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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트업(Setup) - 수정판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AAKHS
작품등록일 :
2017.07.07 03:11
최근연재일 :
2017.09.20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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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7,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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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7.31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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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트업(Setup) - 2편-37

DUMMY

“에우로파. 혹시 그 사진이라는 거, 그 안에 더 있어?”

“응? 더 있긴 한데···”

“보고 싶어. 보여줘!”

“하지만 별로 볼 만한 건 없을 텐데?”


의아해진 에우로파는 고개를 갸웃하였지만 나트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네가 살던 세계의 모습이 그려진 사진도 있을 거 아냐. 그걸 보고 싶다고!”

“아하···!”


그제서야 이해한 에우로파는 스마트폰을 조작하여 그녀에게 내밀었다.


“자, 이렇게 손가락으로 쓸어내면 다음 사진으로 넘어가져.”

“알았어. 헤에, 제오카에서 나온 것과 비슷한 풍경이구나.”

“그렇지. 진짜로 제오카가 존재하진 않지만.”


저장된 사진은 제법 많이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이 비슷한 복장을 한 채 비슷한 시기에 찍은 것으로 보이는 사진들 위주였다.


“여기 이게 에우로파야? 많이 어려보이네.”

“그거야 당연하지. 10년도 더 된 시기였으니까.”

“그런데, 왜 이렇게 다들 같은 옷을 입고 있는거야?”

“아아. 이건 학생복이야. 내가 학교에 다니던 시절의 사진이거든.”


에우로파의 이야기를 들은 나트는 흥미롭다는 듯한 시선으로 질문하였다.


“학교? 너희 세계에도 학교가 있어?”

“물론. 심지어 이 세계보다 훨씬 많고 체계적이지. 우리 세계에서는 누구나 학교를 다닐 수 있어. 학교를 나오지 않은 사람을 찾기가 힘들 정도로.”

“그래? 너희 세계는 대단하구나.”


나트는 계속해서 다른 사진들을 훑어보았다. 그녀는 꽤 감상적인 어조로 혼잣말하듯 이야기했다.


“재미있어 보이네. 나도 학교에 다녀보고 싶다.”

“너 정도 실력이면 학생보다는 교사를 해야겠지. 아니, 힘들려나?”

“그거, 무슨 의미?”

“딱히 놀리거나 비하하는 의미는 아냐. 아무래도 아직은 외모가 어려 보이니까···”

“어린애 아니거든! 너보다 더 오래 살았다고!”


뾰루퉁해져서 양 볼을 부풀리는 나트의 모습에 ‘어린애 맞네’라고 속으로 생각하던 에우로파는 문득 느껴지는 서늘함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


무슨 이유에서인지, 아르나시아가 또다시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방금 전만 해도 어느 정도 기분이 풀어진 듯 보였던 그녀는 다시금 불쾌한 감정을 담은 시선을 보내는 것에 에우로파는 난감할 따름이었다.


‘아니, 대체 왜 저러는 거야?’


이번에는 그녀의 심기를 건드리지도 않았다. 오히려 나트와 나름 사이좋은 대화를 하고 있지 않았는가!


‘아 몰라! 이젠 나도 모르겠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반응을 보이는 아르나시아는 차치하고, 나트와 대화하던 에우로파는 문득 생각이 들었다. 이미 자신은 자신이 살던 세계에서 너무 멀어진 것이 아닐까. 하고.


실제로 몇 년만 더 지나면 자신이 이 세계에서 보낸 세월이 더 많아지게 된다. 게다가 원래 세계에서의 기억도 흐릿해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이미 자신은 더 이상 원래 살던 세계의 사람이라 부를 수 없을지도 모른다.


‘어쩔 수 없이 이 세계에 정착하자고 결심하긴 했지만···그리운 건 역시 어쩔 수 없군.’


