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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트업(Setup) - 수정판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AAKHS
작품등록일 :
2017.07.07 03:11
최근연재일 :
2017.09.20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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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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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8.02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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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트업(Setup) - 2편-39

DUMMY


뱀파이어의 도시 습격으로부터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았지만, 세인스 시는 빠르게 본 기능을 되찾아가고 있었다. 한창 복구사업이 벌어지고 있는 세인스 시의 현 상황은 활기의 정도로만 따지자면 평상시 이상이었다.


“제오카 상회에서 왔습니다. 발주하신 복구용 건설물자들입니다!”


흔적도 없이 사라진 내성의 복구는 그 중에서도 가장 큰 활력이 모여 있는 장소 중 하나였다. 이미 현장 주변에는 석재와 목재, 마력수정 등 갖가지 자재들과 더불어 이를 다루는 인부들이 모여있어 본격적으로 건설을 시작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수고했다. 저쪽 석재가 모인 곳 뒤편에 내려놓도록.”

“예. 알겠습니다. 나리.”


서류와 실물을 확인한 관료의 지시에 따라 운송대는 자신들이 가져온 자재들을 운반하였다. 운송대장은 부하들과 현장에 있던 인부들에게 하역을 지시하였다.


“운반은 저쪽이다. 마력수정이나 장식재는 섬세한 물품들이니 각별히 주의하라고.”

“알겠습니다요 대장님!”


지시를 마친 운송대장은 이어서 도시까지 이동하는 동안 자신들을 호위하여 준 용병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였다.


“여기까지 호위해주느라 다들 고생하셨소. 보수는 중심가 쪽에 있는 제오카 상회 지점에서 정산하면 되오.”

“잘 알고있습니다. 제오카 상회와 거래한 지도 꽤 되었으니까요.”


현장 관료와 운송대장의 서명이 적힌 확인증을 받아든 용병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인사를 건네었다.


“매번 감사합니다. 그럼 다음 기회에 또 뵙지요.”

“우리들이야 말로. 당신들처럼 실력 좋고 예의까지 갖춘 용병들이라면 항상 환영이지. 언제라도 우리 상회를 찾아주시게.”


그렇게 서로 작별의 인사를 나눈 뒤 용병들은 공사현장을 빠져나왔다. 용병단의 단장은 밝게 웃으며 동료들에게 확인증을 들어보였다.


“역시 제오카 상회는 거래하기 편하군. 다들 수고했다. 오늘은 내가 살테니 다들 한잔 하러 가보자고!”

“와우! 그 말을 기다렸슴다, 단장!”

“비싼 거 먹어도 되는 겁니까?”


단장의 이야기에 다들 흥이 올라 한마디씩 하였다. 하지만 그 와중에 유독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맨 뒤에서 따라오고 있는 인물이 한 명 있었다. 단장은 그에게 다가가 친근한 기세로 어깨동무를 하며 말했다.


“너무 그렇게 딱딱하게 있지 않아도 된다고. 처음 만났을 때 무시하는 태도로 대한 것은 사과하지.”


용병들 치고는 상당히 준수한 장비를 착용하고 있는 다른 인원들과 대조되게, 그의 장비는 이제 막 모험가가 된 초보자도 비웃을 정도로 단촐하고 질이 낮은 장비를 착용하고 있었다.


“헌데, 자네 정도의 실력이라면 충분히 더 좋은 장비를 마련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을텐데. 혹시 사기라도 당했던 겐가? 아니면 도박이라던가···”

“아뇨, 그건 아닙니다. 애초에 사기당할 만한 일도 없었고, 도박은 원래 좋아하지도 않아서···물론 평범하게 카드놀이라던가 하는 것까지 싫어하지는 않지만···”

“그, 그래. 굳이 거기까지 이야기할 필요는 없네.”


이미 몇 차례 경험한 듯, 용병단장은 굳이 부연설명을 붙이는 그의 말을 멈추게 하였다.

그는 2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170중후반의 건장한 체격에 탈색된 듯 생기가 없는 회색 머리칼을 적당히 기른 사내였다. 다른 사람들에 비해 얼굴선이 둥글다는 느낌은 있었으나 나머지는 그리 눈에 띄는 외모는 아니었다. 오히려 너무나도 특색이 없어보이는 외모와 분위기라 위화감을 느낄 정도였다.


