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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부 전선의 미친 네크로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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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새글

글철인
작품등록일 :
2024.05.08 13:01
최근연재일 :
2024.07.06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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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 전환 : 2일 남음

작성
24.05.17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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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도시 순회

DUMMY

‘다 갔나?’


멜리사는 신중에 신중을 기울였다.

그녀는 마법부 소속이었지만 메이지들과 하는 일이 많이 달랐다.

소서러인 그녀는 메이지들처럼 스크롤을 제작하는 일을 할 수 없었고 또 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녀는 베르너 령의 유일한 전투 마법사였다.

전투가 벌어졌을 때 선제 화력 투사를 하는 것의 그녀의 역할이었다.

그녀의 머리칼만큼이나 화끈한 불마법이 그녀의 전매특허였다.

그렇기에 마법부에선 평소에 멜리사를 찾지 않았고 그녀의 책상은 구석에 위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정기적으로 마법부에 들르는 이유는 단 한가지였다.


[야옹.]


바로 트리스의 고양이 네로였다.


‘으으, 오늘도 너무 귀여워.’


비록 소서러라는 체면 때문에 대놓고 티를 내진 못했지만 멜리사는 검은 고양이 네로에게 푹 빠져 있었다.

길고양이에게선 찾을 수 없는 순둥순둥함이 깃들어 있는 네로는 멜리사에게 신관들의 치유 마법과도 같았다.


‘트리스가 없는 지금이 기회야.’


마법부의 수장인 트리스는 허구한날 마법부에 틀어박혀 멜리사는 네로에게 직접적인 관심을 보일 기회가 별로 없었다.

그저 자기 자리에 앉아 힐끗힐끗 쳐다보는 것이 전부였다.

그녀는 어디에 숨겨왔는지 모를 고양이용 장난감을 꺼내 네로의 환심을 사기 시작했다.


[야옹.]


네로는 멜리사가 꺼낸 장난감에 흥미를 보이며 책상에서 내려왔다.


“이게 재밌어? 정말? 재밌는 거야? 다음에 다른 거 또 가져올까?”


네로가 장난감에 관심을 가지자 흥분했다.


‘아무도 없었지.’


트리스는 새로 부임한 영주님에게 갔고 마법부 직원들은 물품을 구매하러 나갔다.

멜리사는 큰 결심을 했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드레스를 접곤 무릎을 꿇고 앉아 네로와 시선을 마주했다.

그리곤 용기를 내고 입을 열었다.


“야... 야옹.”

[야옹.]


네로는 대답을 마치고 갑자기 다시 책상 위로 올라갔다.

그때 멜리사의 머리에 경종이 울렸다.

소서러로서 느끼는 마법적인 감각이 지금 멜리사에게 위험을 예고하고 있었다.

불길한 예감, 싸늘한 느낌.

멜리사는 천천히 뒤를 돌아봤다.

그곳엔 녹색 머리를 한 악마가 눈웃음을 지은 채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멜리사의 표정이 차갑게 식었다.

그러나 악마는 멜리사의 그런 모습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악마답게 무자비하고 잔혹한 언령 마법을 구사했다.

기다란 주문을 읊을 필요도 없는 놀라운 권능이었다.


“야옹.”

“끼야아아아아아아아아앗!!!”


멜리사는 망가졌다!



* * *



‘무슨 일이지?’


집무실에 들어온 아이젠은 실실 웃고 있는 트리스와 얼굴이 뻘개진 채 몸을 떨고 있는 멜리사를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그저 트리스에게 멜리사를 데려오라 했을 뿐인데 묘하게 분위기가 이상했다.


‘신경 쓸 필욘 없겠지.’


이제 막 영지에 부임한지라 할 일이 태산이었다.

험악한 분위기가 된 것도 아니니 아이젠은 그냥 신경을 끄기로 했다.


“주변의 도시들은 베르너 령에 귀속되어 있지?”

“그렇습니다. 베르너 령엔 자유 도시들이 없습니다. 물론 그들이 시장을 뽑아 자치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만 법적인 근거가 있는 건 아닙니다.”

