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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트업(Setup) - 수정판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AAKHS
작품등록일 :
2017.07.07 03:11
최근연재일 :
2017.09.20 09:45
연재수 :
6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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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14
추천수 :
64
글자수 :
447,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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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8.14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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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셋트업(Setup) - 2편-49

DUMMY


“마지막으로 경고하겠는데, 더 이상 방해하면 진짜로 죽여버릴 테다!”


중력역전 마법이 풀려 다시 지면에 착지한 데스틴이 으르렁대며 위협하였다. 그러던 중 그는 문득 생각난 것이 있는지, 나트와 아르나시아를 번갈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고보니. 뱀파이어가 둘이라고 들었던 것 같은데, 어째서 한 명 뿐이지? 마법을 쓰는 녹색머리···아아, 너는 뱀파이어가 아니었군. 그럼 그렇지, 마법을 쓰는 뱀파이어라니···”


여전히 길게 사족을 달며 무언가 잘못 들었던 정보를 정정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던 그는, 갑자기 의아한 시선으로 아르나시아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아니, 뱀파이어가 아니다 못해 이건···어딘가 그리운 느낌인데···”


의도치 않게 일시적인 소강상태가 된 틈을 이용하여, 에우로파는 재차 그에게 질문하였다.


“네놈, 정체가 뭐냐! 누구의 사주를 받고 이런 짓을 하는 거지?”


설마 이 녀석도 그 제카롯이라는 자들과 연관이 있는 것인가? 그렇다고 한다면 과연 그들은 얼마나 큰 세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인지. 왜 굳이 이렇게 자객을-그것도 도무지 제정신은 아닌 듯한 놈을 보낸 이유는 무엇일까.


“그딴 것 없어! 내 목적은 저 뱀파이어 계집을 쳐죽이는 것 뿐이다!”


하지만 데스틴은 단번에 부정하였다. 물론 그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 있는 것은 아니겠으나, 거짓이 아닐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곧바로 공격을 재개하려는 데스틴을 경계하며 아르나시아가 조심스럽게 에우로파에게 말하였다.


“에우로파, 저 정도 상대를 두고 본 실력을 내지 않아선 이길 수 없어요.”


전날 몬스터를 상대할 때에는 그다지 신경쓰지도 않는 것 같더니, 이럴 때는 일일이 그런 걸 생각하고 있지 말라고! 그제서야 에우로파는 상대가 델리우급의 강자라고 예상하고 있음에도, 그녀들이 자신들의 고유능력을 사용하지 않고 있는 이유를 이해하고는, 답답한 마음을 담아 답변하였다.


“저 미친 녀석이 뱀파이어 뱀파이어 입에 달고 있는 시점에서 이미 조용히 넘어가긴 글렀어. 너희들 하고 싶은 대로 해!”


이쯤되면 오히려 이 전투에 휘말려들게 될 기지 수비병력들에 대한 걱정이 더 앞섰지만, 그렇다고해서 이것저것 가리고 있을 여유는 없었다. 에우로파의 동의에 나트와 아르나시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본격적으로 자신들의 능력을 끌어내기 시작했다.


“좋아, 그럼 사양하지 않겠어. 하아아압!”


델리우와 싸울 때와 마찬가지로, 나트의 전신과 그녀가 들고 있는 검에서 진득한 검붉은 기운이 넘쳐흐르기 시작하였다.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등줄기가 서늘해질 끈적한 핏빛 기운과 더불어, 그녀의 눈동자에 맺힌 붉은 색이 확대되어 눈 전체가 붉은 안광을 발하는 모습에는 주변에 있던 병사나 기사들도 흠칫 놀랄 정도였다.


“그래, 진작 그랬어야지. 이제 좀 상대할 보람이 생기겠군!”


흥이 오른다는 듯, 광기어린 미소가 짙어지며 데스틴의 목소리가 고조되었다. 더불어 그는 아르나시아가 어떤 모습을 보일지 기대한다는 듯 그녀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광기 넘치는 미소를 짓고 있던 그의 표정은 곧 굳어졌다.


“전력으로 가죠. 본신 현현!”

“뭐? 변환이 아니고···!?”


