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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트업(Setup) - 수정판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AAKHS
작품등록일 :
2017.07.07 03:11
최근연재일 :
2017.09.20 09:45
연재수 :
65 회
조회수 :
6,832
추천수 :
64
글자수 :
447,005

작성
17.08.31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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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셋트업(Setup) - 2편-60

DUMMY

“저기, 나트···”

“······”

“나트?”


그녀는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 양 무릎을 끌어앉고 앉은 채 멍하니 전방을 바라보고 있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인지, 그녀는 에우로파가 두 번째로 자신의 이름을 부르고나서야 화들짝 놀라며 그를 바라보았다.


“으, 응? 방금 뭐라고 했어?”

“아니···그냥 부르기만 했는데.”


혹시 아직도 낮의 일을 생각하고 있었던 것인가? 에우로파는 무슨 이야기를 꺼내어야 할지에 대해 갑자기 어려워지는 것을 느꼈다.


“······”

“······”


결국 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색한 정적 속에서 에미넨트를 정비하면서 나는 작은 금속음만이 간간히 들려왔다.


『점검 및 정비 완료. 대기 상태로 전환합니다』


그 정비도 마침내 모두 끝났다. 에우로파는 벗어두었던 에미넨트의 각 부위들을 다시금 장비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섰다.


“저, 저기 에우로파.”

“응?”


혼자서 장착하려다보니 그 속도가 꽤 느린 편이었다. 막 흉갑 부분을 걸친 뒤 각반 부위를 착용하고 있던 에우로파는 자신을 부르는 그녀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올려 바라보았다.


“······”

“······”


그리고 또다시 이어진 정적. 그것도 꽤나 불편한 정적이었다.


‘아니, 불렀으면 말을 하라고!’


게다가 하필이면 각반을 착용하려고 엉거주춤 상체를 숙이고 있을 때 불러서 더 애매했다. 아무 말 없으니 그냥 무시하고 착용하던 각반 부위을 마저 결속해야 할지, 아니면 이대로 그녀가 뭔가 말하기를 기다려줘야 할지···


『거 서로 답답해서 못봐주겠네! 어이, 인간. 일단 착용하던 갑주는 마저 착용하고 이야기를 하던가 하지?』

“···!!”


그러고보니 나트의 검은 자아가 있었지. 말을 할 수도 있고.


“자, 잠깐! 으엇!!”


아직은 익숙하지 않은 뤼간트의 갑작스러운 언동에, 여전히 구부정한 자세를 취하고 있던 에우로파는 화들짝 놀라 균형을 잃고 앞으로 쓰러지려 하였다. 반사적으로 몸의 균형을 회복하기 위해 앞으로 발을 딛었으나, 결과적으로는 몇 걸음을 더 움직였을 뿐, 결국 나트가 있는 방향으로 넘어졌다.


“에, 에우로파! 잠깐···!”

-털썩


게다가 그렇게 움직인 덕에 나트에게 더욱 가까워졌다. 원래라면 그냥 맨바닥에 쓰러질 정도의 거리였지만, 이 몇 걸음으로 그는 곧바로 나트의 바로 앞까지 다가가게 되었고, 결국 그녀의 바로 위로 덮치듯이 쓰러졌다.


『이거 꽤나 대담한 인간이로군! 아무리 이미 만져볼 곳은 다 만져본 사이라지만, 갑자기 너무 적극적인 거 아냐? 조금은 순서라는 걸 지키라고.』


서로가 나란히 위아래로 포개진 것처럼 되어버린 상황에, 에우로파는 황급히 몸을 일으키며 그녀에게 사과하였다.


“미, 미안!”

“아니···괜찮···아.”


그것은 무슨 의미에서 ‘괜찮다’고 한 것이었을까. 에우로파가 황급히 몸을 돌려 바닥에 떨어진 각반부의 조각들을 주워올리는 와중에도, 심지어 그가 나머지 부위들을 장착하고 있는 도중에도 나트는 여전히 바닥에 누운 채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저기···좀 춥네.”

“···응.”


또다시 잠시간의 정적이 이어졌다. 그 정적이 깨어진 것은 이번에도 뤼간트에 의해서였다.


『어라? 왜들 가만히 있어? 낮에 있었던 일을 계속하려는 거 아니었나?』

“······”

“······”


에우로파와 나트는 각각 서로의 반대방향으로 시선을 둔 채 있었다. 뤼간트는 다시금 둘에게 재촉하였다.


『내 힘도 보다 더 모아둘 수 있을테니 일거양득이로군. 자아, 빨리 해 버리라구. 인간, 주인!』

“넌 좀 닥치고 있어!”

“넌 좀 닥치고 있어!”


