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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64_leedong76 80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재능러의 탑 정복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딜1런
작품등록일 :
2021.11.25 23:49
최근연재일 :
2023.01.12 13:44
연재수 :
300 회
조회수 :
209,795
추천수 :
2,319
글자수 :
1,564,721

작성
22.02.20 21:30
조회
551
추천
5
글자
12쪽

82화 - end, Spreading yew(1)

DUMMY

[25층에 진입했습니다.]

[25층은 스토리 모드입니다.]

[플레이어의 상태창이 모드에 적용되지 않습니다.]

[목표 : 스토리를 끝마치십시오.]


[에피소드의 마지막 스테이지입니다.]

[빙의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관전자 모드로 시점이 변경됩니다.]

[임의의 장소로 이동합니다.]


몸이 없다.

육체가 없다.

있는 거라곤 생각할 수 있는 정신 하나.


그저 끌려다니기만 하는 마지막 스테이지가, 이윽고 모습을 드러냈다.

뭐 하나 나아진 것 없이 결말을 맞이한다.


발단도, 전개도, 위기도, 절정도.


모두 자신이 했고, 자신이 일구었으며 자신이 행한 것들.

그리하여 결말이 완성됐다. 머릿속이 어두워진 느낌이었다.


임의의 장소라곤 하지만 대략 예측이 갔다.

시위가 일어나고 있는 장소와 왕녀가 있는 곳. 그리고 시위를 통한 왕국의 대격변과 제국의 침범을 통한 협정.


모두 앞으로 있을 사건들이었다.

눈을 감았다. 감기지 않았다. 감았다는 기분이 들지 않는 것 같기도 했다.


[이동을 완료했습니다.]


좀 감겨라.


[시야가 활성화됩니다.]


···시발.


* * *


시작은 어느 모험가들에 관한 이야기였다.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 어머니의 병을 고치기 위해 모험가가 된, 흔해 빠진 사연이었으나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모험가들.


란과 린.

남자 쪽이 동생이고 여자 쪽이 누나였다.

둘 다 S급 모험가에 도달한 최정상급 모험가들이었다.


그리고,


“누나, 도망쳐.”

“란!”


이미 죽어버린 모험가들이었다.


“이제 난 못 뛰어. 걸을 수도 없고. 둘 다 죽는 것보단 하나라도 사는 게 나아.”

“그렇다면 네가 살아야지! 내가 맞으려던 걸 대신 맞은 거잖아! 네가 사는 게 맞잖아! 빨리 일어나! 뛰어야지! 살아야지! 내가 시간을 끌 테니까···.”


상황은 급박했다.

드래곤의 숨결을 구하기 위해 드래곤에게 도전했으나 패하고 말았다.

지금 보이는 건 도주의 상황.

개중에서도 드래곤의 공격에 맞아 쓰러지는 장면이었다.


린에게 날아드는 드래곤의 공격을 란이 대신 맞았다.

암살자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기동성을 잃은 순간이었다. 다리를 다친 란은 그 자리에서 쓰러져 더 이상 움직이지 못했다.


“그러게, 누나한테 가던 공격이었네.”


란이 중얼거렸다. 린에게는 들을 수 있을 정도의 음성이었다.

금방이라도 각혈(咯血)할 것 같은 목을 억누르며 말을 이었다.


“근데 어쩌겠어 누나.”


쓰러진 고개를 애써 들었다. 다리는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움직이는 거라곤 손가락 몇 마디 정도. 이젠 무언가를 던질 힘도 기어나갈 힘도 없었다.


란은 도망갈 수 없었다.

그리하여 그저 입을 열었다. 린의 안색이 머잖아 새파래졌다.


“내가 맞아버렸는데.”

“아, 아니··· 아니, 야. 내가 맞았어야 했던 공격이잖아! 내가 죽고 네가 살았어야 했잖아! 그런데, 그런데 왜!”

“가족이잖아.”

“가족이 왜!”

“가족끼리는 서로 돕는 거라고, 엄마가 가르쳐줬잖아.”


쿨럭-.


