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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부 전선의 미친 네크로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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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새글

글철인
작품등록일 :
2024.05.08 13:01
최근연재일 :
2024.07.06 08:20
연재수 :
6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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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 전환 : 2일 남음

작성
24.05.13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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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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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북부 데뷔전 3

DUMMY

죽은 기사들이 불길한 녹색 안광을 번뜩이며 몸을 일으켰다.

그들은 여전히 피를 질질 흘리고 있었고 타격을 받은 신체는 여기저기가 찌그러져 있었다.


“이게 무슨...!”


로이스는 기겁을 하며 아이젠을 쳐다봤다.

그의 눈엔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는 당혹스러움이 가득했다.

기사들을 시체로 살리다니!


[우리를... 왜... 살렸지...?]


죽은 기사들을 대표하여 캐러거가 아이젠에게 시선을 던지며 느릿하게 입을 열었다.

이 모습에 로이스는 깜짝 놀랐다.

시체가 이지를 갖고 다시 일어나다니? 이게 가능한 일인가?


“동의를 얻고 살리지 않은 건 미안하게 생각하네. 하지만 상황이 급박해서. 동료들을 살리고 싶지 않나?”

[우린... 이미 죽은자다. 그건... 옳은... 행동이 아니야.]


캐러거는 그렇게 말했지만 아이젠은 그의 기저에 깔려있는 욕망을 꿰뚫어 봤다.


“난 옳고 그름을 묻지 않았네. 중요한 건 자네들의 의지야.”


되살아난 기사들은 서로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마음도 함께 들여다봤다.

전우애는 그들의 기저에 깔린 본성과도 같았다.

그것이 기사의 긍지였기에.


[그렇다... 하지만 우린 명예롭게 죽었기 때문에 안식을 바란다...]

“네크로맨서의 이름으로 약속하지. 그대들은 일이 끝난 후 바라던 것을 얻게 될 것이다.”

[좋다...]


기사들의 동의가 떨어지자 아이젠은 주문을 읊기 시작했다.


“죽음에서 다시 일어나라.”


곧 이 자리에서 다시 살아난 기사들의 몸에서 녹색 빛이 나더니 상처가 수복되기 시작했다.

그들은 생전과 다를 것 없는 모습으로 돌아갔다.

오직 흉흉한 녹색 안광만이 그들이 데스나이트가 됐음을 증명하고 있었다.

죽었던 군마들까지 눈을 녹색으로 불태우며 일어서 제 주인을 찾아갔다.


[죽음을!]

[죽음을!!]

[죽음을!!!]


정식으로 데스나이트가 된 기사들의 발음에선 어눌한 기색이 전혀 없었다.

그들의 흉흉한 안광이 주술 부족을 향했다.


[돌격!!!]


죽음에서 돌아온 북부의 기사들은 죽음의 군마에 올라타 돌진하기 시작했다.

죽음의 군마는 말 발굽 소리를 내지 않았으나 아이러니하게도 보통의 말들보다 훨씬 많은 흙먼지를 일으키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주술 부족에게 도달했을 때 그들에게 지엄한 파멸이 선고됐다.

그들은 재판장들이 직접 휘두르는 심판의 검을 피할 수 없었다.


-콰직!!

-콱!!


[버러지 같은 것들!]

[우리가 너희의 죽음이다!]

[북부에 영광을!!]


혹한의 땅에 강림한 재앙은 죽음의 해일이 되어 주술 부족을 덮쳤다.

살아남을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어떤가 로이스 경? 멋지지 않나?”

“...두려울 정도군요.”


로이스는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기사들을 도륙하던 주술 부족의 전사들이 마치 수수깡처럼 부서지고 있었다.

죽음의 군마는 생전보다 훨씬 사납게 발을 차며 야만 전사들을 짓밟았고 데스나이트의 무자비한 창이 야만전사의 심장을 꿰뚫었다.

그들이 세운 장벽은 이제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었다.


“어떤가? 자네도 데스 나이트가 되어 보겠나?”

“...사양하겠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데스 나이트로 다시 살아나는 건 거부감이 있었다.

그것이 보통 사람의 감각이었다.

