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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64_leedong76 80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재능러의 탑 정복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딜1런
작품등록일 :
2021.11.25 23:49
최근연재일 :
2023.01.12 13:44
연재수 :
300 회
조회수 :
209,774
추천수 :
2,319
글자수 :
1,564,721

작성
22.03.05 21:30
조회
520
추천
6
글자
11쪽

91화

DUMMY

“스택 얼마나 쌓였어?”

“열한 번이요!”

“한 번만 더 쌓아줘!”


열 둘.

그 숫자를 강조하며 발을 박찼다.


지면에서 뭉툭한 바위의 감촉이 느껴졌다. 불규칙하게 튀어나와 있는 암석 부분을 지지대 삼으며 튀어올랐다.

두 마리는 시연과 찬우가 붙잡아두고 있으니 마음대로 전면전을 펼칠 수 있었다. 설진은 뛰어오른 몸을 곧이곧대로 와이번에게 향했다.


유의미한 공격을 가하기 위해서가 아닌, 시선을 분산시키기 위한 움직임.

지팡이를 든 채 주문을 외는 듯한 채린이 보였다. 이내 지팡이가 서서히 허여멀게 물드는가 싶더니, 지직-. 번개가 치는 듯한 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와이번의 지척까지 접근한 설진이 검을 휘둘렀다. 스치지도 못한 채 허공을 그은 검짓이었지만, 와이번은 검을 피하는 데 상당수의 신경을 소모했다.


타닥!


벽면 바위를 밟고 내려온 설진이 크게 외쳤다.


“채린아, 지금!”

“에너지 볼트!”


지팡이에서 강렬한 전기가 응집되는가 싶더니, 이윽고 와이번에게 쏟아졌다.

방향을 꺾지도 벽면에 튕기지도 않은 일직선의 공격이었지만, 와이번은 채린의 공격에 노출되고 말았다. 흰빛이 점멸하듯 타올랐다.


“이번에는 진짜로 갈게!”


시선 분산을 위한 움직임이 아닌 마무리를 위한 움직임.

채린에게 말한 설진은 이동을 시작했다. 기민한 발걸음으로 발소리와 기척을 지우고, 왼손에 마력 단검을 만든 뒤 하늘 위로 집어던졌다.


‘이건 보험···.’


생각하며 발을 박찼다. 아까, 와이번이 설진의 공격을 피한 것과 같은 구도.

변화 하나 없는 정직한 공격에 와이번이 몸을 돌렸다.


아니, 정확히는 돌리려 한 순간이었다.


“키에엑!?”


돌연 당황에 찬 괴성이 울렸다.

당연했다. 지금 와이번의 눈은 흑으로 물들어 앞을 볼 수 없을 터이니.


“설진 오빠, 지금!”


에너지 볼트를 열두 번 적중시켜 사용할 수 있는 저주.

망상의 저주(Curse of Delusion)가 모습을 드러냈다. 지팡이에 새겨진 빛이 완전히 꺼진 것을 확인하고선 설진은 검을 들었다.


노리는 곳은 목.

시야가 차단된 적만큼 베기 쉬운 것은 없었다.

설진은 추진력을 얻듯 바위로 된 벽면을 박찼다.


시야를 빼앗는 망상의 저주 지속 시간은 2초.

그 안에 결판을 내야 했다.


[신체 강화(오른손)가 활성화됩니다.]

[다음 공격에 추가적인 마법 공격이 깃듭니다.]

[일시적으로 ‘근력’ 스텟이 1 상승합니다.]


신체 강화를 사용한 설진의 오른손에서 푸른색의 마력이 일렁였다.

곧 터질 것 같이 불안정한 마력은, 곧이곧대로 와이번에게 향했다.

동굴 속에서 울려퍼진 것은 다만 귓가를 찢을 정도로 큰 폭발음이었다.


촤악-!!


살갗을 베어내는 듯한 소리와 함께, 퍼엉-! 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와이번의 목젖에서 시뻘건 피가 흘러내렸다. 정확하게 베어낸 설진의 검은, 신체 강화로 깃든 마법 공격은 와이번에게 경시할 수 없는 내상을 입혔다.


“아직-.”


여기서 끝낼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와이번의 생명력은 질긴 편이었다. 확실히 해둘 수 있을 때 죽여두지 않으면 또다시 비행해 설진 파티를 귀찮게 할 가능성이 농후했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푸른 단검과 함께, 설진의 후속타를 준비했다.

단검은 등을, 설진의 검은 배를.

슈욱! 배에서부터 관통된 날붙이가 등을 꿰뚫고 삐져나왔다. 생선 가시를 바르듯이 배에서부터 사타구니까지 검을 내리그었다.


키에에에에!!!


이윽고,


콰앙!!


이 미터에 다다른 와이번의 거체가 땅으로 추락했다. 완전히 숨통이 끊어졌음을 확인한 설진이 빠르게 호흡을 골랐다.

아직 끝난 것이 아니었다.

셋 중 하나를 죽였을 뿐, 아직 둘이 남아 있었다. 채린 또한 그것을 인지했는지 곧바로 시연과 찬우 쪽을 지원하고자 마력을 발산했다.


