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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트업(Setup) - 수정판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AAKHS
작품등록일 :
2017.07.07 03:11
최근연재일 :
2017.09.20 09:45
연재수 :
6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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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62
추천수 :
64
글자수 :
447,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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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9.20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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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셋트업(Setup) - 2편-64

DUMMY


베라느와 그녀의 부하들이 지키고 있던 중앙 홀을 돌파한 킬리와 나트 일행은 상층 홀을 향해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


“적 수괴가 있는 장소까지 금방이라네. 다들 서두릅세!”


나선형으로 뻗어올라있는 계단은 여러 명이 나란히 달릴 수 있을 정도로 넓었다. 언데드가 주로 관여한 디자인이어서인지. 괴기스러운 느낌의 각종 장식물 등을 제외하면 이제껏 지나온 미궁과도 같은 구역들과 달리, 이곳 중앙 홀과 상층으로 이어지는 구역은 여타 왕성들과 비교하여도 결코 부족하지 않을 웅장함을 가지고 있었다.


“···뭐지?”


슬슬 계단의 끝이 보이려는 무렵, 나트는 자신의 몸 안으로부터 무언가 이질적인 기운이 느껴졌다.


‘이상한 감각. 이건 대체?’


그것은 그녀가 힘을 끌어올렸을 때의 것과는 달랐다. 뤼간트의 본래 힘을 사용한 직후 전신을 안절부절하도록 만드는 그것과도 달랐다.


“그렇다고 완전히 생소한 것도 아니고···”


게다가 이 묘한 느낌은 아직 어렵기는 하지만 스스로 조절이 가능할 것 같았다. 한창 계단을 오르는 와중이었지만 그녀는 이 감각에 제법 흥미를 가지기 시작했다.


“아가씨, 오른손의 그것은···”


그녀의 변화를 먼저 눈치챈 것은 킬리였다. 옆에서 나란히 계단을 오르고 있던 그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모습에 나트는 반사적으로 오른손을 들어올렸다.


“응? 어라? 우와앗!”


그녀의 오른손에 시커먼 기운이 들러붙어 있었다. 뒤늦게야 자신의 오른손의 변화를 알아챈 나트는 깜짝 놀라며 손을 털어내었다.


“···부정 기운이군요. 다루실 수 있겠습니까?


끈적한 액체마냥 꿀렁이던 검은 기운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나트는 다시금 방금 전의 감각을 되살려보려 했으나 어째서인지 다시금 검은 기운이 일어나는 일은 없었다.


“······”

“아직은 무리인 것 같군요. 보아하니, 아가씨께선 부정 기운에 대한 친화력이 높은 듯 합니다. 가능하다면 다음 기회에 다시 연마하도록 하죠.”


방금 전 전투에서 부정 기운으로 이루어진 공격을 당했던 영향인가? 의문이 들었으나 지금 당장 그것을 실험해볼 상황은 아니었다.


“도착했군요. 이곳이···”


어느새 그들은 계단의 끝에 다다르고 있었다. 계단을 지나 짧은 통로를 지나자, 방금 전까지 있었던 실내의 어두움과는 다른 의미에서의 어둠이 그들 앞에 펼쳐졌다.


“결국 여기까지 오고 말았구나. 가증스러운 산 자, 그리고 어리석게도 그들에 동조한 배신자들.”


그곳은 아래층 이상으로 넓고 황량한 홀이었다. 곳곳에 창이 뚫려있거나 테라스가 설치되어 있었으나, 온통 사방이 검은 구름과도 같은 죽음의 기운으로 가득 차 있어 마치 먹구름이 낀 날씨를 연상케 했다. 개방되어 있는 곳을 통해 보이는 바깥으로 죽음의 첨탑 꼭대기 부분들이 보였다.


“허나 이미 늦었다. 의식은 곧 완료된다. 이 세계는 파멸을 향한 첫 걸음을 딛게 될 것이다!”


홀의 중심에 서 있는 상대는 한 명이었다. 몸에 걸친 로브와, 후드의 트인 부분을 통해 보이는 새하얀 두개골을 통해 리치의 상위 존재일 것이라는 예상이 들었다. 그의 주변에서는 죽음의 기운이 오오라화되어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고 있었고, 킬리의 뒤를 따라 홀에 도착한 언데드들은 그를 보자마자 그에게 압도된 듯 당혹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이제 와서 생각을 바꿀 리는 없을 터, 네놈들을 제물 삼아 멸망을 향한 경종을 울리도록 하지.”


