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서재

북부 전선의 미친 네크로맨서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공모전참가작 새글

글철인
작품등록일 :
2024.05.08 13:01
최근연재일 :
2024.07.06 08:20
연재수 :
65 회
조회수 :
485,427
추천수 :
10,498
글자수 :
411,046
유료 전환 : 2일 남음

작성
24.05.30 08:20
조회
7,528
추천
173
글자
13쪽

데스 나이트

DUMMY

“부르셨습니까? 영주님.”

“고드프리 경.”


아이젠의 부름에 집무실에 도착한 고드프리는 긴장했다.


‘누구지?’


고드프리는 아이젠 옆에 있는 낯선 기사의 모습에 속으로 온갖 상황을 상정했다.

베르너 성에서 고드프리가 모르는 기사는 없었다.

심지어 기사뿐만 아니라 성에서 근무하는 사용인이나 병사들 얼굴까지 모두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모르는 기사가 영주의 옆에 있다?


‘손님? 침입자?’


고드프리는 일단 긴장을 풀지 않기로 했다.

그 다짐은 금방 무너졌지만.


“내... 내 손자!”


고드릭은 떨리는 목소리로 손을 내밀며 고드프리에게 천천히 걸어갔다.

고드프리는 당황한 표정으로 아이젠과 고드릭을 번갈아봤다.

손자라니?


“고드릭 경, 바로 알아보실 수 있겠소?”

“당연하지! 누가봐도 내 손자요! 어릴 때랑 똑같이 생겼군!”

“고드프리 경이 어린아이일 때 고드릭 경이 전사했다 하지 않았소?”

“영주님도 할아버지가 되면 알 수 있을 것이오!”

‘데스 나이트의 시각정보는 사람이랑 다른가?’


네크로맨서로서 몰랐던 사실을 깨달은 아이젠은 속으로 자신의 공부가 멀었다고 생각했다.

마법의 길엔 끝이 없다더니 사령술도 마찬가지였다.


“내 손자! 으하하하하! 이렇게 훌륭한 기사가 되다니!”

“영주님...? 이게 대체...?”

“음, 길게 설명하면 복잡하니 간단히 설명하지. 교회에 안치된 자네의 조부 고드릭 경을 데스 나이트로 되살렸네.”


고드프리는 나이도 잊고 벙찐 표정을 짓고 싱글벙글 웃고 있는 고드릭을 바라봤다.

눈에서 녹색 안광을 내뿜는 것 말고는 자신을 예뻐하던 할아버지인 것 같기도 하고...


‘솔직히 가물가물하군.’


고드프리가 그러거나 말거나 고드릭은 손자를 다시 봤다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한 번 안아보자!”


고드릭은 성큼성큼 걸어가 고드프리를 꽉 껴안았다.

고드프리는 당황한 채 아이젠을 쳐다봤으나 그는 그저 고개를 살포시 끄덕일 뿐이었다.

그 뒤로 고드릭의 질문세례가 이어졌고 고드프리는 오랜만에 자신의 인생을 되짚으며 살아온 이야기를 꺼내야 했다.


“그래서? 어떻게 됐니?”

“저런!”

“명예롭게 싸웠구나! 과연 내 손자다!”

“그런 나쁜 놈이 있나! 그래서? 혼쭐을 내줬겠지?”


고드릭은 고드프리의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추임새를 넣으며 경청했다.

심지어 기사끼리의 대화라기보단 영락없이 손자의 이야기를 따스하게 들어주는 할아버지의 모습이었다.

노기사가 손자고 중년 기사가 할아버지인 건 진풍경이었지만 어쨌든 분위기는 따뜻했다.

그런 분위기에 처음엔 마지못해 이야기를 늘어놓던 고드프리도 고드릭이 말을 잘 받아주자 덩달아 속에 쌓아둔 얘기들을 꺼냈다.


‘이렇게 내 얘기를 하는 게 얼마만이지?’


나이가 들수록 남에게 자신의 얘기를 꺼내는 건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특히 침묵이 미덕이 되는 나이가 되면 더더욱 그랬다.


고드프리는 자기도 모르게 마음 속에 있던 응어리가 풀리는 기분이었다.

이미 죽었어도, 자신보다 살아온 세월이 짧았어도 할아버지는 영원히 할아버지였다.

