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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부 전선의 미친 네크로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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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새글

글철인
작품등록일 :
2024.05.08 13:01
최근연재일 :
2024.07.06 08:20
연재수 :
6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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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5,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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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01
글자수 :
411,046
유료 전환 : 2일 남음

작성
24.05.12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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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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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
글자
17쪽

북부 데뷔전 2

DUMMY

“저게 무슨...”


선임기사 트레버스는 후방에서 일어난 폭발을 보고 충격에 빠졌다.

인간이 하늘을 날아다니는 기적을 목도했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새로운 충격이 또 한 번 그를 뒤덮었다.


“시체가 살아나다니...”


충격을 넘어 경악스러운 감정이었다.


‘소문은 들었지만...’


제국 수도에서 올라온 네크로맨서가 일인군단이라느니 하는 소문은 들었지만 그걸 눈앞에서 보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이야기였다.

트레버스는 이 상황에서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대로 다시 돌진? 또다시 폭발에 휘말리진 않을까?’


첫 번째 문제는 폭발이었다.

북부를 지키는 명예로운 싸움 속에서 죽는 것은 두렵지 않았지만 아군이 시전한 폭발 속에서 개죽음을 당하는 것은 사양이었다.


트레버스는 냉정하게 전장을 주시했고 이내 아이젠이 죽은 기사들을 다시 일으키지 않았음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확신했다.

폭발에 휩쓸릴 가능성은 없었다.


‘대공 전하께서 그에게 수단과 방법을 가리라고 하셨지.’


중앙에서 온 네크로맨서는 나름대로 대공 전하의 명령을 충실히 따르고 있는 것 같았다.

돌이켜보면 앞선 폭발도 기사들이 지나간 자리에서 일어났다.

폭발에 휘말린 기사들은 아무도 없었다는 소리다.


‘다시 돌진하면 저 네크로맨서가 알아서 보조를 맞추겠지.’


판단을 마친 트레버스는 더 망설이지 않았다.

적이 정신을 못차릴 때 기회를 잡아야 했다.


“선회한다!”


트레버스는 판단을 끝마치자마자 빠르게 명령을 내렸다.

폭발을 눈으로 본 기사들은 그래도 되나? 하는 생각을 했지만 망설이지 않고 능숙하게 반원을 그리며 선회했다.

의문이 따랐지만 전장에서 판단은 대장의 몫이었고 트레버스는 항상 믿음직한 그들의 리더였다.


“돌진!!!”


기사들은 속도를 살려 주술 부족의 후방을 향해 재차 돌진했다.

후방에서 돌격하는 기병의 공격은 치명적이었다.

언데드를 보고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주술 부족은 뒷덜미까지 얻어맞자 진형이 급격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어째서 네크로맨서가 여기에? 그들은 황제의 비밀 병기가 아니었나?]

[후퇴? 아니면 무시하고 전진?]

[후퇴는 불가하다!]

[주술사가 50명이나 왔다!]

[악마에게 바칠 공물을 위해서라도 성과 없이 돌아갈 순 없어.]

[그렇다면 계속해서 전진하나? 희생이 클 텐데?]

[전사 따윈 얼마나 죽어도 상관 없다. 그들의 영혼 역시 제물이 될 테니.]


아무렇지도 않게 희생을 입에 담은 주술사들은 섬뜩한 표정을 지었다.


[기사들을 막을 후위를 남겨두고 계속 전진한다.]

[네크로맨서는?]

[별동대를 꾸려.]


판단을 끝낸 주술사들은 주술로 전사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놀랍도록 빠르게 즉석에서 후위를 맡을 전사들과 별동대를 맡을 전사들이 결정됐다.

신속한 의사결정과 정확하고 빠른 명령 하달이 주술 부족의 진정한 힘이었다.


[광폭화도 진행한다.]

[전사들이 많이 죽을 텐데.]

[상관 없다.]

[그래, 어차피 악마한테 바쳐질 것들이야.]


주술사들은 음험하게 웃으며 지팡이를 들어올렸다.

