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g2064_leedong76 80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재능러의 탑 정복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딜1런
작품등록일 :
2021.11.25 23:49
최근연재일 :
2023.01.12 13:44
연재수 :
300 회
조회수 :
209,776
추천수 :
2,319
글자수 :
1,564,721

작성
22.02.22 21:30
조회
551
추천
9
글자
11쪽

84화 - end, Spreading yew(3)

DUMMY

[25층이 클리어되었습니다.]

[10000G를 획득하셨습니다.]


[26층으로 이동하기까지 남은 시간]

[5 : 00]


눈앞에 떠오른 것은 하나의 결말이었고,

또한 다음 이야기의 시작을 알리는 메시지였다.


25층. 플레임 왕국 에피소드가 마침내 끝을 맞았다.

아무 감정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설진은 슬픔을 느꼈고, 비애를 느꼈다.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온갖 감정들이 온몸을 옥죄는 기분이었다.


[4 : 23]


초시계가 줄어들 때마다 감정이 점차 증폭된다.

눈앞에는 플라임이 쓰러져 있었다.

맥박이 뛰고 있는 것을 보니 아직 숨이 붙어 있는 모양이었다.


다만 플라임 자신이 살아있기를 포기했을 뿐.

그래서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플라임의 목숨이 끊어지는 것과는 상반되게 안개는 걷히고 있었다.

새로운 시대라면 새로운 시대일 것이다. 악녀 플라임이 폐위되고 추방되었으니 이제 새 빛이 오리라고 믿는 국민이 생겨날 것이다.


그 빛이, 삼일천하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을 것이다.


‘···수고했어요. 플라임.’


플라임은 노력했다. 왕국을 살라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다만 최악 속에서 행해진 최선이었기에 결과가 나빴을 뿐.

단언컨대 그녀는 성군이었다. 선인이었으며 진정한 왕도를 걸었다.


[3 : 54]


그런 성군조차 어찌하지 못한 왕국이었다.

그 누구도 문제 해결은 고사하고 플라임의 대체재조차 되지 못한다.

오직 플라임이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이다.


여전히 안개는 걷히고 있었다.

걷혔되 설진의 눈에는 더욱 큰 서리를 준비하려는 것으로만 보였다.


눈 한 번 깜빡이기조차 힘든, 자칫 조금만 방심해도 길을 잃어버릴 정도로 큰 안개가 머잖아 닥쳐올 것이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것은 전조 현상.

플라임보다 악한 권력자가 자리를 꿰찬다. 제국에 왕국을 팔아넘긴 쓰레기 같은 야망가들이 지위를 받고 오른다.


힘들어지는 건 결국 국민이었다.

아무리 시위를 해봐야 달라지는 건 없다. 단지 권력자가 바뀔 뿐이었다.


그것이 플레임 왕국 에피소드의 결말이었고,

세 개의 에피소드 중 첫 번째 비애(悲哀)였다.


[2 : 15]


어느새 시간은 반절을 넘어 있었다.

상상으로 만든 몸이 사라져간다. 어둠에 빛이 가려 그 위광이 옅어지듯, 설진이 만들어낸 육체 또한 서서히 스러진다.


[1 : 00]


일 분.

일분이었다. 이제 육십 초만 지나면 다음 스테이지로 이동할 것이다.


설진은 그 시간을 기다렸다. 기다려 보았다.


“···아. 그러고 보니, 있다고 한 것 같은데.”


돌연 목소리가 울린 것은 기적이었을지, 아님 환청이었을지.

모를 일이었다. 하늘 너머 걷히던 안개를 바라보던 설진의 시선이 옮겨갔다.


“그대들은 있다고 했다. 음. 아직 기억에 남아 있군.”


플라임이 일어서고 있었다.


“그대들은 항상 신출귀물했지. 언제나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나타나고, 뜻하지 않게 도움이 되어 주었어. 그렇다면 혹시···.”


