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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부 전선의 미친 네크로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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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철인
작품등록일 :
2024.05.08 13:01
최근연재일 :
2024.07.06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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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 전환 : 2일 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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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0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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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도시 순회 4

DUMMY

“인신공양을 하는 무리들이 북부에 똬리를 틀러 왔다는 말씀입니까?”


고드프리의 표정이 심각하게 굳었다.

아이젠의 말이 사실이라면 예삿일이 아니었다.

그런 흉악 범죄자들이 북부에 자리를 잡는 건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인신공양뿐만이 아니야 그치들은 생체 실험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자들이지.”


로이스가 침음성을 흘렸다.


“마치 주술 부족의 주술사들 같군요. 그들도 악마에게 공물을 바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비슷하겠지. 애초에 악마는 인간의 영혼을 좋아하니까.”

“그런데 아티나에 흑마법사들이 숨어있는 건 확실한 건지요?”

“그걸 확인하려고 내가 여기까지 온 거지.”

“단순히 세무조사 때문만은 아니셨군요.”

“그래, 당장은 그대들까지 나설 건 없네. 흑마법사의 흔적을 발견하면 그대들을 부르지.”


일행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않아도 다들 할 일이 있었다.

고드프리와 로이스는 서류를 확인해야 했고 트리스 역시 아티나에 온 김에 하고 싶은 일이 있었다.


“그럼 저도 잠깐 외출할게요.”


트리스의 눈이 탐욕으로 얼룩졌다.


“사고 싶은 게 있나보지?”

“아티나에서 베르너로 오면 가격이 한 번 껑충 뛰니까요! 여기서 마법부에 필요한 물품들 좀 사고 싶네요!”


그녀의 탐욕은 사적인 것이 아니라 공적인 것이었다.

아니, 어쩌면 그 구분은 의미가 없을지도 몰랐다.

그녀의 머릿속에서 마법부는 이미 그녀의 사유재산이었으니까.


“무작정 많이 사는게 능사가 아니니 적당히 사게. 아티나 이후에도 들를 도시가 많아.”

“알겠습니다!”


악마니, 흑마법사니 하는 얘기는 그녀의 관심 밖이었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닷!!!”

“잠깐, 트리스.”


트리스가 나가려 할 때 고드프리가 그녀를 멈춰 세웠다.


“네?”

“시장에게 말해서 호위를 데려가게.”

“어... 괜찮은데요.”

“데려가게. 짐꾼 노릇할 사람도 필요하지 않나?”


고드프리가 반박은 받지 않겠다는 듯 단호하게 말하자 트리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베르너 령의 핵심 인사였다.

만에 하나라도 불상사가 생기면 곤란했다.


“그럼 나도 가보겠네. 수고들 하게.”

“호위는 필요 없으십니까?”

“내가 무슨 일을 당할 것 같은가?”


로이스는 입을 꾹 다물었다.

정확히는 아이젠이 무슨 일을 당하기보단 저지를 것 같아서 걱정됐다.

물론 로이스가 속내를 입으로 내뱉을 정도로 참을성이 부족하진 않았다.


“알겠습니다.”


아이젠은 작게 웃으며 방을 나섰고 고드프리와 로이스는 동시에 한숨을 내쉬었다.


* * *


거리로 나온 아이젠은 우선 아티나의 핵심 구역인 항구로 향했다.

흑마법사들의 은신처는 슬럼에 있을 확률이 높았지만 항구처럼 유동 인구가 많은 곳에 숨어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었다.


‘겸사겸사 시장 조사도 지금 해야겠군.’


세무조사, 흑마법사 색출에 이어 아이젠이 도시 순회를 나온 세 번째 이유.

그것은 바로 사업을 위한 시장 조사였다.


아티나는 강과 바다가 만나는 물류의 요충지였다.

자연스럽게 외국과 제국에서 유행하는 상품이 모두 모였다.

한마디로 아티나는 유행에 가장 민감한 도시였다.

사업가라면 소홀히 할 수 없는 지역이었다.


“그거 조심히 옮겨!”

“그게 네 목숨보다 비싼 거라고!”

“저건...”


인부들이 옮기는 상자에서 숨길 수 없는 향긋한 냄새가 풍겨졌다.

평범한 사람은 맡을 수 없는 냄새였지만 아이젠은 후각이 발달한 네크로맨서였다.

상자에 담긴 물건이 향수란 걸 단숨에 눈치챌 수 있었다.


