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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트업(Setup) - 수정판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AAKHS
작품등록일 :
2017.07.07 03:11
최근연재일 :
2017.09.20 09:45
연재수 :
6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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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37
추천수 :
64
글자수 :
447,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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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8.07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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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셋트업(Setup) - 2편-44

DUMMY


아무래도 주변에 산을 끼고 있어서인지 공간이동기지의 밤은 빨리 찾아왔다.


본래는 수비대장과 기사들 등의 간부급이 사용하는, 공간이동기지 내에 마련된 숙소 건물 안에서. 에우로파는 연신 입으로 욕지기를 내뱉고 있었다. 이렇다할 사상자 없이 기지를 구원한 에우로파와 두 소녀에 대한 감사의 의미도 겸하여, 이날 밤은 그들만이 이 건물을 사용하고 있었다.


물론 가장 큰 목적은, 만에 하나라도 나트와 아르나시아의 정체를 들킬 소지를 최소화하기 위한 에우로파의 조치였다.


“우라질, 젠장. 아오···아직도 쓰라리구만. 우웁, 게윽···!”


다섯 병이나 되는 치유 물약을 연달아 마셔서인지, 속이 더부룩해진 에우로파는 불쾌한 소리로 트림을 하였다.


“더럽게 맛없네. 뭐가 치유 물약이야? 미각 파괴 물약으로 개명해라, 빌어먹을.”


신경질적으로 혼잣말을 하는 에우로파의 얼굴은 자잘한 상처나 붓기가 남아있긴 했지만, 대부분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아와 있었다. 다만, 상처가 나았다고는 해도 좀전까지도 끝없이 이어질 것 같았던 고통의 기억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아니, 대체 뭐가 문제인 건데? 실수였다니까. 게다가 다가오지 말라고 하긴 했지만, 상황이 급해서 어쩔 수 없었던 거 아니겠냐고.”


아무리 치유 물약이라 해도 심리적인 면까지 작용하여 주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여전히 자신이 이렇게 육체적으로는 물론, 정신적으로도 고문에 가까운 괴롭힘을 당해야 했던 이유를 도저히 납득하지 못한 채 연신 투덜거렸다.


“아, 모르겠다! 일단 씻고 잠이나 자던가 해야지.”


몬스터들과의 전투도 있었는데다가, 하루만에 두 번이나 그녀들 앞에서 몇 시간에 걸친 추궁과 체벌, 특히 얼굴에 집중적으로 가해진 폭력을 받아내느라 에우로파는 몸도 마음도 기진맥진한 상태였다. 심지어 상의에는 얼굴에서 튄 핏방울로 인한 자국들도 드문드문 있었다.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한계에 달해 있던 그는 더 이상 복잡하게 생각하는 것을 관두기로 하며, 걸치고 있던 망토와 로브를 벗어던졌다. 시종이 건네는 튜닉을 받아들어 걸친 에우로파는 땀으로 인해 끈적이는 몸을 씻기 위해 방을 나섰다.


“욕실이 분명 밑에 있었지. 아직 물이 따뜻하려나···”


이미 시녀와 제자들을 통해 나트와 아르나시아는 목욕을 마쳤음을 전해들었다. 그러므로 거짓보고를 한 것이 아니고서야 ‘욕실에 들어갔더니 목욕중인 알몸의 그녀들과 마주치는’ 불상사 따위는 절대 일어날 일이 없으리라.


“설마 그런 만화 같은 일이 일어나진 않겠지. 게다가 하루만에 세 번이나 그런 불행한 일이 일어난다면···썅, 난 차라리 죽음을 택하겠어.”


끝없이 이어질 듯한 기세로 투덜거리며, 에우로파는 통로를 걸어갔다. 그러던 중 저 앞쪽의 방으로부터 새어나오는 목소리들이 들려왔다.


“고생 많았어, 언니.”

“응. 나시도 오늘 수고 많았어.”