“이름이···에니체드라고 했었지? 어떤가, 혹시 임시가 아니고 정식으로 우리 단원이 될 생각은 없는가? 자네 정도라면 우리 용병단의 주축이 되는데 부족함이 없을 것 같은데.”

“그래. 이번 호위 간 몬스터들을 처치하는 실력이 엄청나더만. 정말이지 꼭 함께하고픈 인재라는 감이 팍 왔다니까?”

“필요하다면 장비 정도는 마련해줄 수도 있다고. 아, 물론 빌려주는 거지만 말야. 하하하.”


단장의 말에 다른 용병단원도 거들었다. 나머지 인원들도 크게 다르지 않은 시선으로 그가 자신들과 함께하기를 기대하는 눈빛을 보내었다.


“말씀은 감사하지만 그러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해야 할 일이 있어서요.”


부담스러운 듯, 그리고 그들의 호의에 감사하다는 듯 쑥쓰러운 미소를 지으면서도 에니체드는 손을 들어올려 정중히 거절하였다. 붙임성 좋은 모습으로 정중히 이야기하는 모습이 좀더 밀어붙이면 마지못해 승낙할 것 같아보이기도 하였지만, 용병단장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런가.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그렇게까지 저자세로 부탁하기에는 용병단장으로써 자신의 입장이나 체면도 생각해야 하는데다가, 무엇보다 그의 ‘할 일이 있다’는 대답에서 무언가 강한 의지가 자리잡고 있음을 느꼈기 때문이기도 하였다. 오랜 용병생활을 통해 얻은 감이 그는 결코 평범한 여행자가 아님을 알리고 있었다.


“하지만 적어도 오늘까지는 우리 동료이지. 자네도 함께 한잔 하고 가게나.”

“예. 그럼 감사히 얻어먹겠습니다.”


에니체드는 단장의 뒤를 따라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커다란 주점의 앞에 도착하였다.


“어서오십시오!”


입구에 들어서자 종업원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용병단장은 종업원에게 단원들의 자리안내를 부탁한 뒤 다시 문 밖으로 나섰다.


“나는 정산을 하고 오지. 금방 올 테니 혹시 음식이 나오면 먼저 먹고들 있게나.”

“알겠슴다 단장. 빨리 다녀오십쇼!”


자리에 앉아 기다리는 동안 음식에 앞서 술이 먼저 테이블에 올려졌다. 그들은 서로 잔을 나누며 잡담을 나누기 시작하였다.


“고작 이 정도에 ‘대단하다’라니, 앞으로는 좀 더 힘조절을 해야겠군.”


에니체드 역시 자신의 앞에 놓여진 맥주잔을 들어올리던 와중 옆자리에서 큰 소리로 대화하는 것이 들려왔다.


“정말이라니까? 그 뱀파이어 녀석, 한번 팔을 휘두르더니 덤벼들던 용병이나 기사들이 우수수 나가떨어지는 거야. 팔에 무슨 시커먼 덩어리가 씌워진 게 마치 기둥같이 거대했다고.”

“···!!”


그들의 이야기 도중 들려온 ‘뱀파이어’라는 단어에 에니체드는 자신도 모르는 새 어깨를 들썩였다. 소리가 들려오는 옆 테이블에서는 마법사로 보이는 모험가가 다른 모험가들에게 흥분한 억양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게다가 그놈, 눈이 아예 눈알째로 없었거든? 아예 눈두덩 안에 내용물이 없었다고. 그런데도 마치 다 보인다는 듯이 엄청나게 빠르고 자연스레 움직이는데, 열 명이 넘게 동시에 덤비는 걸 다 막거나 피하더라니까. 아까 말했다시피 그 큰 덩치로 말야!”


그 모험가는 당시 마주했던 뱀파이어의 덩치를 묘사하는지 자리에서 일어나 양 팔을 벌리며 몸짓으로 표현을 하고 있었다.


“큰 덩치에 눈이 없다면···타룸 놈의 자식, 이름이 분명 도드룸이었던가.”


그리고 그의 이야기를 듣는 에니체드의 양 입꼬리가 급격한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요즘들어 너무 운이 좋은 것 같군, 대어들이 이렇게 연달아 걸리다니. 그렇게 중얼거리며 그는 계속되는 이야기에 집중하였다.


“그때 그 왕실마법사와 베쿰이 나타나더군.”

“베쿰? 소드마스터 베쿰 말야?”