혈연이란 그런 것이었다.

고드프리는 어릴 때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티없이 맑았던 그때로.


* * *


“이제 만족했소?”

“물론이오! 음, 살아나길 정말 잘했어!”


데스 나이트가 생을 찬양하는 건 넌센스였지만 어쨌든 고드릭은 진한 만족감을 표시했다.


“그래서, 내게 햇병아리들을 가르치는 일을 맡기고 싶다고 하셨소?”


아이젠은 고드릭에게 자신의 호위와 기사들의 훈련을 부탁했다.

현재 기사들에게 가르침을 내릴 베테랑이 고드프리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언제나 실력 있는 경력자는 구하기 어려운 법이었으니.


“지금 기사들은 마땅한 교관이 없으니까 말이오.”

“그것참 안타까운 시대로군. 좋소! 내 한 팔 거들고 나서지.”


한 기사의 종자가 되어 기사가 되는 시대는 이제 끝이 났다.

최근의 기사가 되는 방법은 아카데미에서 교육을 받거나 아니면 가문에서 자율적으로 훈련을 한 후 기사 서임을 받는 것이었다.

물론 아직도 종자 노릇을 하고 기사가 되는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런 경우는 대개 가난한 평민들의 몫이었다.


“종자가 없는 시대라니 통탄할 노릇이오. 경험을 쌓지 않고 기사가 되다니 최근 기사들 수준이 형편없겠군!”

“전통은 바뀌는 것 아니겠소?”

“물론 그렇지만 기사란 검술 실력이 좋다고 다가 아니요. 판단력과 혜안, 그리고 실력과 인품이 모두 갖춰져야 기사라고 할 수 있지. 다른 건 몰라도 종자 노릇을 하면서 여러 상황을 부딪치지 못한 것들은 근성이란 게 없을 거요.”


고드릭은 현 세태에 혀를 찼지만 내키지 않는 기색은 아니었다.


“이참에 제대로 굴려야겠군.”


오히려 툴툴대면서도 좋아하는 기색이었는데 아무래도 젊은 것들에게 제대로 된 교육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쁜 모양이었다.

고드프리가 구시대의 기사였다면 고드릭은 고생대의 기사였으니까.

좀 더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구닥다리였다.


“기사들의 반발은 뭐, 알아서 잠재우시오.”

“걱정마시오.”


고드릭은 이를 드러내며 자신감을 뽐냈다.

그리고 그의 자신감대로 기사들은 고드릭에게 굴복했다.


“켁!”

“커헉!”

“쯧쯧, 나약한 것들. 밥은 제대로 먹고 다니느냐?”

“삼시세끼 매일 먹습니다.”

“기사라면 무릇 하루에 여섯끼는 먹어야 한다!”


우선 고드릭은 실력으로 기사들을 찍어 눌렀다.


“들었나? 고드릭 경 말인데. 데스 나이트라고 하더군.”

“그래, 들었네. 눈에 녹색 안광이 번들거리는 걸 보니 확실해.”

“영주님의 하수인이란 거지? 끔찍하군.”

“거기에 그 소문 들었나? 고드릭 경은 고드프리 경의 조부님이라고 하더군.”

“조부? 그런 것치곤 젊어보이던데?”

“전쟁 중에 전사하셨다는데?”

“그... 그럼 고드릭 경의 말을 따르지 않으면?”

“고드프리 경의 불호령까지 맞선다는 거지.”


그리고 고드릭이 데스 나이트라는 사실과 존경하는 고드프리의 조부라는 소문은 기사들로 하여금 저절로 복종심이 생기도록 했다.

실력에 대한 선망, 데스 나이트에 대한 공포, 신분에 대한 경외심.

이 모든 것이 한 곳에 모여 기사들로 하여금 존경심이란 감정을 이끌어냈다.


“이게 다냐?”

“아닙니다!”

“그래! 그거다! 근성을 보여라!”

“하아아압!”


기사들은 고드릭의 훈련에 빠르게 적응했고 또 성과를 보였다.

자율 훈련으로 단련하던 그들은 고드릭의 체계적인 교육 아래 빠르게 성장했다.