아이젠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너털 웃음을 지었다.


“생각 바뀌면 말하게.”


전사들이 죽어나가자 데스 나이트의 창끝에 걸린 것은 전사들의 보호를 받던 주술사들에게 차례가 돌아왔다.


[여기서 죽을 수는 없어!! 꺽!]


주술사들이 절규하며 발걸음을 재촉했지만 데스나이트의 칼날을 피할 수는 없었다.

마탑주의 마법을 막고 전장을 누비던 주술사들이 하나둘 세상을 하직했다.


“뭐... 뭐야?”

“아군인가?”

“아이젠 경이 죽은 기사들을 살렸나?”


고전하던 북부의 기사들은 데스나이트의 모습을 보고 혀를 내둘렀다.

말도 안 되는 무력에 감탄함과 동시에 살아난 동료들에 대한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


“보고 있을 시간 없다! 선회하여 저들과 합류한다!”


선임기사 트레버스가 가장 빨리 정신을 되찾고 기사들에게 명령했다.

트레버스의 호령에 기사들은 얼른 말머리를 돌렸다.

패배에 가까웠던 전장의 공기가 다시 뒤집혔다.


“돌격!!”


북부의 기사들까지 다시 사기를 충전하여 전장을 휘젓자 주술 부족으로선 당해낼 수가 없었다.

주술 부족의 일원들은 한 사람도 빠짐없이 세상을 하직했다.

까마귀가 썩은 고기 냄새를 맡고 주변을 맴돌며 깍깍 울기 시작했다.

한참 동안 전장을 휩쓸던 데스나이트들은 주술 부족의 늘어진 시체를 밟으며 아이젠의 곁으로 돌아왔다.


“고생하셨소.”

[고맙네. 아이젠 경. 자네 덕에 동료들을 지킬 수 있었어. 이제 우리에게 안식을 주게.]

“그리 하지.”


아이젠은 솔직히 이들이 탐났다.

생전에 강한 기사였을수록 데스나이트가 됐을 때 강력한 힘을 가지기 마련이었다.

캐러거를 비롯한 북부의 기사들은 아이젠의 예상대로 강력한 상위 데스나이트로 재탄생 했다.

하지만 그들을 잡아둘 순 없었다.

일반적인 망자들과 달리 이성과 지성을 갖춘 데스나이트들은 네크로맨서의 의지만으로 살아가게 만들 수 없었다.

삶의 의지가 없는 데스나이트를 억지로 붙잡아봤자 꼭두각시로 전락할 뿐이었다.

그런 존재는 데스나이트라고 부를 수도 없었다.


‘마력도 남지 않았고.’


다수의 데스 나이트를 운용하기엔 마력이 모자랐다.

애초에 네크로맨서는 여러 아티팩트나 준비물이 없으면 반쪽이나 마찬가지였다.

아쉽지만 이들은 보내줘야 했다.


“그대들의 의무를 마쳤으니 이제 영원한 안식을 취하라.”


아이젠이 선언하자 캐러거를 비롯한 데스나이트들은 녹색 먼지가 되어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들이 전부 흩어져 사라지자 저 멀리서 살아남은 기사들이 돌아오는 모습이 보였다.

북부의 기사들은 날아가는 녹색 먼지를 보며 경례를 올렸다.

시체조차 거둘 수 없는 동료들에 대한 마지막 감사 인사와 존중의 표현이었다.

동료들의 죽음에 투구 사이로 눈물을 훔치는 기사들도 있었다.

로이스는 그 눈물을 모르는 척 했다.


“트레버스 경.”

“아이젠 경.”


트레버스는 복잡한 눈으로 아이젠을 바라봤다.

동료들을 데스나이트로 만들어 자신들을 구해줬기에 은인이라고 할 수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자신들의 동료를 살려 시체조차 건질 수 없게 만든 자였다.


“감사합니다. 아이젠 경, 덕분에 살았습니다.”

“별 말씀을,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습니다.”


결국 트레버스의 선택은 감사였다.

단순히 살아남았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스쳐지나가면서 본 동료들의 표정엔 후회가 아닌 동료애가 가득했기 때문이었다.