“그래, 아까도 얘기했었잖아. 게다가 그 왕실마법사도 나이에 비해···아니, 솔직히 말해 나 같은 건 비교도 안될 만큼 훨씬 마법 수준이 대단했어. 폭염이나 냉기 폭풍 마법을 사전영창 없이 연사하더니 즉석에서 용암 골렘까지 만들어내더군. 과연 왕실마법사랄까···문제는 그런 두 사람이 가세했는데도 도저히 이길 것 같지 않을 정도로 놈이 강했다는 거야. 실제로 그 왕실마법사와 나를 포함한 마법사 몇십 명이 마법을 퍼부어도 끄떡도 안했더라니까. 심지어 그 상태에서 반격까지 하더군! 온 사방의 바닥에서 검은 가시들이 솟아오르는데, 자칫하면 꼬치가 될 뻔했지.”

“그래서는 진짜 말 그대로 괴물이잖아! 그런 놈을 어떻게 잡았다는거야? 비약이 너무 심한거 아냐?”

“그래, 괴물이었지. 그때 앞서 이야기했던 계집들이 나타난 거야. 그 계집들은 더 괴물이었어. 그 괴물이 팔을···이렇게 움켜쥐는데 그 가느다란 팔에서 무슨 힘이 나는건지 한 손으로 뿌리칠 정도였다니까!”


계집? 데스틴의 눈가가 가늘어지는 가운데 모험가와 이야기를 하고 있는 다른 모험가는 의아한 듯 질문하였다.


“가만, 그런데 무슨 소리야? 먼저번에선 그 계집들, 베쿰과 서로 싸웠다면서? 왜 갑자기 한편이 되어준 거지? 아니, 그것보다 그 계집들도 뱀파이어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건 나도 모르지. 멀리 있다보니 자세한 건 듣지 못했지만 그 두 계집 중 마법을 쓰는 계집이 ‘너희는 우리의 적이다!’라고 하더니 서로 싸우더라고.”


도드룸 말고 뱀파이어가 더 있다니. 게다가 마법을 쓰는 뱀파이어?


뱀파이어들은 다양한 고유능력을 가지고 있다보니 여간해서는 마법을 배우는 일이 거의 없다. 마법을 연마하는 시간동안 차라리 자신의 고유능력을 단련하는 쪽이 훨씬 효과적이기에. 실제로 에니체드가 아는 중에 마법을 쓰는 뱀파이어는 그리 많지 않았다.

게다가 뱀파이어들끼리 싸우다니. 에니체드는 그들의 이야기에 점점 흥미가 생겼다.


“아무튼, 그렇게 두 계집들이 그 눈 없는 녀석을 쓰러뜨렸어. 그리고 더 놀라운건 지금부터야.”


여전히 모험가들의 이야기를 엿듣고있는 에니체드가 앞선 이야기에 대해서도 생각을 정리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모험가의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그 금발 계집이 마무리 일격을 가하려는데 또다른 뱀파이어가 나타났지. 그 눈 없는 녀석이 나중에 나타난 그 녀석을 보고 ‘주군’이라고 하더군.”

“주군이라고? 설마···!!”


에니체드의 동공이 작아지며 두 눈이 부릅떠졌다. 급격한 흥분에 의해서인지 그의 얼굴 형상이 한 순간 본래의 날카로운 생김새로 되돌아갔다가 다시 둥글둥글한 얼굴로 바뀌었다.


“녀석은 나타나자마자 눈 없는 놈을 보호하더니 달려들던 금발 계집을 한 손으로 날려버린 거야! 그냥 이렇게···벌레라도 쳐내는 것 같이 가볍게 손짓을 했을 뿐인데 금발 계집은 옆으로 날려가서 건물 속으로 처박혔지. 그리고 그 뱀파이어 우두머리가 이렇게···후드를 제끼는데, 갑자기 엄청난 위압감이 느껴지더라고. 살면서 그 정도로 위협적인 기세는 처음이었어! 놈은 바닥에서 솟아나듯 나타났었는데···”


당시의 감정이 되살아난 듯 모험가의 억양이 고조되었다. 당시의 상황을 떠올리는지 양 손으로 후드를 젖히는 모습을 따라하던 도중, 더 이상 엿듣고만 있기엔 참을 수 없었던 에니체드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들 옆으로 다가왔다.


“실례합니다. 옆에서 듣고 있다보니 너무 흥미가 생겨서요.”

“아앙? 넌 뭐야?”


