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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64_leedong76 80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재능러의 탑 정복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딜1런
작품등록일 :
2021.11.25 23:49
최근연재일 :
2023.01.12 13:44
연재수 :
300 회
조회수 :
210,103
추천수 :
2,319
글자수 :
1,564,721

작성
22.03.11 21:30
조회
499
추천
5
글자
12쪽

95화

DUMMY

“그··· 제가 길을 잃은 것 같은데, 도와주실 수 있나요?”


요컨대, 헤임 제국과 수인들은 ‘공존’하고 있었다.

저번에 엘리나에게서 들었던 마르쿤이라는 도시도.

지금 길을 잃은 수인이 있는 넬슈크라는 제국의 수도도.


모두 수인과 연결되어 있었고, 수인과 인간이 서로를 도우며 살아가고 있었다.

인간은 지식으로, 수인은 힘으로.

기본적으로 수인은 인간보다 강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마법을 사용할 수는 없지만 강력한 신체 능력을 바탕으로 운반 업무에 적합했다.


이를 토대로 인간과 수인은 집이나 가게 같은 건물을 합작해서 만들고, 때로는 수인들이 입주해서 살아가기도 한다.

그리하여 넬슈크라는 수도가 만들어진 것이다. 많다고는 할 수 없지만, 지금 주변에 보이는 집 중 몇 개 정도는 수인이 사는 거처일 것이다.


다만 문제랄 것이 있다면-.


[목표 : 길을 잃은 수인을 교회로 안내하십시오]


동맹 관계를 망가뜨리려는 세력이 존재한다는 것이고,

지금부터 설진 파티는 그 세력을 향해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공격이 목적이 아닌, 안내를 목적으로.

그것도 수인 노예 시장을 비공식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교회를 향해서.


“우리 꼬마 아가씨, 이름이 뭐야?”


설진이 아무런 반응이 없자 시연이 나섰다.

그녀는 최대한 밝은 표정을 지으며 수인 곁으로 다가섰다.


“루루에요. 루루. 같이 온 아저씨들이 있었는데, 헤어져 버려서···.”


루루라고 자신의 이름을 밝힌 수인의 머리에는 귀가 쭝긋이 나 있었다.

토끼를 연상케 하는 귀. 모험가 길드에서 본 수인과 비슷한 부류인 것 같았다.


“같이 온 아저씨들이 있었는데, 헤어졌다-. 혹시 아저씨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려줄 수 있을까?”

“저랑 비슷하게 생기신 분들이에요. 귀가 이렇게, 머리에 나 있고 여기 엉덩이 쪽에··· 둥그런 꼬리가 있어요.”


방금의 대화로 설진이 알아낸 건 둘.

루루라는 소녀와 같이 온 사람들이 있으며,

그들은 모두 수인이라는 것.


덜 여문 입술을 오므리며 부들부들 떨고 있는 루루가 보였다.

단발처럼 내려온 머리카락이 양쪽 귀를 감쌌다. 끝 부분이 움푹 들어간 것이 긴장하고 있음을 알리는 듯했다.


“그래? 그렇구나.”


시연은 루루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뒤를 돌아보았다.

본 쪽은 설진.

설진은 잠깐 말이 없다가, 이내 고개를 까닥였다.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 아닌 어쩔 수 없다는 느낌이 강해 보였다.

정말로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이번 층의 클리어 조건은 안내였으니까.


‘이걸 시작으로 사건이 터질 텐데.’


순순히 교회로 안내한다면 일어날 일은 뻔했다.

이용할 터였다. 그들은, 그렇게 교육받고 자랐으니까.

설진의 표정이 급속도로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진퇴양난이었다.


수인을 교회에 데려다 주지 않으면 층의 클리어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데려다 준다면 눈앞의 소녀는 좋지 못한 꼴을 당한다.


“루루.”


머지않아 시연의 입이 열렸다. 설진이, 채린이, 찬우가 뒤에서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그녀는 천천히 입술을 땠다. 선홍빛 입술이 조각조각 말을 뱉었다.