이윽고 주술 부족의 전사들의 몸에 붉은 기운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크아아아아!!”


야만 전사들이 포효함과 동시에 눈이 새빨갛게 물들기 시작했다.

아이젠인 멀리서 그 광경을 보고 흥미를 보였다.


“분위기가 변했는데?”

“광폭화입니다.”

“광폭화?”

“주술 부족이 진정으로 껄끄러운 이유입니다. 생명력을 깎고 힘을 증폭시키는 저들의 비술입니다.”

“흐음.”


그렇지 않아도 울퉁불퉁하던 전사들의 근육이 이제는 터질듯이 부풀어 올랐다.

그리고 그들은 곧 아이젠이 일으킨 시체 전사들을 찢어발기기 시작했다.


“보병이 쓸려 나간다는 게 바로 저 이유에서였군. 교환비가 말도 안 되겠어.”

“예, 그나마 기병의 기동성을 살리는 것이 아니면 붙는 것 자체가 무의미합니다.”


시체 전사로 유지하던 전선은 순식간에 무너졌다.

주술 부족의 군대는 성벽을 향해 나아갔고 그 중 일부는 아이젠을 노리고 다가오고 있었다.


“아이젠 경, 적들이 옵니다.”

“나도 보고 있네.”

“당장 몸을 빼야 합니다.”

“그럴 필요 없네.”

“아이젠 경?”


당장 몸을 빼내야할 처지였지만 아이젠은 어딘가 태연했다.

로이스로선 복창이 터질 지경이었지만 그래도 그는 묵묵히 검을 뽑아 아이젠을 지킬 태세를 갖췄다.


‘잘못하면 죽겠군.’


로이스는 각오를 다졌다.

도망치는 것이 현명한 판단이었지만 로이스는 그럴 수 없었다.

불합리한 상황이라도 의무를 저버리지 않는 것이 마땅한 기사의 도리였으니.


“그런 결연한 표정 짓지 말게. 자네가 여기서 죽을 일은 없어.”

“그게 무슨...”

“재밌는 걸 보여주지.”


아이젠은 검을 높이 들어 올렸다.

로이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칼끝으로 향했다.

하지만 칼에는 어떤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뭘 하시는...”


-드르르르륵.


로이스가 질문을 하려는 그 순간 작은 소음이 전장에 일었다.

비명과 말발굽 소리가 난무하는 전장에서 들릴리 요원한, 무언가가 땅에 끌리는 소리.

바닥에 쓰러진 시체들이 땅을 쓸며 아이젠이 있는 곳으로 오고 있었다.

아이젠의 부름에 불려 오던 시체들은 도중부터 뭉치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도 아이젠은 세심한 조정으로 기사들의 시체가 섞이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고 있었다.


“우욱...”


로이스는 목구멍에서 밀려오는 토악질을 간신히 참았다.

이 해괴한 건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아이젠 경, 이건...?”


로이스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시체들은 하나가 됐다.

이윽고 시체로 만들어진 거인이 창조됐다.


“누더기 골렘이라고 하네. 다소 세련되지 못한 물건이지만.”


시체로 만들어진 누더기 골렘은 적아를 구분하지 않고 불쾌감과 토악질을 유발했다.

하지만 그 누더기 골렘은 녹색 빛을 내며 아이젠 앞을 충직한 기사처럼 가로막았다.


“지금처럼 누군가를 보호해야할 땐 아주 유용하지. 수호자라고 불러도 좋네.”

“...그냥 골렘이라고 부르겠습니다.”


이윽고 주술 부족의 전사들이 아이젠과 로이스의 지척까지 다가왔다.

누더기 골렘이 그들을 버젓이 지키고 있는데 그들의 눈엔 인간이라면 보여야 할 그 어떤 공포심이나 거부감 따윈 보이지 않았다.

아이젠은 그 광경에 속으로 꽤 놀랐다.


‘과연 저게 광폭화로군.’


사람 대 사람으로 보자면 소름끼치기 짝이 없는 투쟁심이었다.

그러나 상대는 시체로 만들어진 골렘이었다.