비록 고드릭이 옛날 사람이라 훈련 방식이 다소 거칠고 무식하긴 했어도 한 시대를 풍미했던 기사의 수련법인 만큼 효율적이었던 것이다.

그런 와중에 위기감을 느끼는 건 의외로 로이스였다.


‘위험하군.’


로이스는 솔직히 자신의 입지가 탄탄하다고 여겼다.

고드릭이 나타나기 전까진 실제로 그랬다.

그는 젊은 기사들 사이에서 선망의 대상인 북부 기사단의 기사이자 오러를 사용하는 상급 기사였다.

다만 그의 문제는 그가 베르너 출신이 아니라는데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 구심점이 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로이스는 물론 아이젠과 고드프리까지 베르너 령의 기사단장은 로이스의 몫이라고 생각했다.

고드프리는 아직 현역이었지만 기사들을 이끌고 돌진을 하는 역할을 맡기엔 너무 늙었다.

기사들을 이끌 단장 역할엔 로이스가 제격이었다.

그는 젊고 용력이 넘쳤으며 재능이 있었다.


다만 고드릭이 나타나서 젊은 기사들을 가르치기 시작하자 그들 사이에서 다른 분위기가 흘렀다.

실력이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하자 자기도 모르던 공명심이 꿈틀거린 것이다.


‘우리가 로이스 경보다 못할 게 뭐가 있나?’

‘우리가 원래부터 있던 베르너 령의 기사들인데 로이스 경 밑에 있어야 하나?’

‘고드프리 경의 후계자는 로이스 경이 아닌 우리 중에 나와야 한다.’


베르너 성의 기사들 사이에서 알게 모르게 이런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이런 분위기를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로이스는 바보가 아니었다.


“무슨 고민 있나?”

“아닙니다.”


아이젠의 물음에 로이스는 번뜩 정신을 차렸다.

아무리 고민이 있다고 해도 호위 임무 중에 딴 생각에 빠진 건 불찰이었다.


‘아직도 미숙해!’


로이스는 자책했다.

어쩌면 북부 대공이 자신을 아이젠 곁으로 보낸 것은 이런 미숙함을 극복하라는 의미일지도 몰랐다.

로이스는 잡념을 털어내고 임무에 집중하기로 굳건히 마음 먹었다.


“통과! 다음!”


아이젠은 건설 자재들이 도착했다는 소식을 듣고 시찰을 나온 상태였다.

베르너 성의 경비병들은 도시에서 온 상인들과 물자들을 검문하고 있었다.

평소엔 소소한 뇌물이 오고가며 상인과 경비병들 사이에 정이 쌓였지만 오늘은 아이젠 덕택에 그러지 못했다.


“상등품들이군.”


아이젠은 도시에서 보내온 물품들을 보고 꽤 감탄했다.

목재들의 질이 아주 좋아 튼튼한 집을 짓기 아주 적합했고 특히 스파르틴에서 보낸 철이나 구리 같은 광물들은 더할나위 없이 고급 품질이었다.

재료에 깐깐한 드워프들도 자재들의 품질을 보고 흡족한 표정이었다.

그러다 아이젠은 갑자기 뜬금없는 이야기를 꺼냈다.


“로이스 경, 베르너 령의 치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치안이요? 아주 좋지 않습니까? 도시 순회를 할 때도 몬스터나 도적 같은 건 만나지 못했고요.”

“그래, 그랬지.”


확실히 베르너 령의 치안은 아주 좋은 편이었다.

아이젠은 병사를 동원하지 않고 딱 넷이서 도시 순회를 시작했고 그 와중에 몬스터의 습격이나 도적들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아티나에서 다른 도시로 이동할 때도 그것은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앞으로도 그럴까?”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생각해보게. 아티나에서 상인들은 용병들을 구하려고 토너먼트까지 개최하고 있었네. 그말인즉 유독 베르너 성 근처가 치안이 좋다는 얘기지 다른 곳은 치안이 좋지 않다는 소리야.”

“그거야 그렇겠지요.”

“그럼 베르너 성이 치안이 좋은 이유가 뭐겠나?”

“...글쎄요?”

“상인들이 많이 오가지 않는 지역이기 때문일세. 베르너 성은 상업적으로 별로 메리트가 없는 지역이야. 베르너 성으로 오는 상인들을 털어봤자 먹을 것도 별로 없단 소리지.”