“그럼-. 교, 회로 데려다 줄까?”


겉으로는 상냥한 듯했다.

다만 문장이 끊기듯 엉켰다.

멈추지 말아야 할 곳에서 멈추었고, 쉬지 말아야 할 곳에서 쉬었다.


시연 또한 작금의 상황이 여의치 않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하기야 눈앞 소녀를 불구덩이에 대던지는 것이나 다름없는 일일진대.


“아, 네! 부탁드려요! 교회는 좋은 곳이라고 배웠어요!”


한편 루루의 얼굴에는 곧바로 미소가 새겨졌다.

말투에서 전해져 오는 안심의 감정이 설진에게까지 미치는 것 같았다.


쿡쿡.


심장이 찔리는 듯한 감각을 애써 무시했다. 대신 아까 하려던 것을 계속했다.

루루라는 수인의 겉모습을 최대한 눈에 집어넣었다.

눈에 띄는 특징은 없는지, 머리스타일은 어떠한지, 얼굴은 어떤 인상인지 등 겉에서 알 수 있는 정보란 정보는 전부 기억했다.


‘34층까지 뭘 시키려는지 알 것 같군.’


자신의 손으로 위험에 처하게 만들고, 자신의 손으로 구한다.

악역도 이런 악역이 없었다. 파도처럼 밀려오는 감정의 격류를 애써 치워버린 설진은 시연과 함께 앞으로 나서 루루의 안내를 자처했다.


교회가 어디에 있는지는 알고 있었다. 게임에서는 플레이어의 편의를 위해 지도를 지급했고, 설진은 그 지도를 꿰고 있었으니까.

무엇보다 시스템 메시지에 화살표가 나타나기도 했고 말이다.


설진과 시연이 루루의 안내를 자처하는 동안, 뒤에서는 채린과 찬우가 오묘한 얼굴을 한 채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야, 찬우야. 이거···.”

“나도 알아. 그런데 어쩔 수 없잖아. 여, 여기서는 설진이 형 말대로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 다시 구한다는 생각을 하고서···.”


소곤소곤 말하고는 있지만, 굳이 감출 생각은 없어 보였다.

루루에게는 안 닿을 정도로. 그러나 설진에게는 충분히 전달되는 음량이었다.


“그렇긴 하지··· 그래, 뭐. 어쩔 수 없는 거겠지.”

“···.”


몇 마디 말이 오가다, 채린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이야기는 종료됐다.

넷의 심란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루루는 안심에 찬 표정을 하며 거리를 걷는 중이다.


“참, 교회는 어떤 곳이에요?”


돌연 던져진 질문.

설진은 잠시 침묵하다가, 이윽고 정리되었는지 입을 열었다.


“신을 믿는 사람들이 있는 곳. 종교 중 하나라고 생각하면 돼.”

“신을 믿는 사람들··· 그럼 다 착한 사람들이겠네요? 신을 믿으시니까··· 신도 사람들을 믿으실 거 아니에요? 착한 사람들이죠?”

“착한 사람도 있기는 한데, 조금은 달라. 아, 조금 쉽게 풀어 말하면 소원을 비는 곳이라고 할까.”

“소원이요?”

“루루, 달에 소원 빌어본 적 있지?”


인간의 날에 기념일과 기일이 있듯이, 수인에게도 그런 날은 있었다.

개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것은 보름달이 떠오를 때.

자세한 전통은 잘 알지 못하지만, 보름달이 떠올랐을 때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구전이 내려오고 있는 곳이 바로 수인족이었다.


“아! 네! 빌어본 적 있어요!”

“그때 달이 루루한테 소원을 빌어본 적은 있을까?”

“아, 니요? 달님의 목소리는 들어본 적 없는 것 같아요.”

“그거랑 교회랑 비슷한 거야. 루루가 소원을 비는 것처럼 인간들 또한 소망하는 바가 있어 기도하는데, 달과 신은 대답조차 들려주지 않지.”