아르나시아의 외침과 함께 그녀의 전신이 에메랄드빛 섬광에 휩싸였다. 이윽고 각각 한 쌍의 날개와 뿔, 그리고 꼬리가 돋아나는 모습에 데스틴의 표정이 경악에 물들어갔다.


“자. 이제 본격적인 대결을 해 보도록 할까요.”


아르나시아가 호기롭게 이야기했지만, 어째서인지 데스틴은 방금까지마냥 곧바로 덤벼들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후다닥 달려가서 에미넨트를 장착하고 와야 하는 것 아닌가 하고 에우로파가 고민할 즈음, 난데없는 데스틴의 고성이 들려왔다.


“···대체 이게 어찌된 일이야!!”


그 한마디에는 정말 많은 감정이 담겨있는 듯 하였다. 그리고 그의 얼굴은 여지껏 살아오면서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을만치 기괴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엘리멘탈 드래곤이···살아 있었다고!?”

“···?”

“아냐, 분명 그때 모두 죽었을 텐데!”

“뭐야? 저 녀석, 대체 왜 저래?”

“그때 이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어! 엘리멘탈 드래곤은, 어스 드래곤은 죽었어! 모두 죽었다고! 테라 드래곤인 그녀가 죽었는데 어스 드래곤이 남아 있을 리가 없잖아!”


마치 연극 배우의 독백 장면을 보여주듯. 격정적으로 양 팔을 휘두르거나, 거칠게 머리를 감싸쥐고, 이윽고는 고개를 격하게 좌우로 흔드는 등. 그는 정말 다양한 행동과 표정변화를 보이고 있었다. 현실을 부정하는 듯한 발언과 표정, 그에 따른 격한 몸짓을 하고 있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에우로파와 아르나시아는 서로 눈빛을 주고 받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폭염!”

“강뇌!”


패닉에 빠져 무방비 상태나 다름없는 그를 향해 마법 공격을 가하였다.


-투쾅

-콰광


폭발과 동시에 번개가 내려쳤다. 이윽고 에우로파는 제자들과 다른 마법사들에게도 외쳤다.


“뭣들 하는 거야. 당장 마법 공격을 퍼부어!”


새삼스럽게 ‘정말 이래도 되는건가?’싶기도 하였으나, 곧바로 사방에서 갖가지 마법이 날아들었다. 그 와중에 혹시나 어떠한 반격이 날아올까 경계를 늦추지 않았으나, 꽤나 오랫동안 마법 공격이 가해지는 동안에도 이렇다할 전조는 보이지 않았다.


“잠시 공격 중지! 혹시 모르니 마법사는 물러서!”


각종 폭발 등으로 인해 일어난 흙먼지가 가라앉는 동안, 어느 방향으로 데스틴이 튀어나올지 경계하였다. 하지만 자욱히 일어난 흙먼지가 거의 가라앉아감에도 마찬가지로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해치웠나?”


···아차. 이 대사는 금기어인데.


이윽고 완전히 흙먼지가 가라앉고, 데스틴의 모습이 드러났다. 어떤 의미에서는 역시나싶은 것이, 데스틴은 죽지 않고 여전히 두 다리로 서 있었다. 비록 어느 정도 피해는 입은 듯 보였으나, 지금껏 가한 마법 공격의 규모에 비교하였을 때 터무니없을 정도로 적은 수준이었다.


“이···치사한 녀석들이!”

“저 녀석, 상처가···!”


자세히 보니, 그의 상처가 매우 빠른 속도로 아물어가고 있었다. 피해가 적었다기보다는 회복이 말도 안되게 빨랐다는 게 맞는 이야기리라. 어제 보았던 기괴한 트롤조차 능가할 정도의 속도로 상처를 회복해가는 그의 모습에 에우로파를 비롯한 일동은 크게 긴장하였다.


“어떻게 되먹은 놈이야, 대체?”

“···잠깐 질문 좀 하자.”


어느새 완전히 상처를 회복한 그는 어째서인지 곧바로 공격해오지 않은 채, 손가락으로 아르나시아를 가리키며 그녀에게 질문하였다.


“거기 계집. 너 혹시, 정말 엘리멘탈···그러니까 어스 드래곤···”

“발진 폭발!”

“크악!”


