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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64_leedong76 80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재능러의 탑 정복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딜1런
작품등록일 :
2021.11.25 23:49
최근연재일 :
2023.01.12 13:44
연재수 :
300 회
조회수 :
209,836
추천수 :
2,319
글자수 :
1,564,721

작성
22.02.07 21:30
조회
583
추천
5
글자
12쪽

73화

DUMMY

“와, 왕녀 전하?”

“저 사람이 대체 왜 여기에···.”


플라임의 얼굴이 드러나자, 경비병들의 얼굴이 새하얗게 물들었다.

당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듯했다.


“아니, 잠시만. 왕녀라면···.”

“반란군을 일격에 제압했다는 그···!”


다만 손이 떨렸다. 반사적인 현상이었다. 당시 반란을 진압한 플라임의 무위는 널리 알려져 있었기에 그들은 본능적으로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성대가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 같았다. 발성조차 힘들었다.

그만큼 플라임이 보여준 무력은 강렬하다 못해 자국의 사람마저 위험하다고 느낄 정도로 괴랄했다. 손에서 그치지 않고 다리가 후들거렸다.


“쯧. 대체 어디서 정보가 새어나간 건지···.”


경비병들의 앞에 선 경비대장은 낭패했다는 얼굴로 중얼거렸다.

손에 쥔 창이 밑으로 내려갔다.


“거지 같은 상황이군.”


시연과 함께 등장한 플라임의 존재는 이례적이었다.

퉤. 창을 꼬나 쥔 경비대장이 침을 뱉었다.


“이해할 수 없군. 분명 몰라야 하는 일이었을텐데···.”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말했다. 그만큼 예상 외의 일이 발생한 것이다.


정보가 빠져나갈 구멍을 최대한 억제했다.

아니, 애당초 다시 재건한 투기장 중 첫 번째로 진행되는 결투였다.

원래부터 새어나갈 정보 자체가 없었다.


그런데 알았다.

플라임뿐만 아니라 어디서 굴러들어왔는지 모르는 외부인조차 알고 있었다.

머리가 상황을 따라가지 못했다. 경비대장의 얼굴에 혼란이 차올랐다.


“몰라야 했다고?”


경비대장의 생각을 읽은 플라임이 차가운 조소를 흘렸다.

손을 앞으로 뻗는 것이 마력을 불러일으키는 듯했다. 양손에서 새어나오는 소슬한 마력이 기류를 타듯 그 힘을 불려 나갔다.


“짐은 왕국이요, 왕국은 곧 짐이다. 모르는 것이 있을 성싶더냐?”


조소가 한층 더 짙어졌다.


“하물며 왕국의 수도에서 대놓고 이런 짓을 벌이다니. 모르는 것이 더 이상하지 않은가. 배짱 하나는 눈여겨볼 만하나 그 외 모든 것이 꽝이로군.”

“···.”

“뭐, 되었다. 그보다 마침 잘 됐군. 요즘 국고가 비어 곤란하던 참이었는데···.”


화륵-.


불려나간 마력이 불길한 소리를 내었다.

장작을 태워 불을 붙이듯 만들어진 불꽃이 사방을 잠식했다.


화르르르!


전후좌우(前後左右).

투기장 속 출구란 출구에 맹렬한 화염이 덧씌워졌다.


“이, 이따위 불꽃 따위!”


귀족 중 하나가 손가락에 낀 아티팩트를 믿고 돌진했다. 우웅-. 미약한 진동이 일며 귀족을 감싸는 보호막이 만들어졌지만,


“으아아아악!!”


불에 닿자마자 찢어졌다.

달리던 다리에 불이 옴붙었다. 콰당! 그대로 고꾸라진 귀족이 고통을 호소했다. 불을 끄고자 미친 듯이 몸을 굴렸다.

그러나 아무리 몸을 굴려도 불은 꺼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저항하면 저항할수록 그 크기를 불려 살점을 살라 먹는 중이다.


