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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트업(Setup) - 수정판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AAKHS
작품등록일 :
2017.07.07 03:11
최근연재일 :
2017.09.20 09:45
연재수 :
65 회
조회수 :
6,822
추천수 :
64
글자수 :
447,005

작성
17.09.14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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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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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20쪽

셋트업(Setup) - 2편-63

DUMMY



“···!!”


아직 충격으로부터 완전히 회복되지 못한 나트는 뤼간트를 든 채 양 팔을 들어올려 방어 자세를 취하였다. 곧바로 부정 기운의 줄기가 그녀를 집어삼켰다.


“으으으윽!!”


부정 기운은 주변의 바닥이나 나트가 등지고 있는 기둥에 대하여 이렇다할 정도의 물리력을 행사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공격에 담겨있는 부정 에너지의 힘은 그녀에게 물어뜯기며 불타는 듯한 통증을 유발하였다. 그와 더불어 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며 한층 더 몸을 움직이기 힘들어졌다.


“아가씨!”


그녀의 위기에 킬리는 무리하여 그녀가 있는 방향으로 달려가려 했다. 하지만 그것을 가만히 보고 있을 베라느가 아니었다.


“네놈의 상대는 이쪽이다!”


여전히 목소리는 저쪽에서 나고 있었지만 곧바로 공격을 감행해오는 몸체는 바로 그의 앞에 있었다. 그렇기에 오히려 착각을 일으키게 하는 그녀의 몸체는 양 손으로 그레이트 소드를 잡고 대각선으로 검을 휘둘러왔다.


“치잇···!”


킬리는 대각선 옆으로 몸을 빼며 돌아서 나트에게 가려 했으나 베라느는 곧바로 간격을 좁히며 그레이트 소드의 옆면으로 그를 밀쳐내었다. 결국 킬리는 뒤로 밀려나며 다시금 나트와 거리가 멀어졌다.


『이래서는 안 되겠구만!』


여전히 부정 에너지 줄기에 휩싸여 공격당하고 있는 나트의 위기에 결국 뤼간트가 나섰다. 나트가 쥐고 있는 뤼간트의 손잡이와 힐트 부분이 길게 연장되며 탁한 은회색의 방벽을 형성하였다.


“뤼간트? 하지만 힘을 개방하지도 않았는데···”


의문이 들었으나 우선은 이 공격의 범위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우선이었다. 나트는 뤼간트에 의해 형성된 방벽 덕에 베라느의 머리가 시전한 사령 파동의 범위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크윽, 몸이 무거워···!”


부정 에너지에 의해 공격당한 영향일까, 몸에 쉽사리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나트는 혹여 뤼간트가 자신의 통제를 듣지 않고 멋대로 힘을 개방하였지에 대한 불안감이 들어 재차 질문하였다.


“그런데 뤼간트, 너 어떻게···?”

『여력을 쓴 것 뿐이니까 걱정 말라구. 그거보다 앞에 신경쓰라구!』


방벽을 거두며 뤼간트가 주의를 주었다. 나트가 고개를 들어 앞을 보자, 곧바로 베라느의 머리의 다음 공격이 이어지고 있었다.


“부정 폭격!”


베라느의 머리 주변에 검은 구체들이 여럿 형성되었다. 그것들은 곧바로 유선형의 궤적으로 움직이며 나트의 주변으로 날아들었다.


“이 성가신 머리통이!”


다행인 점이라면, 부정 기운에 의한 신체기능 저하가 생각보다 오래 가지는 않는다는 점이었다. 빠르게 몸에 힘이 되돌아오는 것을 느낀 나트는 검은 폭발을 일으키는 부정 에너지의 구체들 사이를 빠져나가며 반격을 시도하였다.


“하압!”


뤼간트의 검신에 검붉은 기운이 서렸고, 나트는 그것을 힘껏 휘둘러 붉은 검기를 발산하였다. 날렵하게 주변을 돌며 공격을 시도하였으나 베라느의 머리는 허공 이곳저곳으로 움직이며 그것을 피하였다.