사실 에우로파는 원래 세계에 돌아가고 싶어했다. 이제와서는 자신이 있던 세계에서의 주변인물 중 스마트폰의 사진으로 저장되어있는 인물이 아니고서는 얼굴조차 제대로 기억나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그는 자신의 스마트폰에 가족의 사진은 단 한 장도 저장해두지 않았다는 사실을 매우 후회하고 있었다.


‘가족들···친척들···다들 건강하게 있을까? 친구들은 지금쯤 뭘 하고 있으려나.’


원래 세계로 돌아갈 실마리조차 못 잡은 것도 문제였으나, 설령 돌아간다 해도 그곳이 자신이 알고 있던 그 세계로 되돌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도 있었다. 막상 원래 세계로 돌아갔더니, 옛날 이야기마냥 이미 긴 세월이 지나 자신이 아는 사람들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나이를 먹은 자신을 알아보지 못할 수도 있었다.


‘스승님, 국왕 전하, 그리고 제자들···그들과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게 될 수도 있겠지.’


또한 이미 이곳에서 이룬 일과 맺은 인연이 많다는 것 또한 그의 정착을 결심하게 하는 원인이었다. 그를 거두어준 스승, 히아스를 비롯하여 이곳에서 얻은 새로운 인연들을 포기한다는 것은 자신의 인생의 반을 잃게 되는 것이기에.


‘게다가 그쪽 세계에서도 마법을 쓸 수 있다는 보장도 없고.’


최악의 경우 이곳과의 연을 정리하고 원래 세계로 돌아간다 하더라도 가족이나 친척, 친구들은 이미 늙어 죽은 뒤인데다 마법조차 쓸 수 없는 무력한 몸으로 이 세계에 돌아올 수 없게 된 채 홀로 남겨질 수도 있다.


“너무 오래 있었어···너무 많이 생각하게 될 만큼···”


에우로파가 우울한 상념에 빠져드는 동안, 나트는 계속해서 그의 스마트폰에 저장된 사진들을 넘겨보고 있었다.


“여기부터는 이쪽 세계의 사진인가? 아, 히아스다.”


스마트폰에 비춰진 히아스의 모습은 주름살도 적고, 흰머리도 적게 난. 지금보다 훨씬 젊은 시절의 것이었다. 에우로파 본인조차 간만에 보는 그의 모습에 그는 새로운 추억이 떠올라 작게 미소지었다.


“당시엔 스승님도 사진을 신기해하셨지.”


그나마 조금은 밝아진 감상에 젖어있는동안 계속해서 사진을 둘러보던 나트는 유독 인상적인 사진을 발견하였다.


“에우로파, 이 사진은 뭐야? 너와 왠 여자가···”

“히히힝힝힝!!”


나트가 에우로파에게 사진이 비추어져 있는 스마트폰을 들이밀려는 순간, 마차가 일순 크게 진동하더니 요란한 말 우는 소리와 함께 크게 흔들렸다.


“우어엇!”


자리에 앉아있던 다른 이들은 그렇게까지 큰 충격을 느낄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막 스마트폰을 주고받으려 엉거주춤한 자세를 취하던 에우로파와 나트는 그대로 중심을 잃고 넘어졌다.


“자, 잠깐. 에우로파!”

“부, 분홍색···!”


양측 의자 사이의 바닥에 눕듯이 넘어진 나트와 함께, 그녀의 양 다리 사이에 얼굴을 파묻은 채 쓰러진 에우로파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얼빠진 억양으로 중얼거렸다. 이윽고 바닥에 주저앉는 바람에 나트의 손에서 빠져나와 위로 튀어올랐던 스마트폰이 에우로파의 머리 위로 낙하하며 그의 뒤통수를 한 대 가격한 뒤 바닥에 떨어지더니 머리맡 옆의 틈새로 미끄러지며 들어가버렸다.


“이런! 스마트폰이···”

“에, 에우로파!”