“뭐, 뭐 이런 마법이···.”


전신에 불에 붙은 것을 본 다른 이들의 발걸음이 멈췄다.


이 투기장에 있는 귀족 모두가 직감적으로 알았다.

자신의 지닌 아티팩트로는 플라임의 불길을 뚫지 못한다는 것을.

닿는 순간 산화되어 불타버리리라는 것을.


앞으로 가지도, 그렇다고 뒤로 가지도 못한 채 그들은 멈췄다.

움직일 생각을 하지 못했다. 지금 움직인다는 건 조금이라도 더 일직 불에 태워달라고 비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화륵-.


발이 묶인 그들이 영역이 점차 좁아지기 시작했다.


“···무슨 생각이지?”

“말하지 않았나. 국고가 비어 곤란하던 참이었다고.”


화르륵-!


다시금 플라임의 손에서 불길이 뿜어져 나왔다.

이번에는 사방으로 흩어지지 않았다. 구체처럼 생긴 불길은 플라임의 등 위로 이동했다. 시전자를 지키듯 위치를 잡은 화염구가 화르르 타올랐다.


꼴깍-. 애써 침을 삼키고 있는 경비대장을 향해, 플라임이 입을 열었다.


“이 일에 참여한 모두를 태워 죽일 것이다. 얼굴만을 온전히 보전해, 그 가(家)에게 책임을 묻고 벌금을 청구할 생각이다.”

“미, 친. 이거 완전 미친놈이로군.”

“뭐가 미쳤다는 거지. 뿌리내려오던 악습을 폐(廢)하겠다는 것이 잘못된 일인가?”

“이곳에 있는 사람들을 전부 죽일 작정인가? 아무리 왕녀라도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귀족들이 있을 텐데?”


경비대장의 말을 틀리지 않았다.

오히려 맞는 말이었다. 아무리 왕녀의 신분을 가졌어도 건드리기 힘들 정도로 막강한 권력을 지닌 귀족이 존재했다.


이번 일로 벌금을 청구해 국고를 채울 수는 있더라도, 대가로 귀족들의 원성을 사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점차 플라임의 목을 조이는 칼이 될 터. 사회적으로 플라임의 입지가 추락하게 될 가능성은 수없이 다분했다.


“음. 맞는 말이다.”


플라임은 덤덤히 긍정했다.


“그래서 그게 어쨌다는 거지?”


그리고 물었다.


“나 대신 왕위에 오를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나?”

“당연할 소리를···.”

“아니, 질문을 바꾸지. 나만큼의 무력을 지닌 사람이 또 있다고 생각하나?”

“···.”


경비대장의 말이 멎었다.

플라임의 질문에 대답할 수 없는 것도 있지마는, 다른 것 또한 존재했다.


“그게 일국의 왕녀가 할 수 있는 소리라고···!”


그저 일신의 무력이 뛰어나다는 이유로 왕녀의 자리를 지킬 수 있다고?

개소리나 다름없었다. 무력으로 옹립된 왕국은 결코 오래갈 수 없다.


“그것도 맞는 말이군.”


플라임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긍정. 경비대장이 한 말 또한 긍정했다.

실제로 맞는 말이기도 했다. 무력으로 일군 나라는 명이 길지 못하니.


“지금 장난하는 건가!”

“마음대로 생각해도 좋다. 허나 이번에는 이쪽에서 묻도록 하지.”


플라임의 말이 이어졌다.

그녀가 한 말은,


“지금 네놈이 한 짓이 자국민으로서 행할 수 있는 짓인가?”


방금 경비대장이 한 말과 놀랄 정도로 흡사했다.


“적어도 네놈의 입에서 들을 말은 아니라고 본다만.”

“···.”

“똑같은 이치다. 무력으로 나라를 지배하면 안 되듯, 허가되지 않은 불법 투기장을 마음대로 개장하면 안 되는 법이다.”


등 뒤에 매달린 화염구가 목표를 노리듯 움직이는 자세를 취했다.