깜빡 하고 제대로 닫지 않은 것인지. 그녀들이 있는 방으로부터 어두운 복도로 약한 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또 뭔가 재수없는 일에 휘말리기 전에 빨리 지나가자···’


만약 낮에 아무 일도 없었다면, 숙소의 환경에 대해 물어본다거나 하는 식의 주제로 짧게나마 그녀들과 친목을 다지기 위한 이야기를 나눠보려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의 그에게는 하루 내내 끔찍한 체험을 하게 해 준 그녀들과 대화를 할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내일은 히아스가 있는 곳에 도착할 수 있겠지. 잘 자 언니.”

“응. 나시도 잘 자.”


하지만 상황이 그를 그냥 지나치게 하지 않았다. 제대로 닫지 않아서 비스듬히 열려 있는 문틈 사이로, 에우로파는 무심결에. 거의 반사적으로 그 안을 들여다보았다. 잠들기 직전이라 그런지 약하게 조절한 조명이 제법 귀여운 잠옷을 입은 채 느릿하게 서로를 끌어안는 두 소녀를 비추어주고 있었다.


“흐음, 하음···”


잘 자라는, 자기 전에 으레 나누는 인사말 정도야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그 이후에 이어진 그녀들의 행동을 본 에우로파는 두 눈을 부릅뜨며 경악하였다.


‘···으잉!!?’


두 소녀는 서로의 입술을 맞대며


‘뭐, 뭐 하는거야 저 계집들···!!’


키스를 하고 있었다.


그것도 그냥 입술만 맞대고 떼는 정도가 아니라. 서로를 끌어안은 채 입술 주변을 몇 번이나 반복하여 맞대는 듯 싶더니, 이내 얼굴을 마주하는 각도까지 바꾸어가며 키스를 이어가고 있었다.


‘여자애들끼리 뭐 하는 짓거리야, 아니 심지어 친자매라면서!’


특히 아르나시아의 경우 한 손으로 나트의 등 뒤를 위아래로 매만지기도 하고, 뺨을 부비거나 이마를 맞대기도 하더니. 다른 한 손으로는 나트의 볼을 감싸며 나트의 입술과 코끝을 살짝 핥기도 하는 모습이, 보고 있는 에우로파가 민망해질 정도의 자극적인 키스를 하고 있었다.


‘뜨아아아!’


나트의 경우는 비교적 소극적인 듯 아르나시아의 입술 주변과 뺨에 가볍게 자신의 입술을 대는 정도인 수준이었으나, 반대로 아르나시아의 행동은 점차 도를 더해가고 있었다.


‘아니, 지금 이걸 보고 있을 때가 아닌데.’


계속 보고 있지 말고 빨리 가야 한다고 머릿속으로는 생각해도 에우로파의 시선은 계속해서 입맞춤을 하고 있는 소녀들에서 떨어지지 않았고, 점차 문틈 사이로 머리를 내밀고 있었다.


-끼익

“아차···!”


너무 앞으로 머리를 내민 에우로파의 머리가 살짝 열려있던 문짝 모서리에 닿으며 앞으로 밀려갔다. 방문이 움직이며 내는 소리에 두 소녀는 하던 행동을 멈추며 에우로파가 있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누구···에우로파?”


아무래도 그녀들은 주변에 전혀 신경조차 쓰지 못할만큼 서로에게 집중하고 있었는지 그제야 에우로파를 발견하고는 그의 이름을 되뇌였다.


“아···그게···”


에우로파는 잠시 혼란에 빠졌다. 여기서 과연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우선 그는 방금 전까지 입술을 맞대고 있던 두 소녀의 상태를 관찰하였다.


‘빠른 판단이 필요하다. 어떻게 대응을 해야 하지?’


평소에도 그랬지만, 표정 관리를 상당히 잘 하는 아르나시아로부터는 마땅히 그에 대한 힌트를 얻기가 힘들었다. 그렇다면 반대로 감정이 얼굴에 금방 드러나는 나트는 어떠할까.


‘···좋아, 정했다.’


작위적인 모습으로, 에우로파는 그녀들을 향해 삿대질을 하며 당황한 척 높아진 억양으로 질문하였다.