“부정 에너지에 대한 피해 회복이 이토록 빠르다니···놀랍군. 사령탄!”


투구 끝부분에 검은 덩어리가 형성되더니 그곳으로부터 수백-수천 발의 검은 탄환들이 불쾌한 비명소리 비슷한 소리와 함께 쇄도하였다. 나트 역시 몸을 날려 그녀의 공격을 피하거나 쳐내는 동시에 왼손으로 검붉은 탄환들을 쏘아내며 응수하였다.


『이봐, 주인. 싸우는 위치를 바꾸라구! 저기, 오른쪽!』


조언에 따라 옆으로 고개를 돌리니 한창 베라느의 몸체와 싸우고 있는 킬리가 보였다. 킬리 역시 곧바로 나트가 자신을 의식하고 있음을 알아채고 그녀를 불렀다.


“아가씨, 이쪽으로 오십시오! 우선 이 몸체부터 처치하겠습니다!”

“아, 알았어!”


하지만 베라느의 머리는 쉽사리 나트를 킬리와 합류하게 두지 않았다. 그녀는 나트와 킬리의 중간 위치로 이동하여 둘을 가로막으며 다음 주문을 시전하였다.


“가게 둘까보냐, 뼈의 장벽!”


순식간에 각종 해골들로 이루어진 벽이 나트의 앞을 가로막았다. 연이어 재차 베라느의 머리 주변으로부터 부정 에너지로 이루어진 구체나 탄환들이 생성되어 날아들었다.


“이 녀석···!”

“의식이 완료될 때까지 결코 그 누구도 보내지 않는다. 그것이 나의 사명!”


벽은 순식간에 천장까지 뻗어올라있어 뛰어넘거나 타고 넘어갈 수 없었다. 양 옆으로 빈 공간이 있어 돌아가는 것은 가능할 듯 보였으나, 어느 쪽으로 가려 해도 베라느의 머리가 그 앞으로 가로막으며 공격을 해왔다.


“하는 짓이···그 눈 없는 놈과 같아! 이 녀석도 시간을 끄는 것이 목적이라는 건가?”


세인스 시에서 싸웠던 델리우의 부하, 도드룸의 경우가 떠올랐다. 나트가 그녀의 공격을 피하며 뒤로 물러서는 순간, 다시금 뤼간트의 음성이 들려왔다.


『주인, 내 힘을 보태지. 저 벽을 갈라버리라구!』


다시 한번 뤼간트의 손잡이와 힐트가 길게 전개되었다. 검신에 맺혀 있던 검붉은 기운이 은회색으로 바뀌며 검날 전체를 감쌌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지만···!”


아까 전에도 그러하였지만, 뤼간트의 힘을 개방하였을 때 느껴지던 고양감이나 미묘하게 몸을 달아오르게 하는 느낌은 전혀 없었다. 지금의 뤼간트의 힘은 순전히 뤼간트 본체에만 머물고 있었다.


“하아압!”


그녀는 연장되어진 손잡이를 양 손으로 잡고 힘껏 뼈의 벽을 향해 내려쳤다. 검신에 머물로 있던 은회색 기운이 전방으로 분출되며 벽과 충돌하였다.


-콰지직


요란한 불화음과 함께 벽의 한가운데로부터 균열이 생겨나더니, 이내 조각나며 무너졌다. 베라느는 물론, 나트 본인조차 자신의 예상 이상으로 위력을 발휘한 이 일격에 대해 놀라워하는 와중. 뤼간트가 재차 그녀를 종용하였다.


『뭐 하고 있어, 주인? 빨리 저쪽으로 넘어가라구!』

“그, 그래!”


나트는 곧바로 갈라져 무너진 해골벽의 틈새로 뛰어들었고, 베라느의 머리 역시 그녀보다 한발 늦게 뒤를 따라 그녀를 쫓았다.


『저 머리통이 틈새로 따라들어올 때가 절호의 기회였을텐데···여러 가지로 미숙한 주인이군.』


뤼간트의 훈수에 뒤늦게 아차싶었으나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아쉬움은 뒤로 넘긴 채 나트는 곧바로 베라느의 몸체와 싸우고 있는 킬리와 합류하였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제가 전위를 담당하겠습니다. 아가씨는 제 보조를!”