“일단 하나 잡았어요!”


그리 말하며 설진이 튀어올랐다. 노리는 곳은 왼쪽. 찬우를 견제하던 와이번이었다. 채린의 서포팅도, 찬우의 원거리 지원도 받지 않은 상태로 와이번의 거체를 향해 뛰어나갔다.


마치 와이번의 공격을 그대로 맞아주겠다는 것처럼.

할 수 있으면 얼마든지 공격을 가하라는 것처럼.


키에에!!


그 도발적인 움직임에 화가 난 것인지, 와이번이 발톱을 치켜들었다.

사람 엄지만한 크기의 날렵한 발톱이 찢어발기겠다는 양 설진을 향했다.

설진은 검을 들었다. 들고서 발톱이 아닌 배 부근을 노렸다. 짓쳐오는 와이번의 공격을 무시하고서 촤악-! 배 부근에 커다란 상처를 입혔다.


정작 설진을 받아치고자 발톱을 치켜들었던 와이번은.


“리플렉션(reflection).”


허무하리마치 쉽게.

시연의 고유 스킬인 리플렉션으로 인해 데미지를 그대로 돌려받았다.


“후.”


공중에 체류하고 있던 설진의 몸이 서서히 아래로 내려갔다.

그러던 도중, 설진의 머리 옆으로 무언가가 스치듯이 지나갔다.


파직! 파지직-!


에너지 볼트.

채린의 본질이자 저주의 기초가 되는 전격이 와이번에게 쇄도한다.

얼핏 본 것만 하더라도 다섯 개. 아니, 여섯 개였다.

그대로 몸이 구워진 와이번이 추락했다. 그 추락의 지점에 맞춰 자리를 잡고 있었던 시연은, 망설임 없이 든 대검을 휘둘렀다.


촤아아악-!!!


피가 뿜어졌다. 목이 깔끔하게 베어지는 것과 동시에 놈의 목숨이 끊겼다.


“하나 남았어! 애들아! 그리고 채린인 이쪽으로!”


파티원을 격려하듯 소리쳤다. 붙으라는 시연의 말을 들은 채린은 빠르게 블링크(Blink)를 사용했다.

몸이 점멸하듯 번쩍이며 순식간에 시연의 곁으로 이동했다.

키에!!! 채린이 있었던 자리에는 마지막으로 남은 와이번이 있었다. 근접전에서 비교적 최약체로 보이는 채린을 노리려던 작정인 듯싶었다.


그러나 결과는 실패.

시연의 빠른 콜로 와이번의 공격은 실패로 돌아갔다.


“와, 위험했다, 위험했어어~.”

“내 뒤로 딱 붙어. 하나 남았으니까, 이제 저것만 마크하면 그만이야.”

“네! 언니 덕분에 살았어요!!”


그 말을 끝으로 채린은 다시 영창을 시작했다. 에너지 볼트를 영창할 때 드는 마력은 적었지만, 시간은 꽤 걸리는 편이었다.

저주로 이루어진 연계 때문이었다.

채린의 고유 스킬인 ‘저주의 발자취’는 초급 마법에 시전 시간이라는 리스크를 부여하는 대신 스택이라는 리턴값을 만드는 효과를 가지고 있었다.


채린이 선택한 초급 마법은 에너지 볼트.

공격력은 약하나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는 장점을 가진 마법이었다.

채린은 이 에너지 볼트에 시전 시간이라는 리스크를 부여, 대신 스택이라는 이름의 리턴을 부여받았다.

명중 횟수만큼 대상에게 강력한 저주를 새기는 형식의 마법인 스택을.


“에너지 볼트!”


두 개의 볼트가 마지막 와이번을 향해 쇄도했다.

찌릿!! 하나는 맞췄지만, 하나는 빗나간 모습.

채린은 실망하지 않았다. 애초부터 공격이 목적이 아닌 공격이었다.


진짜 목적은 바로-.


“설진 오빠! 찬우야!”


둘의 마무리를 지원하기 위함.


“슬로우(slow).”


감속을 건 찬우의 손바닥이 반짝거렸다. 샛노란 빛이 목표를 투과해 지나쳤다.

눈에 띌 정도로 느려진 와이번을 상대로, 암살자의 일격이 날아들었다.


[신체 강화(오른팔)가 활성화됩니다.]

[근력이 증가합니다.]

[일시적으로 ‘근력’ 스텟이 1 상승합니다.]


오른손이 아닌 오른팔에 부여한 신체 강화.

그에 따라 마법적인 공격이 아닌, 단순 근력이 상승했다.

공격적인 부분으로 따지면 오른손에 부여한 것이 훨씬 낫지만, 푸른 마력이 퍼지고 퍼져 쉽게 노출된다는 단점이 있었다.


그러나 오른팔은 다르다. 신체 강화를 발동해도 겉으로 드러나는 변화는 없었다. 그저 근력 하나만을 증가시키는 것에 목적을 둔 스킬이었다.

그러므로,


[참살이 활성화됩니다.]


기습에 덧없이 알맞은 효과를 볼 수 있었다.