“잠깐만. 이것 좀 줍고···”

“자, 잠깐. 무슨 짓···하응!”


아직 바닥에 주저앉은 채인 그녀의 양 다리 사이에 머리가 낀 상황에서, 상체가 앞으로 고꾸라진 부자연스러운 자세를 한 채 옆으로 팔을 뻗어 바닥을 더듬느라, 에우로파는 자신도 모르는 와중에 정수리로 나트의 허벅지 안쪽 고간부에 머리를 들이민 채 문지르고 있었다. 그의 자각없는 행동에 그녀는 급격히 얼굴이 붉어지더니, 입가에서는 미묘한 신음성이 새어나왔다.


“에우, 에우로파···아흑! 머리가···”

“잠깐만···닿긴 닿는데, 조금만 더···!”


팔을 뻗는 에우로파의 머리가 더욱 거칠게 나트의 비부에 마찰되어졌다. 나트는 어떻게든 그의 머리를 밀어내려 하였으나, 경험해본 적 없는 이상한 감각으로 인해 쉽게 팔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모습이었다. 반면 에우로파의 경우는 팔을 뻗어 안쪽 바닥을 더듬거리느라 움직임이 격해지고 있었다.


“그, 그렇게 세게 움직이면···흐아항!”


계속해서 머리를 부벼대는 에우로파로 인해 나트는 자신의 몸이 원하는대로 제어되지 않음을 느꼈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양 허벅지를 오므리며 힘을 주었고, 그로 인해 에우로파의 머리 앞뒤를 압박하는 동시에 시트 밑을 살피던 그의 시야를 허벅지로 가리게 되었다.


“잠깐, 그렇게 조이지 말고…잠시 들어 봐…!”


스마트폰의 위치를 확인하려는 순간, 갑자기 허벅지로 눈앞을 가리는 나트의 행동에, 에우로파는 작게 신경질을 내며 시트 밑으로 뻗고 있는 쪽의 반대편 손으로 그녀의 허벅지를 잡아 비스듬히 옆으로 벌리며 들어올렸다.


“아, 안되…에우로…파, 그만…”


어떻게든 스마트폰에 손을 뻗으려 요동치고 있다보니 그로 인해 그녀에게 가해지는, 이 경험해 본 적 없는 자극에 그녀는 이게 한계를 맞이하려 하고 있었고. 급기야 옆에서 보고 있던 아르나시아의 노기 충만한 일갈이 터져나왔다.


“언니에게 무슨 짓을 하는 거야!?”


그 안에 담긴 감정은 방금 전 나트에게 사진을 찍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격노해 있었다. 그리고 동시에 나트 역시 분노가 폭발하였다.


“좋아. 잡았···”

“도대체···언제까지 머리를 문지르고 있을거야!?”

-빠악

“크욱!”


스마트폰을 집어든 에우로파가 막 몸을 일으키는 순간, 나트가 다리를 웅크리더니 그의 안면을 걷어찼다. 용케 스마트폰을 다시 떨어뜨리지는 않았으나 에우로파는 그대로 뒤로 넘어져 마차 내부 벽면에 등을 부딪치며 주저앉았다.


“갑자기 걷어차다니, 무슨 짓이야?”

“너야말로 무슨 짓이야! 남의 다리 사이에 머리를 비벼대고!”

“그게 무슨···음? 아···! 그, 그게···!!”


그제서야 자신의 정수리에 닿고 있던 것이 무엇인지 자각한 듯 에우로파의 얼굴도 붉어졌다. 그는 허둥거리며 그녀에게 자신의 잘못을 사과하였다.


“미, 미안. 이걸 줍는데 정신이 팔려서···”

“지금 그걸 변명이라고 하는 거야?!”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나트와 아르나시아의 시선에 에우로파는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 그는 그녀들이 더이상 뭐라고 하기 전에 책임을 회피하고 관점을 돌리자는 생각으로 마차 바깥에 있는 마부를 향해 호통을 쳤다.


