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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부 전선의 미친 네크로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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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새글

글철인
작품등록일 :
2024.05.08 13:01
최근연재일 :
2024.07.06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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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 전환 : 2일 남음

작성
24.05.24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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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흑마법사 토벌전 3

DUMMY

아이젠이 하멜에게 이런 날카로운 태도를 취한 건 이유가 있었다.


‘시장이 영주에게 오라가라 명령질이라니.’


그것도 정중한 요청이 아니라 딸랑 쪽지 하나 건네면서 말이다.

물론 어떤 비밀적인 논의를 하려고 부른 것이겠지만 처음 만나는 사이에 그런 걸 이해해줄 필요는 없었다.

누가 우위에 있는지 이 스파르틴의 부시장에게 확실하게 각인시켜줄 필요가 있었다.


“여기까지 발걸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영주님.”


하멜은 정중한 인사로 어색한 분위기를 깨며 대화의 물꼬를 틀었다.


‘드워프치곤 노련한 정치가군.’


붉어진 얼굴까지 숨기진 못했지만 적어도 하멜은 모욕적인 상황을 감수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목적을 위해 감정을 죽일 수 있는 사람은 거래하기 아주 적합한 사람이었다.

아이젠은 하멜과 진정한 의미로 대화할 준비를 마쳤다.


“나를 여기까지 초대한 합당한 이유가 있으리라 믿네. 부시장.”

“물론입니다. 영주님께서도 마땅히 만족하실 내용입니다. 우선 첫 번째로 영주님께 알려드릴 것이 있습니다.”

“그게 뭐지?”

“스파르틴이 흑마법사들을 소탕한 건 사실입니다.”

“그걸 나보고 믿으라고?”

“사실입니다. 저는 레오스를 싫어합니다. 이 건에 미심쩍은 것이 있었다면 진작 그를 공격했을 겁니다.”


아이젠은 다리를 반대로 꼬며 손가락으로 입술을 어루만졌다.

비밀리에 자신을 여기로 불렀다는 점에서부터 하멜과 레오스의 사이가 나쁘다는 건 짐작할 수 있었다.


‘정적 관계임에도 꼬투리를 잡지 못할 정도로 철저하게 소탕한 모양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이렇게 못미더울까.

아이젠은 자신이 모르는 뭔가가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레오스에 대해 말하는 하멜의 표정에서 아이젠은 그 사실을 읽을 수 있었다.


“겉으로 드러난 부분에선 미심쩍은 게 없다는 소리겠지?”

“예, 그렇습니다. 적어도 명확한 증거를 들이밀며 그를 압박할 순 없습니다. 소탕엔 저도 참여했으니까요. 하지만 그가 수상한 건 사실입니다.”

“어째서 그렇지?”


하멜은 잠시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넥타이 매듯 정돈했다.


‘여기서 말을 잘해야 한다.’


하멜은 며칠 망치를 못잡은 드워프처럼 가슴이 갑갑해졌다.


‘일단 간을 보는 건 멍청한 짓이야.’


아이젠이 베르너 령의 도시들을 돌면서 한 행동들을 들어보면 그는 절대 만만한 사람이 아니었다.

심지어 베르너 남작 자리에 오른지도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런데 취임 이후 곧바로 들어간 행동이 도시 순회와 재산 몰수?


‘야망이 큰 남자야.’


아무리 최전방이라지만 세금만 제때 들어오면 도시의 상황엔 신경 쓰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 귀족들의 통치였다.

하지만 아이젠 베르너의 행보는?


‘확실하게 도시를 장악하려 하고 있어.’


시장들의 재산을 몰수하는 동시에 그들의 고삐를 잡았다는 건 세금 말고도 도시에 원하는 게 있다는 소리였다.

도시에 뜯어낼 수 있는 건 무궁무진했다.

정보부터 시작해서 공사에 인력을 동원할 수도 있었고 어쩌면 징집을 할 지도 몰랐다.

하멜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북부 대공이 직접 임명한 사람이야. 절대 만만히 봐선 안 돼.’


스파르틴의 분위기가 거칠고 군사 도시 성격이 있었기에 레오스는 오만하게 아이젠을 대했지만 하멜이 생각하기에 그건 아주 멍청한 짓이었다.

베르너 령은 오랫동안 전통적으로 북부 대공의 직할령이었다.

그런 영지를 아이젠에게 넘겼다는 건 북부 대공의 측근이면서 능력이 출중하다는 소리였다.


‘숙이고 들어간다. 그가 원하는 걸 주면서 나도 원하는 걸 받아낼 정도면 충분해.’


판단을 마친 하멜이 입을 열었다.


“스파르틴엔 최근 문제가 있었습니다. 드워프들이 실종되는 사건이었죠.”

“그건 큰일이었겠군. 드워프들은 하나하나가 고급 인력이니까.”

“그렇습니다. 시에서도 일을 심각하게 받아들였습니다.”


드워프들은 일반적으로 좋은 대우를 받았다.

드워프들은 대체로 월등한 손재주를 지녔기에 대장간에서 양질의 물건을 사람보다 훨씬 빠르게 생산했다.

