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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64_leedong76 80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재능러의 탑 정복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딜1런
작품등록일 :
2021.11.25 23:49
최근연재일 :
2023.01.12 13:44
연재수 :
300 회
조회수 :
209,824
추천수 :
2,319
글자수 :
1,564,721

작성
22.03.06 21:30
조회
535
추천
6
글자
12쪽

92화

DUMMY

“28층은 리자드맨이 서식 중인 동굴로 했고··· 29층은···.”


시간이 흘렀다.


“음? 메두사를 잡을 생각인 건가요? 나 원 참, 재밌는 분들투성이군요.”


설진 파티는 28층 리자드맨 동굴을 공략, 향후 메두사 퇴치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슌이 알기로 메두사는 희귀 몬스터임과 동시에 이제 막 30층에 다다르려 하는 플레이어들이 죽이기란 굉장히 어려운 몬스터였다.


기다란 뱀이 여럿 모여 머리카락을 이루고 있는 몬스터.

징그러운 외형도 문제지만 진짜는 메두사가 가지고 있는 능력에 있었다.

석화. 눈이 마주친 대상을 돌로 만들어버리는 건 유명한 이야기였다.


“물론 석화가 진짜 석화를 뜻하는 건 아니지만요.”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이야기일 뿐, 석화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대상을 멈추게 하는 건 똑같지만 돌이 되지는 않는다.

메두사의 눈이 공포심을 유발에 상대를 경직시키는 개념. 따라서 공포를 억누를 수 있을 정도의 담력이 있으면 메두사에게 저항할 수 있었다.


“확실히, 당신은 가능하네요.”


메두사의 눈을 정면으로 받았음에도 설진은 멀쩡했다. 공포는커녕 일말의 두려움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되레 이 정도냐는 듯 되묻기라도 하는 듯했다.

그 모습에 화가 난 것인지 메두사가 달려들었지만, 설진은 유려한 움직임으로 회피함과 동시에 빈틈을 노려 반격했다.


더불어 시연, 채린, 찬우의 지원까지.

보통의 경우라면 이기지 못할 상대를, 설진 파티는 압도하고 있었다.

머잖아 결판이 날 듯싶었다. 저들의 싸움을 지켜보고 있던 슌은 돌연 생각난 것이 있는지 시선을 돌려 아래를 바라보았다.


지금 이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전부 정리한 상태창의 밑,

대상에 대한 정보가 나열된 밑의 문장을 응시했다.


“음?”


[특이사항 :

1. 자살 시도를 한 적이 있다. 그러나 모종의 이유로 실패했다.

2. 지금도 자살을 생각하고 있다. 탑에 와서도 바뀐 건 없다.]


분명 이전까지만 해도 이렇게 기록되어 있었던 문장에,


[특이사항 :

1. 자살 시도를 한 적이 있다. 그러나 모종의 이유로 실패했다.

2. 결말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바뀌었다.]


누구나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뚜렷한 변화가 생겼다.

슌은 그 문장을 집중에서 읽었다. 짧은 글자였지만, 플레임 왕국 에피소드에서 설진이 어떤 행동을 했는지 알고 있는 슌은 짐작할 수 있었다.


지금 특이사항에 적힌 내용이 얼마나 큰 변화인지.

내면에서부터 바뀐 변화가 얼마나 큰 격변을 가져올지.


“해피 엔딩이라···.”


탑에 존재하는 총 세 가지의 에피소드.


“분명 지구는 이것들이었죠?”


플레임 왕국.

헤임 제국.

그리고 엘프들의 나라 연나비.


이 세 가지의 에피소드가 바로 지구의 에피소드였다.

슌은 탑에 다녀간 지구인들 중 해피 엔딩을 만들었던 사람이 있나, 생각했다.


“만약 당신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네요.”


없었다.

결말을 바꾼 이는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만약 설진이 바꾼다면, 최초가 될 것이었다.


“부디 원하시는 바를 이루시길.”


슌의 고개가 천천히 내려갔다.