이야기를 하고 있던 모험가의 일행 중 한 명이 건방지다는 듯 그에게 시비조로 말했다. 동네 건달 수준도 안 될 저급한 장비를 착용하고 있는 에니체드의 모습은 그와 함께 왔던 용병들보다도 수준 높은 장비들을 갖추고 있는 모험가들과 비교되어 더욱 차이가 커 보였다.


“끼어들어서 정말 죄송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너무 좋아하다보니 그만···”


에니체드는 주머니에서 금화 하나를 꺼내 두 손으로 테이블에 올려놓으며 뒷머리를 긁적였다.


“아무래도 지금 가진 건 이거뿐이군요. 괜찮으시다면 이 이야기를 듣는 동안만 합석해도 괜찮겠습니까?”


비굴함까지 느껴지는 자세로 숙이고 오는 그의 모습에 모험가는 그를 쫓아낼 생각도 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저 잠시 듣기만 하겠다는데, 별로 상관없을 것 같았다.


“흠. 상관없겠지. 그 돈은 넣어둬. 그걸로 좀 더 제대로 된 장비나 마련하라고.”

“정말 감사합니다, 모험가님. 도량이 크시군요.”


에니체드는 자신이 앉아있던 의자를 끌어와 앉았다. 그가 끼어드는 통에 잠시 이야기를 멈추었던 모험가는 다시 하던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럼 계속하지. 그 뱀파이어 우두머리가 이렇게 말하는거야. ‘끝까지 나에게 저항하겠다면 전력으로 상대해주마!’.그리고는 부상당한 그 덩치 큰 뱀파이어를 데리고 가는데, 그림자 속으로 쑤욱 하고 사라지더라고. 여기까지가 내가 직접 보고 경험한 부분이야. 이 다음부터는 전해들은 이야기인데···”

“저기, 잠시만요. 혹시 그 뱀파이어가 자기 이름을 알려주지는 않던가요?”


이야기를 끊으며 다급하게 질문하는 에니체드의 모습에 방금 전 그와 이야기했던 모험가가 다시금 그의 행동을 건방지다고 생각하여 참견하려는 듯 하였으나, 그가 뭐라고 하기 전에 이야기를 하고 있던 모험가가 별 감흥없이-오히려 ‘그러고보니’라는 생각으로 답변하였다.


“아, 확실히 자기소개를 하긴 했어. 이건 그 덩치 큰 녀석도 마찬가지긴 했지. 그 우두머리 이름이 아마 데···델···”

“···델리우!”


그가 되뇌이려던 이름을 갑자기 큰 소리로 앞서 말하는 에니체드의 기세에 같은 자리에 앉아있던 모험가들은 물론, 옆 테이블에 있던 용병단의 인원들도 화들짝 놀라 그를 쳐다보았다.


“델리우! 델리우 맞습니까? 델리우라고 했지?!”

“으, 으응. 확실히 그런 이름이었던 것 같은데···”


이제는 거의 협박이나 다름없는 기세로 종용하는 에니체드에게 ‘건방지다’고 말하는 인물은 없었다. 그만큼 그의 기세가 위협적으로 돌변하여 있어, 대답하고 있는 모험가를 비롯한 주변인들은 뭐라 말하는 것조차 잊을 만큼 당황해 있었다.


“그래서, 놈은 지금 어디로 갔어?!”


급격히 흥분한 에니체드는 자신도 모르는 새 반말로 질문하고 있었다. 반면 그런 걸 신경쓸 겨를이 없을 정도로 상대의 기세에 눌린 모험가는 어느새 존댓말로 대답하고 있었다.


“어디로 가긴···아마, 아마도 죽었을걸···요?”

“뭐? 죽···어?”


그리고 에니체드는 그가 대답한 내용에 당황하였다. 믿을 수 없다는 듯 동공이 요동쳤다.


“시, 실제로 본 건 아니지만···놈은 이 도시를 박살내려고 했는데, 그···도시는 지금 이렇게 멀쩡하고···무엇보다 영주님이 공언하셨다고···요. 게다가 놈을 토벌하기 위해 그야말로 살아있는 전설 같은 유명한 사람들도 열 명이 넘게 왔고, 대부분이 살아있으니 아마도···”

“델리우가 죽었다고? 퓨레드나의 맹주가···죽어?”


잠시동안 망연해져 멍한 표정으로 허공을 응시하던 에니체드는 이내 모험가의 이야기에서 무언가가 생각난 듯 추가로 질문하였다.