“···응, 알았어!”


뒤늦게야 나트는 아까 전투를 막 시작할 때 자신의 돌출된 행동으로 인해 이렇게까지 상황이 지연되었음을 이해하였다. 그녀는 새삼 팀을 이루고 전투를 할 때의 역할 배분에 대한 중요성을 깨닳았다.


“델리우와 싸울 때···에우로파는···”


동시에, 세인스 시에서 델리우와 싸울 당시의 에우로파가 얼마나 자신들에 맞춰 가며 보조를 해 주었는지를 새삼 상기하게 되었다. 그리고 한편으로 한 가지 의문이 더 떠올랐다.


‘그런데, 어째서 나는 이렇게까지 에우로파를···’


아니, 어찌되었든 지금은 전투 중이다. 이런 생각은 나중에 하도록 하자. 여차하면 나중에 본인에게 물어볼 수도 있지 않은가! 그렇게 생각하며 나트는 킬리의 옆에 섰다.


“아가씨, 제 왼편으로!”

“알았어!”


나트가 킬리의 왼편으로 돌아가는 동시에 베르나의 몸통 역시 그레이트 소드를 들어올리며 두 사람에게 접근해왔다. 그리고 그 오른편으로 그녀의 머리가 다음 공격주문을 준비하였다.


“원혼령!”


베라느의 머리 주변에서 주먹 두세 개 정도 크기의 검은 덩어리들이 형성되었다. 그것들은 이내 해골 비슷한 형상을 갖추더니 불규칙한 유선형의 궤적을 그리며 나트와 킬리를 향해 날아왔다.


“몸체가 옵니다!”


거의 동시에 몸체 역시 양 손으로 그레이트 소드를 들어올리며 달려왔다. 나트와 킬리는 각자 반대방향으로 움직이며 이에 대비하였다.


“아가씨, 요격 부탁드립니다!”

“응!”


나트는 뤼간트를 검집에 회수한 뒤 양 손에 검붉은 기운을 형성하였다. 이윽고 검붉은 탄환들을 쏘아내어 베라느의 머리가 발사한 사령 공격들을 맞춰 소멸시켰다.


“으오오오!”


나트가 원거리 공격을 처리하는 동안, 기합소리와 함께 킬리의 대각선 측면 방향으로부터 그레이트 소드가 쇄도해왔다. 베라느의 입장에서, 조금 전까지의 경우 후방이나 측면으로 물러서며 다시금 거리를 재던 킬리의 반응을 상기하여 취한 행동이었다.


“훗.”


하지만 이번의 반응은 달랐다. 그는 오히려 안쪽으로 파고들며 손바닥으로 그레이트 소드를 내려치는 팔을 가격하였다.


-카앙


하지만 눈에 띄는 피해는 없었다. 밀어치는 힘에 의해 양 팔이 다소 흔들리기는 하였으나 갑주는 부서지거나 찌그러지기는커녕 전혀 아무렇지도 않아보였다.


“차앗!”

-티잉

“하아!”

-터엉

“이럴···수가!?”


나트의 공격 역시 마찬가지였다. 검붉은 기운이 맺힌 뤼간트로 공격을 가하였으나 어깨로 받아내듯 튕겨내어 버렸으며, 이후 몸을 회전시키며 옆구리에 돌려차기를 적중시켰으나 마찬가지로 아무런 피해를 입히지 못하였다.


“겨우 그 정도 힘으로 나의 갑주를 부수려 한 것인가, 가소롭구나!”


상대의 공격이 자신에게 피해를 입히지 못한다는 것을 확인한 베라느의 움직임이 보다 공격적으로 바뀌었다. 그녀는 킬리에게 보다 가까이 접근하여 그를 향해 주먹을 내질렀지만 그는 그것을 빗겨내듯 받아 흘리며 미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렇게 생각하시오?”