자초지정을 정확히 알 순 없었지만 트레버스에겐 적어도 되살아난 동료들이 억지로 움직인 것은 아니리란 확신이 있었다.


“이제 돌아가시죠. 수습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아이젠에 말에 기사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 뒤를 따랐다.

드래곤 캐슬로 돌아가던 중 한 기사가 로이스를 불렀다.


“로이스 경.”

“페르민 경.”

“아이젠 경에게 따로 감사하다고 전해 주시오. 덕분에 그들의 죽음이 개죽음이 아니었다고 말이오. 나를 포함한 모든 기사들의 의사요.”


네크로맨서의 마법은 꺼림칙 했지만 기사들은 동료들이 최후에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 기억했기에 아이젠을 인정했다.

거기다 아이젠이 아니었으면 기사들은 전멸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

트레버스가 대표해서 감사 인사를 전했다 해도 그것만으로는 기사들의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직접 말씀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이 얼굴로 마주하기가 조금 머쓱해서.”


그렇게 말하는 페르민의 눈가엔 눈물이 흐른 자국이 있었다.

로이스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히 전하겠습니다.”

“고맙소.”


페르민은 천천히 속도를 줄여 로이스로부터 멀어졌다.

그 뒷모습을 보며 로이스는 생각에 잠겼다.

아이젠은 로이스의 호위 대상이었고 분명 껄끄러운 네크로맨서였다.

하지만 오늘 그는 공포스러운 사령술을 부림과 동시에 생명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신비한 사람이야.’


로이스는 아이젠의 옆모습을 슬쩍 훔쳐봤다.

그는 이만한 업적을 이뤄내고도 전혀 들뜬 기색이 없었다.


‘마치 이정도는 당연하단 것처럼...’


로이스는 여전히 아이젠이 어떤 사람인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죽은 자를 일으켜 세우고 전장에 폭발을 일으키는 자.

시체를 누벼 골렘으로 만드는 자.

심지어 기사와도 같은 검술 실력을 가진 남자.


‘아직 보여주지 않은 재주도 많이 있겠지.’


로이스의 능력으론 그 끝을 꿰뚫어보는 것이 불가능한 남자.

굳이 표현하자면 전장의 비대칭 전력이란 딱 어울렸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지.’


아이젠, 그는 대공 전하의 명령이 아니더라도 지킬 가치가 있는 사람이었다.


* * *


아이젠과 기사들이 드래곤 캐슬의 성벽 안으로 들어갔을 때 그들은 약간 섬칫한 기분을 느꼈다.

환호성이나 승리의 기쁨으로 가득해야 할 드래곤 캐슬이 묘하게 조용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중심엔 북부 대공과 표정을 구긴 귀족들이 있었다.


“모두 수고했다. 기사들이여. 그대들은 모두 명예롭게 싸웠다.”

“영광입니다. 대공 전하.”


기사들은 모두 경례를 올리며 치하에 화답했다.

오직 아이젠만이 뚱한 표정을 지었다.


‘기사들이라.’


아이젠은 북부 대공과 그 주변에 있는 귀족들을 쳐다 봤다.

역시나 그들이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았다.

아이젠은 자기도 모르게 너털 웃음을 터트렸다.

어딘가 기시감이 드는 광경이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높으신 분들 심기를 건드린 모양이군.’


남부 전선에서도 이랬던 기억이 꽤 있었다. 아니, 어쩌면 자주.


‘그래도 전투에서 이기고 돌아왔는데 이건 좀 너무하군.’


적어도 남부 전선에선 떨떠름하게 웃으며 칭찬은 해줬는데 말이야.

외지인 차별이 좀 심한 거 아닌가?


“아이젠 경.”

“대공 전하.”

“긴히 할 말이 있으니 따라 오게.”

“그러지요.”


아이젠의 뒤를 따라오려던 로이스는 굳은 것처럼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어째서?’


북부 대공이 눈짓으로 따라오지 말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로이스는 이상한 불안감에 사로잡히면서도 그 눈빛을 거역할 수 없었다.


“가지.”


북부 대공은 얼음장 같이 차가운 얼굴로 앞장 섰다.