공포심이 없는 건 서로 매한가지였다.


“크아아아아!!”


전사들은 비명에 가까운 기합을 내지르며 도끼로 누더기 골렘을 내리찍기 시작했다.

-콰직! 소리와 함께 누더기 골렘의 몸 곳곳에 도끼가 박혔다.

하지만 그들의 노력은 전부 허사에 불과했다.


-쾅!!!


누더기 골렘이 벌레를 내리찍듯 손을 내리쳤다.

주술 부족의 전사 서넛이 동시에 납작하게 변했다.

누더기 골렘의 손바닥에 깔린 전사들은 생전에 어떤 생명체인지 모를 정도로 몰골을 알아볼 수가 없었다.


“우욱.”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상황이 가장 견디기 힘들었던 건 아이젠의 호위인 로이스였다.

그는 감탄을 해야할지 아니면 경멸을 해야할지 모를 눈을 하고 있었다.


‘성벽은 어떠려나?’


반면 아이젠은 여유를 가진 채 성벽쪽을 쳐다봤다.

마력을 소진한 위저드들이 저들을 상대로 잘 버틸 수 있을까?


* * *


주술 부족의 주력 부대는 드래곤 캐슬 성벽에 도달했다.

공성 병기도 없었건만 그들의 진군은 거침이 없었다.

그리고 일정 거리에 도달한 주술사들은 일제히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대지여, 우리의 부름에 응답하라!]

[솟아라!]


땅은 주술사들의 염원을 들은 것처럼 진동하기 시작했다.

곧 땅 밑에서 토템처럼 생긴 돌기둥들이 솟아나기 시작했다.

기둥들은 성벽을 향해 계단처럼 순서대로 형성됐다.

전사들은 곧장 기둥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당연히 성벽을 지키던 위저드들과 병사들은 경악했다.


“이런 미친.”

“화살을 쏴라!”

“마법사들 마력은 아직인가?”

“저놈들이 성벽 위로 올라오지 못하게 해!”


귀족들이 발작적으로 소리 쳤고 이내 궁수들이 화살을 쏘기 시작했지만 주술 부족의 전사들에겐 큰 타격을 입히진 못 했다.


“파이어 볼!!”

“썬더 볼트!!”


위저드들도 마력을 쥐어짜내 온갖 마법을 난사했지만 위력이 약했다.

인디그네이션의 여파가 아직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주술사들은 그 마법들이 전사들을 공격하기 전에 주술을 부려 지워버렸다.

야만적인 재앙이 드래곤 캐슬을 위협하고 있었다.


“모두 비켜라.”


북부 대공이 로즈골드 색 머리칼을 휘날리며 앞으로 걸어 나왔다.

그녀는 자신의 애검을 뽑았다.

눈꽃을 형상화 한 폼멜이 인상적인 레이피어.

북부 대공의 레이피어는 얇디 얇았지만 그 길이 만큼은 대검 못지 않게 길었다.

마치 꼬챙이를 연상 시키는 검.


-팟.


북부 대공 크리스티나 팬드래건이 성벽 위로 도약했다.

그녀는 돌기둥을 향해 레이피어를 내찔렀다.

그 순간, 세상의 모든 소리가 일순간 사라졌고 하늘에서 태양보다 밝은 빛이 순간 점멸했다.

성벽 앞에 있는 모든 사람의 시야를 한순간 빛으로 물들여 버렸다.

그리고 퍼지는 폭음.


-콰콰콰콰쾅!!


[말도 안 돼!]

[우리의 주술이!]

[재앙이다! 재앙이야!]

[악마!]


북부 대공의 레이피어에서 뿜어나온 빛은 토템 기둥을 흔적도 남지 않고 지워 버렸다.

당연히 그 위에 있던 주술 부족의 전사들은 시체도 남기지 못했다.

그들이 세상을 살았다는 증거는 이제 없었다.


[저... 저게 인간이라고?]

[대악마, 대악마만이 북부 대공을 죽일 수 있을 것이다.]