‘백합향이라 고급스럽군.’



“곧바로 수도로 가는 거야! 조심해!”


인부들은 하역한 상자를 그대로 다른 배에 싣기 시작했다.

외국에서 들어오는 고급 향수였건만 아티나에선 포장도 뜯기지 않은 채 수도로 유통되고 있었다.


‘드래곤 캐슬에서도 느낀 거지만 역시.’


아이젠이 느끼기에 북부는 향수에 대한 수요가 별로 없는 것 같았다.

그렇다고 향수를 싫어하는 건 아닌 것으로 보였다.

분명 작위 수여식에서 영애들이 로이스의 향수 냄새에 긍정적으로 반응했으니까.


‘그렇다는 건 수요가 없다기보단 향수라는 품목이 아예 생소하다는 소리지.’


그리고 그건 아티나에서 확실히 확인됐다.

물류 도시에서도 유통되지 않는다면 그건 확실히 비인기 품목이었다.

그것이 북부 전체의 분위기라면 북부는 그야말로 향수에 있어선 블루 오션이었다.

아이젠의 향수 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수도에서 인기를 끄는 것은 물론 북부에서 독과점 시장을 형성할 수도 있었다.

이 사실을 깨달은 것만으로도 항구에 방문한 건 꽤 의미가 있었다.


* * *


시장 조사를 대충 마친 아이젠은 항구에서 발걸음을 옮겨 시장통으로 갔다.

거리에는 불법 노점상들이 활개치고 있었다.

평소라면 경비병들이 발로 차며 가판을 엎었겠지만 지금은 축제였다.

당장 출입이나 안전 관리만 해도 인력이 모자랐다.

다시 말해 평소보다 치안이 좋지 않다는 소리기도 했다. 불법 노점상 따위는 그냥 내버려 둘 정도로.


‘이런 때 암시장이 활발하단 말이지.’


아이젠은 아티나의 으쓱한 뒷골목으로 향했다.

토너먼트엔 항상 불법 약물로 도핑하는 잔챙이들이 참가하기 마련이었다.

그리고 그런 약물을 구하는 곳은 언제나 뒷골목 싸구려 포션상이었다.


뒷골목에 들어오자 발걸음마다 참기 힘든 역한 냄새가 올라왔다.

코를 찌르는 암모니아 냄새와 매캐한 담배 냄새, 그리고 땀 냄새와 쓰레기 냄새였다.

아이젠은 인상을 찡그렸다.

외지인을 경계하는 시선이 느껴졌지만 그따위 것보단 찐득한 담배 냄새가 문제였다.

아이젠은 더이상 참을 수 없어 품에서 향수를 꺼내 몸에 칙칙 뿌리기까지 했다.

뒷골목에도 향수가 유행하면 담배 냄새가 좀 덜 풍길텐데, 라고 생각하면서.


“끄윽, 이거 죽이는군.”


뒷골목에서 건달 하나가 바닥에 주저 앉은 채 포션을 들이키며 술 취한 사람처럼 중얼거렸다.

딱 봐도 뒷골목에서 유통되는 저질 포션이었다.

그리고 그 포션에 절은 건달. 오래 살긴 글른 놈이었다.


‘아무래도 제대로 찾은 것 같군.’


골목길에 들어온 후 자신을 쳐다보는 시선은 진즉 느꼈다.

외지인을 경계하는 건달의 시선도 있었지만 근본적으로 그런 것들과는 차원이 다른 느낌이 있었다.

공기 중에 짙은 농도의 사악한 마력이 흐르고 있었고 악의로 똘똘 뭉친 시선이 느껴졌다.

그 시선은 사람의 것이라기보단 마법적인 시선이었다.

한 방향에서가 아니라 사방에서 주시하는 이 느낌.


‘흑마법사들의 주특기지.’


일명 감시하는 시선.

항상 쫓기고 도망치는 흑마법사들이 가장 먼저 익히고 숙달하는 마법이었다.

추격자가 따라붙는지 감시하는 건 그들에겐 생존이 달린 문제였으니까.


‘그래도 보통 이렇게까지 감시하진 않는데.’


어느 흑마법사든 자기 구역에 낯선 자가 들어오면 감시의 시선을 보내긴 한다.

하지만 이렇게 집요하게 시선을 보낼 정도라면 상대방이 아이젠의 신분을 알고 있다는 소리와 같았다.