풀에 찔려 풀독이 오른 발이 서서히 올라간다.

땅에 손을 짚고 힘겹게나마 일어섰다.


이미 마무리된 이야기 속에서,

절망뿐이었던 이야기 속에서,


“경들은 지금 나를 보고 있는 것 아닌가?”


플라임이 옅은 미소를 보였다.

그녀에게 있어 작금의 말은 억측이었고, 그저 자기 위로를 하기 위한 몸부림이자 발버둥이었지만, 결과적으로 그녀의 말은 사실이었다.


설진은 지금 그녀의 옆에 있었다.

보이지는 않지만 시연 또한 플라임을 지켜보고 있을 것이었다.


“기척이 느껴지지 않는 건 단지 그대들의 능력이거나, 어쩔 수 없이 기척을 남기지 못하는 상황에 부닥쳤다거나. 하하, 이런 것 아닌가?”


말이, 이어진다.


“그렇다면 나는 이런 꼴사나운 모습을 보였단 말인가. 이것 참.”


일으킨 몸이 일자(一字)처럼 뻗었다.

땅을 딛고 다리를 펴며 몸을 일으킨다.


[0 : 30]


남은 시간 삼십 초.

비탄에 젖기만 했던 그녀의 입가가 아른거렸다.

입꼬리가 달을 그리듯 올라가기 시작했다. 숲에 몸을 파묻어 온몸은 부어 있었고, 살갗은 벗겨져 있었지만 얼굴만큼은 미소를 띠었다.


[0 : 15]


“경들, 경들은 나의 이런 모습을 보고 싶지 않겠지?”


[0 : 10]


“그렇다면 웃겠다. 적어도 그대들에게만큼은 웃고 싶다.”


[0 : 05]


“웃으며 헤어지고 싶다. 웃으며 기다리고 싶다.”


웃으며, 다음을 기약하고 싶다.


[0 : 04]

[0 : 03]

[0 : 02]

[0 : 01]


“다음에는 행복하게 웃을 수 있으면 좋겠구나. 그대들과 같이 말이지.”


[0 : 00]


뚝-.


시간축이 어긋나듯.

공간이 뒤틀리듯.


타이머가 0을 가리킨 그 순간, 설진의 시야가 암전(暗轉)되었다.

그가 마지막으로 본 것은.


폴썩-.


웃음을 만들어낸 플라임이 다시금 쓰러지고 마는 장면이었다.

여전히 입가는 초승달처럼 올라가 있었고, 얼굴은 밝아 있었다.

후련한 것 같기도 했다. 아니, 후련이라기보다는 안심한 것 같았다.


마치 이야기의 끝이 정말 끝이 아닌 것처럼.

본편이 막을 내리면 외전이 있듯이.

외전처럼 이어진 플라임의 모습이 짧게나마 막을 내렸다.


[26층에 진입했습니다.]


다음 이야가의 시작이었다.


25층.

플레임 왕국 에피소드, 완(完)


* * *


탑에 들어온 사람은 많았다.

개중에서는 설진, 시연과 같이 랭커에 올랐었던 사람들 또한 존재했다.


예를 들자면 설진, 시연과 같은 파티에 있었던 사람들.


마법사 페이드라거나.

힐러의 역할을 맡고 있었던 유약이라거나.


그런 이들 또한, 탑에 들어와 있었다.


“플라임···?”


유약, 한찬우가 중얼거렸다.

허탈한 듯 보이기도 했다.


알고 있었다. 알고 있던 일을 반복하는 과정이었다.

결말을 알고 비애도 알고 슬픔도 알았지만, 그저 알기만 한 것과 온몸으로 겪은 것은 천지차이였다.


배드 엔딩이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괴로울 정도로.

뚝뚝. 슬프고 슬퍼 눈물이 한 방울 떨어질 정도로.


“···괜찮아. 찬우야, 끝났어.”

“채린아. 그, 그러니까··· 아, 아니. 아는데. 이게 왜···.”