억눌렀던 목이 한계를 맞았다.

입밖으로 피가 튀어나왔다. 절로 표정이 찡그려졌다.


“란!”

“내가 노려졌으면, 누나가 대신 맞았을 거잖아···.”

“···.”

“그러니까 괜찮아. 괜찮, 아. 괜찮으니까···.”


쿨럭! 쿨럭-!


“살아야-.”


뚝.


피가 억수처럼 흘러나왔다. 둥지 안이 핏물로 젖어간다.

생명이 끊어지는 소리가 쉴 새 없이 귀를 두들긴다. 심장이 멈추는 소리가 여기까지 전해지는 것 같았다. 피는 여전히 흘러내리고 있었다.


“아-.”


란이 죽었다.

그 사실을 증거하는 것은 단지 앞에 보이는 시신이었다.


린의 얼굴이 하염없이 이지러졌다. 눈앞이 붉게 변했다. 목에서는 이유 모를 함성이 줄기차게 뻗어져 나왔다.


앞이 흐렸다.

잘 보이지 않았다. 동굴 안에서는 고함만이 울리고 있었다.


목이 찢어지라 고함을 질렀다. 든 방패와 대검은 이미 놓아버린 지 오래였다.

머릿속에서는 살아남으라는 란이 목소리가 재생된다.

그것 하나만을 들으며 달린다. 달리고, 달리고, 달리고 또 달린다.


못다한 채 끊긴 목소리 하나만을 의지하고서 달린다.

목이 쉰 것 같았다. 성대가 내보내는 건 담뱃재 같은 목소리였다.

뚝. 뚝. 낙하하듯 쏟아지는 눈물은 유수(流水)인 양 흘렀다.

멈출 틈 없이 바닥으로 떨어진다. 피와 눈물이 섞이자 적색이 옅어졌다.


두 명의 모험가 중 하나가 죽었다.

하나가 살고 하나가 죽었다. 하나 대신 하나가 죽었다.


시간이 조금 더 흘렀다.

하나 대신 살아남은 하나가 죽었다.

흐드러지다 못해 훼손된 시신이 한 장의 서류에 올랐다.


* * *


전쟁이 일기 전에는 전조가 발생하기 마련이었다.

플레임 왕국도 똑같았다. 왕국이 받은 전조는 왕국 수도와 중요 거점에 숨어든 암살자들이었다.


헤임 제국의 암살자들.

전에 레임니스를 암살하기 위해 보냈던 암살자들의 수준과 비슷했다.

개중에서도 레임니스의 방에서 비수를 던지던 암살자와 똑같은 직급이었다.

설진에게 있어 쉽지는 않지만 이기는 게 불가능하진 않은 수준.

딱 그 정도였다.


하나면 이기고, 둘이면 힘겹게 이기고, 셋이면 사지를 희생해서 이길 수 있다.

넷이면 승부가 나지 않았고 다섯이면 필패였다.


그렇다면, 여섯은?


“커, 헉.”

“로반델트 가문도 이제 막을 내렸나. 뭐, 발버둥치느라 수고했다.”


루이의 가슴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분수처럼 용오름치던 피가 하늘을 향해 올라가더니, 이내 땅으로 가라앉았다.


“빌어, 먹을.”


여섯 중 다섯을 죽였다.

그러나 하나를 죽이지 못해 당했다.


몸은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만신창이가 되었으며, 앞은 흐려진 지 오래다.

왼쪽 눈이 보이지 않았다. 오른쪽 팔에서 감각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 상태에서 가슴을 찔렸다. 움직일 수 없는 것이 당연했다.


숨이라도 붙어 있는 것 자체가 기적일 지경.

눈앞에서 비웃는 암살자를 똑바로 바라볼 수 없었다. 무릎을 꿇은 상태였던 루이의 몸이 기울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럼, 잘 가라.”


암살자의 냉혹한 말이 서리처럼 파고들었다.

이윽고 짧은 단도가 루이의 목에 향하는가 싶더니,


팅-!


“이, 이 찢어 죽을 새끼들이!”