주술사들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오랫동안 북부와 전쟁을 벌여왔지만 지금과 같은 신위는 그들도 처음 보는 것이었다.

정작 기적을 일으킨 북부 대공은 아무렇지도 않게 다시 성벽으로 돌아와 나직히 명령했다.


“궁수들은 계속해서 화살을 쏴서 기사들을 지원하라. 마법사들도 마법을 계속 퍼붓도록.”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목소리의 고저가 없는 나직한 명령.

그녀의 명령에 병사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마법사들은 마법을 아낌없이 퍼부어라!”

“마탑 위저드의 힘을 보여줘라!”

“궁수들! 쉬지 말고 활을 쏴라!”

“화살! 화살 더 가져 와!”


주술사들은 이를 갈며 주위를 둘러봤다.

광폭화하여 투쟁 본능만 남은 전사들의 눈에 공포가 진하게 서려 있었다.

일반적으론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물러선다!]

[후퇴!]


* * *


아이젠은 북부 대공이 일으킨 기적을 보고 입을 쩍 벌렸다.


“인간이 아니군.”


라스 궁정백이 표현한 일인군단이라는 말에 보다 적합한 사람은 북부 대공이 분명했다.

주술 부족의 군대는 와해되어 후퇴하고 있었다.

무질서한 광경.


“보셨습니까? 이게 바로 대공 전하십니다.”


로이스는 자부심 넘치는 얼굴로 마치 자신이 기적을 일으킨 것처럼 북부 대공의 위용을 자랑했다.

어지간한 충성심으로는 나올 수 없는 발언이었다.


-다그닥, 다그닥!


그때 말발굽 소리가 가까워졌다.

돌진을 끝낸 기사들이 이쪽으로 돌아오는 소리였다.

혈전을 치른 그들의 몰골은 처음 출격했을 때에 비하면 아주 추레하기 짝이 없었다.

갑옷은 여기저기 뭉개져 있었고 말은 거친 숨을 헐떡거리고 있었다.

부상자도 드물지 않았다.


“오, 신이시여.”


기사들은 누더기 골렘을 보고 성호를 그으며 눈을 감았다.

아무래도 부상보단 누더기 골렘의 몰골이 더욱 충격적인 모양이었다.

아이젠은 신경 쓰지 않았지만.


“아이젠 경.”

“트레버스 경.”

“대공 전하께서 기적을 보이셨군.”


다만 그 중에서도 정신력이 가장 뛰어난 선임 기사 트레버스는 누더기 골렘보다 대공이 일으킨 기적에 더 초점을 맞췄다.

그리고 그렇게 마련된 기회를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도 잘 알고 있었다.


“추격해야겠군.”

“단숨에 몰아쳐야 합니다.”

“다시는 북부를 노리지 못하게 아예 섬멸을 해버리죠.”


트레버스가 추격을 입에 담자 기사들이 기다렸다는 듯 호응했다.

주술 부족의 후퇴하는 모양새는 오합지졸이 따로 없었다.

누가 봐도 뒤를 치기에 아주 좋은 상황이었다.


‘그게 그렇게 쉬울까?’


아이젠은 객관적으로 적의 전력을 확인했다.


‘생각보다 피해가 적어.’


사기가 떨어진 건 확실했지만 그렇다고 만만히 볼 수 있는 전력은 아니었다.

거기다 아직 주술사들이 많이 남아있었고 전사들의 눈은 아직도 붉게 빛나고 있었다.

항상 도망치는 적을 추격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었다.

방심이, 혹은 확신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 아이젠은 수도 없이 봐 왔다.


“트레버스 경.”

“...아이젠 경.”


아이젠이 말을 걸자 트레버스는 아이젠을 경멸이 아닌 존중하는 눈빛으로 쳐다봤다.

아이젠과 캐러거의 대련을 지켜본 기사들은 모두 아이젠을 인정하고 있었다.


“돌진은 그만두시는게 좋을 것 같소..”

“그게 무슨 말입니까?”

“저들이 빠르게 질서를 되찾고 있소.”


아이젠의 말에 트레버스가 눈을 가늘게 뜨고 주술 부족의 움직임을 바라봤다.