아래로 향한 머리 위, 돋아난 뿔이 자취를 감추듯 사라졌다.


* * *


[B등급이 되었습니다.]

[잔여 스킬 포인트를 1 획득했습니다.]


29층, 메두사를 죽인 후 떠오른 시스템 메시지였다.

목표로 하긴 했지만, 어렵다고 여긴 등급에 다다랐다.


B등급.

C등급 때와 마찬가지로 잔여 스킬 포인트가 들어왔다.


비록 하나에 불과한 수치지만, 설진은 알고 있었다.

잔여 스킬 포인트라는 것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스킬 레벨 하나를 올리는 것과 올리지 않는 것이 얼마나 큰 차이가 있는지.


“오빠, 오빠는 어디에 쓸 거에요?”

“일단 아껴둘 생각이야. 난 지금도 충분하니까. 나중에 막혔을 때 쓰려고.”

“와, 역시 1등을 다르네요 달라. 난 지금도 힘들어 죽겠는데에.”

“마법사는 초반에 좋은 직업이 아니니까. 애당초 고유 스킬도 후반 예열형인 저주의 발자취를 골랐고. 후반에 가면 빛을 보긴 할 거야.”

“역시 그렇겠죠? 게임에서도 초반보다 후반에서 활약했으니까요.”


한탄하듯 테이블에 얼굴을 박은 채린이 들으라는 듯 중얼거렸다.

확실히 마법사 직업은 초반부에 활약하기란 큰 무리가 있었다.


마법의 위력은 확실하지만, 시전 시간과 상대적으로 꽤 많은 마력이 든다는 단점이 있었다. 채린이야 에너지 볼트를 통한 스택으로 마력 문제는 해결했으나 시전 시간까지 해결하지는 못했다.


한번에 많은 마법을 영창하지 못하는 것도 아마 그런 이유일 터였다.

삐죽 튀어나온 입술을 내민 채린의 시선이 다시금 설진을 향했다.


“근데 오빠, 되게 잘생겼네요.”

“···.”

“이 정도면 인기 되게 많았을 거 같은데. 여친 사겨본 적 있어요?”

“···아니.”


한 박자 늦게 대답한 설진의 표정이 이상하게 변했다.

검해진 것 같기도 했다. 밤이 된 것처럼 어둠이 드리운 것 같았다.


그러나 채린은 그런 설진의 모습을 보지 못했는지 말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왜요? 그 정도면 어디에서도 먹어주는 얼굴 아니에요?”


먹어주는 얼굴이긴 했다.

처먹어주는 얼굴이란 게 문제였지만.


시연과 처음 만났던 날, 그때 받은 질문과 똑같았다.

설진의 얼굴이 이지러졌다. 잊고 싶고, 잊으려 했던 기억이 뇌리를 감싼다.


-이야. 새끼. 반반하게 생겼네. 아랫도리는 별로 안 그럴 거 같은데. 함 까봐.


유년기. 그러니까, 학창 시절의 기억.

괴롭힘의 기억이 온몸을 옥죈다. 숨이 막힌 기분이다. 그저 텁텁했다.


뒤늦게 전후 사정을 파악한 시연이 기겁해 손을 뻗었지만,


“채린아.”


이미 설진의 입을 열리고 있었다.

머잖아 다음 말이 튀어나왔다.


“그때는 내가 좀··· 자신감이 없어서. 말을 잘 못했거든.”

‘괜찮아.’

“그렇게 학창 시절을 조금 외롭게 보내고, 바로 회사 들어갔었어.”

‘괜찮아.’


격려하듯 몸을 토닥거렸다.

괜찮아. 그러니까 괜찮다. 괜찮으니까.


이미 극복했다. 한 번 넘어섰다.

과거의 기억이 발목을 붙잡는 건, 원하는 일이 아니다.


“그럼 지금은요?”

“보는 대로 많이 나아졌지. 나 도와준 사람이 두 명 있었거든.”

“오. 누군대요 누군대?”