“엄밀히 따지자면 도시 통치자에 대한 임명 권한이 내게 있단 말이군?”

“그렇습니다.”


아이젠은 우선 베르너 령의 정확한 사정부터 파악하고자 했다.

영지가 넓었으니 관리할 것도 꽤 많았다.

하루아침에 끝날 일은 아니었으나 아이젠은 부임하자마자 열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고드프리는 새로운 영주가 마음에 들었다.

일단은 유능하고 합리적인 성격으로 보였던 것이다.

물론 병사들에게서 사망시 언데드가 되겠다는 서약을 받은 사람이었지만 어쨌든 모시기 싫은 인간상은 아니었다.


“주변 영지들은 내 봉신이 되나?”

“원래라면 그래야겠지만 아쉽게도 영주님께선 남작위를 받으셨기에 그들은 계속해서 대공 전하의 직속 봉신이 될 겁니다.”

“내가 그들을 복속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대공 전하와 전쟁을 하셔야지요.”

“농담이 지나치군.”

“그게 아니라면 공을 세우신 후 대공 전하께 베르너 권역의 봉신들을 요구하시면 됩니다.”

“승작이 필요한가?”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지요.”


하긴 애초부터 남작인데 백작령을 맡은 것부터 심상치 않은 일이긴 했다.

남작이 남작을 봉신으로 맞이하는 이례가 생기지 말란 법도 없었다.


“장원은?”

“빈 장원은 많습니다만, 아무래도 거기서 수익을 기대하긴 어렵습니다.”

“그럼 세수 확보는 도시에서 거둬야겠군.”

“아무래도 그렇습니다.”


북부 대공이 직접 베르너 령을 통치했을 땐 자금 사정 따윈 걱정도 하지 않았겠지만 아이젠이 통치를 맡게 된 이상 얘기가 달랐다.


‘이런 큰 영지를 봉신도 없이 다스리긴 힘들지.’


북부 대공의 도움을 조금 기대할 수도 있었지만 그것만 믿고 있을 순 없었다.

당장 세수, 병력까지 모든 것이 부족했다.

그렇다고 세금이나 병력을 요구할 수 있는 봉신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아이젠 통장에 개인 자금이 있긴 했지만 그걸로는 한계가 있었다.

결국 병력을 늘리고 그걸 유지하려면 영지의 꾸준한 흑자 상태를 유지해야 했다.


“우선 새는 돈부터 막아야겠군.”

“도시 순회하실 생각이십니까?”


고드프리는 아이젠의 말을 바로 알아차렸다.

과연 베르너 령의 사정을 빠삭하게 꿰고 있는 기사다웠다.


“그래야지. 분명 세금을 똑바로 내고 있지 않고 있을 테니.”

“그렇겠지요. 횡령은 늘상 일어나는 일이니까요. 언제 출발하시겠습니까?”

“가능한 빨리 준비해주게 고드프리 경.”

“알겠습니다.”


아이젠의 예상이 맞다면 베르너 령의 도시들은 탈세를 범하고 있을 것이 틀림없었다.

베르너 령이 북부 대공의 직할령이었지만 북부 대공처럼 바쁜 사람이 세금 걷겠답시고 도시 순회를 나섰을 리가 없다.

그렇다고 영주도 아닌 고드프리 경이 도시를 순회하며 시장들을 압박했을 리도 없다.

물론 아이젠이 영주가 된 순간부터 얘기는 달라졌다.


“그리고 메이지 트리스? 자네는 도시 순회에 동행하게 될 걸세.”

“흐흣... 네? 넷?”


혼자 실실 웃던 트리스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제... 제가 도시 순회예요?”

“왜? 가기 싫은가?”

“그건 아니지만... 마법 연구도 해야 하고... 스크롤도 만들어야 하고...”


이런 저런 핑계를 대고 있었지만 결국은 가기 싫다는 소리였다.

그녀의 차림새에서도 알 수 있었지만 그녀는 외부 활동을 극도로 싫어하는 방구석 마법사였다.