추가적으로 마력을 공급받은 화염구들이 이윽고 가속할 준비를 마쳤다.


“나는 무력으로 나라를 지배하지 않았고, 네놈은 허가되지 않은 불법 투기장을 마음대로 개장했을 뿐이다. 그게 네놈과 나의 차이지.”

“그럼 이곳의 사람들을 전부 죽이겠다는 말은···.”

“안타깝군. 그건 사실이다. 죄인을 벌하는 건 어엿한 정치 중 하나지 않느냐.”

“끝까지 나를 놀리는구나···!”

“사실을 말했을 뿐이건만.”


언변으로 화를 돋우며, 플라임이 전투태세를 취했다.

상대는 분노한 창지기 하나.


흩날리듯 퍼져나가는 화염의 세계가 경비대장을 옥죄듯 감쌌다.

머지않아 승부가 날 것 같았다.


* * *


[고유 능력 흡혈이 활성화됩니다.]

[입힌 피해의 20%를 회복합니다.]


무망중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다름 아닌 흡혈이 발동되었다는 메시지.


그 말대로 어깻죽지에 있던 상처가 아물어갔다.

창에 찔린 어깨가 한순간에 재생되어가는 모습은 경비병을 멈추게 만들었다.


“재생? 아티팩트를 쓰고 있는 건가?”

“마음대로 생각해도 상관없어요.”

“쯧. 귀찮은 걸 가지고 있군. 이래서야 손해만 날 뿐이야.”


상대의 말을 받아치는 것.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았지만, 하다 보니 익어갔다.


설진은 경비병의 말을 적당히 받으며 검을 휘둘렀다.

빠르게 튀어나온 다리가 눈으로도 쫓을 수 없는 속도를 만들고, 속도가 가속해 절삭력을 극한으로 끌어올렸다.


촤악-!


이제 스물하나.

이십에 가까운 생명을 베어낸 설진의 검에 피가 덕지덕지 묻었다.

생각했던 그대로였다. 미풍이 휘날렸던 검은 이제 피에 젖어 무거워졌다. 바람은 피를 털지 못한 채 그쳐버리고 말았다.


‘훈련받은 병사라 그런가. 꽤 까다로운데.’


속으로 생각하며 경계 태세를 취했다.

마트리아인을 상대할 때와는 천지차이였다. 유목 민족이 아닌, 정규적으로 훈련받은 병사들은 예상 이상으로 뛰어난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촤악-!


“크아악!!”


다시 병사 하나의 팔을 베어낸 설진이 몸을 뒤로 물렸다.

흡혈은 상처를 아물게끔 하지만, 지친 육신마저 회복해주지는 않았다.

상처가 재생돼도 체력이 문제였다. 설진의 능력을 대강 파악한 병사들은 설진을 죽이는 것이 아닌 체력을 빼는 것에 집중하고 있었다.


22층에 들어선 후 생긴 잔여 스텟 포인트를 체력에 투자하며 후퇴해나갔다.

촤악-! 사이사이에 내지른 검은 둘의 목숨을 앗아갔다.


[고유 능력 흡혈이 활성화됩니다.]

[입힌 피해의 20%를 회복합니다.]


마찬가지로 흡혈이 발동했지만 회복되는 건 생체기 정도.

그만큼 상대의 검이 상처보다 체력 소모에 집중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아직 멀쩡한 몸을 이끌고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하아. 이제 슬슬···.”

“적은 이제 한계다! 조금만 더 밀어붙여!”


양방향으로 나뉜 병사들이 다가왔다.

수는 넷. 둘에 둘로 가르며 설진의 목을 찌르고자 접근했다.


설진은 저항하지 않았다. 이제 슬슬 올 때가 되었다. 더 이상 버틸 필요도, 쓸데없는 곳에 체력을 낭비할 필요도 없었다.


“죽어라!”

“누구 맘대로?”


병사의 창이 설진에게 쇄도했다.