하지만 아르나시아는 들을 필요도 없다는 듯, 곧바로 그에게 마법 공격을 가하였다. 그리고는 지면 밑에서부터 일어나는 폭발에 의해 허공에 떠오르는 데스틴을 가리키며 에우로파와 다른 마법사들을 종용하였다.


“뭐 하고들 있나요? 공격을 속행하죠!”

“···이봐! 잠깐!”


바닥을 뒹구는 데스틴이 한 손을 들어올리며 외쳤으나, 이번에도 아르나시아는 듣는 척도 하지 않았다.


“수정창!”


방금 전도 그러하였지만, 드래곤의 모습으로 변신한 그녀가 사용하는 마법의 위력은 변신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내 말 좀! 듣고···큭!”

-투콱


신경질 섞인 외침과 함께 다급히 회피 행동을 하였으나, 크기도 숫자도 평상시의 두 배 이상인 그녀의 수정창 공격을 모두 피하기에는 무리였는지. 수정창에 복부와 어깨, 다리를 궤뚫린 데스틴은 그 피해를 버티지 못하고 바닥에 쓰러졌다.


“석창 생성!”

“크으윽!”


이윽고 땅밑으로부터 다수의 바위로 이루어진 창이 여러 개 솟아나며 그를 밑에서부터 꿰어 들어올렸다. 바위 창에 의해 몸 곳곳을 궤뚫린 채 허공에 들어올려진 그는 고통에 몸부림치면서도, 이상할 정도로 저항하지 않고 있었다.


“지금이야, 언니!”

“아, 알았어 나시!”


나트 역시 갑작스러운 그의 행동의 변화에 의아해 하고 있었으나, 동생의 외침에 고개를 끄덕이며 그에게 일격을 가하기 위해 달려갔다.


“하아압!”

“멈추라고···했잖아!”

-쿠쾅


나트가 그의 머리에 검을 찔러넣기 직전, 돌연 데스틴이 폭발을 일으켰다. 마치 그의 몸 자체가 폭탄이라도 되는 듯한 형태로 일어난 폭발에 나트는 황급히 양 팔로 앞을 가리며 검붉은 기운으로 몸을 감쌌고, 곧바로 그녀는 폭발의 기세로 인해 뒤로 날려졌다.


“언니!”

“괜찮아! 아무렇지 않아.”


폭발로 인해 날려졌다고는 하나, 아르나시아가 있는 위치까지 날려지며 착지한 그녀에게 이렇다할 직접적인 피해는 없어보였다. 오히려 스스로 폭발을 일으킨 데스틴 쪽이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다.


-털썩


폭발의 영향으로 그의 온 몸을 궤뚫고 있던 수정창과 석창은 산산조각이 나 있었다. 자신을 궤뚫어 들어올리고 있던 석창이 사라지자 바닥에 떨어진 그는, 곧바로 비척이며 몸을 일으켰다.


“···약속하지. 지금은 더 이상 공격하지 않겠다. 그러니까 내 질문 좀 들어!”

“······”

“한 번만 더 그쪽에서 먼저 공격하면 그땐 진짜로 여기 있는 모두를 죽여버리겠다. 저 계집만이 아니라 약한 녀석들부터 순서대로!”


미친 놈 치고는 이쪽 사정을 꽤나 잘 파악하고 있군. 그의 말대로 되었다가는 상당히 곤란한 상황이 벌어진다. 실제로 그의 위협에 주변 병사들이 겁을 먹고 슬금슬금 뒤로 물러서고 있었다. 더 이상의 전투는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한 에우로파는 손을 들어 아르나시아와 나트를 제지하였다.


“정말이지···뱀파이어도, 엘리멘탈 드래곤도! 양 쪽 어느 측에서도 이렇게 막무가내인 녀석은 없었어. 대체 어디의 누구한테 어떻게 교육받았길래 이 모양이야? 완전 엉망진창이로군.”


짜증 섞인 한마디를 하는 동안, 그의 상처는 방금 전과 마찬가지로 순식간에 회복되어지고 있었다. 신체를 관통당할 정도의 상처였음에도, 잠시 후에는 그런 사실조차 없었다는 듯 말끔해진 모습이었다.


‘나도 그게 궁금한 와중이다.’


한편, 그의 투덜거림에 동의하는 듯 에우로파가 슬쩍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그 분야는 조금 달랐지만.