“그것보다 중요한 일일세. 마법부에서 만든 탐지 스크롤이 이번 도시 순회에 중요한 역할을 할거거든.”

“그... 그치만...”


아이젠은 양손으로 트리스의 어깨를 두들겼다.

트리스는 화들짝 놀랐다.


“잘 생각해보게 메이지 트리스, 이건 기회야.”

“기... 기회요?”

“나는 마법부의 역량을 높이 사고 있다네. 이런 고품질 스크롤을 제작하는 메이지는 수도에서도 찾기 힘들지.”

“그... 그런가요? 에헤헤헤.”


아이젠의 칭찬을 듣자 트리스는 헤실헤실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원래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는 법이다.

자신의 스크롤 제작 솜씨에 자부심은 있었으나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아 칭찬에 목말랐던 트리스에겐 더더욱 기꺼운 일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이번 도시 순회에서 마법부의 활약을, 특히 자네의 활약을 기대하고 있어. 이번 일이 잘 되면 많은 세금이 걷힐거고 그건 마법부와도 무관하지 않네. 상상해보게.”

“무... 무엇을요?”

“마법부 별관이 생기는 모습을.”

“별관!”


트리스의 눈이 초롱초롱해졌다.

마법부는 현재 꽤 넓은 방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렇다해도 공간은 턱없이 모자랐다.


“그리고 늘어난 메이지 인력들.”

“인력!”


트리스의 눈이 반짝반짝하게 빛났다.

마법부 인원이 5명이라지만 멜리사를 제외하면 4명이었다.

그들은 항상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었다.

어지간한 봉급으로는 북부에서 메이지를 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혹시 아는가? 그렇게 마법부가 활약하고 커지게 되면 베르너 령에.”

“베르너 령에?”

“최초의 메이지 마탑이 생길지?”

“마탑!!”


트리스의 눈빛이 이제는 황홀함으로 물들었다.


‘마탑이라니!’


마법사의 탑이란 사실 위저드들의 전유물이었다.

소서러들은 숫자도 적은데다 개개인의 자긍심이 너무나 높기에 잘 뭉치지도 않았다.

메이지들은 마법사라기보단 기술자 취급을 받는 경우가 많았기에 마탑을 이루는 데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 세간의 평가였다.

워록들이야 그 숫자 자체가 적고 사람마다 계약한 존재가 너무 달랐기 때문에 워록이라고 뭉뚱그려도 서로 같은 마법사라는 인식 자체가 없었다.

그렇기에 마탑은 마법사들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으며 학문성도 뛰어난 위저드들의 전유물이었다.

당장 드래곤 캐슬에 있는 마탑도 위저드들의 마탑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아이젠이 트리스에게 언급한 ‘최초의 메이지 마탑’은 단순한 의미가 아니었다.


“그리고 생각해보게.”

“또... 또 무엇을요?”

“메이지 마탑이 세워지면 그 수장을 누가 맡겠나?”

“그게 저란 말씀이세요? 영주님?”

“마법부의 수장인 자네가 아니면 누가 마탑주가 된단 말인가?”


아이젠은 그것이 마치 당연한 귀결이라는 듯이 말했다.

트리스는 아련한 꿈을 꿨다.

마탑 최상층에 앉아 귀찮은 일은 아랫것들에게 떠넘기고 하고싶은 마법 연구만 하고 사는 안락하고도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것을!


“제가 무엇을 하면 되겠습니까? 영주님!!”


아이젠은 환한 미소를 지었다.


“탐지 스크롤을 최대한 많이 제작하게. 내가 생각하는 수량만큼 탐지 스크롤이 생산되면 곧바로 도시 순회를 돌 거야.”

“알겠습니다! 마법부는 오늘부터 철야 작업에 들어가겠습니다!”


트리스는 다른 마법부 마법사들의 의견 따윈 듣지도 않고 철야 작업을 결정했다.

그녀는 곧바로 아이젠의 집무실을 나갔다.

아이젠은 집무실에 남은 고드프리와 로이스, 그리고 멜리사를 보며 기쁜듯 말했다.