“둘, 둘이 무슨···뭐 하고 있던 거야? 어어어, 어린 애들이···말야···”


마지막 한마디는 너무 나갔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에우로파의 선택이 잘못되지는 않은 듯 싶었다.(무엇보다, 진심이었다) 일단 그녀들이 공격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뭘 하냐니, 굿나잇 키스잖아?”

“뭐어···?!”


자신이 하는 행동의 의미를 자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말 마냥. 너무 일상적으로 하던 행동이라 감흥이 무뎌지기라도 했나? 부끄러워하기는커녕, 당연한 걸 왜 굳이 물어보느냐는 듯한 그녀의 반응에 에우로파는 얼이 빠져버렸다.


“구, 굿나잇 키스으···?”

“그래. 가족끼리라면 으레 하는 거잖아. 우리 부모님도 매일 하시던데.”


부부가 하는 행동을 자매가 그대로 따라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건 대체 어떻게 되먹은 생각이냐! 너무나도 당당하고 자연스러운 그녀의 대답에 에우로파는 할 말을 잃었다.


“아니···뭐, 자기 전에 하는 거니 굿나잇이고···입술로 하니까 키스인 건 맞긴 한데···”


에우로파의 입장에서 볼 때 지나치게 당당한-오히려 무엇이 문제인지 전혀 모르겠다는 나트의 반응을 보던 에우로파는 이상한 점을 발견하였다. 이쯤이면 으레 한마디 보태야 할, 아르나시아가 조용한 것이다.


아니, 이쪽을 향해 무언의 사인을 보내고 있었다.


‘그 이상 말하지 마세요!’


옆에 있는 나트를 의식하고 있는지 직접적으로 감정의 기운을 드러내거나 행동을 취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어떤 의미에서는 간곡한 애원의 의미도 담긴 눈빛이었다. 하지만 그녀와 눈이 마주친 순간 에우로파는 등줄기로부터 어깨 위로 타고올라오는 위기감을 느꼈다. 이 이상 그녀들의 ‘굿나잇 키스’를 문제삼고 길게 이야기를 하면 큰일이 벌어진다는 느낌이 강하게 정수리를 내리쳤다.


“여, 여하튼 자려고 하는데 방해해서 미안하군. 둘 다 먼저 목욕은 마친 거지? 나, 나도 이만 목욕부터 하고 잠이나 자러 가봐야겠어.”


말라붙어 끈적이던 등허리가 다시금 젖어드는 느낌에, 에우로파는 적당히 둘러대며 황급히 방문을 나섰다. 다시금 통로를 걸어가는 그의 뇌리에는 아직도 그녀들이 서로의 입을 맞추던 자극적인 기억이 강하게 남아있어, 여전히 눈앞에 방금 전 그 모습이 계속 아른거리는 것 같았다.


“못 볼 걸 본···건 아니지만, 아니···그러니까 내가 대체 뭘 본 거지?”


됐으니까 이제 그만 목욕이나 하러 가자. 에우로파는 고개를 흔들며 애써 방금 전 보았던 광경을 머리 속 저쪽 구석으로 밀어내려 노력하였다.


‘대체 어떻게 되먹은 집안이야. 교육순서가 완전 엉망이잖아?’


하지만 어떠한 상황에 대해 분석하거나 이해하지 않으면 성이 풀리지 않는 그의 성격은 방금 전의 일에 대한 기억을 끈질기게 붙잡고 늘어졌다.


‘나트는 둘째치고, 나시의 반응은···!’


그녀는 이 ‘굿나잇 키스’가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아니, 오히려 그것에 대해 나트가 깨닳는 것을 은폐하려 했다!


“그렇다는 건, 혹시 나시는···”

“아직도 방금 전의 일을 떠올리고 있는 건가요?”

“히익···!”


어두컴컴한 계단을 내려가던 에우로파의 등 뒤에서 갑자기 아르나시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무 깊이 생각에 빠져 있던 탓일까, 그녀가 따라온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던 에우로파는 깜짝 놀라 황급히 뒤를 돌아봤다.


“별로 대단한 건 아니잖아요? 자기 전에 자매간 나눈 굿나잇 키스일 뿐인데요.”