아이젠은 귀족들의 경멸 섞인 시선을 받으며 북부 대공을 따라갔다.

로이스는 멍하니 그 뒷모습을 바라 봤다.


* * *


북부 대공의 개인 응접실은 그녀의 취향이 아닌 걸로 보이는 장식들로 화려했다.

아마 보좌관들이 손님맞이를 위해 억지로 꾸민 것이리라.

그리고 아이젠도 보좌관들의 편이었다.

응접실은 삭막한 것보단 화려한 편이 보기도 좋고 원하는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좋았다.

무채색으로 도배된 방이 연출할 수 있는 분위기는 한정돼 있었으니까.


“앉게.”


북부 대공은 응접실에 들어오자마자 성가시다는 듯 투구를 벗고 머리를 흔들어 머리칼을 정돈했다.

머리칼이 조금 눌려 있었지만 그것도 그녀의 미모를 빛바래게 만들진 못했다.


“차는 좋아하나?”

“좋아합니다.”

“잘 됐군.”


북부 대공은 이어서 손에 끼고 있는 두꺼운 건틀릿도 벗어 아무렇게나 던져 놓더니 이내 손수 차를 우리기 시작했다.


“마시게.”


북부 대공은 성문에서의 차가운 태도라고는 볼 수 없을 정도로 친절한 태도로 직접 차를 따라 아이젠에게 건넸다.

아이젠은 연한 녹색의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차는 따듯하고 향긋했으며 조금 쌉싸름 했다.

아이젠은 그녀가 아무렇게나 던져둔 건틀릿을 향해 시선을 힐끗 돌렸다.

그녀가 갑주를 벗는 모습은 지나치게 털털해 보였다.

방어구 따위는 거추장스럽다는 모습에선 평소에 보여주던 차갑고 딱딱한 모습 따윈 없었다.

원래 이런 성격이었나? 회의 때나 성벽에서 보여준 모습은 연기?


“왜 그렇게 보지?”


북부 대공은 그런 아이젠의 시선을 귀신 같이 알아채곤 다리를 꼬고 앉으며 물었다.


“여지껏 봤던 모습과 조금 달라서 놀랐습니다.”

“내가 연기를 잘했나 보군.”


아이젠의 말에 북부 대공은 옅은 웃음을 보였다.

그것만으로도 남자의 마음을 단숨에 녹여낼 수 있을 만큼 매력적인 미소였다.


“연기셨습니까?”

“글쎄, 지금 이 모습이 연기일 수도 있지 않을까?”

“......”

“결국 사람은 자기 눈에 보이는 걸 믿는 법이지. 여지껏 냉정한 모습만 보다가 차를 직접 따르고 갑옷을 아무렇게나 벗으니 그래, 이젠 털털한 사람으로 보이나?”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사람이란 원래 다면적이니까요.”


아이젠의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북부 대공은 고개를 끄덕이고 화제를 넘겼다.


“수단과 방법을 가려서라는 말이 어려웠나?”

“어떤 걸 말씀하시는 것인지요?”

“그 폭발 말일세.”


북부 대공은 시체 폭발을 말하고 있었다.


‘그게 문제였나?’


하지만 아이젠에게도 항변할 말은 있었다.


“그래서 아군 시체엔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나도 알아. 하지만 귀족들 눈엔 그렇게 보이지 않았던 것 같군. 그냥 시체가 펑! 살점이 하늘로 우수수. 이해했나?”


아이젠은 불만스러운 표정을 감추기 위해 다시 차를 입에 가져다 댔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이 상황이 매우 고까웠다.

전장에서 미관까지 생각하며 싸워야한단 말인가?


‘높으신 분들은 아무것도 모른다니까.’

“그리고 그 고깃덩이는... 아주 기묘하더군.”

“누더기 골렘입니다.”

“그래, 그거. 그것도 귀족들이 아주 기겁을 했네.”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그랬겠지. 굳이 따지자면, 사실 그것들은 별로 문제가 아니야. 내가 얼마든지 찍어누를 수 있는 사안이지.”

“그럼 뭐가 문제입니까?”

“데스 나이트.”