‘내가 고드프리 경의 일행이란 사실 정도는 알고 있겠군.’


그래도 수확은 확실히 있었다.

잔챙이가 아닌 제대로 된 흑마법사가 지금 아티나에 머물고 있었다.


‘궁정백에게 뭔가 받아낼 수 있겠군.’


잘만 하면 라스 궁정백에게서 뭔가를 뜯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흑마법사 추격에 열을 올리는 건 아이젠이 아니라 궁정백이었으니까.

물론 자신의 영지에 흑마법사들이 흘러들어왔으니 아이젠으로서도 열과 성을 다해야 했지만 생색을 낼 수 있다면 내는게 맞았다.

아이젠은 감시의 시선을 못느낀 척 연기하며 뒷골목을 빠져 나왔다.

잠깐 방문한 거였지만 여러모로 수확이 꽤 많았다.


* * *


“...별일 없으셨습니까?”


아이젠이 돌아오자 로이스가 그를 맞이했다.

나온 말은 아이젠을 걱정하는 말이었지만 행간은 달랐다.

로이스는 흑마법사의 흔적이 없었길 바라고 있었다.

물론 그의 희망은 산산조각 났다.


“재밌는 걸 봤지.”

“하아.”


사실 로이스도 직감하고 있었다.

아티나처럼 유동 인구가 많은 도시는 범죄자가 몸을 숨기기 아주 적당한 장소였다.


“뒷골목에서 흑마법사의 기운을 느꼈네.”

“곧바로 치시겠습니까?”

“아니, 정확한 은신처는 발견하지 못 했어. 준비가 필요하네.”

“준비라면...”

“의심가는 곳은 전부 칠 거야. 이참에 불법 포션상인들도 잡아들이지.”


두 기사는 아이젠의 결정에 반발하지 않았다.

내버려두고 있었지만 잔챙이 흑마법사들도 엄연한 범죄자들이었다.

겸사겸사 잡는 건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시장에게 병사들을 받아오게. 토너먼트가 끝나기 전에 흑마법사들을 모조리 소탕하지.”


* * *


토너먼트 날이 됐다.

아이젠은 검을 들고 로비로 나왔다.


“이거 보이세요? 고드프리 경? 베르너에 비해 반값으로 마법 잉크를 구했어요! 이건 혁명이라고요!”

“진정하게.”

“진정하게 생겼어요? 이거 운송비를 감안해도 정말 싼 거라고요! 우리 마차 하나 늘리면 안 돼요?”


트리스는 로비에서 고드프리를 붙잡고 아티나의 물건들이 얼마나 좋은지 시세는 얼마나 싼지에 대해 설파하고 있었다.

고지식한 기사인 고드프리는 그저 원론적인 대답을 하고 있었고 로이스는 혹시나 트리스의 주둥이가 자신에게 향할까봐 애써 시선을 돌리며 외면하고 있었다.


“다들 잘 잔 것 같군.”

“영주님.”

“내가 우승하면 상금이 좀 나올거야. 그걸로 마법 물품을 더 사도록 하지.”

“운반에 문제가 있습니다만...”

“시장이 개인 재산으로 우리에게 호의를 베풀지 않겠나? 그러지 않곤 못 배길거야.”

“...”

“...”

“역시 영주님이세요!”


두 기사는 말이 없었고 트리스는 활짝 웃었다.


“정말 토너먼트에 나가시는군요.”


고드프리가 무장한 아이젠을 보고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눈으로 말했다.


“아직도 걱정 되나?”

“캐러거 경을 꺾었다는 말을 듣긴 했습니다만.”

“눈으로 보지 않곤 믿을 수 없다는 소리군.”

“...”


고드프리는 차마 대답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이젠은 네크로맨서였다.

네크로맨서가 기사만큼 강하단 것을 어떻게 증언 한마디로 믿을 수 있단 말인가?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것이 낫다는 말이 있지. 그냥 지켜보게.”


* * *


토너먼트장엔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시장과 함께 VIP석에서 관람하게 된 고드프리가 짧은 감탄사를 뱉었다.


“대단한 규모로군.”

“대단한 건 아닙니다. 아티나에선 매번 이 정도 규모로 토너먼트를 개최하니까요.”


아티나 시장은 겸손한 척 은근히 자부심을 드러냈다.


“돈을 많이 썼겠군.”