“울어도 돼. 나도 슬퍼. 괜찮아. 그러니까 괜찮아.”


페이드, 강채린이 찬우의 말을 받았다.

위로해주듯 말했다. 괜찮다는 듯 안심시켰다.


‘끝, 났어.’


그러나 겉과는 달리, 속은 혼란으로 점철되어 있었다.


‘끝났는데, 왜 이렇게 슬프지?’


겉은 담담했다. 찬우와는 다르게 눈물이 흐르지 않았다.

하지만 속은 아니었다. 마음이 젖고 심장이 아렸다.

모니터 밖에서 출력되는 텍스트 몇 줄과, 직접 그 세계의 사람이 되어 사건을 겪는다는 건 너무나도 다른 개념이었다.


살면서 두 번째로 느낀 무력감이었다. 채린의 손이 꽉 쥐어졌다.


‘설진과 바니타스가 있었더라면···.’


인원의 필요성을 느꼈다. 현재 채린과 찬우의 직업은 마법사와 사제.

원거리 포지션만 있고 근거리 포지션이 없었다.


선봉에서 적을 몰아붙이던 그들이 없으니 클리어는 힘들었다.

되려 몇 번은 죽을 뻔했었다. 그때마다 살 수 있었던 것은 사제 찬우의 뛰어난 힐링 능력 덕분이었다.


만약 찬우마저 없고 혼자서 탑을 올랐다면?

무조건 죽는다. 다른 건 몰라도 이것 하나만은 확실했다.


‘이제 25층 클리어인가···.’


속으로 생각했다.


25층의 다음 층은 26층.

26층에서 29층 까지는 스토리가 진행되지 않는다.

1, 2, 3층에서 고블린과 오크와 싸우기만 했듯, 의뢰를 수행해 몬스터를 잡고 힘을 조금 더 키울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모험가 등급을 올릴 기회였다.

현재 채린과 찬우의 모험가 등급은 D등급.

최하위는 아니었지만, 최하위에 가까운 등급이었다. 앞의 층에서부터는 모험가 길드의 의뢰를 정상적으로 수주한 후 등급을 올리는 형식의 진행이었다.


‘이걸로 머리를 조금 식힐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채린은 그 상황을 다행이라고 여겼다.

플레임 왕국 에피소드만 해도 이렇게나 힘든데, 거기서 바로 다음 에피소드를 진행한다면 자신은 더 버티지 못하고 부서져버릴 것이다.


시간이 조금이나마 주어진 것이 다행이었다.

최대한 천천히 클리어해나가며 여운을 지울 생각이었다.


“후우. 이제야 조금 진정된 것 같네···.”


옆에서는 찬우가 심호흡을 하고 있었다.

공기를 크게 들이신 그의 얼굴은 여전히 가라앉아 있었다. 다만 아까의 비하면 양반이라고 할 수 있을 터였다.


“채린아. 이제 슬슬 26층을···.”

“알겠어. 그런데 잠시만, 그 전에 확인해 볼 게 있어서.”

“응? 뭔데?”

“파티의 다른 사람들. 있나 확인해보게.”


인원의 필요성.

채린은 시스템 창을 활성화했다.


[친구 찾기 : ]


사제인 찬우를 파티에 초대했을 때 사용했던 방법.

설진과 바니타스에게도 보내려 했지만 실패했던 방법.


-[메인 에피소드에 진입한 플레이어입니다.]


그때 떠오른 메시지를 생각하며 채린의 손가락이 움직였다.


‘이번에는 제발···.’


[유설진(lv.26)]

[바니타스(lv.26)]


“오?”

“있어?”

“있어. 우리랑 같은 층에 있나봐. 26층이야.”

“둘 다 있는 거야? 유설진이랑 바니타스 둘 다?”

“응. 잠시만 기다려봐. 친구 추가 요청 먼저 하고···.”


[‘유설진’ 님께 친구 요청을 보냈습니다.]