머잖아 가로막혔다.

가로막힌 수준으로 끝난 것이 아니다.


급작스레 튀어나온 대검이 곧바로 암살자의 머리를 노렸다.

대응할 수 없었던 암살자는 그대로 목숨을 잃었다.


릴리에 로엘리아. 대검을 회수한 그녀의 발걸음이 가빠졌다.

다급한 표정으로 루이에게 향했다.


“루이! 루이! 정신 좀 차려봐!!”

“릴, 리에.”

“나 여기 있어! 여기 있다고! 암살자는 전부 죽였고! 이제 없어! 수도에 숨어든 놈들도 모두 죽였다고! 그러니까 정신 좀 차려봐!”

“미안, 나 이제 못 버, 틸-.”

“말하지 마! 말하지 말라고!”


한없이 욕지거리를 내뱉은 릴리에가 루이를 들어 올렸다.

한시라도 빨리 치료받아야 했다. 살려야 했다.


“조금만 참아! 제발! 제발!”


금방이라도 질주할 기세로 자세를 잡았다.

그 순간이었다.


“···!”


돌연, 루이의 동공이 확대됐다. 놀란 것 같기도 했다.

이어 입이 열렸다. 다급하다 못해 긴박한 듯 보였다.


“릴리에- 커, 억. 두, 뒤!”

“이런 씨발···.”


쿨럭-.


루이가 피를 토해냄과 동시에,


팅!


릴리에는 겨우 공격을 막을 수 있었다.

들려온 쇳소리가 자못 무거워 보였다.


“썩어도 귀족은 귀족이라는 건가. 이것 참. 골치 아프군.”

“여섯이 모두 당했습니다. 수도 쪽도 꽤 많이 죽었어요!”

“쯧. 전력 손실이 너무 크다. 이대로라면 수인 쪽이 위험할 텐데···.”


한창 모를 말을 중얼거리던 남자가 검을 들어올렸다.

그대로 비스름하게 돌려 릴리에를 향해 겨눴다.


비단 남자뿐만이 아니었다. 얼추 봐도 열은 넘어 보이는 암살자들이 일제히 둘을 향해 무기를 겨누고 있었다.


포위망이 좁혀들기까지는 금방이었다. 한순간에 둘러싸인 형태가 된 릴리에가 침음을 흘렸다.


그러나 내색할 수는 없는 노릇.


“루이, 조금만 참아. 금방 죽이고 올 테니까.”


안심시키듯 속삭인 목소리가 루이의 귀에 꽃혔다.

루이를 내려놓았다. 무거웠던 몸이 한순간에 깃털처럼 가벼워졌다.


그러나 릴리에의 상황도 썩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수도에서 곧바로 온 탓이었다. 만신창이인 것은 똑같았다.

루이보다 조금 더 낫다고 할 수준이지, 지친 건 별반 다르지 않았다.


루이가 상대하던 암살자들보다는 수준이 낮더라도, 무려 열 명이나 되는 숫자였다.

아무리 릴리에라도 전부 죽이기란 힘들었다.


죽이기는 고사하고 도망치는 것조차 불가능할 정도.

그만큼 가능성은 낮았다.


‘이렇게 된 이상··· 데려갈 수 있을 만큼···.’


릴리에의 생각이 한순간에 전환된다.

살아남을 수 없음을 깨달은 그녀의 머리가 빠르게 판단을 내렸다. 가망 없는 도주를 택할 바에야 차라리 이곳에 있는 암살자들을 최대한 줄이는 게 나았다.


‘데려간다···!’


끝까지 싸우리라고. 죽어도 악착같이 저항하고서 죽으리라고.

팅! 파도처럼 밀려오는 공격을 릴리에는 막았다. 막고, 막고, 공격하고.

그렇게 숫자를 줄여나갔다. 열 중 둘을 죽였을 때였다.


“가만히 있어. 이 놈, 베어버리기 전에.”

“이, 이. 비겁한 새끼가···.”

“그대로 무기 내려놔. 죽여버리는 수가 있어.”