“그렇지도 않습니다. 다 상인들의 자발적인 후원 덕분이죠.”


용병을 원하는 상인들이 대규모로 후원하는 토너먼트.

당연히 시의 예산은 한 푼도 들어가지 않았다.


“그런데, 시장. 아까도 말했지만...”

“아, 병력 건 말씀이십니까. 그게...”


고드프리가 아티나 시장과 병력 차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토너먼트가 시작됐다.

첫 라운드는 아이젠과 한 용병이었다.


“자, 오늘 첫 대전은!! 무려!! 북부의 기사 아이젠 경!”


아이젠은 여유롭게 검을 뽑으며 토너먼트 무대 위로 올라왔다.

상대가 누구든 상관없다는 자신감이 흘러 넘치고 있었다.


“기사라고?”

“방랑 기사 아니야?”


사회자가 아이젠을 소개하자 시민들이 크게 웅성거렸다.

기사가 도시에서 개최하는 토너먼트에 참가한다니 금시초문이었다.


“그에 맞설 선수는 무패의 용병! 렉톤!”

“렉톤!”

“누구야?”

“그냥 소리나 질러. 병신아.”


시민들은 적당히 사회자의 과장 섞인 소개에 맞장구를 쳤다.

원래 여러 수식어로 보잘것 없는 참가자도 포장하는게 사회자의 능력이었다.


“씨발.”


렉톤이라 불린 용병은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터덜터덜 토너먼트 무대 위로 올라왔다.

첫 상대부터 기사라니 운도 지지리도 없었다.


“반갑네.”


아이젠이 웃으며 그를 맞이했다.

렉톤은 욕을 한사발 내뱉고 싶었지만 용기가 없었다.

기사한테 죽고 싶지 않으면 입을 조심해야 했다.


“저, 나으리. 잘 부탁드립니다.”

“최선을 다하게. 혹시 아나? 좋은 일이 있을지.”


그래봤자 댁을 이기기야 하겠어? 라고 생각했지만 렉톤은 ‘예이, 예이.’ 라고 대답했다.

무례하기 짝이 없었지만 제딴에는 예의를 차린답시고 고개를 연신 숙였기에 아이젠은 웃어 넘겼다.

무지렁이들이 예법을 모른다고 화를 내는 건 별볼일없는 천박한 귀족이나 할 짓이었다.


“선수는 양보하지.”


토너먼트 첫 라운드가 시작됐다.


작가의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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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아인 연합 3 +2 24.06.08 5,684 119 14쪽
36 아인 연합 2 +3 24.06.07 5,814 126 13쪽
35 아인 연합 1 +2 24.06.06 6,089 138 14쪽
34 출진 +6 24.06.05 6,179 148 14쪽
33 향수 +3 24.06.04 6,317 141 15쪽
32 엘프 수호자 +2 24.06.03 6,539 140 13쪽
31 했던 말 주워담기 +2 24.06.02 6,654 152 17쪽
30 암살자 +3 24.06.01 6,786 148 16쪽
29 암살 모의 +3 24.05.31 7,249 151 16쪽
28 데스 나이트 +2 24.05.30 7,550 175 13쪽
27 상징 +11 24.05.29 7,617 171 15쪽
26 귀환 +5 24.05.28 8,052 166 14쪽
25 흑마법사 토벌전 6 +5 24.05.27 7,947 175 15쪽
24 흑마법사 토벌전 5 +10 24.05.26 7,766 180 14쪽
23 흑마법사 토벌전 4 +4 24.05.25 7,929 170 14쪽
22 흑마법사 토벌전 3 +4 24.05.24 7,831 173 12쪽
21 흑마법사 토벌전 2 +4 24.05.23 8,033 172 14쪽
20 흑마법사 토벌전 +2 24.05.23 8,407 184 14쪽
19 도시 순회 6 +2 24.05.22 8,290 178 13쪽
18 도시 순회 5 +3 24.05.21 8,553 184 17쪽
» 도시 순회 4 +1 24.05.20 9,007 182 13쪽
16 도시 순회 3 +1 24.05.19 9,586 190 14쪽
15 도시 순회 2 +1 24.05.18 10,210 203 13쪽
14 도시 순회 +6 24.05.17 10,779 224 13쪽
13 마법부 +5 24.05.17 10,880 210 13쪽
12 베르너 성 +3 24.05.16 11,179 213 14쪽
11 서명하게 +4 24.05.15 12,017 25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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