그의 등 뒤에는 베라느가 생성했던 것과 유사하게 생긴, 하지만 벽을 채우고 있는 해골의 밀도로 미루어보아 그 내구력은 훨씬 높을 것으로 보이는 벽이 생성되어 있어 홀의 나머지 반 정도 되는 면적을 차단하고 있었다.


“그대···방금 산 자에 대한 것이 아니라, 세계의 파멸이라고 하였소이까?”

“그렇다.”


상대의 이야기에서 불길함을 감지한 킬리가 질문하였다. 상대는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다.


“단순히 죽음의 기운을 증폭하여 퍼뜨리는 일은 아닐 거라 생각하긴 했다만, 훨씬 터무니없는 일을 벌이고 있었나 보구려!”


그는 방금 ‘의식이 곧 완료된다’고 했다. 승리의 확신에 찬 그의 분위기로 볼 때 그것은 분명 사실이며, 즉 킬리에게 있어서는 더없는 위기였다.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여유가 없음을 직감한 킬리는 곧바로 공격행동에 들어갔다.


“잠깐! 멈추게 킬리여. 자네 혼자서 어찌할 상대가···!”


돌발적으로 상대를 향해 달려드는 킬리의 행동에 죽음의 기사들 중 한 명이 그를 제지하려 하였으나, 그는 이미 양 팔에 회색 안개를 두른 채 상대의 코앞까지 육박해 있었다.


“너에 대해서라면 이미 알고 있다. 킬리, ‘안개’의 쿠루아.”

“···!?”


상대의 전신에 서려 있던 죽음의 기운이 일순 거친 바람이 되어 킬리를 향해 몰아쳤다. 주변에 두터운 파장을 퍼뜨리며 몰아닥친 검은 충격파는 그의 몸통을 향해 팔을 내지르려 하던 킬리를 뒤로 날려버렸다.


“본래라면 전위를 맡을 다른 동료가 있었지.”


연이어 그는 한쪽 손을 들어올렸다. 뼈밖에 없는 그의 손바닥에서 다수의 원혼의 모습이 보이는 사령의 기운이 방출되더니 막 자세를 회복하려는 킬리의 몸통 한가운에 직격하였다.


“크읏!”

“이제는 아련한 기억이로군. 너에게 있어서도, 그리고 나에게 있어서도···”


사령 기운에 의해 킬리는 나트의 옆을 지나 그들이 지나왔던 입구 바로 옆 벽면에 충돌하였다. 이후로도 짓누르듯 압박하는 힘에 킬리는 전신을 안개로 변형시켜 옆으로 빠져나왔다.


“이터가 전장을 조성하면 잔타가 전위를 맡았지. 너와 스키로우가 그를 보조하는 동안 드렉튼과 세하인, 데스틴이 주변을 정리하고 나면 마지막 일격을 가하는 것은 주로 리가르의 몫이었고.”

“그걸···어떻게?”


단순히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라면 모를까. 심지어 동료들의 이름까지 언급하며, 그 이상의 이야기까지 하는 모습에 킬리는 크게 놀라 두 눈을 부릅떴다. 이 정도까지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은···


“너희 쿠루아는 각자의 개성과 역할에 맞는 ‘기능’을 가지고 있지. 그것을 서로 조합하여 보완할 때야말로 너희들의 진정한 무서움이 드러나고.”

“······”

“그러나 반대로 이야기하면, 개인으로써는 제대로 된 힘을 발휘할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지.”

“그대는···누구요?


당최 모르겠다는 듯한 킬리의 질문에 상대는 가볍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직도 모르겠는가? 그렇다면 기억나도록 해 주지.”


상대로부터 흘러나오던 죽음의 오오라가 더욱 짙어졌다. 폭발하듯 방출되는 부정 기운과 함께 그의 몸이 허공에 떠올랐다.


“본신 현현!”


시커먼 기운이 전신을 감싸더니, 이윽고 그의 형체가 변하기 시작하였다. 등에서 뼈만으로 이루어진 6개의 날개가 돋아났으며, 새하얀 두개골의 머리 좌우로 6개, 이마 한가운데로부터 한 개의 총 7개의 뿔이 돋아났다. 몸체 역시 형태를 바꾸어, 앙상해 보이던 전신의 골격 위로 마치 갑옷이 덧씌워지듯 탄탄한 갑각들이 생겨났다.