평소에도 대체로 미소를 띄고 있는 그녀였지만, 지금처럼 생글생글 웃고 있는 모습은 에우로파에게 있어 왠지 처음 보는 게 아닌 듯한 표정이었다. 아니, 그전에 저건 미소가 아니다!


‘웃는 게 웃는 게 아니구만···!’


이마에 흐르는 땀방울의 감촉을 느끼는 에우로파에게 아르나시아가 가까이 다가왔다. 그녀의 표정이나 분위기에서, 에우로파는 세인스 시에서 거구의 맹인 뱀파이어-도드룸과 싸울 때 그를 향해 웃음지었던 순간과 유사한 느낌을 받았다.


“어차피 에우로파에게 그리 중요한 일도 아니고, 언니에게 굳이 어려워질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다고 보는데요. 에우로파도 그렇게 생각하죠?”


그녀가 말하는 내용으로만 본다면 단순히 의견의 확인 정도일지 몰라도, 분위기나 억양은 결코 질문이 아니었다.

협박이었다.


“그, 그렇지. 그저 사이 좋은 자매간의 애정표혀언···이지?”


‘애정표현’이라는 단어에 묘하게 힘을 주며 말미의 억양이 늘어지는 에우로파에 대해 심기가 거슬린 듯, 아르나시아는 슬쩍 미간이 찌푸려지는가 싶었으나 이내 표정을 되돌렸다. 그리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한발 물러섰다.


“이해해 주니 다행이네요. 이런 사소한 일로 괜한 이야기를 꺼내다가 불미스런 상황을 만들 필요는 없잖아요?”


역시 협박이었어!

이런 방식의 대화는 에우로파도 제법 많이 해 본 분야였다. 그렇기에 에우로파는 지금의 아르나시아가 상당히 심리적으로 다급한 상태라는 것까지도 예상할 수 있었다.


“그, 그렇지. 별 것도 아닌 걸 가지고 굳이 서로 얼굴을 붉힐 필요는 없···겠지.”


그래서 일순이지만, 에우로파는 이번 일에 대하여 역으로 그녀의 약점을 잡을 수 있는 기회가 아닐지에 대하여도 고민해보았다.


결론은 금방 나왔다.


‘···역시 무리.’


상대를 협박하려면 그 전에 최소한의 자기보호는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에우로파의 능력으로는 만약 아르나시아가 진심으로 자신을 ‘입막음’(또는 보복)하려 할 경우 결코 버텨날 재간이 없었다. 무엇보다 그녀는 자신이 나트에게 이 일을 폭로하려 할 경우 그녀가 말하는 ‘불미스런 상황’을 만드는 데 있어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말 한마디 잘못 했다가(심지어 본의가 아니었음에도) 적을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조차 자신까지 휘말려들 뻔한 마법을 (고의로) 쓰던 그녀이다. 분명 그러고도 남을 것이다.


“저기···이제 씻으러 가도 괜찮을까?”

“그러고보니 목욕하러 가는 도중이라고 했었죠. 좋은 밤 되세요. 저도 이만 자러 가볼게요.”


그렇게 아르나시아가 다시 방으로 돌아가기 위해 계단을 올라가고, 그녀와 반대로 1층으로 내려온 에우로파는 욕실을 향해 터덜터덜 걸어가기 시작했다.


“하아···제길. 진짜 하루 종일 이게 뭐람.”


얼마 전 세인스 시에서 뱀파이어들이 나타났을 때마냥 죽음을 목전에 둔 혈투는 아니었지만, 적어도 그때는 이렇게 하루 종일 고통스럽지는 않았다. 하물며 영문도 모른 채 억울하게 고문에 가까운 체벌을 당하며, 무한의 순환으로 착각될 정도로 길고 긴 언어적 혹사를 당하는 일은 아예 없었다.


“정말이지, 대체 내가 무슨 큰 죄를 지었다고 이렇게까지···”


자기 직전까지 이렇게 험악한 대우를 받아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욕실에 도착할 때까지도 끊임없이 툴툴거리던 에우로파는 아직 대기하고 있던 시녀의 도움을 받아 옷을 벗은 뒤 욕조에 몸을 담갔다.


