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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

북부 전선의 미친 네크로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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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새글

글철인
작품등록일 :
2024.05.08 13:01
최근연재일 :
2024.07.06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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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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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1,046
유료 전환 : 2일 남음

작성
24.05.17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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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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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마법부

DUMMY

트리스는 몹시도 당혹스러웠다.

새로운 영주님?

영주님이 왔다고?

왜?


“저한텐 그런 말씀 없었잖아요!?”


트리스가 잔뜩 억울한 표정으로 고드프리를 바라봤다.

고드프리는 기가 차단 눈빛으로 트리스를 쳐다봤다.


“트리스, 일주일 전부터 매일 같이 말을 했네. 듣지 않은 건 자네야.”

“말했다고요?”


트리스는 전혀 기억에 없다는 듯 멍한 얼굴을 지었다.

사실, 그녀에게 마법 외에 다른 관심사는 없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마법 외의 말은 잘 귀담아 듣지 않는 경향이 있었다.

덕분에 트리스는 지금 아주 곤란한 상황을 맞이했고 그녀의 동공은 갈 길을 잊었다.

그녀의 곤란함을 해결해 준 것은 마음씨 따뜻한 젊은 영주였다.


“흠, 트리스?”

“네, 넷!”

“차 한 잔 주겠나?”

“넵!! 물론이죠!!”


트리스는 마법부의 문을 활짝 열었고 아이젠은 마치 여러 번 와봤다는 듯 가벼운 발걸음으로 안에 들어갔다.

마법부에는 커다란 책상 몇 개가 있었는데 전부 책과 양피지 따위가 난잡하게 올려져 있었다.

또 양피지나 책 따위가 가득 꽂힌 책장이 벽면을 가득 채운 걸로도 모자라 마법부 한 가운데에도 있었다.

잡동사니들도 은근히 보였는데 재밌는 것은 어느 곳에도 먼지가 앉은 자리는 없다는 점이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청소를 하는 것이 틀림 없었다.


[야옹.]


그리고 특이하게도 검은 고양이 한 마리가 트리스의 책상 위에서 몸을 둥글게 만 채 하품을 하고 있었다.

중요한 작업을 하는 마법부에서 애완동물을 기르는 것이 썩 특이하게 보이긴 했지만 고양이는 아주 도도하고 얌전해 보였다.

말썽을 일으킬 것처럼 생기지 않았다는 소리다.


“아, 제 고양이 네로예요. 귀엽죠?”


트리스는 푼수 같은 미소를 지었고 고드프리는 이마를 짚으며 아이젠의 눈치를 봤다.

혹시나 트리스의 가벼운 태도에 아이젠이 화를 낼 지도 몰랐다.

하지만 천만다행으로 아이젠은 웃음으로 상황을 넘겼다.


“음, 확실히 그렇군. 하지만 지금은 고양이 얘기보단 다른 얘기를 하고 싶네.”

“앗, 네 그러셨죠.”

“마법부에 대해 설명해 주겠나?”

“아, 네.”

“...”

“...”


트리스는 자신있게 대답했지만 오랫동안 답변이 돌아오지 않았다.


‘뭐부터 설명해야 하지.’


할 말이 없다기보단 너무 할 말이 많아서 과부하가 걸렸기 때문이다.

거기다 ‘영주님을 기다리게 해선 안 돼.’ ‘첫 인상의 실수를 바로 잡아야 해.’ 라는 강박이 그녀의 머릿속을 뒤집어놨기 때문에 입이 점점 얼어 붙었다.

물론 아이젠은 트리스가 앞에 했던 행동들을 그다지 신경쓰지 않고 있었다.


‘개성이 넘치는군.’


아이젠은 단순히 이렇게 생각했을 뿐이다.


“천천히 대답해도 괜찮네. 마법부는 주로 무슨 연구를 하며, 무슨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인원은 몇 명인지 정도면 되겠군.”

“네!”


아이젠이 내려준 동아줄을 트리스는 확실히 붙잡았다.


“베르너 령의 마법부는 거의 대부분 메이지들로 구성돼 있습니다!”

“위저드들은 없나?”

“위저드들은 거의 전부 드래곤 캐슬에 상주하고 있습니다.”

“특이하군.”


마법사들 중 가장 위세가 강하고 숫자가 많은 것이 바로 위저드들이었다.

그런 만큼 웬만한 영지의 마법사들은 대부분 위저드였는데 베르너 령은 특이하게도 그들을 대신해 메이지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메이지들이 직접 마법을 쓸 수 없다는 건 알고 계시겠죠?”