[‘바니타스’ 님께 친구 요청을 보냈습니다.]


띠링, 띠링.


알림음과 함께 성공적으로 친구 요청을 보냈다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돌연 채린의 입에서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왔다.


‘여기서도 다시 넷으로 뭉치게 된다면···.’


넷으로 다시 뭉치게 된다면, 이점은 확실히 늘어난다.

채린 - 찬우에게는 전위가 추가되는 것이고,

설진 - 시연에게는 후위가 추가되는 것이다.

그것도 확실히 믿을 수 있을 정도로 든든한 아군이.


그것뿐만이 아니다. 어쩌면 바꿀 수 있을지도 몰랐다.

배드 엔딩을 헤피 엔딩으로 바꿀 수 있을지도 몰랐다.

플레임 왕국 에피소드를 해보면서 알았다. 게임과는 달랐다. 모니터 속이 아닌 실제 현실이어서 행동의 자유도가 높다는 것을.

더 노력하고 최선을 기울인다면 행복한 결말을 끌고 올 수 있으리라는 것을.


‘그리고···.’


채린의 생각이 이어졌다.

전위의 든든함. 자신보다 뛰어난 실력자들의 등장.

그들의 파티에 합류하는 것이다. 이보다 더 완벽한 시나리오는 없으리라 생각했다.


‘이 둘을 불러들인다면 네 명···. 그러니까···.’


왜냐면 이걸로, 이걸로···.


‘나서지 않아도 되는 거야. 이걸로 묻혀갈 수 있어.’


자신은 이 파티에서, 묻혀가듯 흘러갈 수 있을 테니까.

그저 주인공을 돕는 들러리 역할로 묻혀갈 수 있을 테니까.


생각을 마친 채린의 머릿속이 밝아졌다. 사람들 사이에 튀어서, 짓밟혀 본 적이 있는 채린에게는 덧없을 정도로 완벽한 계획이었다.


[‘유설진’ 님과 친구가 되었습니다.]

[‘바니타스’ 님과 친구가 되었습니다.]


[‘유설진, 바니타스’ 님이 당신과 파티를 맺고 싶어 합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예/ 아니요]


직업 스트리머.

정확히는 스트리머‘였’던 채린의 입가가 호선을 그렸다.


움직인 손가락이 예를 향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EX급 재능러의 탑 정복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92 92화 22.03.06 535 6 12쪽
91 91화 22.03.05 521 6 11쪽
90 90화 22.03.04 541 5 12쪽
89 89화 22.03.03 543 6 11쪽
88 88화 22.02.28 535 6 12쪽
87 87화(주시연) 22.02.27 543 6 12쪽
86 86화 22.02.26 545 6 12쪽
85 85화 22.02.26 538 7 11쪽
» 84화 - end, Spreading yew(3) 22.02.22 552 9 11쪽
83 83화 - end, Spreading yew(2) 22.02.21 532 5 12쪽
82 82화 - end, Spreading yew(1) 22.02.20 551 5 12쪽
81 81화 22.02.19 556 5 12쪽
80 80화 22.02.18 549 6 13쪽
79 79화 22.02.17 545 5 12쪽
78 78화 22.02.14 564 6 12쪽
77 77화 22.02.13 554 5 12쪽
76 76화 22.02.12 568 5 11쪽
75 75화 22.02.11 591 5 12쪽
74 74화 22.02.10 600 6 14쪽
73 73화 22.02.07 583 5 12쪽
72 72화 22.02.06 595 5 12쪽
71 71화 22.02.05 600 5 12쪽
70 70화 22.02.04 636 6 14쪽
69 69화 22.02.03 621 7 12쪽
68 68화 22.01.31 634 8 12쪽
67 67화 22.01.30 641 9 12쪽
66 66화 22.01.29 635 10 12쪽
65 65화 22.01.28 647 9 12쪽
64 64화 22.01.27 643 11 12쪽
63 63화 22.01.24 712 9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