팅! 그러나 창이 목표에 적중하는 일은 없었다.


전장에 울려 퍼진 건 살점을 꿰뚫은 소리가 아닌, 철이 철이 맞부딪혀 나는 금속음이었다. 흐려진 시야 너머 둥그런 방패가 보였다.


“누나!”

“일단 이것부터 받아!”


시연의 손이 설진에게 내뻗어졌다. 반사적으로 손을 잡았다.


우우웅-!


공급.

시연의 체력을 일부 받은 설진이 숨을 들이쉬었다.

지친 육신이 조금이나마 돌아온 것 같았다.


“누나! 십 초만 버텨요!”


다만 그렇다고 해서 오래 쉴 수는 없는 노릇.

시연에게서 받은 폭탄을 꺼낸 설진이 크게 외쳤다.


멀리서 들려오는 대답을 듣고서는 폭탄에 마력을 불어넣었다.

작은 소형탄이 아닌, 시연이 구해온 중형급 폭탄이었다.

불어넣은 마력이 폭탄 안에 걸린 마법을 해제시켰다.


경량화 마법과 축소 마법.

순식간에 크기를 불려나간 폭탄이 설진의 손에 잡혔다.


휘이익!!


더 무거워지기 전에 경비병들에게 던졌다. 설진의 손을 타고 던져진 폭탄이 점차 그 크기를 늘려가더니만, 이내 경시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누나! 이쪽으로!”


일순 경비병들의 시선이 쏠린 순간, 설진이 말했다.

빠르게 반응한 시연의 몸이 뒤로 이동했다. 둘의 거리가 안전권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설진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폭탄을 기폭시켰다.


퍼어어어엉-!!


그야말로.

그야말로 파멸에 가까운 소리가 울려 퍼졌다.


폭탄과 화염이 합쳐졌다. 기묘하게 맞물린 폭탄과 불은, 서로의 힘을 더더욱 증폭시켜갔다.


화르륵!


화염이 번져나가는 속도가 빨라지기 시작했다.

플라임의 마법이 시전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았건만, 그녀의 불은 투기장의 절반을 덮고 있었다.

설진과 시연의 위치를 인식했는지 둘이 있는 곳과는 거리가 있었지만, 머지않아 전부를 잠식할 듯싶었다.


폭탄 또한 순식간에 경비병들의 목숨을 앗아갔다.

종잇장처럼 짖이겨진 몸이 시체조차 남기지 못한 채 조각조각 흩어졌다.

이리저리 놓인 병사들의 시체와, 망가지다 못해 붕괴하여버린 내부의 모습은 이곳이 투기장이라는 사실 자체를 지워버리는 것 같았다.


그런 아수라장 사이에서 빠져나온 설진은,


“누나.”

“왜 그래?”


아직 살아남은 귀족들을 향해 걸음을 내딛는 플라임을 바라보았다.

그녀를 보며 입을 열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에요, 이거.”


의문이 가득한 물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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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86화 22.02.26 545 6 12쪽
85 85화 22.02.26 538 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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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83화 - end, Spreading yew(2) 22.02.21 532 5 12쪽
82 82화 - end, Spreading yew(1) 22.02.20 552 5 12쪽
81 81화 22.02.19 557 5 12쪽
80 80화 22.02.18 549 6 13쪽
79 79화 22.02.17 546 5 12쪽
78 78화 22.02.14 564 6 12쪽
77 77화 22.02.13 555 5 12쪽
76 76화 22.02.12 569 5 11쪽
75 75화 22.02.11 592 5 12쪽
74 74화 22.02.10 600 6 14쪽
» 73화 22.02.07 584 5 12쪽
72 72화 22.02.06 596 5 12쪽
71 71화 22.02.05 600 5 12쪽
70 70화 22.02.04 637 6 14쪽
69 69화 22.02.03 622 7 12쪽
68 68화 22.01.31 635 8 12쪽
67 67화 22.01.30 642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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