이 미약하게 떨렸다.


“파티 요청··· 할 거지?”

“네.”

“내가 할게. 잠시만 기다려봐.”


시연의 손가락이 시스템 메시지를 조작했다.


“후. 괜히 떨리네. 완전히 초면인 것도 아닌데.”

“그러게요. 괜히 어색한 것 같고···.”

“괜찮아. 괜찮아. 저쪽도 우리랑 똑같은 감정일 거야.”


입가에 작게 미소를 띄운 시연이 말했다.


“너무 신경 쓰지 말고, 나 만났을 때처럼 해.”

“누나랑 처음 만났을 때처럼요···?”

“그래, 처음 만났을 때처··· 아니, 아니지. 방금 말 취소!”


객관적으로 봤을 때 나쁜 만남은 아니었다.

힘들어하는 시연에게 설진이 음료를 건넨, 그런 만남.


하지만 그때 당시 둘은 무언가가 결여되어 있었다.

설진은 삶에 대한 갈망이, 시연은 앞으로의 목표 없이 그저 살아가기만 하고 있었다.


그때를 떠올린 시연이 고개를 내저었다.

지금이야 상당수 해결되긴 했지만 과거의 기억은 아직 부끄러웠다. 설진이야 어쩔 수 없지만 되도록 숨기고 싶은, 그런 내용이라고나 할까.


“그냥 편하게 해. 지금의 너대로. 그게 훨씬 낫겠다.”

“지금의 저대로요? 음···.”

“플라임을 대할 때나, 나를 대할 때. 그렇게 생각하면 될걸?”

“그래 볼게요. 한 번.”

“응. 그거면 됐어.”


살포시 웃음을 얹은 시연의 얼굴이 시야에 걸터앉았다.

절로 안심이 되는 기분이었다. 그만큼 설진이 시연을 신뢰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건 시연 또한 마찬가지.

설진이라면 등을 내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설진에게 있어 시연과 플라임이 구원자라면, 시연에게 있어서는 설진이 구원자였다.

서로가 서로를 구원했다. 서로가 서로를 감싸 안았다.

신뢰가 생기는 건 당연했다. 친구라 인식하는 것 또한 당연한 사실이었다.


어쩌면···.


“보냈고, 저쪽에서 받았어. 그런데 우리가 이동하는 것 같은데?”

“그래요?”

“어. 저번에는 요청을 받은 쪽이 이동하는 것 같았었는데. 뭐, 별로 중요한 건 아니니까. 한 5초 정도 있으면 이동될 거야.”

“네.”

“···손잡아. 떨어지겠다.”


그 이상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서로의 손이 맞닿아졌다. 따뜻한 체온이었고 온기였다.

시연은 이 손이 무척이나 포근하다고 느꼈다. 마치 한 번 잡으면 다시는 떨어뜨리고 싶지 않은, 영원토록 갖고 싶은 기분.


꿈이라면 깨지 않았으면 싶을 정도로.

현실이라면 놓고 싶지 않다고 느낄 정도로 말이다.


“누나.”

“···.”

“다 왔어요.”

“···!”


설진의 말에 뒤늦게 정신을 차린 시연이 손을 놓았다.

스윽-. 얼굴을 돌려 앞을 바라보았다.


보인 것은 모험가 길드. 이곳이 26층이라는 방증이었다.

낡은 듯한 목재와 길드 오른편에 붙여진 의뢰 게시판. 정면으로 쭉 가면 보이는 모험가 길드 접수원도 보였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것이 아니었다.


페이드, 그리고 유약.

그들이 눈앞에 있었다.


“바니타스? 그럼 이쪽이 유설진인···?”

“찬우야, 인사부터! 아,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시연이 뭐라 말하기도 전에, 그들이 먼저 말을 걸었다.

게임에서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 저들의 나이는 23.

24인 설진과, 25인 시연보다 어린 나이였다.

존댓말이 나오는 것이 이해되는 상황이었다.


“전 강채린이고, 이쪽이 한찬우에요. 언니.”


이윽고 실명마저 드러나자 겉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강채린은 여자였다. 특이한 것이 있다면 염색을 한 것. 그리고 머리 스타일이 굉장히 판타지(?)스럽다는 점이었다.

전체적으로 붉은 색감으로 머리를 물들였고, 두 갈래의 머릿결이 좌우로 뻗어나왔다. 흔히 트윈테일이라고 부르는 머리 스타일이었다.


한찬우는 남자였다. 특이한 것이라곤··· 딱히 존재하지 않았다. 어딜 가도 볼 수 있는 남자 같았다.

조금 다르면 다르다고 할 수 있는 점이라면 자신감이 없어 보였다. 아직 제대로 된 대화조차 나누지 않았는지라 콕 집어 얘기할 순 없지만, 얼굴에 드리운 침음이 유독 짙어 보였다.


“어, 반가워. 주시연이야. 주시연. 이쪽은 유설진이고.”

“어? 설진 오빠 닉네임이 진짜 본명이었어요?”

“···그러면 안 돼요?”

“아니. 꼭 그런 건 아닌데··· 본명을 닉네임으로 하는 사람이 드물어서요. 아, 그보다 반말해주세요. 제가 한 살 어린데, 존댓말 듣고 있으니까 어색해서.”

“반말···?”


반말이라는 말을 들은 설진의 고개가 비스듬하게 돌아갔다.


헤임 제국의 암살자와 싸울 때 반말을 써보긴 했지만, 채린 앞에서는 선뜻 반말이 나오지 않았다.

무의식적으로 채린은 적이 아닌 아군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아니, 그보다 애초 얼굴을 보는 건 처음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저 밝아 보이는 겉모습을 보니 도저히 입이 열리지 않았다. 설진은 약식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고 답했다.

다음으로 입을 연 쪽은 시연이었다. 시연은 찬우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한찬우, 라고 했었나? 이름 외우기 쉽네. 앞으로 잘 부탁해?”

“잘, 부탁드려요.”

“하하, 언니. 애가 말수가 좀 적거든요.”


대화는 계속되었다. 얼굴을 보고 대면하는 것은 처음이었지만, 가상 세계에서 만난 전적이 생각보다 친밀감의 연유가 되었는지 말은 물 흐르듯 이어졌다.


그리하여 바야흐로-.

첫 번째 에피소드, 플레임 왕국의 비애를 지나.

비로소 파티의 네 명이 한자리에 모이게 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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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86화 22.02.26 545 6 12쪽
» 85화 22.02.26 538 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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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83화 - end, Spreading yew(2) 22.02.21 532 5 12쪽
82 82화 - end, Spreading yew(1) 22.02.20 551 5 12쪽
81 81화 22.02.19 556 5 12쪽
80 80화 22.02.18 549 6 13쪽
79 79화 22.02.17 545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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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74화 22.02.10 600 6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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