“마부, 무슨 일이냐! 운전 똑바로 못해?!”

“주, 주인님. 아, 앞에. 아니 주변에!”

“아앙? 또 산적이라도 나타난 거냐? 어디 한번 보자!”


에우로파는 도망치듯 마차의 문을 박차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일순이나마 위기를 모면했다는 생각과 더불어, 마차의 가는 길을 가로막는 놈이 없었다면 애초에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자신을 이런 상황으로 몰아넣은 데 대한 모든 분노를 자신들의 앞길을 막은 놈들에게 풀어주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방금 전의 일로 인해 헝클어진 머리를 신경질적으로 뒤로 쓸어넘겼다.


“음? 뭔가 미끈거리는게···”


언제, 어디서 묻은 것인지. 방금 머리를 쓸어넘긴 손에서 미끌거리지만 약간의 점성도 있는 액체의 감촉이 느껴졌다. 대체 어디서 묻었나 싶었지만, 지금은 그런 것에 신경을 쓸 여유가 없는 에우로파는 별 생각 없이 로브자락에 손을 문질러 그것을 닦아낸 뒤 주변을 살폈다. 뒤따라 마차에서 내린 그의 제자들 역시 주변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굳이 자세히 관찰할 필요 없이 마부가 마차를 멈춘 원인을 발견할 수 있었다.


“···!!”


그것은 에우로파가 원했던마냥 화풀이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는 수준의 것이 아니었다.


“스, 스승님! 저거···!”

“보고 있다! 이 무슨 미친 사태냐?!”


몬스터들이 몰려오고 있었다. 대충 세어도 백 단위에 육박할만한 대군이었다.

종류도 상당히 다양했는데, 사악하게 생긴 난쟁이, 개와 비슷하게 생긴 머리를 한 난쟁이, 초록색 피부의 유인원을 닮은 인간형의 몬스터, 이마에 창끝을 연상시키는 뿔이 난 늑대, 신장이 3미터에 달하는 몽둥이를 든 거구, 심지어 4미터를 넘는 외눈박이의 뿔이 난 몬스터들도 보였다.


“고블린, 코볼트, 오크, 외뿔 늑대, 트롤, 오우거, 사이클롭스까지!”


게다가 정면에 한정되지 않고 사방에서 몰려오고 있었다. 정면의 도로에서도, 측면의 숲 속에서도, 그리고 후방에서도.


에우로파는 짧게 비행 마법을 사용하여 마차의 지붕으로 올라섰다.


“두 명은 같이 올라와라. 두 명은 마차 내부에서 몬스터를 요격한다!”


그는 마차의 어깨를 거칠게 두드리며 그를 재촉했다.


“마부! 어서 출발해라. 멈춘 상태에서 습격당했다가는 저것들을 모두 상대해야 한다고!”

“하, 하지만 사방에서 몬스터가···”

“내가 길을 열 테니 정면으로 달려! 달린다면 적어도 발이 느린 놈들은 상대하지 않아도 돼!”


생각같아서는 마차의 화물칸에 실려있는 에미넨트를 장비하고 싶었지만 그럴 시간이 없다. 맨몸이더라도 자기 자신은 몬스터에게 죽임당하지 않을 자신이 있었지만 제자들이나 마부, 마차 뒤에 타고 있는 시종들까지 지킬 여력은 없었다.


“에우로파. 무슨 일이야? 밖에 몬스터가 있다고?”

“나오지 말고 안에 있어! 최대한 무시하면서 돌파할 거니까!”


물론 나트와 아르나시아라는 막강한 전력이 함께 있었지만 일전의 그녀들의 언행으로 판단하건데, 그녀들은 에우로파의 제자와 시종들이나 마차를 지킨다는 것은 전혀 염두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었다. 아니, 오히려 그녀들의 공격에 함께 휘말릴지도.