킬리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그녀의 몸체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수 차례에 걸쳐 그녀의 몸체를 가격하였으나 여전히 눈에 띄는 피해는 없었다.


“아가씨, 부탁드립니다!”

“응? 하, 하지만 어디를···!?”


하지만 킬리는 포기하지 않고 나트에게 추가적인 공격을 종용하였다. 이제 와서는 방어 따위는 신경쓰지 않는다는 듯 맹공을 가하며 밀어붙이는 베라느의 몸통의 기세는 점차 그 위세를 더해가고 있었다.


“지금이 기회입니다, 어서!”

“······”


그럼에도 무언가 확신하는 듯한 그의 모습에 베라느는 물론, 나트 역시 의아해졌다. 아무리 봐도 전혀 피해가 없어보였는데 저렇게까지 지속적으로 공격을 감행하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무언가 술수라도 부리는가 본데, 소용없다!”

“아니, 이미 늦었소이다!”


허공에서 이리저리 떠다니는 그녀의 머리 역시 각종 사령마법으로 공격을 가하였다. 마땅히 공격의 가닥을 잡지 못한 채 회피에 전념하던 나트에게 돌연, 뤼간트가 충고해왔다.


『어이, 주인. 왼쪽 팔꿈치 아래를 노리라구』

“···?!”


여전히 의아한 상황이었으나, 나트는 결국 킬리와 뤼간트를 믿기로 하였다. 이전까지보다 두텁게 덧씌워진 검붉은 기운을 담아, 그녀는 상체를 숙이며 베라느의 몸체를 향해 미끄러지듯 파고들었다.


“하아!”


막 킬리를 향해 내려친 그레이트 소드를 회수하려던 중인 그녀의 왼팔에 나트의 찌르기 공격이 명중하였다. 이윽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감각이 검신을 타고 손 끝에 전해져왔다.


-쩌엉

“아닛!!”


공격이 효과가 있었다. 분명 방금 전까지만 해도 전혀 아무렇지도 않았던 갑주 왼팔 주변에 큰 균열이 발생하였다.


“이야압!”


공격이 통한다. 이 결과는 나트에게 상당한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그녀는 바닥을 차고 뛰어오르며 그 힘을 담아 방금 전 공격하였던 것과 같은 위치에 뒤돌려차기 공격을 꽂아넣었다.


-콰지직

“끄으으아!”


두 번째 공격으로 인해 베라느의 왼팔은 팔꿈치 부분이 산산조각 났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끄떡도 없던 상황이었을 텐데, 순식간에 왼팔을 잃은 그녀는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뒤로 몇 걸음 주춤거리듯 물러섰다.


“어, 어떻게···!”


듀라한인 그녀의 갑옷은 단순히 장비품의 수준을 넘어 말 그대로 그녀와 ‘일체화’되어있을 터. 때문에 그녀는 방금 전까지만 해도 킬리와 나트의 공격이 ‘전혀’ 통하지 않았다는 것을 확실히 인지하고 있었다. 그것이 어느 한 순간 역전되어 자신의 왼팔을 파괴시켰다는 사실에 그녀는 원인이 무엇인지 살피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녀는 곧 그 원인을 찾아낼 수 있었다.


“···이 안개는!”

그녀의 왼팔 주변 외에도 몸체 곳곳에 회색의 안개가 휘감고 있었다. 공격의 기세를 올리며 빠르게 움직이느라 미처 인지하지 못한 사이 킬리는 착실하게 그녀에게 일격을 날릴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야 눈치채었소이까? 하지만 이미 늦었다오.”

“감히···이런 잔재주르으을!”


당혹감과 분노가 뒤섞인 그녀의 몸체로부터 암흑색 기운이 뿜어져나왔다. 그녀는 그것으로 자신의 몸 곳곳에 들러붙은 안개를 떨쳐내려는 듯 하였으나, 안개는 오히려 더욱 짙어지며 그녀를 휘감았다.


“소용없소이다. 그런 걸로 떨쳐낼 수 없을 것이오.”

“감히! 감히 인간 따위가!”