“그건 비밀. 나중에 더 친해지면 알려줄게.”


손가락을 입술에 가져다댔다.

비밀임을 강조하듯 제스쳐를 취한 후, 슬며시 웃음을 지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시연의 손이 내려앉았다.

그녀는 상황을 정리하듯 박수를 몇 번 치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슬슬 들어가서 잘 준비나 해야지. 좀 있으면 새벽인데.”

“에이, 언니 너무 선생님 같으시당. 조금만 더 놀다가 들어가면···.”

“안되지 안돼. 내일부터 30층 들어가기로 했잖아. 졸리면 큰일난다?”

“히이잉.”


채린은 흐물거리는 미역처럼 몸을 일으켰다.

그와 동시에 들려온 건 찬우의 목소리였다.

그는 가방 속에 촉매제를 집어넣으며 말했다.


“누나가 들어가라고 했잖아. 슬슬 자야지.”

“넌 올라가서도 촉매제나 만질 거잖아. ‘헤헤, 이거 좋당.’ 이럴 거잖아?”

“아니, 봤어? 니가 봤냐고?”

“안 봐도 비디오지. 응?”

“자자, 둘 다 스톱!”


언제나처럼 채린과 찬우가 티격대고.

그것을 말리는 건 시연의 역할이었다.

원래라면 설진은, 그런 그들을 보기만 하는 들러리 역할이었을 테지만,


“누나 말처럼 올라갑시다. 저도 슬슬 졸리네요.”


이번에만큼은, 아니. 앞으로는 달라질 것이었다.

변한 인격과 성정이 설진을 그렇게 만들었다.

인격과 성정을 변화시킨 두 사람이 그렇게 만들었다.


“오빠마저···.”

“전 먼저 올라가 보겠습니다.”


가장 빠르게 계단을 오른 찬우가 모습을 감췄다.

흐물거리는 미역처럼 몸을 비틀던 채린은, 이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안녕히 주무떼여어-.”


그 말을 끝으로 채린 또한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위에서 ‘야, 야 이 배신자 놈아’, ‘먼저 튀면 어카는데’라는 말이 들려온 것은 아마 착각일 것이다.

뒤이어 들려오는 찬우의 목소리를 제쳐두고 설진은 시선을 옮겼다.


스윽-.


밖. 창문 너머 밖.

어둠이 모습을 들이미는 것이, 세상이 정적에 잠긴 것 같았다.


밝은 것이라고 해 봤자 간격을 두고 세워진 등불.

그마저 전부 켜지지 못한 채 간격을 조금 더 두었다.

빛이 들어오는 것이라곤 일부에 불과했다.


그런 등불만을 의존하며 밤거리를 걷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늦게까지 장사하는 사람들도, 슬슬 사람이 없나 싶어 정리하는 상인들도 있었다.


사람들 위에는 빛이.

밤거리의 반대에는 밤하늘이.


초승달과 그 옆 퍼진 별이 보였다. 솔직히 말해, 지구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광경이었다. 기껏해야 시골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 정도려나.


샛노랗게 물든 별들은 마치 조각 같아서, 서로가 서로를 끼워 맞추는 듯했다. 가늘고 긴 별이 축을 중심으로 운하처럼 흐로고, 뭉툭한 별이 맞추듯 이동한다. 그리하여 삼각형을 잘라 만든 오각의 별이 완성됐다.


별이 완성되는 순간, 시연이 입을 열어왔다.


“설진아.”

“네?”

“많이 변했네. 진짜로 많이 변했네.”

“그러게요.”

“내가 물어봤을 때는 아예 기겁을 하던데, 지금은 좀 바뀌었나 봐?”

“누나랑 플라임 덕분이죠.”

“그런가. 그럼 정말 다행히고.”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고,

끝이 있으면 새로운 시작 또한 있듯이.


설진의 암흑기는 종점을 맞았다.

암울했던 시작은 이윽고 끝을 맺었다.


“그때 내가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많이 놀랐어요?”