“그 모습은···엘리멘탈 드래곤!”

“굳이 정정하자면 엘리멘탈 드라코 리치. 라고 해야겠지.”


드라코 리치. 원래부터 최강의 생명체로 일컬어지는 드래곤이 스스로의 의지로 언데드화 된 모습을 본 킬리는 그제야 상대가 누구인지 짐작이 가기 시작했다.


“이마의 뿔이 있다는 것은 군주···그리고 그 뿔의 모양새는···”


기억을 떠올리는 동시에 전투준비를 하는지. 킬리의 전신에서 희뿌연 안개가 짙게 형성되기 시작했다. 그것에 섞여 들어가듯 전신마저 희미해지는 와중 킬리는 마침내 상대의 이름을 기억해내었다.


“보이드 드래곤의 군주. 둠 드래곤, 타르-탈! 그대인 것이오?!”

“그렇다. 이제야 기억이 나는가 보군.”


답하는 동시에 드라코 리치. 타르-탈의 전신에서 사방으로 부정 기운이 방출되었다. 그는 보다 높이 떠오르며 자신의 주변에 다수의 검은 구체를 생성시키기 시작했다. 성인 남성의 주먹 두 개 정도 크기의 구체들을 생성시키며, 본격적으로 자신들에 대한 공격을 시작하려는 모습에 킬리는 나트를 향해 다급하게 외쳤다.


“아가씨, 도망치십시오!”


이 상대는 지금의 자신들로는 이길 수 없다! 그렇다면 하다못해 나트만이라도 피신시켜야 한다고 생각한 킬리는 그녀에게 다급히 외치며 타르-탈을 향해 돌진하였다.


“어리석은. 나를 상대로 도망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가?”


나트 역시 상대가 자신들의 수준을 한참 뛰어넘을 정도로 강대한 존재임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자기 혼자 다른 이들을 내버려둔 채 도망치라는 킬리의 외침에는 머뭇거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녀가 머뭇거리는 동안 타르-탈이 생성시킨 검은 구체들은 나트의 주변을 반포위하는 듯한 모양새로 접근해오고 있었다.


“그대의 상대는 본인이라오!”


일순 안개가 되어 사라지는가 싶더니, 어느 새 그의 뒤편 머리 위에서 모습을 드러낸 킬리는 오른손에 안개를 집중시키며 그를 향해 내리쳤다. 하지만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타르-탈은 이미 그의 공격 범위에서 벗어나 있었다.


“그런 공격은 시선을 분산시킬 전위가 있을 때에나 가능하다는 것을 모르지 않을 텐데.”

그가 가볍게 손짓하자 나트의 주변으로 이동하던 검은 구체 중 일부가 사라지더니 그의 앞에 나타났다.

“아니면 나를 얕보기라도 한 것인가? 골창!”


타르-탈의 앞에 나타난 검은 구체들로부터 수많은 날카로운 뼛조각들이 창의 형상으로 생성되어 킬리를 향해 날아들었다. 킬리는 이리저리 움직이거나, 신체를 안개로 변화시키며 그의 공격을 회피하였다.


“킬리 공. 가세하겠네!”


본격적으로 전투가 시작되자, 죽음의 기사와 리치들 역시 각자의 무기를 쥐고 타르-탈을 공격하기 위해 움직였다. 아래층에서의 전투로 인해 그 숫자는 반 이하로 줄어있었고 장비하고 있는 무구들의 상태 역시 이미 온전하지 않았으나,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없는 언데드들은 거침없이 그를 포위하기 시작했다.


“빙결창!”

“화염 폭발!”

“사령탄!”


리치들의 마법 공격의 지원을 받으며 죽음의 기사들이 사방에서 그를 향해 쇄도하였다. 갑옷으로부터 전개된 마법 방패로 자신들을 향해 날아오는 골창을 튕겨내며 달려온 죽음의 기사들은 검은 기운이 이글거리는 검으로 그를 베려 하였다.

“가소롭군, 부정 폭렬!”


하지만 그의 몸에 검이 닿기 전, 그를 중심으로 폭발하듯 검은 파장이 발생하였다. 흑요석과 대리석으로 꾸며진 바닥이 깨져나갈 정도의 강력한 파장은 사방에서 접근해오던 죽음의 기사들을 뒤로 날려버렸다.