“그 정도 상식은 충분히 가지고 있다네.”


메이지들은 체내에 마력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마법사들이었다.

그렇기에 스스로 마법을 구현할 순 없었지만 대신 자연 속에 있는 마력을 이용하는 능력을 가졌다.

그렇기에 메이지들의 장기는 바로 스크롤 제작이었다.


“역시 영주님이세요! 네크로맨서라시더니 마법사에 대해서도 잘 알고 계시는군요!”


아이젠이 마법사들의 차이를 알고 있다고 발언하자 트리스는 언제 소심하게 굴었냐는 듯 기쁘게 방방거렸다.

말문이 터진 그녀는 이어서 줄줄이 마법부의 일들을 읊기 시작했다.


“메이지들이 많은 만큼 얼마나 효율적으로 양피지에 마법을 새길 수 있을지 연구하는게 기본 과제예요. 그리고 자주 쓰는 마법이나 전투에 필요한 마법 스크롤 갯수를 꼼꼼하고 넉넉하게 관리하죠.”


메이지의 실력이 좋을수록 질이 좋지 않은 양피지에도 제대로 된 마법을 새길 수 있었다.


“그렇군. 그럼 여기 있는 양피지들은 전부 스크롤용인가?”

“맞아요! 사용기한이 지나 못 쓰게 된 스크롤들이 있는지도 주기적으로 검사하고 있답니다.”


스크롤은 자연에 있는 마력을 끌어다 만든 것이기 때문에 일정 기간 동안 사용하지 않으면 마력이 전부 흘러 나와 용도 폐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실력있는 메이지들의 몸값은 아주 비쌌다.

실력 좋은 메이지일수록 오래 보관할 수 있는 스크롤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아이젠은 마력이 보이는 양피지 하나를 꺼내 펼쳤다.

양피지에 쓰인 글씨들은 마치 방금 글자를 새긴 것처럼 은은하게 푸른 빛이 났다.

아이젠은 아주 흡족스러웠다.


“실력이 아주 좋군. 관리만 똑바로 하면 년 단위로 보관할 수도 있겠어.”

“그렇죠? 마법부에 사람은 적지만 다들 실력이 출중해요! 그건 시험 삼아 만든 탐지 스크롤인데 효과가 제법 괜찮답니다.”


아이젠이 칭찬을 하자 트리스는 아주 신난 목소리로 대답했다.


“탐지 스크롤?”

“네! 던전이나 건물에 비밀 공간 따위를 알려주는 스크롤이에요.”


트리스의 명랑한 대답에 아이젠은 턱을 쓰다 듬었다.

숨겨진 공간을 알려 주는 스크롤이라고?


“메이지 트리스, 탐지 스크롤이 얼마나 생산됐지?”

“음... 잠시만요.”


트리스는 자신의 무질서한 책상으로 가더니 능숙하게 서류 뭉치들 사이에 숨어있던 하나의 서류를 끄집어 냈다.


“실험으로 만든 거라 아직 3개밖에 없네요.”

“탐지 스크롤을 많이 만들어 두게. 쓸모가 많겠어. 마법부 예산이 얼만지는 몰라도 예산을 좀 더 늘릴 필요가 있겠군.”

“그게 정말이신가요?”

“인원도 보충하는 게 좋을 것 같고, 그래야 메이지 트리스의 눈 밑에 있는 다크서클도 가라앉을 것 아닌가?”

“이깟 다크서클! 문제 없어요!”


예산을 늘려준다는 말에 트리스는 활짝 웃으며 좋아했다.


“그리고 그 로브도 새걸로 바꿨으면 좋겠고.”


아이젠이 고드프리를 쳐다보자 고드프리가 항변하듯 대답했다.


“해진 옷을 입을 정도로 마법부 예산이 빡빡하진 않습니다.”

“옷 입을 명목으로 나오는 예산까지 연구에 사용하나보군. 그럼 앞으로 마법부의 복식은 전부 실물로 지급하게.”

“명을 받들겠습니다.”

“아앗!”


트리스는 아이젠의 이러한 조치에 항의를 하고 싶었지만 고드프리의 매서운 눈매에 입을 꾹 다물었다.

그녀도 그 정도 눈치는 있었다.

아까워도 어쩔 수 없었다.


“마법부에 인원은 얼마나 되나?”

“전부 다섯입니다. 오늘은 다들 물품을 사러 나갔어요.”