“진짜 조마조마했단 말야. 당황해서 손 뻗는 걸 봤으려나 모르겠네.”


이제 남은 건 새로운 시작.


“뭐, 다행이 잘 극복한 것 같더라고. 그럼 이제 상처는 없는 건가?”


과거를 전부 청산한 후, 이젠 새로운 마음으로 새로운 시작을 할 때였다.

완성된 별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조각조각 흩어진 별들은, 새로운 모양을 찾아 서로를 떠나 다른 조각을 찾으러 가는 중이다.


“없는 것 같아요.”

“같아요?”

“없네요. 확실히, 없어요.”


같아요도 아니다. 없고, 없었다.

어정쩡한 의미도 아닌, 확신을 담은 말이 바깥으로 튀어나왔다.


“그래, 그래. 없단 말이지.”


시연은 웃으며 그 말을 되뇌었다.

사람의 성장을, 그것도 호감이 있는 사람의 성장을 지켜보는 건 기쁜 일이구나.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게 느꼈다.


“내일이면 30층이지?”

“충분히 쉬었고, 장비도 전부 맞췄으니까요. 준비해야죠.”

“···어렵겠지?”


시연의 입이 잠시 멈칫했다.

30층. 두 번째 에피소드부터는 난이도가 급격하게 상승한다. 한때 인기가 많았던 스페이스 온라인의 유저가 가장 많이 이탈한 구간이었다.


첫 번째 에피소드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절망이 밀려 쏟아진다.

엉키듯, 뒤섞이듯. 몰아치는 것처럼 슬픔이 뇌리를 적신다.


그리하여 절망이라 칭하고,

그리하여 비극이라 칭하는 것이다.


비애는 비애여서 쉽게 바꿀 수 없는 것이고, 슬픔은 슬픔이어서 영원토록 머릿속에 남는 것이다. 마치 트라우마처럼 말이다.


“어렵죠.”


설진은 시연의 말을 부정하지 않았다.

헤임 제국부터 등장하는 적이라던지, 악역의 무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설진 또한 실력에서 밀려 죽었던 적도 존재했다.


“어려운데···.”


다만 그건 게임 속 이야기.


게임이 현실이 되었다. 상황을 만들고 유리하게 이끄는 것쯤이야, 싸움의 판도를 원할 때 뒤집는 것쯤이야.


“불가능한 건 아니에요.”


불가능하진 않을 것이다.

자신이 그렇게 만들 테니까.


밤하늘의 별이 유독 밝아 보였다.


“저 먼저 들어갈게요. 잘 자요, 누나.”

“응, 설진이도.”


내일은 더 밝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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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89화 22.03.03 543 6 11쪽
88 88화 22.02.28 536 6 12쪽
87 87화(주시연) 22.02.27 544 6 12쪽
86 86화 22.02.26 545 6 12쪽
85 85화 22.02.26 538 7 11쪽
84 84화 - end, Spreading yew(3) 22.02.22 552 9 11쪽
83 83화 - end, Spreading yew(2) 22.02.21 532 5 12쪽
82 82화 - end, Spreading yew(1) 22.02.20 552 5 12쪽
81 81화 22.02.19 557 5 12쪽
80 80화 22.02.18 549 6 13쪽
79 79화 22.02.17 546 5 12쪽
78 78화 22.02.14 564 6 12쪽
77 77화 22.02.13 555 5 12쪽
76 76화 22.02.12 569 5 11쪽
75 75화 22.02.11 592 5 12쪽
74 74화 22.02.10 600 6 14쪽
73 73화 22.02.07 583 5 12쪽
72 72화 22.02.06 596 5 12쪽
71 71화 22.02.05 600 5 12쪽
70 70화 22.02.04 637 6 14쪽
69 69화 22.02.03 622 7 12쪽
68 68화 22.01.31 634 8 12쪽
67 67화 22.01.30 642 9 12쪽
66 66화 22.01.29 635 10 12쪽
65 65화 22.01.28 648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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