“거기 녹색머리. 너 정말로 엘리멘탈 드래곤···어스 드래곤이냐?”


여전히 믿을 수 없다는 듯 질문하는 데스틴에게 아르나시아는 곧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하였다.


“이런 모습을 한 종족이 달리 있었던가요?”

“하긴···그런 개성적인 모습을 흉내낸다면 도플갱어같은 녀석들 정도겠지. 하지만 놈들도 지금같은 고유의 분위기나 느낌까지 흉내낼 수는 없을테고.”

“······”


굳이 매번 그렇게 사족을 달아야겠나? 그의 질문은 계속되었다.


“이름은?”

“···아르나시아에요.”


아르나시아의 대답에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데스틴은 미간을 찌푸리며 재차 질문했다.


“엥? 너 방금 엘리멘탈 드래곤이라고 하지 않았나? 어째서 머티어리얼 놈들 방식의 이름을 쓰는거지?”


그러고보니 델리우 역시 같은 질문을 했었지.


드래곤의 이름에 고유 규칙이 있다는 것은 에우로파도 알고 있었다. 다만 그것은 현재 ‘드래곤’하면 일반적으로 연상하는 ‘머티어리얼 드래곤’들 사이에 대한 것으로, 예를 들어 그린 그래곤은 A, 레드 드래곤은 M, 블랙 드래곤은 G로 시작하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는 식이었다. 아마 저 이야기로 미루어보건데, 엘리멘탈 드래곤 역시 이름에 있어 머티어리얼 드래곤과는 다른 고유 방식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두 번이나 같은 질문을 하고 있는 것을 보고 있자니, 문득 에우로파도 그 점에 대하여 궁금해졌으나. 그때와 마찬가지로 아르나시아는 그 점에 대하여는 답변을 하지 않으려는 모습이었다.


“그런 것까지 대답해 드려야 하는 건가요?”

“···아니, 그럼 다른 걸 질문하지.”


어느새 그의 양 팔도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아와 있었다. 목 뒤를 따끔거리게 할 듯한 살기도 거의 진정되는 모습에 나트와 아르나시아 역시 들고 있던 무기를 거두었다.


“방금 저 뱀파이어 계집을 ‘언니’라고 부르던데. 서로 무슨 관계이지?”

“자매인데요.”

“에···?”


즉답하는 아르나시아의 반응에, 데스틴은 벙찐 표정을 지으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잘못 들은 게 아닌가 싶어 의심스러워하는 그에게 아르나시아는 강조하듯 재차 답변하였다.


“친자매에요.”

“뭐···?”


한층 더 일그러진 표정을 내보이는 그의 모습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기보다, 믿을 수 없다는 모습이었다.


“···도저히 모르겠군. 일단은 물러나 주겠어. 조만간 다시 보도록 하지.”

“아니, 두 번 다시 안 봤으면 좋겠는데···”


눈을 가늘게 뜨며 고개를 내젓는 에우로파의 답변은 들은 체도 하지 않은 채, 데스틴은 그대로 공간이동 기지 바깥을 향해 도약하였다. 단숨에 망루 위로 뛰어오른 그는 다시금 고개를 돌려 잠시동안 아르나시아를 응시하는가 싶더니, 이윽고 기지의 외벽을 넘어 기지 저편의 숲 방향으로 사라져 버렸다.


“도대체 왠 미친 놈이···”


데스틴이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던 에우로파는 전투 내내 어찌할 줄 모른 채 서 있던 용병단장에게 다가갔다. 에우로파가 다가오자 그는 난감한 표정으로 양 손을 앞으로 내밀어보이며 고개를 흔들었다.


“죄, 죄송하지만. 저도 저 자에 대하여는 잘 모릅니다···!”

“그러겠지···”


이건 추궁하거나 심문할 필요조차 없어보였다. 그렇게 생각한 에우로파는 방금 전 전투로 인해 부상당한 이들을 둘러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미치겠군. 가는 곳마다 이 모양이어선.”


어제는 몬스터 떼가 덤벼오더니, 오늘은 왠 미친 놈이 나타났다. 말 그대로 하루가 멀다하고 무언가 일이 터지는 현실에 에우로파는 속이 쓰려오는 것을 느꼈다.