이대로는 안 된다. 위기감을 느낀 베라느는 단번에 자신이 가진 모든 힘을 끌어내었다. 단순히 시간을 끌며 지킬 상황이 아니다. 자신의 소멸을 각오하고 이 자들을 막아내야 한다는 생각이 그녀를 지배하였다.


“유감이지만 틀렸소이다. 본인은 인간이 아니외다.”


킬리의 양 팔의 형체가 흐릿해지며 보다 짙은 안개가 생겨났다. 그는 자신의 머리 위로 그레이트 소드를 내려치는 베라느의 몸체의 공격을 피하며 양 팔로 그녀의 남은 한쪽 팔을 가격하였다.


“아가씨!”

“알았어, 하아압!!”


이윽고 나트가 반대편에서부터 그녀의 팔을 주먹으로 가격하였다. 아까 전보다도 더욱 짙은 안개가 서려서인지, 그녀의 팔은 허무할 정도로 손쉽게 부서졌다.


-콰지직

“끄으윽! 이럴 수, 이럴 수 없어! 사령탄!!”


베라느의 머리가 나트를 향해 암흑색의 탄환들을 난사하였으나 그녀는 재빠르게 베라느의 몸체 뒤로 움직여 엄폐하였다. 결국 그녀의 머리가 발사한 검은 탄환들은 오히려 자기 자신을 공격하는 형국이 되어버렸다. 자신과 아르나시아가 세인스 시에서 도드룸과 전투할 당시 당했던 방법을 그대로 응용한 것이었다.


“으으윽! 이런 제길···!”

“뤼간트!”

『이젠 당연하다는 듯 요구하는구만. 서비스는 이게 마지막이라구!』


투덜대면서도 뤼간트의 손잡이와 힐트가 연장되며 다시 한번 검신에 은회색 기운이 형성되었다. 나트는 양 손으로 뤼간트를 움켜쥐고는 있는 힘껏 베라느의 몸체 옆구리를 향해 찔러들어갔다.


“하아압!”

-쿠드드득

“끄아아아···!”


뤼간트의 검신은 베라느의 옆구리를 뚫고 들어가 반대편까지 관통하였다. 치명상을 입은 그녀의 몸체의 자세가 무너지는 동시에 킬리는 날렵하게 그녀의 어깨 위로 타고 올라갔다.


“여기까지일세, 이걸로 끝이외다!”

“···!!?!”


베라느의 어깨를 딛고 도약한 그는 여전히 회색 안개가 서려있는 손으로 공중에 떠 있는 그녀의 머리를 잡아채었다. 왼손으로 그녀의 투구장식을 움켜잡은 그는 주먹을 쥔 오른손을 그녀의 턱밑에 찔러넣었다.


“가아아아아아악!! 이런···분하다!! 아직···나는···!”


베라느의 머리와 몸체 양쪽에서 격렬하게 암흑색 기운이 분출되었다. 킬리가 착지한 뒤에도 그녀의 안에 있던 부정 기운의 힘이 사방으로 비산하는 모습은 잠시간 이어졌다.


-슈오오오

-철그렁


이윽고 모든 힘이 사방으로 흩어진 그녀의 갑옷이 조각조각 분해되며 바닥에 널브러졌다. 투구도, 갑옷도 마치 처음부터 그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는 듯 빈 껍데기가 되어버린 갑옷들의 파편들만이 남아있었다.


“훌륭하십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아가씨.”

“으응, 아냐. 킬리야말로.”


왼손에 들려있던 투구를 바닥에 팽개치며 킬리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는 다시금 전투태세를 갖추며 나트를 독려하였다.


“아직 주변의 전투가 끝나지 않았습니다. 저들을 마저 처치하겠습니다.”

“응, 알았어!”

“적의 수괴는 바로 이 위에 있습니다. 신속이 마무리하고 이동하도록 하죠!”


나트 역시 다시금 뤼간트에 검붉은 기운을 형성시키며 아직 전투중인 아군 언데드들을 돕기 위해 움직였다.