대장간에서 종사하지 않는 자들은 대체로 주류업에 종사했는데 그들만의 비법이 있는지 술도 기가 막히게 만들었다.

거기다 전사로서의 재능도 출중하고 고집스러운 성격을 가진 자가 많았기에 군인으로도 아주 적합했다.


‘그러고보면 이 하멜이란 자는 드워프치곤 고집이 별로 쎄보이진 않는군.’


약간 특이했지만 그렇다고 의아할 정도는 아니었다.

사람마다 성격차가 있듯이 드워프들도 성격차가 있는 것이겠지.


“시에서 조사한 결과 드워프들을 납치한 것은 흑마법사의 소행으로 밝혀졌습니다.”

“그래서 소탕이 확실하다고 말한 거군. 레오스가 아니라 자네와 드워프들이 그들의 소탕을 주도했을 테니.”

“그렇습니다. 레오스와 제가 함께 했다고 말했지만 사실상 토벌을 주도적으로 이끈 건 저와 드워프들이었죠.”

“그런데?”

“...실종된 드워프들을 찾긴 찾았습니다. 예상대로 흑마법사들이 납치한 것이었습니다. 죽은 자도 있었고 산 자도 있었죠. 당연히 흑마법사들은 전부 처형했습니다. 얼마 전까진 성문 밖에 효수되어 있었지요.”


이쯤 되니 아이젠은 도시와 하멜이 무슨 문제를 안고 있는지 알아챌 수 있었다.


“실종이 멈추지 않았군.”

“그렇습니다. 통찰력이 뛰어나시군요.”

“아부는 됐네. 빈도수는 어떻게 됐나?”

“납치되는 빈도수는 많이 줄었습니다. 하지만 도무지 언제 어디서 납치되는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지금 드워프들은 그래서 공방 거리에서 나가질 않죠. 염치 불고하고 제가 영주님을 여기로 부른 것도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그런 거였군.”


아이젠은 하멜의 설명에 납득했다.


‘드워프들이 밝아 보이는 건 위장... 아니 저렇게 억지로라도 술을 마시거나 일을 하지 않으면 두려움을 떨쳐낼 수 없는 건가?’


“그래서, 레오스 시장이 수상한 이유는?”

“드워프들의 실종이 계속됐기에 저는 수색을 강화해야한다고 말했죠. 분명 흑마법사의 잔당이 있을 것이라고요. 레오스 시장 역시 동의했습니다. 그런데...”

“계속 말하게.”

“그가 수색을 허락하지 않은 구역이 있습니다.”

“어째서?”

“...그곳이 스파르틴의 성지이기 때문입니다.”

“알만하군.”


도시의 성지.

어떤 도시마다 신성하게 여기는 구역이 있다는 건 흔한 이야기였다.

스파르틴은 군사 도시인만큼 군인들을 대우할 필요가 있었고 외적과 맞서든 몬스터와 싸우든 용감히 싸운 자는 성지에 묻힐 자격이 있었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성지엔 그 누구도 함부로 들어갈 수 없었다.

그리고 성지의 출입을 관리하는 건 시장의 오래된 권리 중 하나였다.


“이미 도시 내부는 물론 근처까지 싸그리 뒤졌습니다. 하지만 실종자의 흔적은 찾지도 못했죠. 마지막으로 남은 곳은 성지뿐입니다.”

“레오스 시장이 흑마법사들을 숨겨주고 있다고 생각하나?”

“그가 무슨 짓을 벌이는진 모르겠지만 스파르틴은 오랫동안 사람과 드워프 사이의 알력 다툼이 있었습니다. 그가 연관됐다는 가능성은 믿고 싶지 않지만...”

“그래, 심증이 확실하다는 거지?”

“그렇습니다.”

“내가 어떻게 해주길 원하나?”

“영주님 권한으로 성지 탐문을 허락해 주십시오.”


하멜이 정중히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흑마법사를 뿌리 뽑아야하는 아이젠 입장에선 구미가 당기는 얘기였다.

스파르틴엔 흑마법사의 구린내가 진동했다.

만약 레오스가 흑마법사들을 숨겨줬다면 아이젠 자신에게 비협조적인 그를 숙청할 기회였고 그가 흑마법사와 관련이 없다 해도 그를 얼마든지 엮어 실각시킬 수 있는 명분이 생기는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걸론 만족할 수 없지.’


아이젠도 분명 원하는 상황이긴 했지만 지금 아쉬운 건 하멜이었다.

아이젠이 대가없이 그의 부탁을 들어주기엔 스파르틴은 첫 인상이 마음에 들지 않는 도시였다.


“흐음, 내가 왜 그래야 하지?”

“...”


하멜은 고개를 들어 아이젠을 쳐다봤다.


“레오스 시장은 내게 적대적이지. 내가 영주라 할지라도 도시 성지 탐문을 허락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야.”

“영주님께서 명령을 하신다면 드워프들이 지지를 할 겁니다. 영주님의 명령과 명분, 그리고 저희의 실력 행사까지 있다면 성지에 들어가는 건 문제가 아닐 겁니다.”