결국, 저 몬스터들을 상대하는 것을 최소화하면서 따돌리는 것이 최선이라고 결론지었다.


“달려! 빨리!”

“아, 알겠습니다!”


에우로파의 지시대로 제자들 중 두 명이 그를 따라 마차 위로 올라왔다. 제자들이 품 안에서 로드와 접이식 스태프를, 에우로파는 카드를 꺼내드는 것과 거의 동시에 마부가 다시금 마차를 출발시켰다.


“정신 똑바로 차려라. 기회는 한 번이다!”

“예!”


전력으로 달리는 마차의 흔들림은 이제까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다. 에우로파는 낮게 몸을 숙인 채 한 손으로는 마차의 난간을 붙잡고 다른 한 손으로 카드를 들어올려 정면에 급속도로 다가오는 몬스터의 집단을 향하였다.


“사거리 연장, 범위확대, 효과가속. 중력역전!”


자연의 법칙과는 정 반대의 방향으로 작용하는 중력에 의해 마차 정면에서 달려오던 십수 마리의 몬스터들이 순식간에 수십 미터 공중까지 치솟아올랐다.


“지금이다. 저 빈 공간의 양 옆을 막아!”


공중으로 솟아오른 몬스터들로 인해 일렬로 빽빽하게 달려오던 몬스터들의 한가운데에 큰 공백이 생겼다. 아직 남아있는 몬스터들이 그 빈공간을 채우려는 것을 막기 위해 에우로파의 제자들이 곧바로 주문을 발동하였다.


“석벽 생성!”


빈 공간의 양 옆으로 바위로 이루어진 벽이 땅밑에서 솟아오르듯 형성되었다. 두께는 약 1미터 이하에 높이는 약 2미터, 길이는 종심으로 10여미터 수준인 벽은 양 쪽에서 빈 간격을 메우려던 몬스터들의 움직임을 차단하였다.


“저기다! 마부, 저 사이로 달려!”

“예, 예에···!”


마부는 쥐고 있던 목줄을 크게 흔들며 말들을 채근하였다. 말들도 상황을 이해한 듯 한층 더 속도를 내며 석벽 사이의 틈새를 향해 달려나갔다.


“크우어어!”


마차가 석벽 사이를 통과하려는 순간, 벽 너머로부터 트롤과 오우거, 사이클롭스들 몇 마리가 몸을 내밀었다. 각각 3미터와 4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덩치는 석벽으로는 완전히 차단하지 못할 거구였다.


“크워어아악!”


거의 2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곤봉이 마차 위로 휘둘러졌다. 직격하였다가는 일격에 마차를 산산조각낼 기세로 곤봉을 휘두르는 사이클롭스를 향하여 에우로파는 다음 주문을 발동하였다.


“충격파!”

“크허엉!”


에우로파가 연이어 꺼내든 카드로부터 공기를 울리는 파장이 발산되어 사이클롭스의 명치를 강타하였다. 덩치가 있다보니 멀리 날려버리지는 못하였으나 갑작스러운 충격에 사이클롭스는 비명을 지르며 뒤로 넘어졌다.


“화염구!”

“냉기 화살!”


에우로파의 제자들도 각자 마법을 발동하여 다른 트롤과 오우거들의 공격을 저지하였다. 이윽고 마차는 석벽의 틈을 지나 몬스터들의 포위를 돌파하였다. 마차가 지나가기 무섭게 방금 전까지 허공에 솟아올랐던 몬스터들이 원래대로 돌아온 중력에 의해 바닥으로 추락하며 다양한 비명소리들을 질렀다.


“잘했다. 마부! 이대로 계속 달아나!”


이미 발이 빠른 몬스터들은 몸을 돌려 마차의 뒤를 쫓아오고 있었다. 하지만 마차 안에서도 그것들을 향해 마법 공격을 날리기 시작하였다.


“수정창!”