나트와 킬리 일행이 전투중인 홀의 바로 위층. 카스털 성의 중앙부 상층에서는 어떠한 의식이 한창 진행중이었다.

의식을 진행하는 이들은 하나같이 검은 후드를 뒤집어쓰고 있었으며, 얼굴 부분의 트인 곳을 통해 새하얀 두개골이 보였다.


“베라느가 쓰러졌다.”

“···아래층이 제압되었는가.”


상층의 넓이는 아래층인 중앙 홀 이상이었다. 어떠한 가구나 장식이 전혀 없는 공허한 상황이다보니 더욱 더 넓어보이는 그곳의 바닥에는 복잡미묘한 마법진이 흉흉한 보랏빛을 발하고 있었다.


“서둘러야겠군. 그들이 방해하기 전에.”


어둡고 사악한 기운이 만연한 마법진의 중앙에는 그와 대비될 정도로 찬란히 빛나는 금빛의 조각이 떠 있었다. 신성함마저 느껴지는 휘광을 발하며 빛나는, 성인 남성의 주먹만한 크기를 가진 그것은 어떠한 커다란 장치의 일부분인 것으로 보였다.


“내가 올라오는 자들을 막겠다. 그대들은 의식을 계속 진행하라.”

“···알겠소.”


의식을 진행하는 이들 중, 우두머리인 듯한 자가 마법진으로부터 한발 물러서며 다른 이들에게 지시하였다. 이윽고 그는 고개를 돌려 마법진으로부터 거리를 두고 있는 한 인물을 향해 질문하였다.


“그대는 어떻게 할 것인가?”

“유감이지만, 더 이상 이곳에 있을 수는 없겠군요.”


대답을 하는. 연두빛 머리칼의 그에게서는 이 곳에 있는 다른 이들에게서 느껴지는 죽음의 기운이 전혀 없었다. 오히려, 겉모습은 평범한 인간 남성의 그것과도 같았다.


“다른 할 일이 생겨버렸거든요. 아무래도 여러분과는 여기까지인 듯 합니다.”


금속질 느낌이 나는, 신체곡선이 드러날 정도로 몸에 바짝 밀착된 옷 위에 부분부분 갑주를 덧대어 착용한 듯한 복식을 한 그의 신장은 대략 170초반정도였다. 가늘고 호리호리한 체구를 한 그의 얼굴은 가늘고 긴 턱선을 가지고 있었으며, 눈매는 뜬 것인지 감은 것인지 알아보기 힘들 정도의 길게 찢어진 실눈이었다. 높은 콧날에 비해 폭이 좁았으며 입술도 얇은 편이라 전체적으로 약삭빠른 성격일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게 만드는 외모였다.


그가 착용한 갑주는 약간의 보랏빛이 섞인 푸른색 위주의 은빛이었으나, 보는 각도에 따라 그 색이 미묘하게 변하였다. 상체를 둘러 가릴 수 있는 은빛의 클록을 착용하고 있었으나 그는 일부러 그것을 살짝 좌우로 터놓은 상태였다.


“우리가 실패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아뇨, 그건 아닙니다. 정말로 다른 할 일이 생겼을 뿐이라서요.”

“······”


도무지 속을 알 수 없을 미소와 함께 상대는 양 손을 내저어보였다. 그의 반응에 우두머리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다. 지금까지의 협력에 감사한다.”

“뭘요. 그저 서로의 이해관계가 일치했기 때문이죠.”


여유를 가장하고 있었으나, 실제로는 다급한 듯 그는 바깥을 향해 열려있는 테라스를 향해 걸음을 옮기며 휙 던지듯이 작게 중얼거렸다.


“농담하지 마, 아무리 황제 폐하의 영광을 위해서라지만. 그 녀석들이 오는 걸 환영해 주기라도 하라는거야 뭐야···”


테라스 앞에 선 그는 마지막으로 뒤를 돌아보며 작별인사를 하였다.


“그럼, 저는 이만. 행운을 빌겠습니다.”