“참으로 근면성실한 마법사로군.”


아이젠은 시선을 돌렸다.


“소서러 멜리사?”

“예, 영주님.”

“그대는 영지에 남아 이곳을 지키면서 향수 사업에 대해 생각해 봤으면 좋겠군.”

“향수 사업이요?”


얼굴이 홍당무처럼 물들었던 멜리사의 눈에 이채가 감돌았다.


“구체적으로 어떤 준비를 할까요?”

“북부의 꽃들을 체계적으로 재배할 수 있는 준비, 그리고 향수 생산 설비 같은 것이 필요하겠군.”


멜리사는 활짝 웃었다.

아이젠이 내린 임무가 구체적이었기 때문이다.

허투루 내뱉는 소리가 아니었다.


“자금은 걱정하지 말게. 필요한만큼 넉넉하게 지원해 주겠네.”


당장 아이젠의 통장엔 꽤 넉넉한 돈이 있었다.

사업 투자 자금으로는 충분하리라.


“실망시켜드리지 않겠습니다. 반드시요.”

“믿겠네.”


멜리사의 눈이 전에 없던 열정으로 타올랐다.

그녀는 반드시 수도까지 유행시킬 최고의 향수를 만들어 내리라 다짐했다.

그리고 자신에게 사기를 친 상인이 아무리 애원해도 자신이 만든 향수를 건네지 않으리라.

그뿐만 아니라 그 사기꾼과 관련된 상인 모두에게!

멜리사 역시 트리스와 비슷한 눈을 하며 집무실을 나섰다.


“고드프리 경.”

“예, 영주님.”

“도시들에 순회를 돈다고 연락을 돌리게.”

“세무조사를 위해 가시는 건데 미리 방문을 알려도 되겠습니까?”

“대신 내가 직접 간다는 소리는 하지 말고, 고드프리 경이 간다는 소식만 전하게.”


고드프리는 아이젠의 명령에 토를 달진 않았지만 의문이 생겼다.


“영주님의 방문을 숨기는 이유를 여쭤도 되겠습니까?”

“좋은 질문일세. 고드프리 경.”


아이젠은 기묘한 웃음을 지었다.

고드프리는 살짝 오싹한 느낌이 들었다.


“그들의 지루한 나날에 서프라이즈가 필요하지 않겠나?”


매일 반복되는 일상은 재미없지.

암, 그렇고 말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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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암살자 +3 24.06.01 6,780 148 16쪽
29 암살 모의 +3 24.05.31 7,242 150 16쪽
28 데스 나이트 +2 24.05.30 7,540 174 13쪽
27 상징 +11 24.05.29 7,610 171 15쪽
26 귀환 +5 24.05.28 8,046 165 14쪽
25 흑마법사 토벌전 6 +5 24.05.27 7,938 175 15쪽
24 흑마법사 토벌전 5 +10 24.05.26 7,757 180 14쪽
23 흑마법사 토벌전 4 +4 24.05.25 7,921 170 14쪽
22 흑마법사 토벌전 3 +4 24.05.24 7,823 173 12쪽
21 흑마법사 토벌전 2 +4 24.05.23 8,024 172 14쪽
20 흑마법사 토벌전 +2 24.05.23 8,403 183 14쪽
19 도시 순회 6 +2 24.05.22 8,284 178 13쪽
18 도시 순회 5 +3 24.05.21 8,549 184 17쪽
17 도시 순회 4 +1 24.05.20 9,003 182 13쪽
16 도시 순회 3 +1 24.05.19 9,578 189 14쪽
15 도시 순회 2 +1 24.05.18 10,199 203 13쪽
» 도시 순회 +6 24.05.17 10,772 224 13쪽
13 마법부 +5 24.05.17 10,875 210 13쪽
12 베르너 성 +3 24.05.16 11,173 213 14쪽
11 서명하게 +4 24.05.15 12,010 250 14쪽
10 작위 수여식 +4 24.05.14 12,995 237 16쪽
9 북부 데뷔전 3 +8 24.05.13 13,379 238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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