“크윽!”


죽음의 기사들은 황급히 자세를 회복하며 등에 매고 있던 방패를 들어올렸다. 그들의 예상대로 타르-탈은 그들을 향한 공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어리석은 배신자들 같으니. 이제 그만 사라져라!”


무언가 공격을 하려는 듯 다시금 전방에 검은 구체들을 이동시키려는 도중, 죽음의 기사들의 틈을 뚫고 다시금 킬리가 뛰어들었다.


“하아압!”


처음에도 그랬지만, 그는 일부러 주의를 끌기 위해 큰 소리로 외치며 달려들고 있었다. 그는 자신에게 있어 이 드라코 리치에게 치명적일 정도의 일격을 가할 수단이 사실상 없음을 알고 있었다.


“아무리 발버둥쳐봐야 너와 이 미약한 자들만으로는 나를 이길 수 없다.”


미끄러지듯 킬리의 공격을 피하며 타르-탈은 조소하였다. 그 역시 지금의 킬리 일행에게 있어 승기가 전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너의 공격은 접촉하는 것 그 자체만으로 효과가 있지. 한번 닿기만 하면 더 이상 접촉하지 않아도 점차 약화되니 말야.”


타르-탈의 양 팔로부터 검회색의 기운이 형성되며 작은 회오리처럼 몰아쳤다. 끔찍한 비명소리가 작은 메아리처럼 들려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접촉하지 못하는 이상 너의 공격은 아무 효용성이 없다는 의미, 그것이 너의 약점이다.”


실체가 없는 반투명한 형체들이 그의 주변에 생겨났다.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고 있는 얼굴의 형상을 한 그것들은 그의 몸 주변을 휘감았다. 그 모습을 본 킬리는 한층 더 어려워진 상황에 인상을 찌푸렸다.


“사령 장막···!”


원혼과 악령을 직접 몸에 두른 이상, 안개화된 자신을 직접 접촉시키는 것이 상당히 힘들어졌다. 어떻게 접촉한다 해도 유령들이 대신 약화에 걸릴 뿐이었다.


“수많은 뱀파이어를 상대해 본 너라면 잘 알겠지. 자아, 이제 어떻게 할 테냐?”


한 점의 근육이나 살가죽 없이 뼈로 이루어진 얼굴에 표정의 변화는 없었다. 하지만 그의 분위기를 통해 상대가 자신을 조롱하고 있음을 킬리는 짐작할 수 있었다.


-쿠구구구


도무지 어찌할 방법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돌연 그들이 위치한 홀을 포함한 성 전체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방금 전까지 한밤 중처럼 어두웠던 주변에 새하얀 아지랑이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의식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군.”


표정은 변하지 않았지만 그의 억양에서는 만족감이 묻어나오고 있었다. 그는 양 팔을 벌리며 이 상황에 대한 만족감, 그리고 조소를 담아 질문했다.


“이렇게까지 된 이상 이미 막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너희는 실패했다.”


주변을 메워가는 새하얀 기운에 이어 마찬가지로 검은 기운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이내 하얀 기운과 검은 기운은 어지럽게 뒤섞이며 마치 끓어오르는 수증기처럼 홀의 천장을, 그리고 하늘을 향해 솟아올라갔다.


“완전히 의식이 끝나기 전까지 조금 더 어울려주마. 자아, 덤벼 보아라.”

도발적인 몸짓을 해보이면서도 그는 착실하게 킬리 일행을 처치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어느 새 처음의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검은 구체들은 그를 둘러싸며 포위하는 킬리와 언데드들을 향하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다수의 고양이에 포위된 소수의 생쥐와도 같았다.

“그렇게 가만히 있을 텐가? 그렇다면···”

“하아!”


타르-탈이 무언가를 하려는 순간, 낭랑한 기합소리와 함께 나트가 공중에 뛰어올랐다. 그녀는 검붉은 기운이 서려있는 그녀의 검-뤼간트를 휘둘러 허공에 떠 있던 검은 구체들 중 몇 개를 갈라버렸다.


“너무 자신만만한 거 아냐? 아직 본격적인 싸움은 시작도 안 했는데.”


그녀의 검에 갈라진 검은 구체들은 두 동강이 나더니, 곧 표면이 부스러지며 사라졌다. 공격하여 검은 구체를 없앨 수 있다는 데에 자신감을 얻은 그녀는 뤼간트를 머리 위로 들어올리며 외쳤다.