“자네 말대로라고 치지. 그래서? 만약 탐문했는데 흑마법사의 흔적이 나오지 않는다면?”

“무엇을 원하십니까?”


결국 하멜의 입에서 아이젠이 원하는 말이 나왔다.

무엇을 원하느냐?


“좋은 질문일세.”


아이젠은 드워프들에게 원하는 것이 있었다.


“흑마법사를 찾든 찾지 못하든 드워프들이 베르너성으로 이주했으면 좋겠네.”

“그게 무슨...”

“전부를 말하는 건 아니야. 기술자들 중 일부를 이주시키게.”

“그건 곤란합니다. 저는 군주가 아닙니다.”

“뭘 그렇게 어렵게 생각하나? 명령은 내가 내리고 자네는 설득만 하면 돼. 성지 문을 열라고 압박하는 것과 별로 다르지 않은 일일세.”


아이젠의 말에 하멜의 표정이 창백하게 변했다.

그의 머리 속에서 톱니바퀴 굴러가는 소리가 아이젠의 귀에 선명하게 들렸다.

쐐기를 박을 때였다.


“솔직히 말하게. 자네 시장이 되고 싶지 않나?”

“...”


인간이 망설일 땐 욕망을 자극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드워프 역시 다르지 않았다.


“되고 싶겠지. 자네 입으로 스파르틴 내부가 오랫동안 반목했다고 말했으니. 시장과 부시장을 집정관으로 부르는 것 자체가 반목의 증거겠지. 표면적으로는 인간과 드워프가 공정하단 상징이겠지만 실질적으론 그렇지 않겠지.”

“...”

“성지 탐문 건에서도 알 수 있지만 권력은 시장인 레오스에게 집중돼 있어. 드워프인 자네로선 불만이겠지. 같은 집정관인데 왜 그에게만 권한이 있는지 말이야.”

“...”

“하지만 이번 일로 레오스 시장이 실각한다고 해서 자네가 시장이 될 가능성은 없겠지. 왜? 드워프니까.”

“...”

“하지만 내가 끼어들면 모든게 달라지네.”


엄밀히 말하자면 시장을 인간이 하고 부시장을 드워프가 담당하는 스파르틴의 오랜 통치체제는 공인된 통치체제가 아니었다.


“자네를 시장으로 임명하지. 공식적으로 말이야.”

“그 말씀은...”

“스파르틴은 드워프의 도시가 될 걸세. 자네가 베르너 성으로 드워프들을 보내준다면 말이야.”

“그게 정말이십니까?”


하멜의 눈이 야망으로 번들거렸다.


“약속하지.”


아마 스파르틴은 세무조사를 한다고 해도 제대로 세금을 냈을 가능성이 높았다.

원래 반항심 강한 놈들이 꼬투리 잡힐 일을 더 만들지 않는 법이다.

비리로 압박해서 시장을 아이젠의 사람으로 만드는 건 용이하지 않은 일이었다.

결국 다른 도시들과 달리 아이젠은 시장을 회유해서 아군으로 만들어야 했다.

그리고 아이젠의 눈엔 레오스보단 하멜이 적합한 인재로 보였다.


“자네가 내게 충성한다면 스파르틴은 영원히 드워프의 도시가 될 거야.”

“...알겠습니다.”

“좋아.”


아이젠은 이 거래가 무척 만족스러웠다.


‘드워프들의 기술이라면 베르너 령의 병사들 무장이 더욱 좋아지겠군.’


최전방엔 항상 무기가 모자란 법이었다.

스파르틴에서 무기를 제공받는 것보단 베르너 성에서 직접 생산하는 것이 훨씬 효율이 좋을 것이란 건 예측하기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아이젠은 손뼉을 한 번 짝! 치곤 분위기를 환기했다.


“대책없이 일을 진행해선 안 되겠지. 적당한 시기에 레오스를 만날 테니 손을 거들게.”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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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암살자 +3 24.06.01 6,779 148 16쪽
29 암살 모의 +3 24.05.31 7,242 150 16쪽
28 데스 나이트 +2 24.05.30 7,539 174 13쪽
27 상징 +11 24.05.29 7,609 170 15쪽
26 귀환 +5 24.05.28 8,046 165 14쪽
25 흑마법사 토벌전 6 +5 24.05.27 7,938 175 15쪽
24 흑마법사 토벌전 5 +10 24.05.26 7,756 180 14쪽
23 흑마법사 토벌전 4 +4 24.05.25 7,920 170 14쪽
» 흑마법사 토벌전 3 +4 24.05.24 7,823 173 12쪽
21 흑마법사 토벌전 2 +4 24.05.23 8,024 172 14쪽
20 흑마법사 토벌전 +2 24.05.23 8,403 18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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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도시 순회 4 +1 24.05.20 9,003 182 13쪽
16 도시 순회 3 +1 24.05.19 9,578 189 14쪽
15 도시 순회 2 +1 24.05.18 10,199 203 13쪽
14 도시 순회 +6 24.05.17 10,771 224 13쪽
13 마법부 +5 24.05.17 10,874 210 13쪽
12 베르너 성 +3 24.05.16 11,173 21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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