베르너 성으로 운반되는 물자들은 대부분 군수 물자였다.

도적들 입장에선 부피만 크고 돈은 안 되는 곡물이나 피복을 터는 건 수지가 맞지 않았다.

굳이 그런 걸 털자고 베르너 령에 둥지를 틀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앞으론 달라질 거야. 드워프들을 여기 부른 것도 향수 사업을 시작한 것도 다 돈을 벌려고 한 거니까.”

“...”


로이스는 아이젠이 자신에게 왜 이런 소리를 하는지 고민에 빠졌다.

분명 아무 의미없이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은 아닌데...


“상인들이 안전하게 베르너 성을 오갈 수 있게 만들려면 가도를 정비해야겠지. 난 기사들과 병사들을 동원하여 주기적으로 가도를 청소할 생각일세.”

“...!”


로이스는 그제야 아이젠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깨달았다.


“그러려면 지휘체계를 확실히 정돈해야겠지.”

“그 말씀은...”

“토너먼트를 열 생각이야. 우리뿐만 아니라 주변 영주들도 초대해서 거하게 말이야.”


서열 정리.

아이젠은 판을 깔아줄 테니 로이스에게 서열 정리를 완전히 하라는 말을 하고 있었다.

이것은 아이젠이 로이스를 신뢰한다는 증표이자 로이스에겐 증명의 기회였다.


“베르너 권역에 어떤 귀족들이 살고 있는지도 궁금하기도 하고 말이야.”


아이젠은 뒤를 돌아 결연한 눈을 한 로이스를 똑바로 바라보며 작게 미소 지었다.


“자네의 책임이 막중해.”


로이스는 언제까지 호위 기사로 썩을 인재가 아니었다.

애초에 겨우 그 정도로 쓰려고 굳이 북부 대공에게 언급하며 데려온 인재가 아니었다.


“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


로이스는 칼집을 강하게 쥐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북부 전선의 미친 네크로맨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8 아인 연합 4 +2 24.06.09 5,576 136 13쪽
37 아인 연합 3 +2 24.06.08 5,671 119 14쪽
36 아인 연합 2 +3 24.06.07 5,800 126 13쪽
35 아인 연합 1 +2 24.06.06 6,072 138 14쪽
34 출진 +6 24.06.05 6,166 148 14쪽
33 향수 +3 24.06.04 6,299 141 15쪽
32 엘프 수호자 +2 24.06.03 6,522 139 13쪽
31 했던 말 주워담기 +2 24.06.02 6,637 150 17쪽
30 암살자 +3 24.06.01 6,767 146 16쪽
29 암살 모의 +3 24.05.31 7,231 147 16쪽
» 데스 나이트 +2 24.05.30 7,529 173 13쪽
27 상징 +11 24.05.29 7,595 170 15쪽
26 귀환 +5 24.05.28 8,033 165 14쪽
25 흑마법사 토벌전 6 +5 24.05.27 7,926 175 15쪽
24 흑마법사 토벌전 5 +10 24.05.26 7,747 180 14쪽
23 흑마법사 토벌전 4 +4 24.05.25 7,909 169 14쪽
22 흑마법사 토벌전 3 +4 24.05.24 7,815 172 12쪽
21 흑마법사 토벌전 2 +4 24.05.23 8,014 172 14쪽
20 흑마법사 토벌전 +2 24.05.23 8,391 183 14쪽
19 도시 순회 6 +2 24.05.22 8,276 178 13쪽
18 도시 순회 5 +3 24.05.21 8,541 184 17쪽
17 도시 순회 4 +1 24.05.20 8,992 182 13쪽
16 도시 순회 3 +1 24.05.19 9,570 189 14쪽
15 도시 순회 2 +1 24.05.18 10,192 203 13쪽
14 도시 순회 +6 24.05.17 10,762 224 13쪽
13 마법부 +5 24.05.17 10,861 210 13쪽
12 베르너 성 +3 24.05.16 11,160 213 14쪽
11 서명하게 +4 24.05.15 11,994 250 14쪽
10 작위 수여식 +4 24.05.14 12,980 237 16쪽
9 북부 데뷔전 3 +8 24.05.13 13,369 238 1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