결국 이 눈치 없는 검에 대해, 더 이상 참지 못한 두 사람이 동시에 소리질렀다. 하지만 둘의 외침에도 뤼간트는 전혀 당황하지 않고 유들거리는 말투로 말을 이었다.


『쳇. 아무래도 할 생각은 없어 보이는군. 그럼 그냥 잠이나 자던가』


뤼간트는 식상하다는 듯 툴툴거리더니, 이내 조용해졌다. 잠시 후, 완전히 에미넨트의 재장착을 마친 에우로파는 문득 무언가를 깨닳고는 소리를 내어 한차례 웃어보였다.


“후, 하하하. 하하하하.”

“에우로파?”


이 얄궂은 마검 녀석. 의외로 괜찮은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 같군. 그렇게 생각하며 에우로파는 나트에게 다가와 그녀의 옆에 나란히 앉았다.


“언제까지 그렇게 누워 있을 거야? 잠시 얘기라도 할까?”


자신을 향해 내민 손을 마주 잡고 나트는 몸을 일으켰다. 에우로파는 평소와는 다른 나긋나긋한 말투로 그녀를 다독이기 시작했다.


“나시라면 너무 걱정하지 마. 분명 무사할 테니까. 지금쯤 왕도에서 스승님과 함께 기다리고 있을 거야.”

“···응.”

“그 갈데···드래곤도 죽었다고 확정된 건 아니니까. 분명 살아있을 거야.”

“응···”


아무래도 제대로 맞춘 것은 아닌가보다. 그녀는 여전히 반쯤 망연한 모습으로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었다. 뭔가 다른 화제를 꺼내야 할지 고민하려던 순간, 마침내 나트가 먼저 이야기를 꺼내었다.


“에, 에우로파. 있잖아···”


하지만 곧바로 이야기가 시작되지는 않았다. 그녀는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듯 우물거리고 있었지만, 에우로파는 잠자코 그녀의 이야기를 기다렸다.


“어머니들께선···알고 계셨을까? 아버지에 대해.”

“글쎄···아마도.”


짐작하건데, 나트의 부친은 말할 것도 없고. 아마 모친들 역시 영웅전쟁보다 훨씬 이전부터 존재하여 왔을 가능성이 높았다. 오늘 킬리가 이야기했던 ‘관리자들 간의 내전’이 일어났을 때, 또는 그보다도 더욱 이전일 수도 있다.


‘왜 근래에 와서야 자식을 낳은 것인지가 의문이긴 하지만···’


다른 정보가 전혀 없는 현 상황에서, 사실은 의외로 이 점이 제일 의문이었다. 하지만 그 점은 당사자들이 직접 말해주지 않고서는 가설의 여지가 너무 많았기에 섣불리 확정할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적어도 그 ‘제카롯’이라는 자들과 직접 마주치게 된 시점에서는 알고 있었을 확률이 높겠지.”

“그렇겠지?”


이전에도 잠시 의문을 가졌지만, 그때는 상당히 단순하게 치부한 감이 있었다. 하지만 킬리의 이야기를 통해, 제카롯이 언젠가 다시 이 세계에 나타날 것을 알고 있었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난···모르겠어. 왜 아버지와 어머니들은 나와 나시에게 아무 것도 이야기해주지 않으셨는지.”


언젠가는 그들이 다시 나타날 것을 나트의 부모는 분명 알고 있었다. 현 시점에서 에우로파가 추측 가능한 가설은 그리 많지 않았다.


“아직은 나도 잘 모르겠지만. 그리고 이건 어제 이미 했던 이야기지만, 적어도 너희가 그들과의 싸움에 휘말리길 원하지 않으셨다고 생각해.”


그리고 그 정도로. 나트와 아르나시아 정도는 상대조차 되지 않는 강대한 적이라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 제카롯이라는 자들은.


‘하지만 이미 충분히 말려들었다고 생각되는데···’


물론, 아직까지는 그래도 어떻게든 벗어날 여지는 있었다. 적어도 아직은.


“만약 너희가 그들에게 인질로 붙잡히기라도 하면, 너희 부모님은 대단히 곤란해지겠지.”

“······”


그리고 그렇기에, 자신의 스승인 히아스에게 그녀들의 신변을 부탁한 것이겠지. 그녀들을 숨겨주고 보호해줄 수 있을 정도의 실력과 배경을 지닌 동시에, 충분히 신뢰할 수 있다고 생각한 이에게.


“하지만, 그렇다면 더욱 이상하지 않아?”

“무엇이?”

“당장 얼마 전, 널 만난 도시에서의 일도 그렇잖아? 왜 놈들은 스스로 직접 움직이지 않는 거지? 왜 굳이 델리우를 보낸 걸까?”