그는 곧바로 테라스 밖으로 몸을 날렸고, 잠시 후 주변에서 그의 기척이 완전히 사라졌다. 그가 사라진 방향을 보던 우두머리는 이내 아래층에서 느껴지는 요란한 기척에 싸울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놈들이 올라오는군.”


그의 공허한 눈두덩에서 붉은 색과 보라색이 섞인 불꽃이 이글거리기 시작했다. 마치 심호흡을 하듯 들썩이는 그의 입가에서는 짙게 검은 기운이 피어올랐다.


“마침내 이룩한 복수의 순간이다. 방해하도록 놔둘 쏘냐?”




작가의말

6일만에 뵙습니다...

그나마 1주일은 넘기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너무 미워하지 말아주세요;;

요즘 외근이나 야근이 늘어서 퇴근 후 곧바로 뻗어버리다보니 며칠은 아예 글에 손도 못댔습니다...

저도 글 쓰고 싶어요 으헝헝

(+월급 좀 올려줘...!!)


사실 작성하고나서 보니 생각외로 분량이 되서 둘로 쪼개서 연재주기의 시간을 벌어볼까도 했으나,

1. 이게 또 굳이 2화로 쪼개기엔 분량이 적은 것 같고

2. 독자님들 기다리게 해놓고 쪼개기 장난 치는것도 아니다싶고

3. 파트 자체가 하나의 통짜인데다

4. 70화까지 이제 얼마 남지도 않았는데 잘게 쪼개서 화수 늘리면 그것도 안될 상황인지라

이상의 이유로 1화로 묶었습니다.


아무튼 그래서 중간보스-베라느 파트는 예정보다 짧게 끝냈습니다.

뭐, 특이종 트롤에 비하면 그래도 꽤 길게 버텼네요...

게다가 요즘 어째 활약이 적었던 나트 입장에선 유익했었지 않나 싶고요.


이미 몇 차례 했던 넋두리지만, 전투신은 어렵군요.

분명 머리속으로는 장면구상이 되는데, 문장으로 표현이 안되요;;



오늘도 제 글을 읽어주신 독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가능한 빠르게 다음 화에서 찾아뵐 수 있도록 노력하겠으니 추천과 선작, 덧글 부탁드립니다.


덧. 며칠 전부터 로그인이 금방 풀리는 증상이 사라진 것 같더군요. 원인이 뭐였던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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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셋트업(Setup) - 2편-56 17.08.21 42 1 13쪽
56 셋트업(Setup) - 2편-55 17.08.20 30 0 11쪽
55 셋트업(Setup) - 2편-54 17.08.19 52 1 16쪽
54 셋트업(Setup) - 2편-53 17.08.18 59 1 13쪽
53 셋트업(Setup) - 2편-52 17.08.17 43 1 15쪽
52 셋트업(Setup) - 2편-51 17.08.16 55 1 15쪽
51 셋트업(Setup) - 2편-50 17.08.15 68 1 9쪽
50 셋트업(Setup) - 2편-49 17.08.14 57 1 17쪽
49 셋트업(Setup) - 2편-48 17.08.11 53 1 14쪽
48 셋트업(Setup) - 2편-47 17.08.10 67 1 12쪽
47 셋트업(Setup) - 2편-46 17.08.09 62 1 12쪽
46 셋트업(Setup) - 2편-45 17.08.08 127 1 18쪽
45 셋트업(Setup) - 2편-44 17.08.07 76 0 16쪽
44 셋트업(Setup) - 2편-43 17.08.06 84 0 19쪽
43 셋트업(Setup) - 2편-42 +2 17.08.05 107 1 15쪽
42 셋트업(Setup) - 2편-41 17.08.04 80 0 16쪽
41 셋트업(Setup) - 2편-40 17.08.03 103 0 15쪽
40 셋트업(Setup) - 2편-39 17.08.02 92 0 18쪽
39 셋트업(Setup) - 2편-38 17.08.01 95 0 15쪽
38 셋트업(Setup) - 2편-37 17.07.31 102 0 18쪽
37 셋트업(Setup) - 2편-36 17.07.30 91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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