“뤼간트! 거짓된 계약자여! 너의···”

『그렇게 길게 말 안 해도 이미 깨어 있다구, 주인!』


그녀의 말을 중간에 끊으며 뤼간트의 검신이 양 옆으로 벌어졌다. 이윽고는 탁한 은회색의 기운이 벌어진 검신 사이를 메우며 두터운 장검과 같은 모습으로 변하였다.


『지금은 힘에 여유가 있다구. 전력으로 서비스 해 주지!』

“응, 부탁해!”


확실히 뤼간트로부터 전해지는 힘은 이전에 델리우나 갈데누란트와 싸울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그것은 곳 뤼간트와 연결되어있는 나트 역시 그 능력이 비약적으로 향상되었음을 의미한다.


『게다가 이제는 내 힘을 도로 채워주는 방법도 잘 알고 있잖아? 이 싸움이 끝나고 난 뒤를 기대하겠다구, 주인!』

“···쓰, 쓸데없는 말까지 덧붙이지 마!”


연이어 베라느와 싸울 때처럼 힐트와 손잡이까지 연장되었다. 레이피어라기보다 이제는 바스타드 소드를 연상시키는 형태변화를 보인 뤼간트의 은회색 기운이 더욱 짙어졌다.


“아가씨!”


킬리와 언데드들에 더불어 그들과 나란히 서는 나트의 모습에 킬리는 그녀를 제지하려 하였다. 하지만 나트는 확고한 모습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너를 두고 나 혼자 도망치라니. 그런 짓을 내가 할 것 같아?”

“······”


한편 나트와 킬리의 모습을 보던 타르-탈은 잠시동안 망연히 둘을 보고 있더니, 이내 소리내어 웃기 시작하였다.


“큭, 크크큭. 크하하하하! 이거 참 걸작이군. 뱀파이어와 쿠루아가 서로 힘을 합하려 하다니 말야.”


십수 동안 계속해서 소리내어 웃던 그는 잠시 후 웃음을 진정시키며 허공에 가볍게 손짓을 해 보였다. 그러자 방금 전 나트가 갈라 없애버린 것 이상으로 많은 수의 검은 구체들이 다시금 허공에 생성되었다.


“심지어, 그 정도의 계약무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꽤나 고위 뱀파이어인 듯 보이는군.”


그는 양 팔을 들어올려보이며 나트와 킬리, 그리고 아직 남아있는 언데드들을 향해 고무적으로 외쳐보였다.


“좋다. 너희가 가진 모든 힘을 동원하여 나를 쓰러뜨려 보아라. 다가오는 멸망의 순간 앞에서 최선을 다해 발버둥치는 모습을 보여다오!”




작가의말

원래라면 3~4일에 한 화 정도는 가능할거라 생각했는데,

이건 뭐 거의 두배 가까이 드는군요.

본업 등으로 인한 것이라고는 하나, 참으로 면목없군요.


이야기를 풀어가면서 의도치 않게 떡밥을 흘리고 있는 모습이 되어버린 듯도 하지만. 아직까지는, 그리고 아마 앞으로도 크게 관여되지는 않을 내용들이 대부분입니다.


2권 초반에서의 플랜 기획 당시에는 원래 데미리치나 아크리치 정도를 생각했었는데, 어쩌다보니 드라코 리치까지 급수가 올라버렸네요.

사족이지만, 아크리치의 경우는 단순히 리치의 상위 개념에서의 의미도 있지만(마비노기 등에서처럼), 성직자 계통이 리치화되어 성직자 직업의 마법을(보통 ‘신성 마법’ 등으로 부르죠) 사용하는 존재로 설정한 곳도 있다더군요. 아마 AD&D였을겁니다.



오늘도 제 글을 읽어주시는 독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다음 화에서 뵙겠습니다.


...뭔가 좀더 멋지고 진정성 있는 멘트 없으려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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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20 파란펜촉
    작성일
    17.09.20 12:20
    No. 1

    검은 구체 가르는 나트를 보고 타르탈은 속으로 뻘짓 하네, 라고 생각했겠네요 ㅋ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 AAKHS
    작성일
    17.09.20 14:06
    No. 2

    그런 셈이죠 ㅎ;
    덤으로 설정상 타르-탈의 전투력 수준은 전성기 시절의 델리우 이상입니다.
    뭐...설정상이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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