그리고 마차 안에서 마법 공격을 날리는 인원 중에는 아르나시아 역시 포함되어 있었다. 그녀는 마차의 창문을 통해 상반신을 내민 채 단번에 십수 개의 수정으로 이루어진 창을 형성하여 마차 뒤를 추격해오는 몬스터들을 향해 발사하였다.


“캬아아악!”


외뿔 늑대 등 마차를 따라잡을 수 있는 속도를 가진 몬스터들은 이 단 한번의 공격으로 상당수가 수정창에 궤뚫려 땅 위에 널브러졌다. 남은 몬스터들이 여전히 뒤따라오고 있었으나 에우로파와 그의 제자들 역시 곧바로 요격을 개시하였다.


“연쇄 번개!”

“화염구!”

“냉기 화살!”


얼마 지나지 않아 마차를 따라잡을 수 있을 정도의 속도를 낼수 있는 몬스터들은 거의 정리하였다. 에우로파는 시야에서 사라져가는 몬스터들을 확인하고는 마부에게 속도를 늦출 것을 지시하였다.


“아직 뭐가 더 올지 모르니 일단은 말의 속도를 늦춰라. 무작정 달리다 말이 지쳤을 때 또다시 다른 몬스터가 떼로 습격해오면 그땐 정말 위험하니까.”


방금 전 습격하던 몬스터들 중 뒤늦게 추격해온 것으로 보이는 몬스터들 중 일부의 모습이 간간히 나타났으나 보이는 족족 에우로파의 제자들에 의해 격퇴되었다. 그리고 조금 더 시간이 지나자 더 이상 어떠한 몬스터도 뒤를 쫓아오지 않았다.


“휴우. 아무래도 따돌린 것 같군.”

“그런 것 같군요.”


긴장으로 인해 이마에 맺혔던 땀을 닦으며 에우로파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상황이 안정되었음을 인지한 것은 마차 안에 있던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럼, 아까 전의 추행에 대해 이야기를 좀 해볼까요. 에우로파, 내려오세요.”

“빨리 내려와 이 파렴치한 녀석아! 뻔뻔하게 어물쩡 넘어갈 생각 하지 말고!”

“······”


역시 이 정도로 상황을 모면하기엔 어림도 없었던 것인가. 진정한 위기가 다가오는 것을 느낀 에우로파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의 이마에 맺혀 흐르는 식은땀의 양은 방금 전 몬스터들을 발견할 때 이상이었다.




작가의말

역시 명색이 라이트노벨에서 이런 류의 해프닝이 없으면 섭하겠죠.

개인적으로도 꽤나 쓰고 싶었던 부분입니다.

며칠 전에 꽤나 거창하게 예고한 것에 비해 소소해서 실망스러우실 수도 있겠지만...

12추 정도 수위는 되겠지요, 그래도...?


1편에서는 영 밍밍한 말장난만 있어서(제가 삽화를 그릴 재주가 있었다면야 적어도 ‘팬티 노출’정도는 어떻게 키워봤겠지만...후새드) ‘어떻게 해야 좀더 높은 단계의 상황에 밀어넣을 수 있을까?’라고 나름 고민한 결과물이었습니다...


잠시 진지좀 들이키고 이야기하자면,

당연하게도, 대뜸 여자의 특정 부위를 갑자기 자극한다고 저렇게 급격히 흥분하거나 ‘느끼는’ 일은 없습니다. 저렇게 순식간에 ‘가버리는’일은 더더욱 없구요...

어디까지나 창작물+판타지니까 그러려니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번 화는 나름 여러 가지를 우겨넣었습니다.

약간의 대화, 약간의 독백, 약간의 밑밥, 약간의 암시, 약간의 애로(이게 중요), 약간의 전투신...


...전부 약간이군요.



오늘도 제 글을 읽어주시는 독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추천, 선작, 관심어린 댓글을 남겨주실 예언 속의 그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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