“모두 메이지인가?”


트리스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아니에요. 한 사람은...”


그때 밖에서 콧소리가 섞인 고혹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트리스, 안에 있어?”


마법부 안으로 들어온 여자를 향해 모두의 시선이 쏠렸다.


“소서러, 멜리사.”

“고드프리 경도 계셨네요?”


멜리사라고 불린 여인은 노을처럼 새빨간 머리칼과 루비처럼 불타는 눈동자를 가진 여자였다.

그녀는 어깨가 드러난 검은색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또한 길게 내려온 드레스엔 양쪽으로 앞트임이 되어 있어 걸을 때마다 드레스 사이로 다리가 드러나며 각선미를 뽐냈다.


“마침 잘 됐군. 새로 부임하신 아이젠 베르너 남작님일세.”

“남작님이시라고요?”


멜리사는 놀란 척하며 아이젠을 훑어봤다.

아주 무례한 태도였지만 아이젠은 개의치 않았다.

그런 태도보다 중요한 것이 있었다.


“반갑습니다. 남작님, 소서러 멜리사라고 합니다.”


멜리사가 우아하게 아이젠에게 인사했다.


“아이젠일세, 소서러라니. 대단한 인재가 여기 있었군.”


아이젠의 말에 멜리사는 아름다운 미소를 지었다.

소서러는 선천적으로 마력을 지니고 태어난 동시에 마법까지 익히고 태어난 태생 마법사들의 총칭이었다.

소서러들은 위저드들처럼 익히고 싶은 마법을 익힐 수는 없지만 타고난 마력이 워낙 방대하고 마법 역시 보통의 위저드들보다 훨씬 강력했다.

일부 소서러들은 오직 소서러만이 진정한 마법사라고 주장하며 위저드들과 메이지들을 개무시하기도 했다.

물론 온건한 소서러들도 다른 마법사들을 개무시하진 않더라도 아래로 깔보긴 했다.


“그런데.”


아이젠의 코끝에 은은한 향기가 느껴졌다.


“혹시 향수를 사용하나?”

“어머, 알아 보시겠어요?”


멜리사는 향수 이야기가 나오자 아주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수도에서 유행하는 향수를 어렵게 구했죠. 제가 이래 봬도 향수에 조예가 깊...”

“수도에서 유행한지 2년이 지나긴 했지만 꽤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향수이긴 하지.”


그리고 이어지는 아이젠의 말에 멜리사는 썩은 사과를 씹은 표정이 됐다.


‘2년이 지났다고?’


분명 베르너 령에 들른 상인은 이 백합향 향수가 수도에서 최신 유행하는 향수라고 소개했다.

상인의 말에 유행에 뒤처지고 싶지 않았던 멜리사는 망설임 끝에 월급 3개월 치를 투자하여 향수를 구입했다.

한동안 빡빡하게 지내야 할 정도로 막대한 지출이었지만 향수를 구매한 후 얼마나 큰 만족감이 있었는가?


‘근데 사기였다고?’


멜리사는 머리가 어질어질해졌다.

정신을 직접 공격하는 공격은 우수한 소서러도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그래도 심미안이 나쁘진 않군. 확실히 좋은 향수일세. 하지만 이걸 써보는 건 어떤가?”


아이젠은 능숙하게 자신의 품 속에서 향수병 하나를 꺼내 멜리사에게 건넸다.

멜리사는 머리가 아픈 와중에도 손을 내밀어 향수병을 받았다.

숨쉬듯 자연스러운 동작이었다.


“이... 이건 뭔가요?”

“수도에서 최신 유행하는 라벤더 향수라네.”


아이젠의 말에 멜리사가 대번에 눈이 희번득하게 변했다.


“저... 정말인가요?”

“내가 수도에서 올라온지 얼마 되지 않았어. 사실일세.”


그렇다고 수도에서 오래 산 건 아니지만 어쨌든 거짓말은 아니었다.

멜리사는 향수병을 보물이라도 되는 양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코끝을 찌르는 향수 냄새에 머리가 아찔해졌다.


‘이건?’


틀림없이 아이젠의 몸에서 나는 향수 냄새였다.

여러가지 냄새가 동시에 나는 것을 봐서 분명 여러 종류의 향수를 섞어서 사용한 것이 분명했다.


‘악취가 나야 정상인데...’


이런 식의 향수 사용은 향기가 아니라 악취를 불러 일으키기 딱이었다.

과시욕이 심한 바보들이나 하는 짓이었다.