북부 대공의 말에 아이젠은 짧은 한숨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어째서 그것이 문제가 되는지는 아이젠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기사들을 살리기 위해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들 역시 동의했고요.”

“자네의 의도는 고려할 사항이 아니야. 미안하지만 죽은 기사들의 의사도 중요하지 않네. 문제는 귀족들이 자네가 선을 넘었다고 생각한다는 거지.”


북부 대공은 차를 한 입 마시며 아름다운 얼굴을 찡그렸다.


“결국 정치 문제네. 내 휘하 북부 기사단에는 귀족들의 자제도 여럿 있어. 그들은 자식들이 죽은 걸로 모자라 연기로 사라지는 걸 봤네. 속된 말로 시체도 건지지 못한 거지.

싸움에서 이겼으니 공개적으로 문제 삼진 못하겠지만 자네를 향한 원망이 얼굴에 그대로 보이고 있지. 물론 비이성적인 행동이지만 자식 잃은 부모가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걸 봤나?”


아이젠은 남부 전선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인간은 원래 이성적으로만 사고하지 않는다.

특히 가족이 연관돼 있을 경우엔 지나칠 정도로 감정적으로 변하곤 했다.

정작 자신도 가족 때문에 지금 북부로 떠밀리듯 왔으니까.


“가장 큰 문제는 자네가 네크로맨서라는 사실이야. 자네도 알다시피 북부는 제국과 하나면서 하나가 아닐세.”

“저도 그 정돈 알고 있습니다.”


북부는 제국에 속해 있지만 제국에 그 어떤 의무도 지지 않은 지역이었다.

제국이 팽창하던 시기 북부 역시 강력한 세력을 일궜었다.

둘의 충돌은 필연적이었지만 공교롭게도 둘 모두 전쟁을 바라진 않았다.

제국은 북부를 제압할 힘이 있었지만 상당한 국력 소모가 예상됐고 북부는 완전히 복속시키기엔 그 덩치가 너무 컸다.

북부 역시 제국과 전쟁을 벌인다는 멸망과 쇠락의 길을 원하지 않았다.

결국 두 세력 간에 극적 타결이 일어났다.

북부가 제국에 귀속되는 대신 내정 간섭을 받지 않는 자치권을 얻은 것이다.

제국 입장에선 북부를 발아래 뒀다는 명분을 얻을 수 있었고 북부 입장에선 실리를 취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제국과 교단이 네크로맨서를 공인하면서 제국과 신성 왕국은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네. 그리고 그 대가는 이미 알고 있겠지?”

“이전까지 우호적이던 신성 왕국의 분노가 제국을 향했지요. 듣자하니 영원한 전쟁을 선포했다더군요.”

“그래, 그리고 그 분노는 온전히 북부의 몫이 됐네.”


네크로맨서 공인 이후 제국 북부에 있는 신성 왕국은 크게 분노했고 제국에 선전포고를 했다.

그리고 그들을 막아야하는 건 온전히 북부의 몫이었다.

북부 입장에선 억울하지만 어쨌든 북부는 대외적으로 제국의 일원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제국은 당연히 우리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해. 그런데 지원으로 온 게 병사나 물자가 아닌 네크로맨서 단 한 사람이라니. 자네라면 어떨 것 같나?”

“이해했습니다.”

‘납득하지 않을 수 없는 이야기군.’


아이젠은 솔직히 자신이 그들 입장이었어도 자신을 곱게 보지 않았으리라 생각했다.

안 그래도 제국이 물자 대신이랍시고 보낸 사람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그 네크로맨서가 자식들 시체도 못 건지게 만들었으니.


‘궁정백은 이런 자세한 사정도 말해주지 않고 날 여기로 보냈다 이거지?’


만약 지금 아이젠의 눈앞에 궁정백이 있었다면 그는 멱살을 잡혔을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귀족들을 달래기 위해 제가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뜻입니까?”


북부 대공은 고개를 저었다.


“공을 세운 자를 처벌할 순 없지. 오히려 상을 내려야 마땅하지 않겠나?”


그녀는 알듯말듯한 오묘한 미소를 지은 채 한마디를 뱉었다.


“자네는 드래곤 캐슬을 떠나줘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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