종교는 신을 믿는 곳일 뿐.

보다 정확히는, ‘신’이라는 가상의 존재를 만들어 의지하는 곳일 뿐.

적어도 헤임 제국의 세계관은 그랬다. 교회의 본질을 자세하게 조사한 적은 없어 틀린 정보일 수도 있겠지만, 게임에서 묘사한 바로는 그랬다.


“···저는, 잘 모르겠어요.”

“미안해. 어려운 얘기를 했네.”

“아, 아뇨! 재밌었어요! 지금은 잘 모르겠지만, 여기서 나눈 이야기는 평생 기억할게요. 어른이 되면 기억을 꺼내 이해해볼 거에요!”


루루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설진은 심심한 사과의 말을 건넸다.

그런 설진을 보고서 루루는 반색하더니 최대한 긍정적으로 화답했다.


그러면서 말하기를,


“저는 기억력이 좋거든요!”


천진난만하게 웃었다.


수인, 그중에서도 몇몇은 특이한 능력을 가진 경우가 있었다.

굳이 명칭을 붙이자면 이례귤러라고 해야 할까.

눈앞의 소녀는 기억력에 관한 능력이 있는 모양이었다. 설진은 애써 표정을 관리하고서는, 걸음을 옮겨나갔다. 한 걸음을 걸을 때마다 교회와 가까워졌다.


수도의 중심이라고도 할 수 있는 황실을 지나쳐, 앞으로.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 옆에 있는 교회로.

얼마 지나지 않아 발걸음은 멎었다. 교회에 도착한 것이다.


끼익-.


“···실례합니다.”

“어머, 안녕하세요. 어떤 일로 방문하셨나요?”

“길을 잃은 아이가 있어 데리고 왔습니다만···.”


시연의 말이었다.


“아, 잘 오셨습니다. 아이들의 길을 찾는 건 저희의 업무기도 하니까요.”


사제복을 입은 남자는 반기듯 상냥하게 웃었다. 업무용 웃음이었다.

시연이 루루를 가리키려고 하기 전에, 남자의 입이 다시금 열렸다.


“하지만 여기보다는 중앙 파출소로 가는 게 훨씬 나을 겁니다. 교회보다는 그쪽이 이곳 지리에 관해 더 잘 알고 있어서···.”

“그렇군요. 제가 이쪽 사람이 아니다 보니 잘 몰랐네요.”

“하하, 가끔 그런 일도 있는 법이-.”


시연이 루루를 데리고 빠져나가려던 순간, 남자의 눈에 이채가 스쳤다.

쫑긋거리고 있는 토끼 귀가 남자의 시야에 들어왔다. 시연을 그냥 보내려던 그는 곧바로 몸을 일으켜 말을 이어나갔다.


“잠시만요. 잠시 기다려 주실래요?”

“네? 무슨 일이신지?”

“생각해 보니 괜찮을 것 같아서요. 마침 시간이 비기도 하니까, 제가 책임지고 아이를 무사히 돌려보내겠습니다.”


여기서부터는 저한테 맡기세요. 데리고 오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겉치레가 가득한 말을 잔뜩 건넨 남성이 짐짓 미소를 지었다.


“꼬마 아가씨. 뭐라고 불러주면 될까?”

“루루에요.”


사정을 모르는 사람이 보면 그저 업무라고 생각할 것이다.

교회의 사람이 길을 잃은 아이를 데려다 주는, 그런 업무.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일어날 수 있는, 미아를 도와주는, 그런 일.


그러나 교회의 이면을 알고 있는 설진으로서는 결코 그렇게 생각할 수 없었다.

지금 남자가 하는 건 수인을 끌어들이기 위한 수작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럼 부탁할게요.”

“네, 여기서부터는 저한테 맡기시면 됩니다.”


[31층이 클리어되었습니다.]

[10000G를 획득하셨습니다.]