“그러고보니, 델리우 말고 다른 뱀파이어가 있다고 했었지?”


이미 다소나마 머리가 식은 상태였지만, 이미 반말을 하기 시작했으니 되돌릴 수 없다고 생각한 에니체드는 방금 전의 위협적인 기세를 이어갔다. 여전히 칼바람이 부는 듯한 그의 질문에 모험가는 떨면서 대답했다.


“예, 예에. 금발의 어린 계집이었습죠. 키는 140초반정도의 마른 체형에 인상이 사나워보였고···메이드복을 입고 있었습니다. 마법을 쓰는 다른 한 쪽은 녹색 머리에···키는 조금 더 컸고, 금발 계집을 언니라고 불렀어요. 마찬가지로 메이드복을 입고 있었구요···”

“어디로 갔지?”

“그, 그것까진···”


애매한 그의 대답에 에니체드는 다시금 흥분하기 시작했다. 어느새 그의 얼굴 생김새는 원래의 날카로운 생김새로 돌아와 있었다. 얼굴의 형태를 되돌릴 생각조차 잊은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모험가의 멱살을 잡아 들어올렸다.


“말해! 그 뱀파이어는 어디로 갔냐고!”

“케겍! 지, 진짜로 몰라요! 하지만···제오카 상회라면 알고 있을 지도···”


사실 모험가의 대답은 거의 궁색한 추측에 가까웠다. 일단은 이 상황을 모면해야 한다는 생각에 뭐라도 알려줘야겠다는 식으로 뱉은 말이었을 뿐이었다.


“제오카 상회?”

“이, 이번 도시 방어를 총괄한 왕실마법사가 제오카 상회의 상회장이기도 하거든요. 실제로 보수는 제오카 상회에서 받았으니까···그 계집도 베쿰처럼 왕실마법사에게 직접 고용된 것 같았고···”

“···알았다.”


그제서야 에니체드는 잡고 있던 멱살을 놓아주며 황급히 주점을 나섰다. 그리고 거의 동시에 용병단장이 주점 내로 들어오다 밖으로 나가려는 그와 마주쳤다.


“어라? 에니체드, 갑자기 무슨 일이라도···?”


문득 그의 얼굴 생김새가 달라진 것 같다는 느낌에 의아해하는 용병단장을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지나쳤다.


“이, 이봐. 적어도 보수는 받고 가야지!”


하지만 여전히 그는 들은 체도 하지 않고 주점 밖으로 사라졌다. 그가 주점 밖으로 사라지고 나서야 방금 전까지 그와 이야기를 하던 모험가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무례한 일을 당했는지 떠올리며 화를 내기 시작했다.


“저 시건방진 녀석! 지금이라도 쫓아가서 혼쭐을 내주겠어!”

“그만둬!”


하지만 방금 전까지 에니체드와 이야기를 하던 모험가가 그를 제지하였다. 방금 전 멱살을 잡혀 흐트러진 목 소매를 매만지는 그의 손은 눈에 보일 정도로 떨리고 있었다.


“쪼, 쫓아가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 그때 그 뱀파이어에게서 느꼈던 위압감이···지, 지금과 비슷했어.”


그때의 감정이 완전히 되살아난 듯, 공포마저 느끼고 있는 모험가의 모습에 나머지 그의 일행들은 더 이상 아무 말도 못한 채 가만히 자리에 앉아있었다.





한편, 에니체드는 주점을 나서 걸어가던 중 방금 전의 이야기를 다시 한번 상기하며 중얼거렸다.


“제오카 상회라고 했나···제오카···”


그의 걸음이 조금씩 느려졌다. 그는 몇 번이고 ‘제오카’라는 단어를 되뇌이고 있었다.


“제오카, 제오카···이전에도 어디서 들은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러던 중 또다른 생각이 그의 뇌리를 채웠다. 그는 가던 걸음을 완전히 멈추며 중얼거렸다.


“가만, 메이드복? 왜···?!”


혹시 제대로 못 들었거나 상대가 잘못된 정보를 이야기했던 것인가? 그러나 되돌아가서 다시 질문하기에는 상황이 애매했다.


“···그런 쪽 취향인가?”




작가의말

데스틴과 접촉이 얼마 안 남았군요.



그리고 공모전도 얼마 안 남았군요.

저야 뭐 애초부터 권외 축에도 못 들다보니 언급할 것도 없지만,

좋은 작품들에 좋은 결과 있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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