하지만 아이젠의 몸에선 절묘한 조화가 어우러진 냄새가 났다.


‘고수!’


멜리사가 아이젠을 보는 눈이 대번에 바뀌었다.

아이젠 베르너 남작은 틀림없이 향수에 도가 튼 남자였다!


“향수를 좋아하는 걸 보면 꽃도 좋아하겠군?”


멜리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방에 화분도 많이 키우고 있죠.”

“그렇다면 향기로운 꽃에 대해서도 해박하겠고?”

“북부의 꽃은 거친 환경에서 자란만큼 생명력 넘치는 향기를 자랑하죠.”


아이젠은 멜리사의 대답에 듣고 싶은 걸 들었다는 듯 아주 흡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이야기가 향수쪽으로 넘어가자 의외로 로이스가 귀를 종긋거리며 아이젠과 멜리사의 대화에 집중하고 있었다.


“소서러 멜리사, 자네와는 아주 의미있는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을 것 같군. 꽃과 향수에 관해 말이야. 나중에 따로 부르겠네.”

“얼마든지요. 영주님.”


멜리사는 고개를 깊숙히 숙였다.

아까와는 달리 마음이 담긴 동작이었다.

향수 토크를 나눌 수 있는 상대는 이 척박한 북부에서 흔하지 않았다.

다들 먹고 살기에 바빴으니까.

멜리사는 아이젠에게 깊은 내적 친밀감을 느꼈다.

무슨 일이든 최대한 협조해서 환심을 사고 싶을 정도였다.

향수 선물도 준 좋은 사람 아닌가?


“그럼, 메이지 트리스. 나의 집무실로 자리를 옮기지. 자네가 맡아줄 일이 있어.”

“아, 네!”


갑작스러운 멜리사의 등장에 눈을 껌뻑이고 있던 트리스가 화들짝 놀라며 대답했다.

아이젠 일행은 멜리사만을 마법부에 남겨둔 채 마법부를 나섰다.

그리고 홀로 남은 멜리사는 라벤더 향수병을 만지작거리다 마법부에 들른 목적을 상기했다.

그녀의 시선이 네로를 향했다.


작가의말

오늘은 밤에 한 편 더 올라갑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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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아인 연합 4 +2 24.06.09 5,594 136 13쪽
37 아인 연합 3 +2 24.06.08 5,689 119 14쪽
36 아인 연합 2 +3 24.06.07 5,821 126 13쪽
35 아인 연합 1 +2 24.06.06 6,098 138 14쪽
34 출진 +6 24.06.05 6,189 148 14쪽
33 향수 +3 24.06.04 6,325 143 15쪽
32 엘프 수호자 +2 24.06.03 6,547 142 13쪽
31 했던 말 주워담기 +2 24.06.02 6,662 153 17쪽
30 암살자 +3 24.06.01 6,796 149 16쪽
29 암살 모의 +3 24.05.31 7,261 151 16쪽
28 데스 나이트 +2 24.05.30 7,558 176 13쪽
27 상징 +11 24.05.29 7,622 172 15쪽
26 귀환 +5 24.05.28 8,057 166 14쪽
25 흑마법사 토벌전 6 +5 24.05.27 7,951 175 15쪽
24 흑마법사 토벌전 5 +10 24.05.26 7,769 180 14쪽
23 흑마법사 토벌전 4 +4 24.05.25 7,934 170 14쪽
22 흑마법사 토벌전 3 +4 24.05.24 7,836 173 12쪽
21 흑마법사 토벌전 2 +4 24.05.23 8,037 173 14쪽
20 흑마법사 토벌전 +2 24.05.23 8,413 184 14쪽
19 도시 순회 6 +2 24.05.22 8,298 178 13쪽
18 도시 순회 5 +3 24.05.21 8,560 184 17쪽
17 도시 순회 4 +1 24.05.20 9,017 182 13쪽
16 도시 순회 3 +1 24.05.19 9,595 190 14쪽
15 도시 순회 2 +1 24.05.18 10,219 203 13쪽
14 도시 순회 +6 24.05.17 10,794 224 13쪽
» 마법부 +5 24.05.17 10,896 210 13쪽
12 베르너 성 +3 24.05.16 11,193 213 14쪽
11 서명하게 +4 24.05.15 12,033 250 14쪽
10 작위 수여식 +4 24.05.14 13,019 237 16쪽
9 북부 데뷔전 3 +8 24.05.13 13,406 238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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