“!! 그러고보니···”


나트의 지적은 예리했다. 확실히, 세인스 시에서의 행동만을 보아도 그들의 행동은 너무나 비효율적이었다.

델리우를 감시하기 위해서였는지까지는 몰라도, 세인스 시에서 델리우 일당과 맞붙을 당시 그들은 자신들과 가까운 곳에 있었다고 생각된다. 그렇다면 적어도 자신들이 델리우 일당에게 관심이 쏠린 틈을 타 무언가를 할 수 있었지 않았을까? 굳이 델리우가 가져오기를 기다리지 않고 직접 마도기를 탈취하거나, 나트 자매를 납치한다거나···


‘그러고보니 당시 그녀들은 ‘어서 그들을 추격해야 한다’라고 했었지.’


합리적인 추측을 해 보자면 그들이 이미 나트의 모친들-아힌세르린과 티니에 의해 추격당하고 있었고, 그로 인해 자신들이 직접 손을 쓸 여유가 없었지 않았을까 생각해볼 수 있다. 하지만 그 외에도 의문점은 많이 있었다.


“스승님과 너희 부모님의 이야기라던가···상황을 볼 때, 아직은 제카롯이라는 그 자들이 다시금 이 세계를 침공한 지 그리 오래되지는 않은 것 같아. 게다가···”

“게다가?”

“아마 그들의 수는, 적어도 이 세계에 나타난 그들의 수는 많지 않을 거야. 굳이 이 세계의 인물들을 사주해서 이용해야 할 정도라면.”


무엇보다, 본격적인 전면전이 일어나지 않았다. 델리우조차 수족으로 이용하고, 나트의 부모가 극도로 경계할 정도의 자들이다. 소수가 맞붙어도 금새 눈에 띌 정도의 여파가 생겨날 것이 분명함에도 아직까지 이렇다 할 일이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은 에우로파의 가설에 신빙성을 실어주었다.


“그럼 어제나 오늘의 경우는? 왜 굳이 몬스터나···덴 아저씨를 보낸 거지?”

“그건···모르겠군.”


확실히 그 점은 이상했다. 델리우의 경우야 나름 합리적으로 생각할 여지가 있다고 쳐도, 이번의 경우는 그럴 여지조차 없었다.


“몬스터의 경우는 확실한 게 아니니 그렇다쳐도···”


심지어 갈데누란트의 경우는 스스로 직접 ‘나는 조종당하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이 상황에서 그 범인은 아마도 그들-제카롯일 확률이 매우 높았다.

하지만 대체 왜?


‘실험이라도 하고 있는 건가? 아니면···’


역시 아직은 정보가 너무 부족했다. 무엇보다 슬슬 눈꺼풀을 짓눌러오는 피로감에 의해 고민할 여력이 부족해졌다.


“···역시 스승님께 이야기를 들어보기 전까지는 잘 모르겠군.”

“결국 또 그 결론이구나.”


나트가 볼멘 소리를 하며 불평하였다. 투덜대는 그녀의 모습이 귀엽게 느껴졌는지 에우로파는 피로감이 몰려오는 가운데서도 피식 웃었다.


“미안하지만 나도 슬슬 졸려서···우선은 내일 있을 싸움에 대비하자고.”

“···알았어.”


나트도 제법 피로함을 느끼고 있었는지 그녀의 눈이 감겨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오늘 하루의 활동량으로는 에우로파를 훨씬 앞서고 있었을 테니. 이윽고 그녀는 에우로파보다 앞서 곧바로 잠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그럼 에우로파···내일은···”


나트의 상체가 기울더니 에우로파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며 이내 잠에 빠져들었다. 에우로파는 크게 하품을 하며 잠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당장···내일도 쉽지는 않겠지만···하암···”


에우로파 자신도 몸을 가누기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그는 조심스럽게 나트의 머리를 끌어안은 채, 그녀와 함께 뒤로 드러누웠다.


‘어떻게든 되겠지···’


불길한 상상은 되도록 하지 말자. 그렇게 생각하며 에우로파 역시 잠의 세계로 발을 딛었다.




작가의말

예고해드린대로 59화에 이은 나머지 부분입니다.

다음화부터 또다시 전투신의 연속이 되겠군요.

하아...전투신...


그리고 항상 그랬지만, 그리고 이런 류의 진행을 가진 스토리 유형 치고 안 그런 경우가 없겠지만.

순탄하게 될 리가 없죠, 네.



오늘도 제 글을 읽어주신 독자님께 감사드립니다.

특히 항상 업로드한 날에 바로 읽고 추천남겨주시는 이름모를 분, 감사합니다.

글을 계속 써나가는 큰 힘이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화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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