늘어난 근력. 다가온 기습의 찬스.

설진의 발걸음이 가빠진다. 에너지 볼트와 슬로우로 견제당해 머뭇거리고 있는 와이번을 향해, 정확히는 심장을 향해 검을 내찔렀다.


푸욱!!


그걸로 끝이었다.

심장이 꿰뚫린 생명체는 살아남을 수 없었다.

적어도 와이번에게는 해당되는 말이었다. 저항도, 반항도 하지 못한 채 와이번은 쓰러졌다. 바닥에 추락한 놈의 거체가 허무히 낙하한다.


[27층이 클리어되었습니다.]

[10000G를 획득하셨습니다.]


이걸로, 두 번째 의뢰 클리어.

중얼거린 설진이 검을 털었다. 벽면에 묻은 피가 거센 그림을 그렸다.


밝은 표정으로 다가오고 있는 시연을 보고서 손을 흔들었다.


* * *


[C등급이 되었습니다.]

[잔여 스킬 포인트를 1 획득했습니다.]


모험가 길드로 귀환하자마자 떠오른 메시지였다.

잔여 스킬 포인트. 한 층을 오를 때마다 받은 잔여 스텟 포인트와 비슷한 어감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었다.


‘스킬 포인트라···.’


설진이 신체 강화를 3레벨로 만들었듯.

그리하여 신체 강화를 사용할 때마다 추가적인 스텟 포인트를 얻을 수 있었듯.


잔여 스킬 포인트는 이 스킬 레벨에 기여했다.

언제, 어디서나 원할 때 딱 한 번 스킬 레벨을 올릴 수 있는 기회.


‘일단 상태창부터.’


설진은 상태창을 열었다.

27층으로 꽤 바뀐 상태창이 모습을 드러냈다.


[유설진(lv.27)]

[직업 : 도적]

[보유 스킬 : 기민한 발걸음, 암습, 학살, 신체 강화, 함정 해체, 마력 단검, 차분한 마음, 참살.]

[장비 스킬 : 은신]

[장비 고유 스킬 : 구천을 떠도는 혼의 염원은 바람이 되어 흩날리고]

[체력 : 18(+5) 근력 : 14(+2) 민첩 : 29(+10) 마력 : 23]

[잔여 스텟 포인트 : 3]

[잔여 스킬 포인트 : 1]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 잔여 스킬 포인트.

설진은 보유 스킬 칸을 중점적으로 살폈다. 이왕 올릴 거라면, 최대한 효율적인 쪽을 고르고 싶었다.


‘음.’


기민한 발걸음, 압습, 함정 해체, 마력 단검, 참살이 2레벨.

학살, 차분한 마음이 1레벨.

그리고 설진이 즐겨 쓰는 신체 강화가 3레벨이었다.


‘역시 아직 낮나.’


아직 30층도 오르지 못했다.

스킬 레벨이 비교적 더디게 성장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자주 쓰면 오르기는 할 텐데.’


최근 들어 스킬 레벨이 올랐다는 시스템 메시지를 본 적은 거의 없는 것 같았다.

설진은 턱을 짚고서 몇 번 고민하다가, 이내 상태창을 닫아버렸다.


‘···지금 말고 나중에 투자하자.’


잔여 스텟 포인트와 같은 개념이었다.

잔여 스킬 포인트도 언제나 원할 때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였다.


그렇다면 전체적으로 스킬 레벨이 낮은 지금보다, 어느 정도 스킬 레벨이 올랐을 때 사용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터였다.

물론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설진은 애써 상태창을 닫았다.


‘일단은···.’


방금 막 의뢰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돌아왔다.

성공에 대한 여운을 즐기기도 싶고, 쉬고도 싶었다.


‘조금 쉴까.’


휴식을 결정한 몸이 서서히 움직였다.


[28층에 진입했습니다.]


30층, 새로운 스토리 모드가 시작되기까지 남은 층은 두 개.

그것을 생각하며 올라갔다. 마음은 점차 정리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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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87화(주시연) 22.02.27 543 6 12쪽
86 86화 22.02.26 545 6 12쪽
85 85화 22.02.26 538 7 11쪽
84 84화 - end, Spreading yew(3) 22.02.22 551 9 11쪽
83 83화 - end, Spreading yew(2) 22.02.21 532 5 12쪽
82 82화 - end, Spreading yew(1) 22.02.20 551 5 12쪽
81 81화 22.02.19 556 5 12쪽
80 80화 22.02.18 549 6 13쪽
79 79화 22.02.17 545 5 12쪽
78 78화 22.02.14 563 6 12쪽
77 77화 22.02.13 554 5 12쪽
76 76화 22.02.12 568 5 11쪽
75 75화 22.02.11 591 5 12쪽
74 74화 22.02.10 600 6 14쪽
73 73화 22.02.07 583 5 12쪽
72 72화 22.02.06 595 5 12쪽
71 71화 22.02.05 600 5 12쪽
70 70화 22.02.04 636 6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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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68화 22.01.31 634 8 12쪽
67 67화 22.01.30 641 9 12쪽
66 66화 22.01.29 635 10 12쪽
65 65화 22.01.28 647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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