층의 클리어 메시지가 떠오름과 동시에, 루루가 멀어져 갔다.

밖으로 걸음을 옮기고 있는 자신과 루루의 거리가 확연히 벌어진다.


이내,


[32층에 진입했습니다.]


다음 층으로 진입했다는 메시지가 눈앞을 가렸다.


“···누나, 기억해요. 목걸이에요.”

“응?”

“채린이랑 찬우도 알고 있어. 목걸이야.”


설진은 교회에서 나오자마자 셋을 향해 말했다.

우선은 목걸이.


루루는 목걸이를 하고 있었다. 은색으로 보이는 줄을 목에 두르고, 배까지 내려온 줄 끝에는 손톱만 한 보석이 있었다.

황녀 엘리나의 눈동자 색과 비슷한 에메랄드색이었다. 왜 그런 목걸이를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덕에 기억하기는 쉬웠다.


그 외 단발의 머리. 끝이 조금 말려 있다는 것.

10살 정도로 보이는 작은 체구에 큰 눈동자.

설진이 기억하는 건 그 정도였다.


“알 것 같아요. 그, 그러니까. 외형 정보를 토대로 구출하자는 거죠?”

“겉모습을 알고 있으면 찾기도 그만큼 용이해질 테니까.”


찬우의 말에 답하고선 뒤를 돌아보았다.

눈에 들어온 건 방금 들어갔다가 나온 교회의 문.

그 문이 푸르게 칠해져 있는 것이 보였다. 혹시나 싶어 문을 열어봤지만, 교회의 문은 열리지 않았다. 혀를 찬 설진은 몸을 돌렸다.


사실 어느 정도 예측은 하고 있었다. 만약 시스템이 교회의 문을 막지 않았다면, 설진은 곧바로 루루를 되찾았을 테니까.

시스템은 그런 설진의 행동을 경계해 제약을 걸었다.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렇다고 교회의 앞에서 멀뚱히 서 있을 수는 없었다.


“이제 어떡하실 생각이에요?”


찬우가 설진과 시연을 바라보며 물었다.

랭킹 1위와 파티의 리더. 그들의 판단을 기다렸다.


“누나.”

“나는 괜찮아. 설진인 어떻게 하고 싶어?”


시연은 가감 없이 의견을 말하라는 뜻으로 설진을 밀어주었다.

후. 심호흡한 설진이 이윽고 입을 열었다.


“일단 길드로 돌아가서, 기다리죠.”


루루를 되찾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교회와의 마찰은 필수 불가결적이었다.


“쉬되 긴장은 유지하고 있어요. 곧 싸우게 될 일이 있을 테니까.”


머잖아 싸움이 벌어질 것이다.


의뢰에서부터 지금까지. 쌓인 피로를 최대한 풀어두라는 말과 함께 설진은 휴식을 제안했다.


‘후.’


전야. 돌연 지금의 상황이 전야 같다고 생각했다.

폭풍이 치기 전 전조 현상이 오듯이.

교회와 제대로 싸우기 전 만끽할 수 있는 유일한, 휴식이라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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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86화 22.02.26 545 6 12쪽
85 85화 22.02.26 539 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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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83화 - end, Spreading yew(2) 22.02.21 532 5 12쪽
82 82화 - end, Spreading yew(1) 22.02.20 553 5 12쪽
81 81화 22.02.19 558 5 12쪽
80 80화 22.02.18 549 6 13쪽
79 79화 22.02.17 547 5 12쪽
78 78화 22.02.14 565 6 12쪽
77 77화 22.02.13 556 5 12쪽
76 76화 22.02.12 571 5 11쪽
75 75화 22.02.11 593 5 12쪽
74 74화 22.02.10 600 6 14쪽
73 73화 22.02.07 585 5 12쪽
72 72화 22.02.06 597 5 12쪽
71 71화 22.02.05 600 5 12쪽
70 70화 22.02.04 638 6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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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68화 22.01.31 636 8 12쪽
67 67화 22.01.30 643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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