과연 저들은 북부 대공이 점으로 보일 위치까지 도달하자 놀랍도록 빠르게 대열을 다시 맞추고 있었다.

트레버스는 고민에 빠졌다.


‘확실히 질서있게 퇴각하는 적들을 공격하는 건 하책이다.’


질서 있게 퇴각하는 적들은 보통 추격에 대한 대비를 철저하게 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저들이 과연 우리의 추격을 대비할 시간이 있었나?’


주술 부족이 빨리 전열을 가다듬은 것은 칭찬할만한 일이었지만 북부 대공이 기적을 일으킨 것이 방금 전이었다.

트레버스의 판단으론 주술 부족이 기사들의 돌진을 대비하고 있진 않을 것 같았다.

그렇다면 이렇게 고민하는 시간에 차라리 빨리 달려가 적을 치는게 더 나은 선택 아닐까?

트레버스는 짧은 시간 동안 깊은 고민을 했고 이내 결단을 내렸다.


“걱정은 고맙소만. 우리는 저들을 섬멸해야겠소. 북부의 오랜 숙적을 절멸할 기회를 놓칠 순 없지.”

“그렇소!”

“적들이 후퇴하는데 가만히 지켜보는 건 기사의 수치요!”

“어쩔 수 없군요.”


아이젠은 그들을 더 설득할 수 없음을 깨닫고 한 발 물러섰다.

남부 전선이었다면 몰라도 북부에서 아이젠은 아직 입지가 없었다.


“무운을.”

“고맙소.”


그 말을 끝으로 트레버스는 검을 뽑아 하늘로 높이 치켜 들었다.


“북부 기사단! 저들을 몰살하여 이 전쟁을 끝낸다!”

“영광을!”

“죽음을!”


거친 말발굽 소리와 함께 기사들이 세 번째 돌격을 시작했다.

아이젠은 무미건조한 눈으로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우리도 움직이지.”

“어딜 가십니까?”

“저들을 최대한 살려야 할 것 아닌가?”


아이젠은 그렇게 말하곤 기사들의 뒤를 쫓아 말을 몰았다.

로이스는 알쏭달쏭한 표정으로 그 뒤를 따랐지만 곧 로이스는 아이젠이 무슨 말을 하는지 깨달았다.

먼저 돌격한 기사들이 주술 부족 전사들에게 문자 그대로 썰려 나가고 있었다.


“이게 무슨...”


로이스는 놀라며 입을 열었다.

주술 부족은 마치 기사들의 추격을 예상한 듯 노련하게 대응하고 있었다.

첫 돌격을 막았을 때처럼 삼단으로 벽을 쌓았고 두려움 따윈 개나 준듯 겁도 없이 도끼를 휘둘렀다.

이미 지칠대로 지친 기사들의 말은 그 벽을 넘을 재간이 없었고 낙마하는 기사들이 속출했다.

광폭화한 전사들의 도끼가 그들의 목과 심장을 거침없이 갈랐다.


“멈추지 마라!”

“돌파하라!”


과연 북부의 기사들도 정예인지라 돌진이 완전히 멈추진 않았지만 피해는 점점 극심해지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전멸을 면할 수 없었다.

아이젠은 기사들이 지나간 자리에 말을 멈췄다.

곳곳에 죽은 기사들과 야만 전사들의 시체가 한데 엉클어져 있었다.

영광을 빙자한 전쟁의 상흔이 대지에 고스란히 머물고 있는 자리.

그곳엔 갑옷이 부서진 채 땅을 기고 있는 캐러거의 모습도 보였다.

아이젠의 목에서 쓴 물이 올라왔다.


‘원래 이럴 생각까진 없었지만.’


아이젠은 검을 뽑아 마치 지팡이처럼 검을 앞으로 내밀었다.


“일어나라, 죽음의 기사들아.”


나직한, 그러나 거역할 수 없는 명령이 아직 온기가 남은 시체에 엄격하게 스며들었다.

죽은 북부 기사들의 눈에 녹색 안광이 번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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