“사실 이럴 때는 샤워가 더 좋겠지만···”


샤워 시설을 갖추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일정한 수압과 양의 물을 공급할 수 있는 시설과 수원이 필수이다. 이 기지의 작은 우물로는 그 정도 수준을 감당할 수 없었기에 샤워나 상수시설까지는 갖추지 못하고 있었다. 물론 유능한 정령사가 있다면야 또 모르겠지만, 이런 작은 기지에 샤워시설을 만들기 위해 정령사를 따로 두는 것도 우스운 일이었다.


“남이 이미 몸을 담근 물에 씻어야 하다니···쳇.”


욕조 물 위로 금색과 녹빛의 머리카락 몇 가닥이 떠다니는 보며 에우로파는 혀를 찼다. 이런 늦은 밤에 굳이 아랫사람들을 시켜 물을 다시 채우는 일을 시키는 것이 내키지 않았던(그들에 대한 배려의 문제가 아닌, 자신의 평판을 고려한 의미에서) 에우로파는, 심지어 자신에게 끔찍한 하루를 선사해준 두 소녀가 목욕을 했던 물로 씻어야 한다는 사실이 꽤나 불쾌했다.


“헌데···아무 것도 모르는 듯한 나트야 둘째치고, 아무래도 나시의 행동은···”


기껏 잊으려고 했는데 또 떠올려 버렸군. 아무래도 성격 탓이다. 에우로파는 방금 전에 보았던 두 자매의 비정상적인 ‘굿나잇 키스’에 대해 다시금 생각이 미쳤다.


“그렇게까지 애쓰면서 입막음을 하려던 것도 그렇고, 나트에게 이야기하는 것을 숨기는 것도 그렇고···아 설마!”


에우로파의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맞춰지는 느낌이 들었다. 갑작스레 목소리를 높이며 일어서는 바람에 그의 상체를 닦아주고 있던 시녀가 놀라 뒤로 넘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런 건가···그런 것이었나?”


이제야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다. 낮에 아르나시아가 보였던 말투나 행동들의 이유가 무엇인지, 지금의 에우로파는 충분히 유추해낼 수 있었다.


“우와···이거, 세상에 이런 일이 정말로 있구나···”


자신이 있던 세계-그리고 과학에 대하여 이야기를 할 때 보였던 이상할 정도로 과소평가하던 반응이나, 나트와 친근하게 대화하는 내내 보였던 불쾌한 시선이나, 의도치 않게 나트에게 불건전한 일을 저질렀을 때의 격분한 모습이나, 그리고 몬스터들이 기지를 습격할 당시 마차에서의 언행까지.


그것 말고는 그 행동들에 대한 이유를 설명할 수 없었다.


“허어···세상에 맙소사.”


대체 자식들 교육이나 관리를 어떻게 한 겁니까!? 에우로파는 나트나 아르나시아 본인들에 앞서 그녀의 부모들에게 따지고 싶은 심경을 추스르며 다시금 욕조에 몸을 담갔다.


“아니, 남 얘기만 할 때는 아니려나···”


도중에, 문득 어떤 것에 생각이 미친 에우로파는 씁쓸하게 중얼거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작가의말

예고해드린 대로 이번 화는 쉬어가는 내용입니다.


기존 아르나시아의 행동에 이유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직접 언급은 애매한 감이 있어 하지 않았지만 뭐...

이 정도면 충분히 예상 가능하실 걸로 생각합니다.


그런데, 쓰고 나서 든 생각이긴 합니다만.

미소녀들이 씻은 물로 목욕을 한다는건 기분 나빠해야 하는게 아니라...(일명 ‘이쪽 업계’라 부르는 계통에서는) 오히려 포상 아니려나?



남은 비축분량이 한자릿수까지 줄어들었습니다...

조만간 연재주기 조절을 해야 할 듯 하네요.

적어도 공모전이 완전히 끝날 때까지는 1일1화를 유지하려 했는데, 아무래도 본업이 있고 취미로 하는 것이다보니 생각보다 힘에 부치는군요...



오늘도 제 글을 읽어주신 독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다음 화에서 뵙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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