릴리에에게 인질이 생겼다.

루이라는 인질이.


아무리 죽음을 각오하련들 자신이 아닌 타인의 목숨이었다.

친애하기 그지없던 친구의 목숨이 내걸렸다. 절로 움직임이 멎었다.


머잖아 루이의 목에 겨누어진 칼이 예기를 뿜었다.

릴리에의 행동히 일제히 멈췄다. 손에서 무기를 놓으려던 순간이었다.


“쿨럭-. 인, 질? 내가 인질이라고?”


돌연 루이의 입에서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개, 소리하지 마라.”


냉혹한 눈빛으로 암살자들을 전부 훑더니,

쿨럭-. 이내 입속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오른쪽 눈 또한 스르륵 감겼다.


루이 로반델트의 명이 끊어졌다.


“미, 친 새끼. 혀를 깨물어 자살해? 이거 진짜 독한 놈이로군···.”

“루이! 루이! 루이이이!!!”

“이런···. 빨리 남은 놈들끼리 둘러싸! 전부! 지금 여기서 죽여놓지 않으면 우리가 죽는다!”


릴리에의 몸이 격렬하게 흔들렸다.

손에서 방패를 놔버렸다. 남은 것은 대검 하나뿐이었다.


한 손으로 잡던 대검을 두 손으로 잡더니,

이윽고 암살자들에게 휘둘렀다. 한 번 휘두를 때마다 암살자들의 생명이 점차 꺼져나갔다.


“크읏! 쉽사리 접근할 수가···!”

“죽어! 죽으라고!! 이 찢어 죽일 새끼들아!”

“공세가 아닌 수세를 취한다! 놈의 체력도 얼마 안 남았어!”


그렇게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그리고, 여덟.


“너, 이 새···.”

“죽, 어-!”


릴리에는 열 명의 암살자들을 전부 죽였다.

촤악-! 마지막으로 박아넣은 대검을 회수하며 몸을 일으켰다.


아니, 일으키려 했었다.


털썩-.


쓰러지는 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손가락이 베였고 무릎에 칼이 꽂혔으며 배에는 독이 발려 쓰라린 고통이 느껴지는 중이다.

왼쪽 어깨에는 검날이 박힌 채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아까의 루이처럼, 움직이는 것 자체가 기적일 지경.


흐릿하다 못해 이지러지고 있는 시야 하나만을 의존하며 손을 더듬거렸다.


“아.”


그러나 잡히지 않았다. 아무리 손을 뻗어도 루이의 발조차 닿을 수 없었다.


“루, 이.”


다리는 망가질 대로 망가져 기어가기도 힘들었고,

눈 또한 점차 어두워지고 있었다. 어쩌면 지금 보고 있는 것조차 환상일지도 몰랐다.


“미안해. 미안, 해.”


처절하게 올렸던 고개가 다시 내려간다.

뚝. 실이 끊기듯 망가지는 소리가 사방을 울렸고, 그건 릴리에에게 들리지 않을 소리였다.


왕국을 침략하려던 암살자는 전부 죽였지만,

침략 전 나타난 전조 현상은 전부 없앴지만,


아직 제대로 된 전쟁이 일어나기도 전에, 왕국은 인재를 잃고 말았다.

명문가의 암살자와 기사를.


하늘에는 여전히 안개가 만개(滿開)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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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86화 22.02.26 545 6 12쪽
85 85화 22.02.26 538 7 11쪽
84 84화 - end, Spreading yew(3) 22.02.22 552 9 11쪽
83 83화 - end, Spreading yew(2) 22.02.21 532 5 12쪽
» 82화 - end, Spreading yew(1) 22.02.20 552 5 12쪽
81 81화 22.02.19 556 5 12쪽
80 80화 22.02.18 549 6 13쪽
79 79화 22.02.17 546 5 12쪽
78 78화 22.02.14 564 6 12쪽
77 77화 22.02.13 554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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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75화 22.02.11 592 5 12쪽
74 74화 22.02.10 600 6 14쪽
73 73화 22.02.07 583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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