“내일이 오기 전에, 빨리 왕도에 도착해야···”


그런 에우로파의 바램이 닿은 것일까, 망루 위에서 경계를 하던 병사의 외침이 들려왔다.


“대장님, 북쪽 방향에서 비행선이 접근하고 있습니다! 문장으로 보건데, 왕가 소속 비행선으로 보입니다!”


병사의 말대로, 북쪽 방향에서 비행선 한 척이 접근해오고 있었다. 비행선에 도장된 문장과 외형을 통해, 그의 스승-히아스가 보내주기로 하였던 비행선이 맞음을 확인한 에우로파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수비대장과 용병단장을 손짓하여 불렀다.


“혹시나싶어 미리 이야기해두겠지만, 방금 전 있었던 일에 대하여는 일체 발설을 금한다. 만약 이 일에 대해 소문이 나게 되면 철저하게 추적하여 책임을 묻도록 할테니 유념하도록. 알겠지?”


두 사람을 향해 에우로파는 목소리를 낮추며 위협적으로 이야기하였고, 그들은 어느새 평소 모습으로 되돌아온 두 소녀와 에우로파를 한 차례씩 번갈아 보더니 몇 번이나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아, 알겠습니다. 절대 발설하지 않겠습니다.”

“그쪽 상인! 너희도 마찬가지다. 혹시나 오늘 일이 바깥에 알려졌다가는 장사 접는 수준에서 끝나지 않을 거다. 알았나?”


에우로파가 기지 내의 인원들에게 지시 및 당부(그리고 약간의 협박까지)를 하는 동안, 어느새 비행선은 기지 바깥 개활지에 내려앉고 있었다. 선체 길이가 50미터를 넘는 비행선이 지면에 착함하면서 한 차례 거센 바람이 몰아쳤다.


“제발 더 이상 아무 일도 없기를···”


기도하듯 중얼거리며 에우로파는 손짓으로 제자들과 하인들에게 이동을 지시하였다. 에우로파 본인 역시 비행선으로 이동하기 위해 마차에 탑승하며, 나트와 아르나시아에게도 탈 것을 권하였다.


“나트, 나시. 마차에 타! 바로 비행선으로 가자.”

“응? 으, 응. 알았어, 지금 갈게.”


문을 열어둔 채 마차 승강계단에 발을 걸친 모습으로 그녀들을 부르는 에우로파를 향해 다가가던 나트는, 방금 전 데스틴에 의해 상처를 입었던 오른팔을 흘끔 보더니 의아하여 고개를 갸웃하였다.


“이상하네···상처가 낫지 않아.”


이 정도면 순식간에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아물어야 할 텐데. 자신의 팔을 바라보느라 걸음이 느려진 그녀에게 다가온 아르나시아가 재촉하였다.


“언니, 어서 가자.”

“응? 그, 그래.”


하지만 곧 그녀는 그리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하였다. 자신이 있는 곳으로 다가와 손을 마주잡으며 앞장서는 아르나시아의 모습을 보며 나트는 작게 중얼거렸다.


“뭐, 괜찮겠지.”




작가의말

더 이상 아무 일도 없을 리가 없고,

괜찮을 리도 없지...



아르나시아가 사용하는 마법 중 ‘발진 폭발’은 영어로 ‘Eruption’으로, ‘이걸 뭐라고 번역해야하나’를 고민하게 했던 단어이기도 하죠.

직역하면 ‘분화’나 ‘(화산의) 폭발’ ‘지진’정도였는데, ‘지진파’로 하기엔 애매하고, ‘화산폭발’은 너무 나간 것 같고, 그냥 ‘폭발’이라고 하자니 ‘폭염’(Explosion)과 구분할 필요가 있고.

결국 ‘발진 폭발’이라는 왠지 두드러기 난 것 같은 애매한 이름이 되어버렸습니다.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그냥 ‘분화’정도로 할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들지만...뭐 생각해보면 ‘발진 폭발’도 나쁘진 않아 보입니다...

참고로 땅속성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제는 꽤 오랜 과거지만 최초로 ‘Fire ball’을 ‘화염구’라는 단순명쾌한 단어로 번역하여 사용한 누군가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오늘도 제 글을 읽어주신 독자님께 감사드립니다.

다음 화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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